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프랑스 신경의학자 사뮈엘 퓨쳐는 컴퓨터 DEEP BLUE 와의 체스 대국에서 승리하여 세계 챔피언이 된다. 그날 밤 톱모델 나타샤 안데르센과 사랑을 나누던 중 최고의 오르가즘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죽음에 의혹을 갖게된 두 기자 뤼크게스와 이지도르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매력적이고 광대하기도차한 인간의 뇌에 대한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우주와 같은 뇌세포에 컴퓨터의 파장이 도달해 이루어내는 장엄한 파노라마 같은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150억 년 전 우주가 생겨났다.

50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났다.

3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했다.

5억 년 전 최초의 신경계가 나타났다.

3백만 년 전 인류가 출현했다.

2백만 년 전 인간의 뇌가 도구를 고안하여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켰다.

13만 년 전 인간이 머릿속에서 상상한 사건을 벽에 그리기 시작했다.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컴퓨터가 스스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전 컴퓨터의 지원을 받은 한 인간의 뇌가 최후비밀에 도달한다.

5분 전 한 남자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다.

 

여기자가 시간 속을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내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컴퓨터에 의해 조장된 파장이 뇌의 최후의 비밀이라고 이름 붙여진 한 점에 자극을 주면 뇌와 심장, 성기가 하나가 되어 쾌감이 고조된다. (이 기계의 조작은 안구운동만 살아있는 퓨쳐의 환자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파장을 전달 받을 수 있는 안테나?를 접착시킬 수 있는 최후의 비밀을 찾아내는 수술은 나타샤의 어머니인 러시아 의사가 행하는데 이 연구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염려로 비밀에 붙여져 왔다.)

퓨쳐의 사망은 섹스에 의해 이미 오르가즘에 도달한 퓨처에게 컴퓨터는 체스의 승리자에게 댓가로서 (이 댓가는 퓨처가 늘 분발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왔다.) 보내준 자극에 지나친 괘감이 더해져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다.

 

뇌가 단지 의식을 조절, 관리하는 장기로서가 아니라 우주적 에너지를 발하는 발진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가늘고 긴 파장들이 거미줄 같이 매듭지어진 그 가운데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

내 아버지의 정자로부터 시작되어, 무덤 속에 묻힌 주검의 존재.

 

사뮈엘 퓨처가 챔피언 인터뷰에서 거듭거듭 말하는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라고 던지는 화두에 동물적 욕구, 명예, 권력, 호기심, 두려움, 즐거움... 등의 의식을 넓게 깊히 확대시켜 볼 것을 독자에게 권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이 우주에 걸쳐있고, 시간에 걸쳐있는게 아니냐며, 그래서 나는 나를 이미 넘어선 존재임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발한 소설기법과 무한히 뻗어나간 사고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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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1960년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40년이 지나 소설로 출간한 작품이다.

 

사랑의 용어, 말투, 극 중의 배경 등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마치 유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글을 새삼 발표한 이유가 무얼까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수영의 동생 수미는 허세준을 사랑하고, 허세준은 문하란을, 문하란은 안수영을, 안수영은 형숙을 사랑하는 이중 삼중의 삼각관계가 맺어져 있으나 어느 커플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느 인생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착하고 반듯한 여인인 하란은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다 외국으로 떠난 허세준을 가슴에 품고, 가정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안수영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다.

뭇 남성들을 폐인으로 만들고야 마는 요부의 근성을 지닌 형숙은 자신을 소유하려던 남성의 질투의 총탄을 자신을 사랑하는 수영을 대신해 맞고 죽는다.

 

자신에 대해 솔직할 용기도, 새로운 삶으로의 일탈도 꿈꾸지 못하는 성녀 하란은 진정 정숙함을 지닌 성녀였을까.

마녀의 피를 타고난 여자라는 이유로 수영과 헤어진 형숙이 자유롭고 파격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진정한 성녀의 길이 아니었을까.

 

30대 후반의 젊었던 작가가 여러 젊은이들의 특성을 풀어내가며 운명의 변전을 다룬 고전을 읽어보았다.

시간의 막간을 때우기 위한 담배나 술잔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묘사법은 대가 박경리도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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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지 20(작가가 그쯤의 나이에 이르러)이 넘어 어머니를 그리며 잔잔하게 일렁이는 그리움을 저녁 노을에 강물 흘려보내듯 한 마음으로 풀어내려간 회상록이다.

