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당에 깃드는 꿈
(황인숙)


눈이 온다
먼 북국 하늘로부터
잠든 마당을 다독이면서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갸우뚱거리던 눈송이가
살풋이 내려앉는다
살풋살풋 둥그렇게
마당이 부푼다
둥그렇게, 둥그렇게

눈은 마당에 깃드는 꿈
마당은 커다란 새가 됐다
그리고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작은 새가 내려앉는다
저 죽지에
뺨을 대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잠을 깨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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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12-0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났다. 검둥개님~~~

저는 단풍나무 꼭대기에 앉았던,
앉았다 날아간 새의 자리,
그 구멍난 허공이 보고 싶은데
어떻게 보지요. 새는 없는데...

검둥개 2005-12-02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 와락, 부비부비.
근데 왤케 어려운 거만 물어보시는 거야요. 히잉 *^_________^;;;

플레져 2005-12-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인숙의 시, 마지막 행은 늘... 가슴을 찌리리 하게 만들어요.

검둥개 2005-12-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솔직히 마지막 행에서 약간 고민했어요.
뭔 뜻인지 잘 모르겠어서 ^^;;; 어쨌든 시가 좋기만은 무척 좋아요
시는 넘 어려워요. =3=3=3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명상요가회>라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학생회관에 가보니 꼭 지하 하숙방 같은 분위기의 방에 도인이 반 넘어 된 것 같은 늙은이들이 모여 앉아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여하간 인문대 자연대 공대 사회대 미대 음대 의대 약대 교대 등등등 전 단대를 통털어 그 해 신입생 중에 그 동아리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기에, 선배들은 나를 어여삐 맞아주었다. 그런 인기를 누려보기란 난생 처음이었다. <바가바드 기타>를 읽었다고 자기소개를 했더니 모두들 기절하도록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물론 읽고나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짤라먹고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며칠 후 첫 수련이 있었는데 그 수련은 학교 뒷산에 세워진 왠 가건물에서 시작되었다. 아직 초봄이라 대여섯시가 되자 금새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알게 된지 기껏해야 겨우 며칠 된 사람들과 모르는 곳을 가노라니 무섬증이 확 돋았다. 물론 겉으로는 멀쩡한 척 했지만. 그 가건물은 시멘트에 회색 싸구려 벽돌 (구멍이 두 개씩 뚤린) 으로 지어져 있었는데, 동아리 선배 몇이 갓 제대하고 복학하여 제대로 된 수련장을 세운다고 군대에서 배운 기술로 그야말로 맨손으로 지어올린 것이라고 했다. 학교 본부로서는 실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달만에 뒷산 공터에 (학교 소유인) 엉뚱한 가건물이 확 솟았으니.

그 때만 해도 요즘처럼 "요가=웰빙=미용 겸 다요트 겸 운동", 이런 공식이 없었다. 요가 매트 같은 건 따로 존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화투치는 담요면 대충 장땡이었다, 그러니 동아리방 분위기는 거의 여관방 분위기...) 요가 같은 소리만 하면 도, 철학관, 뭐 이런 연상과 함께 바로 이단으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싫증을 잘 내는 개뿔같은 성격 탓에 나는 그 동아리에 몇 달 머물지 않았다. 그 날 첫 수련을 마치고 컴컴한 산을 내려오는데 선배들이 여기가 후문이라며 후문으로 집에 간다고들 다들 몰려갔다. 그 때까지 학교에 후문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을 뿐더러 후문에서 정문 쪽으로는 어떻게 가는 지에 대해서도 전혀 감이 없었던 터라 울며 겨자먹기로 나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면서 덩달아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그 버스의 종착지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전철역이었다.

그 이후로는 학교에 갈 때마다 후문을 이용했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뿌듯한 마음에 통학에 더 불편한데도 굳이 정문을 고집한다는 이도 있었지만, (별 희한한, 매일 입시날 기분 내고 싶은 건가) 나는 후문을 발견한 이후로는 죽으나 사나 후문파였다. 정문이 있는 판판 대로는 파리 개선문 못지 않게 훤하건만 버스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갈 때면 언제나 나는 뭔가에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데모한답시고 깃발 숨겨들고 여의도로 명동으로 가던 떼지어 버스 타고 가던 때는 빼고)  후문으로부터 난 정겨운 좁은 길가엔 봄이면 새 싹이 돋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했으며 가을엔 은행이 노오란 노래를 불렀다.

