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
세상이 책을 필요로 하는 만큼 팔리지 않겠나. 독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책을 권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노력해서 더 팔 생각 없다. 읽고 싶으면 읽으시든가. 책사라는 말 안 한다.

책을 권하지 않는 서점인가? :
나서서 권하는 건 낭비라고 본다. 애초에 책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책을 읽히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출판사는 마케팅을 해야 하고, 서점은 뭐 하나 더 끼워줘야 하고. 비용만큼 더 팔아야하니까 악순환은 반복된다. 책만 그런게 아니고 오늘날 대부분 상품이 그렇다.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해가며 필요 이상 구매하길 권한다. 사회적인 낭비라고 본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게 좋은 세상 아닌가. 책이라고 뭐가 다를까.

(퇴근길 책 한 잔 - 김종현 대표 편, 77p.)

서점을 한다는 소식에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
대부분 부럽다고 말한다. 맨날 노는 거로 보이겠지.

부럽다는 말 들으면 뭐라고 대답하나? :
어차피 다 거짓말이다. 대답할 게 뭐 있나. 진짜 부러우면 지가 서점 차리겠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49가 아닌 51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 포기한 49의 아쉬움을 부럽다고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퇴근길 책 한 잔 - 김종현 대표 편, 105p.)

돈 벌려면 서점 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
유독 서점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부각하는 분위기에 오히려 불만이다. 카페를 열면 서점보다 쉬울까. 초기 투자 비용으로 비교하면 열 배가 넘는 위험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다. 월 매출 500~600만 원 나와도 장비 감가상각에 월세까지 빼고 나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곳이 많을 거다. 서점이 망하는 것과 똑같다. 카페도 커피 못 팔면 망한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라며 환경 탓만 해서 나아질 게 없다. 다방이 카페로 변화했듯 서점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 보호의 대상이 되려고만 하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니 무조건 읽으라 설교해도 소용없다. 세상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오히려 서점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돈 벌어야 한다. 돈 때문에 서점 여는 사람 어디 있겠나. 그렇다면 적어도 돈 때문에 문 닫으면 안 되지 않겠나. 생존을 위해서라도 치열하게 벌어야 한다.

(51페이지 - 김종원 대표 편, 163p.)

북카페를 열어 볼 생각은 안 했는지? :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지만 북카페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솔직히 북카페가 싫었다 책처럼 소중한 걸 부수적인 소품으로 다루는 방식은 맞지 않다 여겼다. 책에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데 겨우 장식품으로 쓰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나? :
직접 해보니까 알겠다(웃음). 방식이 어떻든 책을 붙잡고 가려는 노력은 모두 대단한 것 같다.

(인공위성 - 김영필 대표 편, 287p.)

솔직한 말로 낭만에 젖어 있다. 서점을 통해 어떤 일을 할지 보다, 서점 열면 뭐가 좋을지에 치중한다. 그래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어떤 상업 공간이든 마찬가지다.

낭만보다 절실함이 필요하다. 각 서점의 운영자가 본인이 서점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본인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단지 서점이란 업종에만 기대서는 길게 생존하기 어려울 거다.

(인공위성 - 김영필 대표 편, 3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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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년 전 금강산 여행 중 들렀던 온정리(溫井里)는 참 따스하고 아담한 마을로 좋게 기억하고 있던 터에 작가의 원적(아버지의 고향)이며 이 소설의 배경이 신천군에 위치한 이 곳인지라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내 고향을 더듬듯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인 <손님>은 우리 조상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 마마귀신 등을 외부의 손님으로 불렀던 점에서 지어졌고, 글의 짜임새 역시 이 손님을 물리치고자 벌였던 무속신앙의 한판 굿으로 풀어나갔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려는 손님은 이 글을 이끌어가는 막스주의자들과 기독교인들을 우리 역사의 손님으로 표현한 것 같다.

 

결국 숨겨진 주인공 요한이 동생 요셉에 의해 한 도막의 유골로 고향을 손님으로 찾게 됨으로써 우리 모두가 상처와 고통의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손님임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산 자 요셉과 죽은 자 요한, 이찌로, 순남아저씨가 망령으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과거를 회상하면서 50년이 지난 후에야 전쟁의 상혼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황해도의 망자를 저승으로 천도하는 진지노귀굿의 열두 마당에 비유해 써내려간 점이 참 특이하고도 극적이었다.

 

신천의 미군 양민 학살은 외부 세력이기보다는 우리 내부에서 저질러진 막스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아직도 우리네 역사를 구전형식으로 듣고 흘려버렸던 나는 다시금 역사의 한 사건의 시작과 끝을 상세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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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구름과 달팽이와 불도저로 상징되는 power와 한비야의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의 넘치는 에너지를 함께 취하고 싶어 같이 되돌아본다.

