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후 남편과 함께 떠나려 했던 은혼식 해외 기념 여행의 꿈을 조용히 접었다.

 

우리 산, 우리 강을 쓰다듬으며 우리 음식을 맛나게 먹고 우리 말로 담소를 나누고픈 잔잔한 기쁨을 맛봄이 더 의미가 크지 않을까.

 

김병종 화가에 의해 묻혀져 있던 예인, 광대들의 예술이 세상에 드러나고 그들의 발길이 머물던, 그들의 광기에 불을 붙였던 산천이 다시 살아나 그들의 혼이 담기는 것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마음과 눈이 머무는 그곳의 정감 어린 글들과 가볍고 상쾌한 터치의 스케치가 나도 떠나고 싶다는 흥분을 일게 한다.

 

너무나 순수하고 단순해서 마냥 넘치는 광기를 주체할 수 없어 이 어지러운 세상을 끝까지 더불어 살아낼 수 없었던 그들.

 

묘비 없이 스러져간 그들의 영혼이 떠돈 그 곳을, 단아 김병종이 찾아가 잠시나마 머물며 어루만져주어 그들은 위안받고 평안한 안식처를 마련할 수 있었을까.

 

50세의 작가는 이 작업(2권의 책에 40명의 예술가와 그들을 키워온 50여 곳의 우리 당을 소개했다.)으로 사랑스런 조국과 멋들어진 조상들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가는 이들.

 

이난영의 목포는 울지 않는다.

이효석 - 봉평에는 하마 메밀꽃이 피었을까

김명순 - 서울의 허공에 펄럭이는 찢겨진 시

김동리 - 저문 하동 화개장터에 역마는 매여있고

전혜린 - 서울, 뮌헨

우수와 광기로 지핀 생의 불꽃

박인환 서울, 사랑은 목마를 타고 하늘을 떠나는가.

천상병 인사동, 귀천이 노래 부르며 떠나간 새

한용운 백담사에서 심우장(성북동)까지, 만해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허날설헌 강릉, 내 시린 가슴 의 못을 빼주오.

이월화 서울, 사랑아, 영화야 나는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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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미국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조작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13년의 옥고를 치르던 중 야생초를 키우며 관찰한 내용을 편지로 남긴 글이다.

 

내 주위의 모든 생태계(모기, 파리들로부터 인간에게 뽑혀 나가는 잡초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내 몸의 일부라는 인식을 깨우치게 되었다.

 

겨울의 한 가운데서 외부의 소음과 찬란한 햇빛과도 단절한 채 호젓한 조용함을 즐기는 데는 뜨거운 커피와 내 베란다를 가득 채운 짙푸른 화초의 공을 제외 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젠 창문을 열고 주차장 한 권의 작은 땅을 내다보며 꿈을 키운다.

감나무, 대추나무, 이름 모를 나무의 그늘로 햇볕 한점 온전히 받을 수 없는 땅이지만 야생초로, 또 이름 모를 잡초로 가득 채울 푸르름을 그린다.

달싹달싹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여린 새싹이 너무나 보고 싶다.

 

내 소망이 이루어져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고 나이 들어 땅에 흠뻑 재미 붙여 산다면. 그리고 뭔가 자연과 인간의 친밀한 이치에 몰두하게 된다면 이 저자의 영향을 받았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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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해 봄, 내 조각조각 땅에는 많은 것들을 심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백일홍, 채송화, 분꽃, 미니토마토, 난타나(수입야생화), 개부랄꽃, 황국, 패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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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이 책을 읽고 애정과 호감을 느꼈던 주인공 마리아네를 결국 나이 50에 이르러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젊을 때의 마리안네는 좋은 시아버지, 이해심과 경제력의 후원자인 남편, 사랑스런 아들을 둔 28세의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가출을 시도한 용기있는 동료로써 읽혀졌을까.

 

그렇다면 인생을 조금 더 살게 된 지금의 마리안네는 부유하고 평화롭게 보여지는 삶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간직한 채 우아하게 살아내야하는 생활 속에 갇힌 여인에게 r는 동정심으로 다가온 것 같다.

 

과연 기력이 쇠약해지고 세상의 이치가 조금은 정리가 되는 나이에도 나름대로 그녀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른지.

 

고도로 발전해가는 산업사회에 잘 적응해가는 유능한 시부모와 남편에 대한 저항으로 경제적 관념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심이 전혀 없는 순수한 어린이 같은 마음을 지닌 작가 베르트르에게 향한 애정을 차분한 감정과 섬세함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귀가 후 결국 두 번째 가출을 시도하면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죽음을 향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순간을 맛보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베르트르와 마리안네.