그 후문가 아래에서 한 번은 과 선배 갑과 대판 싸움을 벌였다. 마침 그 동네로 거처를 옮기던 모 선배의 이사를 돕는다고 단체로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사 끝나고 그 선배가 한 판 쏜다니까 갑이 글쎄 보신탕집으로 장소를 정하는 게 아닌가. 난 개고기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이건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부르짖었으나 갑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부르르 집으로 왔는데 (가는 길에 떡볶이와 튀김만두를 싸들고) 나중에 어케 화해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화해는 하지 않고 대충 술 먹다가 잊었겠지.

인간을 정문형과 후문형으로 나눈다면, 난 후문형이다.

생각해보면 (이건 맥락에 없는 엉뚱한 이야기지만) 개고기를 먹자고 고집한 그 선배도 정문형은 아니었던 듯 한데 왜 그 때는 그렇게 치구박구 싸웠었는지.

그 선배는 아마 정문형도 아니고, 후문형도 아니고, 개구멍형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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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0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 님의 저 침침한 인간 구분법 좀 보래요~~ 저도 당연히 후문형. 때로는 비상구 형.

paviana 2005-12-0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버스가 학교정문을 통과해서 학교안까지 다닌다는 말씀인가요? (쓸데없는 것을 궁금해함 -_-) 저는 정문이건 후문이건 조금 걷는데가 장땡인 족속입니다. 개구멍형일지도 ^^

검둥개 2005-12-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의 침침한을 처참한으로 읽고 쫄았었다는... ㅎㅎㅎ
어머 반가워요, 후문에선 당연히 간장과 함께 학상들을 기다리는 오뎅과 핫도그!!!

검둥개 2005-12-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ㅎㅎㅎ 딱 문까정만 다녔어요. ^^
후문에서 과까지가 물론 훨씬 쪼금 걸었구요. 가깝기만 하다면야 개구멍이 문제겠어요? 단 몸통이 통과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ㅎㅎㅎ

깍두기 2005-12-0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담형은 없나요?=3=3=3

2005-12-01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12-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깍두기님은 월담형이신가봐요 ^ .^
뭐 하시느라고 월담을?? =3=3=3

속삭님 *두에서 하숙하셨음 정문이 맞죠 ^ .^ 후문으로 가려면 에둘러 가는 거니까.
그래서 술두 맨날 그 동네에서만 펐잖어유. 그치만 전 전철 타구 집에 가니까 후문이 더 편리했어요. ;)

산사춘 2005-12-02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작시런 정문은 정이 안가요. 후문이 훨 후덕혀요.
월담형, ㅋㅋㅋ

검둥개 2005-12-02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전적으루다가 그렇게 생각혀요. 산사춘님 ^ .^
후문 만쉐이~~~

엔리꼬 2005-12-0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십여년 전에 '기부금주고 입학하면 당당하게 정문으로 못다니고 후문으로 또는 담넘어 다닌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누구는 잔디를 깔았다더라, 누구는 나무를 심었다더라.. 이러쿵 저러쿵.. 물론 다 뻥이겠지만서도요..

검둥개 2005-12-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그래서 후문으로 댕긴 건 아니어요. 서림님 무슨 그런 모함을! ^ .^
후문에 은행나무 전부 제가 심구 들어갔다구는 절대루 말 못해요 =3=3=3
 

*
이럴 줄 몰랐는데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집에 오니까 왠 생뚱맞은 병원 고지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정기진료 한 번 받았는데 사백오십불 보험회사에서 육십불 낸다고 나보구 삼백구십불 내랜다. 지금 장난하나? 매달 팔십불씩 내는 의료보험료는 뭐에 쓰냐? 정기검진이라구 의사랑 한 방에 십 분 앉아 있던 거 말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이냐. 그렇지 않아두 이빨 때문에 머리 아픈데, 이건 또 뭐하자는 수작이란 말이냐, 썩을...  10월 중순에 받은 정기검진에 청구서는 왜 11월 말에 날라오고, 12월 9일까지 무조건 돈 내라는 건 또 누가 정한 법이냐고, 엉???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건 억울하지 않다. 못 벌면 가난하게 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분명히 보험 설명서를 읽구 정기검진 일년 일회는 15불만 내면 보험 안에 커버된다는 말에 병원 갔는데 이제 와서 이런 딴 소릴 하면, '나'라는 인간의 가치가 더럽도록 하잘것 없게 느껴진다. 내 딴엔 나 잘난 인간이지만 드러븐 보험회사랑 싸워서 이길 자신 따위는 애초에 없다. 잠자는 시간 뺀 인생의 삼분의 이를 내다팔며 살았는데도 한 번 병원 가는 일이 연옥가는 일보다 더 무서우면 그 인간의 가치는 거지 발싸개만도 못한 것이다. 제 밑도 못 가리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서 자괴감에 xx 울 뻔했다.

