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세계 신비의 순간
제2회 전국 바이오현미경사진전 당선작
2005년 10월 20일 | 글 | 이상엽 기자ㆍnarciso@donga.com |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어떤 모습일까? 보건복지부, 충청북도와 동아사이언스가 마련한 '제2회 전국 바이오현미경사진전' 당선작을 차례로 소개한다. 대상(과학기술부장관상)을 포함해 총 14개의 본상과 40개의 입선이 나왔다.


희생
마치 촛불같다. 아래쪽엔 녹아서 불이 꺼진 촛불도 보인다. 사실은 칠성무당벌레의 촉각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작품. 촉각을 확대하면 다양한 형태의 돌기를 관찰할 수 있다. 배율 2000배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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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빛보다 빠르다
찰나를 쫓는 생물의 무한 진화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빌 게이츠는 6년전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감탄하기 전에 잠깐. 생각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생각은 뇌가 하고, 뇌는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신경의 속도는 초속 30m. 100m를 3~4초만에 뛰는 셈이다. 생명체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찰나의 순간 속에 살고 있다.

연세대 화학과 김동호 교수는 ‘식물이 빛을 잡는 순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1997년 과학기술부의 초고속광물성제어 창의연구단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8년동안 녹색잎 안에서 벌어지는 빛의 경주를 쫓고 있다.

잎에 있는 엽록체가 빛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든다. 엽록체 안에는 엽록소라는 반지 모양의 분자가 수없이 많다. 바깥쪽 엽록소가 빛에서 나온 에너지를 수건 돌리듯 자기들끼리 전달한다. 에너지는 어느 순간 안쪽 엽록소로 전달되고 그곳에서 식물이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뀐다.

“엽록소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 중 가장 짧은 것은 수백 펨토초에 불과합니다.”
눈 깜박할 사이가 0.1초니 이보다 대략 1000억분의 1 정도나 짧은 순간이다. 이토록 짧은데는 이유가 있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손실이 적어 효율이 올라간다. 생명체가 지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광합성을 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찰나의 반응 덕분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아무리 두 눈을 치켜 떠도 볼 수 없다. 대신 김 교수 옆에는 ‘펨토초 레이저’가 있다. 이 레이저는 찰나를 볼 수 있게 하는 마법의 거울이다. 김 교수는 “식물의 찰나를 모방하면 인공 광합성 분자로 초소형 태양전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명체의 빠르기 경쟁

연세대 김동호 교수는 찰나에 벌어지는 광합성을 모방해 인공 광합성에 도전하고 있다.
왜 생명체는 찰나보다 빠르게 행동할까. 현기증이 나서 어지럽지나 않을까.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생명체는 지구에 처음 등장한 이후 38억년 동안 ‘빠르기 경쟁’을 펼쳤다. 느리면 잡혀먹는 세상에서 빠른 생명체는 생존경쟁에 유리했다. 줄행랑 치기 챔피언인 바퀴벌레는 감각기관이 정보를 얻은 뒤 행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001초에 불과하다. 1초에 25번이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바퀴벌레는 지구의 역사에서 무려 3억년이나 생존하고 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류성호 교수는 “특히 생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빠른 동물일수록 행동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 더 잘 살아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특히 뇌와 신경의 커뮤니케이션 속도, 즉 생각의 속도가 가장 빠른 동물인 셈이다.
우리 몸 안에서 가장 노동에 시달리는 구조물이 세포의 ‘이온 통로’(이온 채널)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가장 빠른 녀석이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우리는 맵다고 느낀다. 혀에 ‘매운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고추 속에 있는 ‘캅사이신’이라는 물질이 세포막에 있는 매운맛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수용체가 뇌에 ‘맵다’는 신호를 전달한다.

실제로 매운맛수용체에 캅사이신이 붙으면 수용체가 마치 터널 같은 ‘이온 통로’로 변한다. 활짝 열린 통로로 양이온이 통과한다. 그렇다면 이온 1개는 몇 초 만에 통로를 통과할까. 바로 100만분의 1초다. 눈 깜박할 사이(0.1초)에 이온 10만개가 이온 채널 하나를 통과한다. 이렇게 빠르지 않았다면 생명체는 지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생명현상이 번개처럼 빠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찰나의 현상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정훈 교수는 “1970년대 독일의 사크만과 네어 박사가 세포막에 붙어 있는 이온 통로 하나만을 떼내 연구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벨상을 받았다.

