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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빈티지가 좋다 - 빈티지 아티스트 류은영의
류은영 지음 / 미호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나도 오래된 물건들을 참 좋아한다.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쓰던 사람이 애지중지하여 나에게까지 왔을 때, 그 물건 속에 담긴 사연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아마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빈티지의 매력에 푹 빠지기 마련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무도 쓸 것 같지 않은 물건을 재창조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가치를 높이는 일은 실제로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빈티지한 물건들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빈티지를 사랑하고 활용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10여년동안 대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어느덧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가 들어 과감히 때려치우고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에는 6개월동안 살 요량으로 갔다가 우연히 빈티지 소품의 조합에 매력을 느끼고 그 때부터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수집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모든 일이 처음부터 잘 되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일이 잘 풀려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다. 회사에 다닌지 5년 남짓 된 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면서 혹시 이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여기에는 그녀가 어떻게 지금까지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그동안 그녀가 만든 콜렉션에 대한 소개,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뉴욕과 파리, 런던의 벼룩시장 이야기다. 벼룩시장은 장소마다 그 나름대로의 특색을 지니고 있기 마련인데, 직접 가본 사람의 이야기만큼 생생한 정보는 없다. 또한 저자가 디자이너다보니, 그녀의 안목에 맞춘 벼룩시장을 추천하고 있어서 조금이라고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벼룩시장은 발품을 열심히 파는 자만이 멋진 물건을 득템할 수 있다는 것! 이들 지역에 있는 벼룩시장에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곡 방문해보고 싶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빈티지와 관련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참 매력적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그녀와 100%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나도 뭔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생각해볼 작정이다. 10년 쯤 뒤에는 나도 내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을 하나쯤은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