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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5-10-1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2005-10-18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매지 2005-10-1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츄파춥스가 압권이죠? ㅋ

릴케 현상 2005-10-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같음 스치면 사망?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가 이 시대의 최고 지성으로 선정됐다.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 공동으로 온라인 독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촘스키(4800표)가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2500표, 2위)를 크게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밀턴 프리드먼, 독자 직접선정 1위
  
  이번 투표는 두 잡지가 자체 선정한 사상가와 정치인, 철학자 등 지성인 100명을 놓고 독자 한 사람이 지성인 5명에게 표를 던지는 방법으로 지난 9~10월 실시됐고 2만여 명이 참가했다.
  
  촘스키, 에코에 이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체코 벨벳혁명의 주인공으로 대통령을 지낸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 이슬람의 얼굴을 가진 파시즘을 비판해온 저널리스트 크리스트퍼 히친스가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한편 독자가 직접 써넣은 지성인 순위로는 통화주의 경제학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1위,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2위,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3위, 비판적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4위, 빌 크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5위를 차지했다.
  
  "촘스키 1위, 비판적 지식인에 대한 갈망 반영"
  
  잡지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촘스키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그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놀라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서, 그 중 하나로 그는 지적인 관심사가 매우 광범위하고 여러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잡지는 지적 관심사와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다는 특징은 상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에코는 문학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이고, 하벨은 극작이이자 정치인이며, 생리학자였던 재릿 다이아몬드(9위)는 현재 UCLA의 지리학 교수다.
  
  잡지는 촘스키가 에밀 졸라, 버틀랜드 러셀, 장 폴 사르트르와 같이 당대 최고의 쟁점에 대해 용기있게 비판하고 자기 나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가 1위로 선정된 더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표를 분석한 영국의 작가이자 TV 프로듀서인 데이빗 허먼은 "<포린폴리시>와 <프로스펙트>가 사전에 잠정 선정한 100인을 보고 비판적 지식인의 전통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촘스키의 앞도적인 우위를 보니 우리가 여전히 그같은 인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란인 2명 포함 눈길…한국인은 없어
  
  데이빗 허먼은 이어 "상위에 오른 이들 중에서 70세 이하의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번 투표 결과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사람이 10위권에 히친스(56세)와 작가 살만 루슈디(58세) 2명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나 20위권에는 반세계화 운동을 벌여온 작가 나오미 클라인(35세, 11위),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통계학적으로 비판해온 덴마크의 정치학자 비외른 롬보르(40세, 14위) 등 젊은 세대가 포함됐다.
  
  영미권에 비해 유럽 대륙의 지성인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10위권에는 에코와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7위) 2명이 있었으나 그 밑으로는 49위에 쥘리아 크리스테바, 50위에 안토니오 네그리가 선정됐을 뿐이며 프랑스의 지성은 40위권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는 조사주체가 영어 잡지여서 영미권 독자가 투표에 많이 참여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인권운동가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시린 에바디와 이슬람 철학자 압돌카림 소루시가 각각 12위와 15위를 차지해 이란 출신이 2명이나 상위권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6명이 포함됐으나 하위권을 맴돌았고 한국인의 이름은 없었다.
  
  다음은 상위 선정자들 각각에 대한 <포린 폴리시>의 소개글을 요약한 것이다.
  
  노엄 촘스키(77세)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 태생. 1950년대 미국 MIT 언어학 교수가 됨.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 19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으로 명성을 얻음. 그후 40여 년간 미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을 비판해온 학자. 40여 권이 넘는 저서를 쓰고 강연활동도 활발.
  
  움베르토 에코(73세)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기호학 교수로,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업적을 남김.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과 미학에 대한 저술을 해옴과 동시에 신문 연재만화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책도 썼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로, <장미의 이름>은 숀 코너리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리처드 도킨스(64세)
  
  1976년 생명체의 복잡한 현상을 명쾌히 풀어낸 <이기적 유전자>란 책으로 명성을 얻음.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의 이해' 과목 담당 교수로,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자이며, 아마도 세계 최고의 무신론자일 듯. '모든 악의 뿌리'라는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음.
  