* *
개들이 꼬리치는 건 사람이 웃음짓는 것과 같다고 한다. 개들은 아무리 기쁘고 신나는 일이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개들은 그런 의미에서 부처다.

* * *
뒤집힌 속을 달랜다고, 참이슬을 한 팩 따고 새우깡 봉지를 열구, <취화선>을 봤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늙어서 흰 머리 난 오원 장승업이 자기 가마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가 그 불가마로 기어들어가는 마지막 씬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그리스의 옛철학자 엠페도클레스를 떠올렸다. 화산을 몸을 날려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참말로 영웅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엠페도클레스는 칸트의 숭고미의 전신이랄까 화신이랄까. 하지만 진정한 인간은 불가마에 두 팔꿈치 두 무릎을 대고 기어들어가 죽는 인간이다. 인간 하나가 타죽어도 가마는 끄떡도 안 한다. 불은, "누가 왔다 갔냐?" 한다.

 

(아무리 찾아도 불가마에 장승업이가 기어들어가는 장면 사진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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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페도클레스를 떠올리셨다니 대단하십니다...참이슬의 님의 화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근데 거기서도 참이슬을 마실 수 있다니...

검둥개 2005-12-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실 수 없어요. 항공우편 아니면. ^^
혹 이 동네 오실 거면 한 박스 싸들고 오셔야 함다. ;)

가시장미 2005-12-0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이슬을 한 팩 따고 새우깡 봉지를 열구, -> 정말 저도 참이슬을 드신다는 말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참이슬이 양주죠? ^-^ 에휴 요즘 나쁜 일만 생기시는 것 같네요. 치통도 있으실텐데............. 흠

검둥개 2005-12-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 참이슬이 양주!
원래 불운은 떼로 온다잖어요. ㅠ.ㅠ;;;

로드무비 2005-12-0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그거 내란다고 내야 하나요?
방법을 강구해 보세요.
마침 검둥개님 옆에 참이슬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검둥개 2005-12-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시는 이 로드무비님의 신선한 안목! ^^ 안 내면 우짜나요??? 일단 병원하고 보험회사에 전화는 한 번 해보겠지만, ㅠ.ㅠ 자신이 없습니다요. 흑.

paviana 2005-12-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그 문구가 적혀있는 문서를 들이대면서 그럼 이건 모냐 니들 나를 놀리는거냐 (물론 전 영어가 안되니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모르삼) 라고 따지셔야 되요.암요..돈이 얼마인데, 그걸 생으로 낼수는 없자나요..

검둥개 2005-12-0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글케 하는 거예요? ;)
해보겠슴다. 잘 될까나여. 이 넘의 보험회사! 부르르.
 

이런 걸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나.

새벽 네 시, 잠을 깼다. 왼쪽 어금니가 기절하게 욱신욱신 쑤셨다. 십 분간의 사투 끝에, 진통제를 먹고 치과 자동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기고 신음을 시작했다. 2주 밖에 나의 근무기간이 안 남았기 때문에 보험도 자동 만료된다는 거다. 보험이 없으면, 거의 죽기 전에는 병원에 못 간다. 하물며 치과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사표를 낸 바로 그 다음날 이빨이 쑤시기 시작할 게 뭐람! 최소한 2주 안에 치료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나는 쓰린 속을 달래며 간신히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9시. 부랴부랴 보스한테 늦는다고 전화하고. 치과의사가 곧 전화해서 10시로 검진시간을 잡아주었다. 의사는 이빨을 금속막대로 쑤시고 폭폭 찌르고 어느 이빨이 정확히 아프냐고 묻는다. 불행히도 그냥 어금니 있는 곳이 얼얼하게 다 아프고, 진통제를 먹고 잔 덕에 통증은 새벽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뭉근하고 얼얼한 것은 여전했다.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의사 말이 옛날에 씌운 것이 접착제가 약간 떨어진 걸 제외하곤 멀쩡해보이니 통증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는 도저히 어떤 이빨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이 주쯤 기다렸다가 다시 와보란다. 아이고.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이 주 후! 이 주 후면 정확히 내 보험은 만료다.