생명의 찰나를 보게 되면서 응용의 길도 활짝 열렸다. 매운맛수용체, 즉 캅사이신 수용체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약학과 오우택 교수(통증발현 창의연구단)는 “이온 통로 하나만 떼내 연구하게 되면서 매우 정교하고 순간적인 생명 반응을 알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연구단도 캅사이신 수용체를 마비시켜 통증을 줄이는 신약 물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찰나의 생명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신약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신약은 우리 몸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등에 달라붙어 병을 고친다. 살아 움직이는 단백질이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약을 만들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움직임을 영화 찍듯 보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찰나 속에 신약이 숨어 있다

세포막에 붙어 있는 물 통로. 이온 통로도 비슷하게 생긴 단백질 분자다. 눈 깜박할 새 이온 통로로 10만개의 이온이 통과한다.
이화여대 화학과 남원우 교수(생체모방시스템 창의연구단)는 산소화 효소가 몸 안에서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산소화 효소는 몸 안에서 유기물에 산소를 붙였다 뗐다 하는 효소다. 에너지를 얻는 반응,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반응 등에 쓰인다. 남 교수는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는 산소화 효소의 ‘중간체’를 찾고 있다.

연구팀은 2003년 한 산소화 효소의 3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구조를 모방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산소화 효소가 유기물에 산소를 붙이는 시간은 가장 짧을 경우 150펨토초다. 이런 일을 하는 효소의 중간체도 눈깜박할 새 만들어졌다 사라진다. 이 때문에 남 교수팀은 영하 40~80℃까지 기온을 낮춰 중간체를 찾는다. 온도가 낮으면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 중간체도 오래 생존하기 때문이다. 효소의 중간체를 다 밝혀내면 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 효소를 만들 수 있다.

남 교수는 “뇌졸중은 뇌에 산소가 모자라 일어나는데 인공 산소화 효소를 만들어 뇌에 산소를 보충하면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빛공장인 포항방사광가속기도 찰나의 생명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가속기가 정지된 영상을 찍는 사진관이라면 2010년까지 건설할 계획인 차세대(4세대) 가속기는 움직이는 영상을 찍는 영화 촬영소다. 새로운 가속기는 지금보다 100억배나 강한 빛을 내뿜어 270펨토초에 이르는 찰나를 찍을 수 있다.

유럽분자생물연구소 미셀 코흐 박사는 “단백질은 1조분의 1초 수준인 피코초에서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유럽의 차세대 가속기는 100펨토초를 찍을 계획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유청종 박사도 “차세대 가속기는 살아 있는 단백질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영화처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생명과학에서는 시작과 끝이 중요했다. 효소(A)와 기질(B)이 만나 결과물(C)을 만들었다면 A, B, C가 중요했지 A가 A1, A2, A3로 변하는 찰나적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생명의 비밀은 바로 그 찰나에 숨어 있다. 에이즈, 사스처럼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질병도 바로 찰나의 생명 현상 속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빛과 전기를 움켜쥐다

포항방사광가속기. 차세대 가속기는 단백질의 움직임을 영화 찍듯 보려고 한다.
130억년전 우주의 빅뱅과 함께 빛과 전하, 즉 전기가 탄생했다. 1초에 30만km를 움직이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였다. 38억년전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탄생하고 그들은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주에서 가장 빠른 것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빛은 광합성의 에너지원이 되고, 전기는 생명체를 움직이는 수단이 됐다. 포항공대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는 “생명체가 가장 빠른 정보처리를 위해 신경을 만들고, 신경의 도구로 전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존경쟁이 심해질수록 생명체는 빛과 전기의 찰나를 끊임없이 모방하고 이용하려 할 것이다. 광통신과 반도체는 38억년 동안 계속된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최근의 한 자락일 뿐이다. ‘일렉트릭 유니버스’를 쓴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말을 조금 빌리면, 우리는 ‘빛과 전기’가 다스리는 찰나 같은 세상의 한 부분이고, 진화는 찰나를 쫓는 무한 경쟁이다.