 

메카니즘에 길들여진 남편 막스의 발 빠르고 완벽한 처신으로 완벽한 비밀에 덮힌 완벽한 사랑.

 

우리는 허공에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베르트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내 무릎을 꽉 잡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엔가로 날려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고통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 블랑크. 어서 통신사로 가보도록 하게. 뉴스를 주도록 하게. 신문보다 먼저 선수를 쳐야 하니까.‘갑작스런 사고로’, 아냐, 그건 안돼. 공식 발표처럼 되야 하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게. ‘비극적인 사고로 저명한 ...씨의 부인이...’ 그런 식으로. 다음은 알겠지? 다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돼. , 갑시다. 여러분

 

 사고 현장으로 아주 근엄하게 달려가는 남편 막스에게 두 연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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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위젤의 2권의 단편 분량의 회고록이다.

작가는 헝가리 출신으로 15세에 온 가족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가족의 죽음과 나치의 엄청난 죄를 경험하며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인간 이하의 취급 속에서 하느님에게 희마을 걸고 죽어가는 이들과, 영혼이 흙탕물 속에 담구어져가는 과정을 보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이들로부터 시선을 거둔 하느님에 대한 흔들림과 거부의 갈등이 잔잔하게 쓰여진 흑야(Night).

 

속편인 새벽은 주인공이 프랑스로 보내져 철학 공부를 하던 중 유대인 독립 국가를 창설하는 민족운동에 가담해 인질로 잡은 독일 장교를 죽여야되는 임무 중 느끼는 인간의 존엄과 현실의 갈등 사이에서의 고뇌가 상세히 그려져 있다.

 

민족의 한을 자신이 증오하던 폭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신앙인으로서의 상실감이 의식의 흐름과 함께 부서져 가는 꿈으로 다가온다.

 

 자유인으로 우리가 취한 첫 행동은 음식물에 달려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먹을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복수도 가족도 생각 밖이었다. 빵 이외에는 안중에 없었다. (Night 중)

 

 

살인을 눈앞에 둔 그 시간이 내겐 일평생보다 더 길었다.” 새벽의 저자, 노벨평화상이 주어졌던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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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중년의 나이에 시도해 보는 산행에 사춘기의 딸이 동행을 하면서 재발견한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관계를 잔잔하게 풀어가는 회상록이다.

 고도 4200m의 그랜드 티턴과 세계 7대 정상의 아콩가를 우여곡절 끝에 정복하는 동안의 시시각각의 모험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겪는 체험, 또 자연과 인간이 가깝게 접근해 가면서의 묘미가 나이가 들어가는 아버지와 어른이 되어가는 딸의 삶에 아름답게 녹아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품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딸을 보면서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해하며 귀여웠던 추억들을 돌이켜보는 애잔함과 애틋해하는 과정을 읽어가며 중년이라는 불확실한 높이에서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케 한다.

 저자는 그 산에서 영원을 먹고사는 정신의 상징을 보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건 백설의 대우주 속에서는 두 점에 불과한 부녀의 마주친 눈빛?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체온? 되돌이킬 수 없는 먼 옛날의 가족 간의 추억? 정상에서 자연과 화해하고 하나가 됨을 느꼈을 때의 짜릿함? 무엇을 본 것일까...

 

 운이 좋은 남자는 첫아이를 딸을 얻는다.(스페인 속담인데 이글을 내게 깨우치려고 은정이가 이 책을 선물했나?)

 이 외로운 산들로부터 무엇을 드러낼 수 있을까?(에밀리 브론테)

 

 내가 산을 바라보자 산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산이었다.

 힘든 무브를 하기 직전 앞을 바라보다가 이해를 하게 되는 그 절묘한 순간, 그 순간에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적절한 답이 있을까?

 환희는 탐험하는 몸의 노력과 그 뒤에 이어지는 더 힘겨운 노력 사이의 짧은 휴식 시간에 오는 것 같다.

 저자는 하산 중에 말한다. “우리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절대로 희미해지지 않을 기억을 가져왔고 우리 영혼의 한계를 넘는 생각을 두고 왔다.”라고.

 

 모험은 그냥 모험이 아닌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심오하게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특히 부모로서의 모험보다 더 미묘하고 더 심오한 것은 없음을 저자 노먼은 딸을 보면서 가슴 깊이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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