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나.
새벽 네 시, 잠을 깼다. 왼쪽 어금니가 기절하게 욱신욱신 쑤셨다. 십 분간의 사투 끝에, 진통제를 먹고 치과 자동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기고 신음을 시작했다. 2주 밖에 나의 근무기간이 안 남았기 때문에 보험도 자동 만료된다는 거다. 보험이 없으면, 거의 죽기 전에는 병원에 못 간다. 하물며 치과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사표를 낸 바로 그 다음날 이빨이 쑤시기 시작할 게 뭐람! 최소한 2주 안에 치료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보험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나는 쓰린 속을 달래며 간신히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9시. 부랴부랴 보스한테 늦는다고 전화하고. 치과의사가 곧 전화해서 10시로 검진시간을 잡아주었다. 의사는 이빨을 금속막대로 쑤시고 폭폭 찌르고 어느 이빨이 정확히 아프냐고 묻는다. 불행히도 그냥 어금니 있는 곳이 얼얼하게 다 아프고, 진통제를 먹고 잔 덕에 통증은 새벽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뭉근하고 얼얼한 것은 여전했다.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의사 말이 옛날에 씌운 것이 접착제가 약간 떨어진 걸 제외하곤 멀쩡해보이니 통증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는 도저히 어떤 이빨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이 주쯤 기다렸다가 다시 와보란다. 아이고.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이 주 후! 이 주 후면 정확히 내 보험은 만료다.
이 주가 되기 전에 심각한 통증이 되돌아오길 빌어야 하나?
아침을 안 먹어서 속은 쓰린데 식욕은 안 나고. 그래두 한 시인데 점심은 먹어야겠지. 내가 식욕이 없는 걸 보니 사태가 심각한 건가. 하여간 내가 몬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