가난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 어머니, 그래서 우리의 눈으로는 억척스럽고 매정해 보였던 그 시대야말로 가난한 생활은 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세태가 아니였을까- 그분으로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족에 대한 인내와 사랑, 아귀 같이 들러붙어 더 끝없는 희생을 강요했던 형제들과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그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물게 행해지는 식당 나들이에서 남은 음식을 준비해온 비닐 봉지에 쓸어 담는 창피한 어머니. 시장에서는 상인과 물건값을 깎느라 실갱이를 벌이는 싸움쟁이, 도망가는 쥐를 향해 거꾸로 든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적의에 찬 눈매, 작가는 이 소스라쳐댔던 어머니의 나날들이 지금의 자신을 키워준 힘이라고 고백한다.

 

자식들이 그리워, 관심을 사고자 가끔씩 집안을 뒤집어 엎었던, 그래서 속을 끓이고 타박해댔던 어머니의 외롭고, 죽음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던 세월들이 문득문득 슬픔으로 가슴을 메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농장 타라를 지켜내던 스칼렛처럼 꿋꿋했던 엄마는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으면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묵주알을 굴려댔을까.

 

작가는 말하고 싶다. 자꾸 말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정신적인 지면을 할애해 나의 소중한 모든 것에 대해 써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놈을 낳고 집안 살림이 폈다며 유난히 경숙이에게 애정을 보이는 아버지에게 속상함을 드러내거나 투정을 부리기에는 나는 너무 자존심이 강한 큰딸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즐겨 드신 아버지에게 칭찬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 복수심의 한 방법이었을까. 그날 역시 주워들은 동냥대로 양파를 잔뜩 갈아넣은 매콤한 비빔 냉면을 만들어 드렸다.

맵고 속이 쓰려 안절부절못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가슴 아프게 자리 잡고 있고, 그날은 배가 터져라 꿀물, 얼음물, 주스를 마구 마셔대셨다.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오바했어요.”

 

어린 시절 나는 오빠가 족히 6~7명이나 되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 그 장정들이 훑고 지나간 밥상은 빈 접시들만이 나뒹굴고 있다. 뒤늦게 밥사발을 챙겨 들고 앉은 엄마와 우리 자매는 잠시 눈을 마주쳐보곤 밥 한 끼를 때운다. 엄마는 대충 먹자는 민망한 눈빛, 우리는 콩나물 대가리라도...’ 나는 지금도 새우젓국에 호박 듬뿍 채썰러 넣은 맑은 국을 두 세 그릇 먹는다. 무를 썰어 넣은 갈치조림, 콩나물 무침을 수북히 담아놓고 보지만 그때가 너무도 그립다.

 

초등학생부터 입시전쟁에 내몰리던 시절, 학교나 과외나 너나없이 칠판 앞에 서서 매타작을 받곤 했다.

어느 날 막무가내로 누워 다 그만두겠노라고 떼를 썼었다. 다음 날 엄마는 학교로 과외로 소리 없는 행차를 했고 나는 바지 안에 체육복, 내의를 두껍게 껴입고 퍽퍽소리만 요란한 매타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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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70년 후반 오직 내가 포함된 한 가정을 책임져주기에 족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 해 두 아이를 갖고 내 일신상의 평화와 가정의 안락만을 지키며 살 때, 나날이 커가는 아이가 내 기쁨이요, 희망이며, 이 평안함을 깨는 사소한 사건에만 절망감을 느끼며 살아갈 즈음 지구 힌 켠에서는 내 또래의 두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죽음을 앞두고, 생명을 걸고 사회와 국가에 대항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팔라비 왕을 축출키위한 백색혁명이 시작될 1960년대부터 이슬람교의 정통파인 호메이니가 코란에 근거한 체제로 국민들(특히 여성들은 가족법 말살(1967)로 인해 결혼, 이혼이 부모나 남성에 의해 결정되고, 여권의 하락은 가극에서조차 여성은 독창을 부를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의 탄압이 극심해지던 1990년대 말까지, 이란의 두 여성 타라 젠더와 이 책의 저자 베흐야트 모알리의 이야기가 회상하듯 담담하게 그려진 픽션이다.

 

타라 젠더 : 헤사르라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14살이 되기 전 강제로 부유한 노인의 첩으로 들어갔으나 일찍이 과부가 된다. 뛰어난 미모로 인해 이웃 여자들의 질투와 시기를 사게되고, 계약결혼을 종용하는 사회에 맞서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고집하던 중 전처의 3남매를 죽인 혐의로 사형수가 된다. 그 즈음 국선 변호사인 저자를 만나게 되어 더 강한 여권을 인식하고 인정받기도 했으나 결국 사회적 제도에 희생되어 실형을 받게 된다.

