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970년 후반 오직 내가 포함된 한 가정을 책임져주기에 족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 해 두 아이를 갖고 내 일신상의 평화와 가정의 안락만을 지키며 살 때, 나날이 커가는 아이가 내 기쁨이요, 희망이며, 이 평안함을 깨는 사소한 사건에만 절망감을 느끼며 살아갈 즈음 지구 힌 켠에서는 내 또래의 두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죽음을 앞두고, 생명을 걸고 사회와 국가에 대항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팔라비 왕을 축출키위한 백색혁명이 시작될 1960년대부터 이슬람교의 정통파인 호메이니가 코란에 근거한 체제로 국민들(특히 여성들은 가족법 말살(1967)로 인해 결혼, 이혼이 부모나 남성에 의해 결정되고, 여권의 하락은 가극에서조차 여성은 독창을 부를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의 탄압이 극심해지던 1990년대 말까지, 이란의 두 여성 타라 젠더와 이 책의 저자 베흐야트 모알리의 이야기가 회상하듯 담담하게 그려진 픽션이다.

 

타라 젠더 : 헤사르라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14살이 되기 전 강제로 부유한 노인의 첩으로 들어갔으나 일찍이 과부가 된다. 뛰어난 미모로 인해 이웃 여자들의 질투와 시기를 사게되고, 계약결혼을 종용하는 사회에 맞서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고집하던 중 전처의 3남매를 죽인 혐의로 사형수가 된다. 그 즈음 국선 변호사인 저자를 만나게 되어 더 강한 여권을 인식하고 인정받기도 했으나 결국 사회적 제도에 희생되어 실형을 받게 된다.

 

베흐야트 모알리 : 1949년 이란의 대도시 테헤란의 부유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가정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 성장한다. 팔라비 왕국이 무너지고 호메이니 이슬람 공화국 시절 인권과 여권을 위한 변호활동을 한다. 호메이니 체제를 받아들인 남편과 이혼하고 여권 탄압이 극심한 이란에서 독일로 망명하며 레푸기오(이란의 고문 및 푹력 희생자와 난민을 위한 치료 상담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타라 젠더의 삶이 그토록 고달팠던 것은 그녀의 외모가 빼어났다는 것과 일반 여성과 달리 전통적인 관습을 거부하여 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욕망 때문이었다. 부모나 남편에 속한 개체가 아닌 인식된 존엄성을 무시해 버릴 수 없었던 몸부림이 그녀의 굶주림에서조차 묻어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같을 수 없었던 신분의 베흐야트 모알리는 동시대, 같은 사회를 살면서 결국 같은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며 가정과 국가를 떠나게 된다.

 

까만 챠도르 안에 숨겨진 여자들의 숨 막힌 삶,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여 고뇌할수록 늪에서 허덕이듯 조여오는 생명의 위협과 공포감.

 

어제 TV에서 여자에게 매맞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할 경우 감당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보다 폭력을 택한 남자.

남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있어도-아니 권리가 있다- 여자는 남자의 허락 없이 이혼할 수 없는 이란 여성.

 

걸프전 : 이라크의 이란 침공. 이라크는 이슬람 이념이 국민의 다수인 시아파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은 여론의 관심을 정당 간의 갈등에서 새로운 곳으로 돌려 정치적 규범을 강압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이용된 전쟁. 난 석유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으로만 알고있었다.

 

타라를 사랑했지만 부인 페테마의 첩에 대한 증오와 음모를 무력하게 방관한 아크바르, 첩을 들일 경우 본처의 허락이 필수인 이란 다처제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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