이 주가 되기 전에 심각한 통증이 되돌아오길 빌어야 하나?

아침을 안 먹어서 속은 쓰린데 식욕은 안 나고. 그래두 한 시인데 점심은 먹어야겠지. 내가 식욕이 없는 걸 보니 사태가 심각한 건가. 하여간 내가 몬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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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2-01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증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는 도저히 어떤 이빨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 컥. 어떤 이빨인지를 알기 위해 통증이 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구요? ㅠ_ㅠ 아흑. 언니. 치통이 정말 못견디는 고통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진통제 늘. 준비해 두셔야겠어요. 그래도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시구요. ^-^;

panda78 2005-12-01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 다른 곳에 가 보시는 건 어떨지? 외국에서 보험없이 치과에 간다는 건 정말 가정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던데...
심각한 통증이 하루 이틀 안에 되돌아오길 바래야겠군요. 헐.. ;;;; 이런 일이..

검둥개 2005-12-0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통제 통을 아예 소지하고 다닌다는 ^^;;;

판다님, 지금 가는 곳이 젤루 싼 곳인디요 ㅎㅎㅎ. 글씨 말임다. 헐... ^^;;;

진주 2005-12-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어쩌나요...무사히 치료가 되길 바래요.무사히..

로드무비 2005-12-0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씻은 듯이 통증도 사라지고 검둥개님 이가 전부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아이고 그놈의 치과 진료비라니!

paviana 2005-12-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치과다니고 있다는거 아닙니까 ㅠㅠㅠ 전 아파서 무서운게 아니라 청구서가 무서워요.

검둥개 2005-12-0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냥 우연한 치통이었구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기적이 필요해요.

로드무비님 그 넘의 진료비, 맞습니다!!!
의료보험은 죽어두 국유여야 한다고 전 굳게 믿어요. ;)

파비아나님 저두 그래요. 두 배루 아파두 그래서 청구서가 반으로 얇아지기만 한다면야 이빨을 꽉 물구 참을 수 있어요. ^ .^

검둥개 2005-12-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 사년째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젠 미몽에서 깨어나야 할 땝니다. ㅠ.ㅠ;;;

paviana 2005-12-0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저도 좀 아파도 좋으니 싸게만 해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마구마구 하고 있답니다.ㅠㅠ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다녔으면 충치치료 받을 부위가 좀더 줄었을텐데요..제가 미련곰땡이 같아요..ㅠㅠ

검둥개 2005-12-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이라두 치료하구 있으시니 용감하신 거예요!!! ^^
전 치과의사들한테 상받아야 되요. 얼마나 많은 돈을 갖다 바치는지.
글쎄 단 것도 별루 먹지두 않고 이빨도 열심히 닦는데 말예요.
 

사표 냈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사표를 쓴 것이 이게 세 번째. 첫번째는 보습학원 영어강사를 했을 때였다. 그만 둔다고 할 때 원장은 버럭버럭 화를 냈으며, 내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종적을 감추었다. 마지막 달 월급 봉투는 그래서 받지 못했다. 그 이후 한 동안 논술 채점에 투신했었다.  두번째는 소규모 잡지사에서 일할 때였다. 한 달 반을 일했는데 월급 봉투를 받아보니 약수가 계약과 틀린 게 아닌가! 사장에게 따지러 갔더니 딴 소리를 했다.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지키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다음 날 퇴근 후 (=한밤중) 동료 하나와 술을 코 삐뚤어지게 마시고 회사와는 빠이빠이했다. 그러니까 무단결근으로 사표를 대신한 셈이다.  요번엔 그 정도로 드라마틱하진 않구, 일월에 학교를 가게 됐기 때문에 (직업교육) 그냥 그만 둔다구 보스한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빚을 냈다. -- .--;; 

이건 다 순전히 <고양이를 부탁해> 때문이다. 뒤늦게 본 이 영화에서 난 다섯 명의 여자애들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 아이 (이름이 뭐였더라?) ---지붕이 무너져서 조부모를 잃고 엉뚱하게 소년원에 가게 되는 그 아이--- 에게 엄청 공감했다. (왜냐고는 묻지 마시라.) 그러나 가슴이 찢어졌던 건 이요원이 존경하는 회사 상관에게서 "저부가가치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였다.