  바츨라프 하벨(69세)
  
  1936년 체코 프라하 출생. 1970년대 독재 체제의 부조리를 조롱한 희곡으로 명성을 얻음. 반체제 활동으로 투옥과 절필을 강요당함.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시 '벨벳 혁명'의 지도자로 떠올라 1년 후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당선. 1992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눠진 후 1993년부터 10년간 체코 대통령을 지냄. 유럽연합(EU)이 미얀마와 쿠바 같은 나라의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며 비판.
  
  크리스트퍼 히친스(56세)
  
  영국 출신. 트로츠키주의자였던 1970년대에 영국의 정치평론지 <뉴 스테이츠맨>에 기고를 해 유명세를 탐.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활동. <배니티 페어> <네이션> <아틀란틱> 등에서 칼럼니스트를 지냄. 테레사 수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에 대한 일련의 비판 글로 비난을 받았고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전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짐.
  
  밀턴 프리드먼(75세, 독자들이 직접 써넣은 순위 1위)
  
  헝가리 이민자의 후예로 뉴저지에서 자랐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옹호, 감세 주장 등으로 유명. 화폐공급 조절을 중시하는 그의 통화주의 이론은 한때 케인즈주의를 압도하기도 했음. 미 시카고대에서의 학문적 노력으로 그의 아이디어가 주류 정치에 주입됐고,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이 그의 경제정책론을 받아들였지만,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그의 신념은 지지받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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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8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촘스키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이 페퍼 글자가 넘 작아요. 성님, 글자 좀 키워주심..꾸박.

라주미힌 2005-10-1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방금 봤는데, 돋보기용이네욤 ㅋㅋㅋ.

비로그인 2005-10-1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발육상태가 좋네요! 델꼬 감돠, 캄솨캄솨!!
 



 

 

亦莫戀此身

 

 

(역막연차신) 

 

 

이 몸을 그리워도 말고

 

 

 

 

 

 

 亦莫厭此身

 

 

(역막염차신) 


 

이 몸을 역겨워도 말라

 

 

 

 

 

 萬劫煩惱根

 

 

(만겁번뇌근) 


 

 

만겁 번뇌의 뿌리이며

 

 

 

 

 

 

一聚虛空塵

 

(일취허공진)


 

한 줌 허공의 먼지니라

 

 

 

 

 

 

無戀赤無厭

 

 

(무연적무염)

 

 

그리움 역겨움 없으면


    

 

 

 

 

 

 

 始是逍遙人

 

 

(시시소요인)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되리로라
 


 


 


<Andante -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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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공중파를 쏘다

마포FM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엘 양장점’에서 만나는 8명의 언니들
첫사랑의 추억과 이별의 아픔, 백수의 넋두리를 넘어 역사이야기까지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대중매체에서 이반은 일반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이반은 그렇게 타자화된 존재다. 주류 미디어에서 홍석천이 누더기 같은 상처를 입으며 동성애자 최초로 ‘방송 시민권’을 획득했지만, 이반은 아직 일반화되지 못한 존재다. 신문, 방송… 주류매체라면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보여지기만’ 했던 레즈비언들이 스스로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레즈비언들이 만든 라디오 방송이다. 게다가 인터넷도 아닌 공중파다. 서울 하늘에 ‘레주파’가 쏘아올려진 것이다.

왜곡된 언론 보도, 대응도 지겨워라~

레주파는 ‘레즈비언 주파수’라는 뜻. 한국 최초로 레즈비언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8명의 ‘언니’들이 모인 제작팀이다. 이들은 ‘언니들의 맞춤방송’을 모토로 <엘(L·레즈비언) 양장점>이라는 1시간짜리 음악 프로그램을 만든다. 수요일 밤 12시, 마포구 일원에서 FM 주파수 100.7MHz를 맞추면, <엘 양장점>의 ‘디자이너’(DJ) 청명(27)씨의 목소리가 귀에 감긴다. <엘 양장점>은 금세 레즈비언 사회에 입소문이 퍼졌다. 수요일이면 레즈비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엘 양장점>을 놓치지 말라는 글이 올라온다.

지난 9월20일 서울 마포구의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마포FM’ 녹음실. 프로듀서 치키스(29)씨가 음악을 흘리자, 청명씨가 대본 읽기를 멈추고 한마디 한다. “어쩌면 기존의 운동 방식과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왜곡된 언론 보도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이젠 당신들은 당신들 맘대로 떠들라는 거예요.”


