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후 남편과 함께 떠나려 했던 은혼식 해외 기념 여행의 꿈을 조용히 접었다.
우리 산, 우리 강을 쓰다듬으며 우리 음식을 맛나게 먹고 우리 말로 담소를 나누고픈 잔잔한 기쁨을 맛봄이 더 의미가 크지 않을까.
김병종 화가에 의해 묻혀져 있던 예인, 광대들의 예술이 세상에 드러나고 그들의 발길이 머물던, 그들의 광기에 불을 붙였던 산천이 다시 살아나 그들의 혼이 담기는 것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마음과 눈이 머무는 그곳의 정감 어린 글들과 가볍고 상쾌한 터치의 스케치가 ‘나도 떠나고 싶다’는 흥분을 일게 한다.
너무나 순수하고 단순해서 마냥 넘치는 광기를 주체할 수 없어 이 어지러운 세상을 끝까지 더불어 살아낼 수 없었던 그들.
묘비 없이 스러져간 그들의 영혼이 떠돈 그 곳을, 단아 김병종이 찾아가 잠시나마 머물며 어루만져주어 그들은 위안받고 평안한 안식처를 마련할 수 있었을까.
50세의 작가는 이 작업(2권의 책에 40명의 예술가와 그들을 키워온 50여 곳의 우리 당을 소개했다.)으로 사랑스런 조국과 멋들어진 조상들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리라.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가는 이들.
이난영의 목포는 울지 않는다.
이효석 - 봉평에는 하마 메밀꽃이 피었을까
김명순 - 서울의 허공에 펄럭이는 찢겨진 시
김동리 - 저문 하동 화개장터에 ‘역마’는 매여있고
전혜린 - 서울, 뮌헨
우수와 광기로 지핀 생의 불꽃
박인환 – 서울, 사랑은 목마를 타고 하늘을 떠나는가.
천상병 – 인사동, 귀천이 노래 부르며 떠나간 새
한용운 – 백담사에서 심우장(성북동)까지, 만해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허날설헌 – 강릉, 내 시린 가슴 恨의 못을 빼주오.
이월화 – 서울, 사랑아, 영화야 나는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