상관:     다른 여직원들은 다 저녁에 야간 대학 다니는데 **씨는 대학 안 가나?
이요원: 전 일하면서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관님은 제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게 해주시기 때문에 좋아요. 
            
(이렇게 또랑또랑한!!!)
상관:     그래? 그래도 평생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 수는 없잖아?
            (쿠궁!!!)

저부가가치 인간. 그게 나였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와서 발견한 나의 존재 가치는 "저부가가치 인간."

대학 때 <무기질 인간>이라는 소설에 열광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첫째는 소설에서 큰 인상을 못 받았었기 때문이고, (작가는 김원일이던가 그 동생이던가, 아니면 김원일이 형이던가? 검색하니까 안 나온다. 왜 안 나오지?) 두번째는 그 말이 란닝구에 반바지 입은 깡마른 체구의 삽십대 남자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지붕이 무너지기 전에 탈출할 수 있을까? 중부가가치 인간이라도 되는 길은 쉽지 않구나.
그만두기 전까지 두 주 더 일한다. 한 번 더 이주급 봉투 받을 일이 남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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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1-3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같은 분을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남겨두는 이 사회가 저부가가치 사회인 거여요!
뭘 하든 행복하시길^^

날개 2005-11-3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잘 하실거라 믿어요..!^^

히나 2005-11-3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저부가 가치 일 밖에 할 수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적자생존 사회가 너무 무서워요. 미래 세계에는 고부가 가치 인간만이 살아남아 로보트가 우리가 해오던 저부가 가치 일을 도맡아 하게 되겠죠. 그러면 우리 저부가 가치 인간은 어떻게 하죠?

영화 '카타카'의 세계처럼 임신과정에서부터 미리 원하는 타입의 '고효율 인간'을 만들어 '저효율'의 싹을 잘라내면 해결될까요? 그래도 인간이란 게 실수가 있어 에단 호크라는 저부가 가치 인간이 태어났는데.. 그의 삶이, 그의 꿈이 저부가 가치였던 건 아니잖아요..

전 검둥개님이 저부가 가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부가 가치 인간이 경멸받아 마땅한 단어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저 또한 남들이 보기엔 저부가 가치 인간에 가까운데 높은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내 존재 가치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사실이 슬플 뿐이죠..

괜히 저 혼자 씩씩거린 것 같아 죄송해요. 검둥개님, 사표 낸 거 축하드리구요 다시 공부하신다니 너무 부러워요..

paviana 2005-11-3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저부가가치 사회가 물건너있는 곳이라는게 다행이라고 해야되나요?
어쨌든 나쁜 사회에요.정말로..
전 좀전에 뉴욕사는 친구에게서 놀러오라는 저나를 받았어요.뉴욕을 12월 30일에 와서 1월 3일까지 자기랑 놀자는..내가 이나이에 뉴욕으로 극기훈련갈일 있냐 했고 나 비자도 없고 여권도 기간만료됬어 라고 했더니 그런건 여행사에 맡기면 다 돼..일단 일은 저지르고 보는거야.설마 회사에서 짤리기야 하겠어.내가 그때나 좀 한가하니까 플랜짜서 낼 통화하자 라고 하더군요..얼마전에 굉장히 우울해서 친구에게 투정메일을 보냈더니 그런식으로 저나를 주더군요..과연 제가 뉴욕에 갈 수 있을까요? 만약 가면 보스턴도 놀러갈텐데..ㅎㅎ 버뜻 전 갈수가 없어요.ㅠㅠ 정말 간다고 하면 책상 빼라고 할거거든요..ㅠㅠ 어쨌든 그렇게 위로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맘이 한결 좋았답니다.
그 회사 아니더라도 더 좋은 곳이 나올거에요..그 저부가가치 사회같으니라고 흥 !!
기운내세요.!!

blowup 2005-11-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축하하는 게 맞죠? 파비아나 님이 보내주신, 이슬 같고 눈물 같은 술 한잔 드시면서 노래 부르고 놀아야죠.
무기질 인간은 김원일 동생 김원우 씨가 쓴 거라고 기억해요. 저 이 아저씨 한번 봤는데, 정말 무기질 인간처럼 생겼어요. 솔직히 정 안 가는 타입의 인간이었어요.
고양이의 저 배우는 옥지영. 저렇게 고독한 마스크를 가졌는데, 어느날 드라마를 보니 쌍꺼풀 수술을 했더라구요. 아쉬워라.