△ 지난 9월20일 녹음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레주파 스태프들. 이날은 레즈비언의 성을 주제로 게스트인 장군(25)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레주파 제공)

그동안 동성애자들은 성적 소수자를 ‘몰이해’하는 언론에 쉬이 상처받았다. 불과 두달 전에도 문화방송 뉴스가 청소년 동성애자를 탈선한 양 묘사했다며 10여개 단체가 항의성명을 낸 터였다. 동성애자들은 알맹이 없이 선정적인 신문과 방송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미디어는 관음증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시시포스의 노동 같은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고 있다.

레주파는 지난 4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과 RTV, 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여성영상집단 움이 기획안 ‘주파수 엘을 잡아라’는 미디어 교육에서 결성됐다.

“라디오에 대한 매력이 있었어요. 라디오는 끼리끼리 모이는 커뮤니티성이 강한 매체이고, 무엇보다 아우팅의 위험이 없잖아요. 원래 영상 작업을 좀 했었는데, 라디오도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죠.”

청명씨에게 14주 동안의 교육은 레즈비언의 눈으로 보고 레즈비언의 입으로 말하는 연습 기간이었다.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을 동성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만든 실습 작품 ‘대승미’를 떠올리며 스태프들은 까르르 웃었다.

“우리가 보기엔 장금(이영애)이와 한 상궁(양미경)에서 레즈비언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우리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거라고 할까. 그래서 장금이 대신 레즈비언 주인공인 승미를 내세웠죠. 하하.”

이들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마포FM에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배정받은 것이다. 8명이 스태프로 들어갔다. 이소라 못지않은 목소리를 가진 청명씨가 DJ를 맡고, 나머지 7명은 작가와 엔지니어, 프로듀서를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엘 양장점>은 레즈비언의 목소리를 전해드리는 방송입니다. 자, 그럼 우리 역사를 만들어볼까요?”

8월10일 청명씨의 청명한 목소리로 첫 전파를 띄웠다. 첫 곡은 게리 할리웰의 와뚜와리송 <라이드 잇>(ride it)이었다. 첫 방송은 무사 통과. 그러나 2주째 녹음에서 초유의 방송사고가 났다. 방송 시작 2~3시간을 앞두고 녹음을 끝냈는데, 그만 파일이 사라져버린 것. 밤 12시부터 약 10분 동안 ‘공백’이 흘렀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청명씨는 애드리브만으로 예정에 없던 생방송을 했다. 1시가 돼서야 제대로 된 방송을 내보냈다.

숨은 그녀 찾기, 세종실록을 읽어주다

사고는 쳤지만, <엘 양장점>은 ‘평범한’ 음악 프로그램이다. 애청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900일을 축하해달라’며 신청곡을 올리고, DJ는 첫사랑의 추억과 이별의 아픔, 백수의 넋두리를 전한다. 중고생들이 일반 FM 라디오에 사랑 고백 같은 편지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른 것은 이들이 레즈비언이라는 것, 성 정체성뿐이다.

물론 <엘 양장점>에는 레즈비언의 시선이 담겨 있다. 레즈비언에게 ‘유익한’ 정보도 가득 차 있다. <엘 양장점>이 첫 회 ‘숨은 그녀 찾기’ 코너에서 소개한 봉씨 부인은 조선시대 왕궁에서 암약하던 레즈비언이다. 청명씨가 목소리를 가라앉혀 세종실록을 읽어줬다.

“요사이 듣건대 봉씨와 궁궐의 소쌍이라는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 옆을 떠나지 못하게 하니, 궁인들이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를 같이 한다고 하였다. …그 보수적인 조선시대, 언니의 행각이 자자하여 역사에까지 기록되고 있는 봉씨 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종의 둘째 며느리죠.”

동성애 커뮤니티 사이트인 ‘이반시티’에서 정기적으로 퀴어뉴스를 만드는 등 인터넷 미디어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레즈비언 방송이 공중파를 타는 것은 <엘 양장점>이 처음이다. 공중파는 다르다. 인터넷은 듣고 싶은 사람이 일부러 찾아가야 들을 수 있는 미디어지만, 공중파는 무작위로 대중들에게 뿌리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캐나다·이탈리아에 이어 지난해 프랑스에서 <핑크TV>라는 유료 채널이 개국했다. 개국 첫 방송으로 동성애자들의 삶과 문화를 소개하는 45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낸 데 이어 토크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편성하고 있다. 위성과 케이블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따로 신청한 사람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서울 마포에서 라디오만 켜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엘 양장점>은 더욱 의미가 깊다. 레즈비언에게 공공적 전파송출권이 허용된 역사적 사례라고나 할까.