토초 레이저 |
레이저는 같은 성질(위상)을 가진 단일화된 빛이다. 레이저를 펨토초 간격으로 발사하면 펨토초 동안에 벌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다.

맵다 |
맵다는 감각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즉 고추를 먹으면 통증을 느끼고 이것을 뇌는 매운 맛으로 인식한다. 이 글에서는 일상 용어인 ‘매운 맛’이라는 말을 썼다.

중간체 |
효소, 항체 등이 음식이나 바이러스 등을 만나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간 물질. 인간이 헐크가 된다면 청바지가 찢어지는 모습이 바로 중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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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왜 생길까. 미국의 abc 뉴스는 19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단풍의 붉은색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독(毒)이라고 보도했다. 붉은 단풍은 이른바 ‘아름다운 킬러(killer)’라는 얘기다.

뉴욕 콜게이트(Colgate) 대학 연구진은 단풍나무처럼 가을에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타감(他感)작용’이라고 부른다. 이 독은 다른 종을 죽일 만큼 강하다고 한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노랑이나 주황 등 단풍 색깔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남아있는 색소가 공기에 노출될 때 드러나게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빨간색을 내는 나무들은 이와는 다른 과정을 밟아 빨간 잎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빨간 단풍의 색소는 다른 성분이 파괴된 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하려고 사투를 벌일 때 생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풍나무의 빨간 잎과 파란 잎, 너도밤나무의 노란 잎과 녹색 잎을 채취해 각각 상추 씨앗 위에 뿌리는 실험을 했다. 붉은 단풍나무 추출성분이 상추의 성장을 막는다는 기존의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빨간 단풍잎이 다른 잎들에 비해 상추씨의 발아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프레이(Frey) 콜게이트대 교수는 “가을에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 흘러나와,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빨간 낙엽은 ‘순수한 퇴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인 단풍나무만 자랄 수 있게 해 종의 번식을 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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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번식의 놀라움이네요^^
 

거의 대화할 기회가 없으니 더더욱 궁금하다.
주된 관심사나 가치관, 사회 문제, 기호 성향 등등등

로드무비님의 주하가 '야한 걸 좋아한다'라는 사실은 그래서 무척 흥미로웠다.
아영엄마님의 아영이는 '야한걸 모른다'고 하니 의심스럽다 ^^;

미취학 아동인 나의 조카에게도 가끔 궁금한거 물어보는데
뭔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고문기술이나 익혀야겠다. 열 손가락을 이용한...
'얼렁 불어라 어잉~! ' 
근질근질..

서재질하면서 단서를 계속 주섬주섬 모으는 것부터 시작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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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0-2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정말이에요.. 제가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 이외에는 매사에 별 관심이 없는 녀석이라..쩝 차라리 혜영이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 봅니다. ^^

로드무비 2005-10-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복잡하게 생각하시구.
가실 때가 된 겁니다.^^
(아이들이 눈에 들어올 때, 관심이 갈 때가 '그 때'랍니다. 어른들 말씀이...)

릴케 현상 2005-10-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육아공동체운동에 후원하고 있답니다. 주말에 가서 애들 보는 일정도 있어요. (아직 애들 보는 건 못해봤지만^^)

라주미힌 2005-10-2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의 새로운 모습... 우어..

릴케 현상 2005-10-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다양한 면모가 있지요=3=3=3
 

모두다 건조할 것 같았는데,

자기 이익만 챙기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저 사람, 정이 왜이리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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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10-2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도 의외로 많더라구요. 사실 저는 사업하는 사람들을 주로 많이 보는데 그 사람네들 의외로 젠틀한 사람이 많아요. 사람한테 잘 해야 자기 사업이 잘된다는 걸 아는 거 아닐까요? 흐흐.

라주미힌 2005-10-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간과 정은 비례하는 거 같아요.. 그것이 미운정이던 고운정이던...
스텔라님과 벌써 정들었네.. 우쨰. ^^;

stella.K 2005-10-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