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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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책 리뷰를 쓰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일단 책 사이즈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들고다니면서 보기에 편하고, 디자인도 깔끔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틈틈이 기회가 될 때마다 무난하게 고르는 책으로 한 두 권씩 사모으는데, 지금까지 출판된 문학 전집 권수에 비하면 택도 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절판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조금씩 구입해서 보고 있다.

 

이번에 읽게된 책은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희곡이다. 평소에 소설류를 즐겨읽던 터라, 처음에 희곡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실제 연극 무대를 상상하면서 보면 더욱더 재미있기는 하지만, 소설보다는 묘사가 떨어지고 유추를 해서 읽어야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그냥 술술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이런 대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주인공의 심리적인 묘사는 상상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전체적으로 극 진행이 되는지라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의 직업은 한 때 잘 나갔던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을 맞게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게 되자, 세일즈맨도 그 운명을 다하게 된다. 물건을 파는대로 돈을 벌어들이던 시절은 이제 물건너 간 것이다. 주인공은 나름대로 처음에는 재기를 위해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보지만, 개인적으로나 그의 아들들이 하는 행동 모두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시도하려고 하면 실패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사실 개인적인 내부의 갈등이 하루 사이에 급속하게 진행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해 일하다가 이제는 필요없게 되었다고 못 쓴 물건 버리듯이 간단하게 사람을 내보내버리는 현대 사회의 세태는 비단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대략 10여년전 우리나라에도 IMF가 몰아치면서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다. 그 후로 실력주의를 내세우면서 수많은 고위 관리자들이 회사에서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로 퇴직하게 되는 일이 이제는 일상다반사이다. 과연 이런 상황이 정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희곡이기 때문에 사실 연극으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연극을 보면 조금 어리둥절 할 수도 있으니, 이 책을 한 번 읽고 가서 연극 작품을 감상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 이다. 또한 연극을 이미 본 독자라도 이 책을 보면서 이 장면은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면서 연극의 감동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듯 싶다. 퍽퍽한 인심의 사회를 정확하게 묘사해낸 이 작품을 보면서 조금 쓸쓸해지는 것은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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