“공중파는 비 성적 소수자들도 들을 수 있잖아요. 우리 방송을 들으면서 ‘레즈비언이 이렇게 사는구나, ‘일반’과 다름이 없구나’ 하고 느끼겠죠. 그래서 우리가 더 공중파에 들어오려고 한 거예요.”

청명씨는 지난 8월10일 첫 전파를 쏘아올린 이래 10월5일 9번째 방송을 마쳤다. 레주파는 곧 2기 후배들을 받아 자신들이 받았던 라디오 제작 교육을 돌려줄 셈이다.


‘해적방송’에서 ‘소수자 라디오’로

공동체 라디오의 세계적 흐름에 한국도 동참

공동체 라디오는 민중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자주관리 미디어’다. 최초의 공동체 라디오는 1940년대 남미 볼리비아 광산 지역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타이,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성화돼 있다. 간단한 소출력 장비로 전파를 쉽게 쏘아올릴 수 있어, 처음에는 사회적 반항아들의 ‘해적방송’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해적방송의 ‘투쟁’으로 합법화된 미디어인지라, 공동체 라디오는 소수자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영국을 보면, 그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다. 레체스터 지방의 ‘테이크오버 라디오’는 어른들은 최소한의 지도만 하고 8~14살의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송이다. 하번트의 노인들을 위한 ‘에인절 라디오’, 글래스고의 아시아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아와즈’도 있다. 노팅엄의 ‘라디오파자’는 민간기관인 아시아여성프로젝트와 함께 소수민족의 사회·문화적 장벽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출력 라디오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8개 사업자가 올해 상반기부터 시범방송을 시작했다. 가청취권이 반경 1~2㎞로 소규모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라디오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대구의 ‘성서FM’처럼 이주노동자 콘텐츠를 대거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FM’은 커뮤니티 콘텐츠를 기본으로 홍익대 앞 예술인들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했다. 여기에 성소수자 프로그램인 <엘 양장점>을 주 3회 곁들였다. <엘 양장점>은 수요일 밤 12시에 방송되고, 금요일 밤 12시와 토요일 밤 9시에 재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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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환영입니다. 지방은 들을 수 없겠군요, 공주파이긴 하더래두. 재밌습니다. 대장금과 봉씨 부인의 해석.
 

 

어허, ‘건설오적’ 재주 좀 봐라!

건교부·건설업체·토공과 주공·언론·투기꾼 등 서민 울리는 현대판 오적
택지개발촉진법을 무기로 광활한 논밭 갈아엎어 끼리끼리 나눠먹는다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우리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집이 모자라다고 해서,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이 되레 오른다.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는데, 정부에서는 “아직도 집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아파트 숲이 올라가는 속도에 견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서민의 수는 많지 않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올해 국감자료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가 돈을 모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33평짜리는 30년, 25평짜리는 23.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참여정부 들어서만 전국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14.0%, 강남에서는 43% 올랐다.


△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건교부 퇴직자, 로비스트로 재취업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집을 더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토공·주공은 열심히 논밭을 갈아엎어 택지를 만든다. 건설자본은 그 땅에 아파트를 지어 폭리를 취하는데, 언론은 그 광경을 뻔히 바라보면서 애써 침묵을 지키거나 자본 역성을 든다. 그 틈바구니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투기꾼들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주택시장의 왜곡을 틈타 ‘건설오적’들만 살맛 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건설오적이란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는 건교부(재경부) 등 ‘경제관료’, 이들의 총애를 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건설업체’,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률을 통해 이들에게 싼 가격에 택지를 팔아치우는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이들에 기생해 광고를 따먹으며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 ‘전문 투기꾼’ 등이다.

