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1960년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40년이 지나 소설로 출간한 작품이다.

 

사랑의 용어, 말투, 극 중의 배경 등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마치 유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글을 새삼 발표한 이유가 무얼까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수영의 동생 수미는 허세준을 사랑하고, 허세준은 문하란을, 문하란은 안수영을, 안수영은 형숙을 사랑하는 이중 삼중의 삼각관계가 맺어져 있으나 어느 커플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느 인생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착하고 반듯한 여인인 하란은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다 외국으로 떠난 허세준을 가슴에 품고, 가정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안수영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다.

뭇 남성들을 폐인으로 만들고야 마는 요부의 근성을 지닌 형숙은 자신을 소유하려던 남성의 질투의 총탄을 자신을 사랑하는 수영을 대신해 맞고 죽는다.

 

자신에 대해 솔직할 용기도, 새로운 삶으로의 일탈도 꿈꾸지 못하는 성녀 하란은 진정 정숙함을 지닌 성녀였을까.

마녀의 피를 타고난 여자라는 이유로 수영과 헤어진 형숙이 자유롭고 파격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진정한 성녀의 길이 아니었을까.

 

30대 후반의 젊었던 작가가 여러 젊은이들의 특성을 풀어내가며 운명의 변전을 다룬 고전을 읽어보았다.

시간의 막간을 때우기 위한 담배나 술잔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묘사법은 대가 박경리도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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