 

자비심, 침묵, 미소가 힘의 근원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오직 존재하는 것도 현재 진정으로 살 수 있는 시간, 이 순간을 놓치면 삶과의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된다. 이 찰나에 깨어있는 것.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애정을 갖고 행한다면 행복과 평화로움을 지니게 되며 이보다 더 강한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햇빛이 바람을 이겨내듯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뼛속의 힘까지 꺼내쓰는 열정의 여자 한비야.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고 뻔뻔함도 능력이라는,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여성. 시험이라는 달콤한 괴로움을 즐기는 마녀. 품위와 우아함을 좋아하는 는 취하고 싶지 않은 살아가는 방식이지만 너무 자주 게으름을 여유로 둔갑시키는 내게 따끔한 채찍의 소란스러움이 된다. 내가 배운 그녀의 인생 법칙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오늘을 성실하게, 즐겁게, 고맙게 여기지 못한다면 나의 오롯한 내일도 없다는 것이다.

 

74세의 노스님과 45세의 노처녀가 게으름에 취해 뒹구는 내게 넌지시 건네고 있다.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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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글을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나 그저 차 한잔 나누며 편안하게 풀어나간 어릴 적 회상이라야 옳을 것 같다.

 

굳이 소설이라 한 연유는 아마도 기억이 희미한 부분이나 엮어나감에 있어 상상력이나 재능을 발휘한 이음새가 픽션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읽기 전, ‘고향을 떠나 성인이 된 후 싱아 맛이 그리워 찾아보았으나 이미, 옛것이 된 귀한, 사라진 풀이더라는 내용으로 짐작했으나 진작 작가가 싱아를 먹었다는 대목은 없어 한참 의아했다. 박완서의 싱아는 목마르게 그리고 있는 향수를 대신하는 감정 표현의 한 단어로 이해되었다.

 

40년 전의 유아기의 기억이 얼마나 명확할 수 있을까. 기억이란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이미 걸러지고 정리되어 자기화된 것이 아닐는지.

아무튼 이 글은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로 이어지면서 박완서의 모든 성장기가 세상에 드러내진 셈이다.

 

작가의 소질은 감정처리에 있어 어릴적부터 각별한 모양이다.

등에 업혀 해질녘 붉은 수수밭의 수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슬픔을 느껴 울어 버렸다고 작가는 말했다.

등에 업힌 나이의 슬픔은 어떤 색이었을까?

 

나의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전부는 익산(그때는 이리)의 외갓집에서의 생활이었다. 입시를 앞둔 5,6학년 전까지.

 

할머니의 부채 바람을 맞으며 까끌까끌한 멍석에 누워 하늘을 볼 때, 마루 끝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며 빗속의 저 너머 집들 사이로 가름마 같이 난 길을 볼 때, 흐드러지게 피었던 분꽃 하나를 두 손끝으로 뽑아낼 때의 짧은 희열, 외숙모가 무쳐 주셨던 서걱서걱한 오이 무침, 노란 달걀찜 위 고소함, 깊고 컴컴한 우물 안에서 동동거리며 맴도는 두레박줄로부터 두 손으로 느껴지던 촉감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른채 가슴 속을 차곡차곡 채웠던 가슴앓이들이 나이 들어 드는 생각을 쓰게 하는 것인가.

 

작가는 감정처리의 작업에서, 성숙한 인간은 사고처리의 작업에서 나름대로 고된 훈련이 요구되어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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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사관학교 교관으로 재직 중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2020일을 복역하면서 가족(주로 부모님, 형수, 제수)에게 보낸 지성인의 옥중 서간문.

 

진정한 고뇌와 이웃과의 진지한 삶, 가족을 향한 애틋한 애정을 숨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전달하고 있어 읽는 동안 동기간과 주고받는 편지글 느낌을 받았다.

 

현재 성공회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많은 저서를 남긴 저자로부터 심심치 않게 정신적 자양분을 얻고 있던 차에 노무현 대통령의 내각 개편시 교육부 장관의 후보에 올라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그의 이력란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신문 기사에는 호감을 넘어 그의 팬으로써 그가 쓴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방대한 독서량, 무한한 지식, 따뜻한 가슴의 젊은이가 옥중에서 세월을 보내며 좌절과 절망감보다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관리하는 아름다움이 무척 감동을 주었다.

 

가족들의 묵묵한 뒷바라지와 조카들이 태어나 커가는 과정까지 샅샅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저자가 보여준 가족 간의 애정이 가슴 뭉클하게 깔려있다.

젊고 똑똑했던 혈기왕성한 아들이 초로의 노신사가 되어 출소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의 심정을 감히 헤아려, 편지에 담아내고 있다.

 

근래에 옥중 서간을 두 편을 읽은 셈이다. 자연을 아름답고 친밀하게 느끼게 해준 <야생초 편지>, 나를 가슴 깊이 잠수케 할 정도의 사색력을 키워주고 현실을 고맙고 소중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훈을 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떄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 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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