건설오적들은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하나로 맞춘다. 가장 쉬운 방법이 인적 교류다. <한겨레21>은 1995년부터 지난 3월까지 건교부에서 퇴직한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명단(177명)의 정보공개를 청구해, 그들의 재취업 현황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전체 퇴직자 177명 가운데 134명이 건교부 관련 단체와 산하 기관 74곳에 골고루 흡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취업하지 않은 간부 43명은 △사망 △선거 출마 △개인 사업 등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성기수(관리관), 김진열(이사관), 손순룡(이사관), 윤오수(부이사관), 박영준(이사관)씨 등 6명은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명예 퇴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재취업률 75.7%. 확실히 건교부 낙하산의 위력이 셌다.


△ 판교 택지개발예정지구 안에 있는 남수금씨의 집이 강제철거된 것은 8월23일 새벽 4시께다. 그는 천막을 쳐놓고 위태로운 삶의 끈을 잇고 있다. (사진/ 윤운식 기자)

건교부 간부들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수자원공사(2명)·고속철도건설공단(3명)·대한주택공사(2명) 등 정부 산하기관의 임원으로 재취업되기도 했지만, 주위의 보는 눈이 많아져서인지, 더 강력한 낙하산 때문에 엄두를 못 내서인지,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은 다소 줄어들었다. 그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곳은 건설·교통 등 ‘나와바리’(구역) 업계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대변하는 협회·조합 등이다. 그들은 이들 단체에서 이사장·상임부회장·감사·상임이사 등을 하나씩 꿰차게 된다.

<한겨레21>은 이들이 흡수된 74개 기관 가운데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건설공제조합·한국건설감리협회·전문건설공제조합·한국건설CALS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설비건설협회·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등 10개 기관을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고 판단했다. 이곳에 취업한 건교부 출신 고위 공직자는 모두 30명이다. 박정식 경실련 공공예산감시팀장은 “이들은 업계의 이익을 건교부에 전달하기 위해 고용된 로비스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표 참조).

꼽은 단체 가운데 한국주택협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국주택협회는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건교부에 ‘청탁성 로비’를 가장 세게 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이 단체의 상근 부회장 자리는 연봉 1억원, 판공비 연 2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주택협회는 2003년부터 불거진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서 ‘원가 공개 절대 반대’ 입장을 밀고 나갔고, 결국 논란은 소형 평형에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김종철씨가 5년째 협회의 상임부회장 자리를 맡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높이제한 폐지 등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택지개발 독점권 보장된 토공·주공


△ 재개발 예정인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저층 아파트 단지. 택지개발촉진법은 전 국토를 아파트 숲으로 바꿔버렸다. (사진/ 한겨레 탁기형 기자)

건교부와 토공, 주공, 건설업체를 연결하는 또 다른 축은 택촉법이다. 1980년 12월 전두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든 택촉법의 뼈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어디에 있는 누구의 땅이든 건설교통부 장관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면 땅은 강제 수용돼 택지로 개발된다(이 과정에서 땅 주인과 협의할 필요는 없다). 둘째, 건교부 장관에게 지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기관은 국가·지자체·토지공사·주택공사뿐이다. 따라서 주공·토공이 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는다. 즉, 토공·주공의 택지개발 독점권이 보장된다. 셋째, 지구로 지정되면 사업 시행자는 도시계획법을 비롯한 19개 법률이 정한 결정·인가·허가·협의·면허 등 32개에 달하는 처분을 받지 않아도 된다. 개발의 각 단계마다 적당히 조절해줄 견제장치들을 무력화한 셈이다. 건교부가 주공·토공의 건의를 받아들여 광활한 논밭과 평야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면 민간 건설회사들은 이 땅을 분양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로 어마어마한 돈을 거둬들인다. 민간 건설회사들이 그 땅을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넘겨받는다.


△ 택지개발촉진법으로 '건설오적'은 떼돈을 벌지만, 철거민 신세로 전락한 세입자들은 갈곳이 없다. 1989년 일산 농민들의 신도시 반대 시위. (사진/ 한겨레)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건교부는 2002년 초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공공택지를 수의계약으로 공급받아 폭리를 취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택촉법 시행령을 개정해 경쟁입찰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인다. 건교부의 배신에 한국주택협회 등 관련 이익단체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들은 “택지 가격이 상승하면 결국 분양가가 인상돼 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행령 개정은 업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고, 경쟁입찰제가 도입되면 오를 것이라던 분양가는 수의계약제도가 유지됐는데도 폭등했다.