 

베흐야트 모알리 : 1949년 이란의 대도시 테헤란의 부유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가정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 성장한다. 팔라비 왕국이 무너지고 호메이니 이슬람 공화국 시절 인권과 여권을 위한 변호활동을 한다. 호메이니 체제를 받아들인 남편과 이혼하고 여권 탄압이 극심한 이란에서 독일로 망명하며 레푸기오(이란의 고문 및 푹력 희생자와 난민을 위한 치료 상담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타라 젠더의 삶이 그토록 고달팠던 것은 그녀의 외모가 빼어났다는 것과 일반 여성과 달리 전통적인 관습을 거부하여 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욕망 때문이었다. 부모나 남편에 속한 개체가 아닌 인식된 존엄성을 무시해 버릴 수 없었던 몸부림이 그녀의 굶주림에서조차 묻어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같을 수 없었던 신분의 베흐야트 모알리는 동시대, 같은 사회를 살면서 결국 같은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며 가정과 국가를 떠나게 된다.

 

까만 챠도르 안에 숨겨진 여자들의 숨 막힌 삶,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여 고뇌할수록 늪에서 허덕이듯 조여오는 생명의 위협과 공포감.

 

어제 TV에서 여자에게 매맞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할 경우 감당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보다 폭력을 택한 남자.

남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있어도-아니 권리가 있다- 여자는 남자의 허락 없이 이혼할 수 없는 이란 여성.

 

걸프전 : 이라크의 이란 침공. 이라크는 이슬람 이념이 국민의 다수인 시아파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은 여론의 관심을 정당 간의 갈등에서 새로운 곳으로 돌려 정치적 규범을 강압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이용된 전쟁. 난 석유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으로만 알고있었다.

 

타라를 사랑했지만 부인 페테마의 첩에 대한 증오와 음모를 무력하게 방관한 아크바르, 첩을 들일 경우 본처의 허락이 필수인 이란 다처제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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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의 펜시 고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허위에 가득 찬 세상에 식상을 한 6피트 2인치의 키에 머리가 허옇게 센 반항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진실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채 공부에 의욕을 잃고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하여(사실은 네 번째 퇴학이 되는 셈)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사흘간 뉴욕 시가를 헤매면서 현실에 절망을 느끼며 현실도피를 꿈꾸던 중 여도생 피비의 순진무구함에 마음이 열려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추위 속에서 헤매다 폐렴에 걸려 요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회상하는 사흘간의 순례를 26장으로 나뉘어 눈에 그려지듯 써 내려갔다.

 

엉뚱하고 말이 없었던 고독한 소년인 저자 셀린저는 열여섯 살 되던 해 맨하튼의 중학교에서 퇴학 당해 펜실베니아 웨인의 발레포지 육군소년학교로 옮겨가게 되고 이것이 펜시 고등학교의 모델이 된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의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홀든은 부딪히는 모든 것 학교장, 기숙사 룸메이트, 역사 선생, 출세한 선배, 데이트 상대자들, 엘리베이터보이, 변태 성욕자- 에 불결함과 분노감을 감추지 못한다. 속물들에게 던지는 주인공의 제멋대로의 언어와 행동은 자칫 빗나간 청소년을 연상케하나 오히려 따뜻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희망하는 쓸쓸한 젊은이의 본성을 드러낸다.

뉴욕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고자 햇던 여동생이 오빠는 모든 것이 다 싫다고 하지만 좋은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 봐.”라는 다그침에 자신의 본질을 추적해본다.

결국 홀든이 헤맨 사흘간은 자신의 심연 세계에 빠지는 고통스런 모험이 된 셈이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길 바란다는 고백이 나온다. 거리에서 만난 어린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을 들으면서 천방지축 뛰어노는 어린이들을 절벽이나 모든 위험에서 지켜주는 단순한 일을 하는 파수꾼을 상상하며, 그런 어른이 되고자 하는 소망은 홀든이 성장하며 그리고 기다리던 갈망이었으리라.

여동생과 어린이를 보면서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지던 천국의 세계, 속물인 어른이 배제된 어린이들만의 호밀밭을 바라고 있다.

저속하고 경박한 속어를 내뱉으며 암울한 생활 속에 사는 주인공에게 오히려 순진무고함과 따스한 휴머니즘이 배어 나온다. 이런 매력이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불리어진 이유일게다.

우리가 보는 젊은이들의 방종하고 무질서한 생활, 부정적인 시각, 혼란을 느끼는 정체성 속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부모에게, 스승에게, 사회로부터 원하고 바라는 쓸쓸하고 외로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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