로드무비 2005-11-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려던 말을 나무님이 다 하셨네.
옥지영과 김원우.
모처럼 아는척 좀 할랬더니!
검둥개님, 이 사회 정말 골때립니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여기서 못 살아요.
노동자들 월급 떼먹고 저만 흥청망청거리고 사는 인간들이 부지기수고요.
아아, 혈압 올리지 말아야지.
아무튼 사표 내신 것 축하드리고요.
검둥개님이 원하시는 인생길에 서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냐 2005-11-3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윽....저때 무진장 이뻤던 옥지영이 눈에 손 댔다고라고요? 나무님..흑흑.

암튼, 검둥개님...축하드려요. 갑자기 저부가가치 인간, 가방끈 짧은 인간인 저의 뒤통수도 함 후려쳐주시는군요. 흐흐. 힘찬 새출발 하세요.

하루(春) 2005-11-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부탁해>는 정말 무서운 영화였어요. 여성감독의 섬세함과 산뜻함이 한껏 묻어나면서도 사회의 무서운 단면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 모습에 슬펐답니다. 괜히 슬퍼지네요.
그래도, 아자아자, go for it!!

검둥개 2005-12-01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음 사회를 보는 눈을 바꿔주시는군요. ^^;;;

날개님 믿음의 근거는 쪼께 박약하지만 응원해주셔서 무지하게 고맙습니다. ^ .^

스노드랍님, 로봇공학이 활성화되어서 인간이 할 일을 다 해준다면 인간은 유희하는 동물이라는 본질루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 대학 때부터 내내 이렇게 주장하고 다녔는데 호응이 적더군요. -- .--;;; 막스보다 쪼끔만 일찍 태어났었으면 혁명적 사상가로 이름을 날렸을텐데... 꺼이꺼이

파비아나님 그 때쯤이면 저두 뉴욕의 시댁에 있을텐데 오시죠!!! *^^* 뉴욕의 코리아타운에 가서 코 삐뚤어지기 한 판 마시죠!!! (사실 수퍼 빼곤 지나가본 적밖에 없지만... ㅎㅎㅎ) 저부가가치 사회 흥흥흥이야요. ^^

줄리 2005-12-01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용기내신거 잘하셨어요.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서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우린 그런구분 무시하자고요. 뭔가 다른걸 새롭게 시작해본다는것 자체만으로 들뜨고 행복한일 하시는거잖아요! 화이팅이예요!!

검둥개 2005-12-01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김원우 맞습니다!!! 그 소설두 정이 안 갔어요, 정말. 하지만 생각해보면 무기질 인간의 그 주인공두 자기를 저부가가치 인간이라구 생각했겠죠. 비슷한 종족끼리 절대 뭉치지 못하는 이 고독감!!! 왜 그 옥지영이는 멀쩡한 눈에 칼을 댓답니까 그런데! ^^

켈리님 슬프게도 급여를 두고 저부가가치네 어쩌네 그 상관이 영화에서 그래 말했던 거 같아요. 저두 일은 대충만 하고 논다에 적극 찬성입니다!!! ;)

로드무비님, 아는 척을 할라구 해도 부지런해야 되나봐요 그죠? ^^ 아무튼 나무님이나 로드무비님이나 저보다 백배 박식하십니다! 일자리에서도 이유 없이 맘대로 짤리는 세상인데 밀린 월급까지 떼어먹는 인간들은 잘 때 다리에 쥐났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3=3=3

마냐님, 새출발, 하니까 어렸을 때 읽은 홀트아동복지회의 고아소년의 수기가 생각나는군요. (엉뚱하게 ^^;;;) 글쎄 그 배우가 왜 그랬대요 진짜루... ;)

하루님, 저두 무척 인상깊게 본 영화입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검둥개 2005-12-01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답글 열심히 다는 새에 오셨네요! ^^*
저 인제 퇴근해요 아자아자!!!
줄리님은 벌써 퇴근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