내집마련정보사가 2000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에서 동시분양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0년 663만원에서 올해 1205만원으로 8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대부분 2002년 이후에 생겨난 것으로 2002년 793만원, 2003년 1070만원, 2004년 1169만원으로 늘었다. 업계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꼴이다.

건설업계 눈치보며 택촉법 시행규칙 바꿔

이에 앞서 건교부는 2001년 7월18일 택촉법 시행령을 바꿔 노골적인 건설업계 편들기에 나섰다. 수의계약을 인정하는 기준 시점을 택지개발예정지구 공람공고일 1년 이전에서 예정지구 지정일 현재 소유권 이전 계약을 맺은 상태로 완화한 것이다. <한겨레21>이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에게서 입수한 ‘파주운정신도시 협의양도사업자 현황’을 보면, 이전 기준으로는 업체쪽에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물량이 3만5천평밖에 안 되지만, 바뀐 기준을 대입해보면 이보다 14.9배나 넓은 53만평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분양된 28개 택지개발지구(174만874평) 가운데 61%인 106만6548평이 수의계약으로 건설업체에 넘어간 것으로 본다.

건교부는 업계의 이익을 위해 ‘묘기’까지 부린다. 올해 3월9일 택촉법 시행규칙 11조를 바꿀 때 입법예고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무상 공급’이라는 넉자를 더 넣어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분양해주는 땅의 넓이를 대폭 늘렸다. 이를 판교지구에 대입해보면, 수의계약으로 땅을 분양받을 수 있는 6개 업체가 가져가는 땅의 전체 넓이는 1만5678평에서 2만7738평으로 늘어난다. 사람들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시행규칙에, 입법예고에는 없었던 넉자를 기어코 집어넣은 집요함이 놀라운 뿐이다. 김학송 의원은 “이는 참여정부와 건교부의 밀실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지만, 건교부는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만들어 혼란을 피하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입을 씻었다.


△ 건설오적들이 땅 나워먹기를 한 파주 운정지구에서는 문화재 시굴 조사가 한창이다. 파주 와동초등학교 학생들은 포클레인의 굉음을 아침 저녁으로 들으며 등하교한다. (사진/ 윤운식 기자)

건설오적의 네 번째 축인 언론은 짭짤한 광고 수입에 길들여져 건설업체들의 천문학적 폭리를 알고도 눈감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2003년 9월25일부터 10월25일까지 한달 동안 조·중·동 3개 신문의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들 신문의 지면 대비 광고 비중은 평균 48.2%, 건설업계의 광고 비중은 23.7%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에게 배달되는 신문 4장 가운데 1장이 건설업체의 광고인 셈이다. 이들 메이저 신문과 건설업체 광고에 목을 매는 경제신문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표현 대신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표현을 써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김성달 경실련 시민감시국 간사는 “분양원가 공개에서부터 판교 개발까지 아무리 보도자료를 뿌려대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신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배를 불리는 것은 건설업자와 부동산 투기꾼들이다. 경실련은 지난 6월 택촉법으로 개발된 ‘판교 열풍’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6달 동안 분당·용인 죽전·수원 영통·용인 동백·화성 동탄 등 판교 신도시 주변 지역의 집값이 11조120억원이나 폭등했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또 판교발 태풍은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서울 강남권 4개구의 집값을 끌어올려 같은 기간에 이들 지역의 집값 총액도 23조4034억원이나 불어났다고 밝혔다.

투기는 보상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 발표한 ‘판교신도시 토지 보상자·보상금 현황’에서 토공·주공·성남시 등 3개 기관이 판교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불한 보상금 2조5189억원 가운데 64.1%인 1조6154억원이 서울 강남,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부토건·신구종합건설·한성 등 6개 건설회사는 판교 지역의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이전에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땅 보상을 노린 명백한 투기다.


25년 동안 여의도 178배 넓이에 아파트 건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은 9월에 나온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에서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의 발을 잡은 것은 “일본형 공황 도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적었다. 가뜩이나 내수경기 침체로 경제가 위태로운 판에 분양원가를 공개해 아파트값이 뚝 떨어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재산이 줄어든 사람들의 소비가 줄면서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는 8·31 대책에서 △강남 송파에 200만평을 비롯해 앞으로 5년 동안 수도권에 4500만평의 주택용지를 추가 공급하고 △강북의 층고제한을 해제해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가능하게 한 것은 참여정부가 건설족의 논리에 완전히 발목이 잡혔음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이 혼란 속에서 웃는 것은 건설오적이고, 우는 것은 집없는 대다수 서민이다.

1999년 경기 남부지역에서 개발이 끝났거나 진행 중인 공공택지는 178만평이다. 주택 200만호 건설을 외치며 노태우 정권 때 만든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보다 1.4배나 넓은 면적이다. 그뿐인가. 파주 운정지구 등 4곳에서는 2기 신도시 56만평을 개발 중이다. 법 도입 이후 25년 동안 택촉법은 1억5861만7천평의 땅(여의도의 178배 넓이)을 아파트 숲으로 바꿔버렸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공기’처럼 돼버린 택촉법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가.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택촉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금준미주는 천인혈’이라고 했던 춘향전의 한 글귀가 생각난다”며 “그 공과는 머잖은 장래에 반드시 재검토·재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이 모자라서 지어댄다고?

서울 주택보급률 89.2%라는 정부 주장도 소유권 기준으로 한 통계 때문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거칠게 말하면 딱 하나다. 과연 집이 모자란가요?

건설오적은 “집이 모자라다”는 논리를 앞세워 온 국토를 아파트 숲으로 바꿀 태세다.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집을 투기 수단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몇해 동안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은 분양가 자율화를 틈탄 건설업체의 높은 분양가 책정과 판교 열풍과 같은 투기 수요 때문이었지,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통계는 서울·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다. 2004년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2.2%로 100%를 넘겼지만, 수도권과 서울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2004년 현재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89.2%, 수도권은 93.9%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건교부는 올해 3월 발표한 ‘2005년도 주택종합계획’에서 “올 한해 동안에만 전국에 분양주택 37만 가구와 임대주택 15만 가구 등 총 52만 가구의 집을 짓고, 1300만평의 택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2004년 10월5일 건교위 국감에서 “건교부는 2003년도 주택보급률을 86.3%로 발표하지만, 서울시는 103%로 잡고 있다”며 “건교부 통계가 실제 주택보급률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까닭은 서울시가 빌라·오피스텔·상가주택 등 새로운 주택 유형을 포함해 ‘거주 기준’으로 주택 수를 계산한 반면, 건교부는 ‘소유권’ 기준으로 통계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 통계대로 하면 오피스텔에 10가구가 실제 거주하고 있어도 주인이 한명이면 1채로 계산되는 것이다. 박은호 군포YMCA 시민사업부장은 “국민들의 주거의 질 개선을 위해 주택 공급을 서서히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건설자본의 배만 채우면서 수도권 인구 집중화를 가져오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지적도 소용없다

공공택지 경쟁입찰에 맡기라는 권고안, 차관회의에서 유보 결론

‘건설오적’은 감사원의 지적에도 안하무인이다. 택지개발촉진법으로 조성된 공공택지(공동주택용지)가 처리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일부 물량은 사전에 정해진 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팔리고, 남는 물량은 추첨을 통해 감정가격 수준에서 매각된다. 공공택지를 경쟁입찰에 맡겨 정부가 개발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건설자본의 반대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업체들은 헐값에 땅을 분양받아 아파트를 지은 뒤 원하는 가격만큼 받고 팔아 폭리를 챙기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보다 못한 감사원이 칼을 빼들고 나섰다. 감사원은 2003년 12월 건설교통부에 보낸 ‘공동주택 건설용지 공급제도 불합리’란 제목의 통보문에서 “공동주택 용지를 감정가격 이내에서 추첨 방식을 통해 공급한 취지는 택지를 주택건설 업체에 싸게 공급해 아파트 분양가격의 상승을 막고 주택 수용자에서 값이 싼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8평)를 넘는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할 때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용인 죽전지구에서 4개 업체가 2226가구를 공급하면서 1603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건교부는 이를 받아들여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2003년 5월21일 개최된 차관회의는 건설오적의 힘에 밀린 개혁 정책의 후퇴였다.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 차관들은 “공동주택 용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규정은 부동산 안정대책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 개정을 유보하는 게 좋겠다는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용해 이를 유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개정안에 제동을 건 ‘관계부처’는 재경부, 당시 장관은 김진표 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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