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책마니아 ‘북로그’가 떴다…교보문고 개설 3만개


북 마니아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북로그(booklog)’가 출판문화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예스24가 소리 없는 개인 미디어 혁명으로 불리는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한데 이어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서점을 가진 교보문고가 지난 1월말에 독서일기와 전문적인 도서서평만을 올리는 ‘북로그’ 서비스를 실시해 출판문화에 회오리바람을 몰아오고 있는 것이다.

‘북로그’는 책(Book)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교보문고가 인터넷 서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회원들에게 제공한 서비스.

독자들은 자신만의 북로그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단순한 감상에서부터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독서일기와 전문적인 도서서평에 이르기까지 책에 관련된 다양한 소식과 정보들을 담아냄으로써 책의 수명(壽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지난 1월말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개설된 북로그 수는 3만 여개. 블로그의 특징과 장점을 살린 북로그는 이용회원인 북로거 개개인들에게 개별 인터넷 주소(URL)와 별도의 북로그 공간을 제공한 덕분에 현재 6만 여개 이상의 북글이 등록되어 있다.

특히 북로거가 자신의 북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면 최신 업데이트 현황이 자동적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유사한 관심과 기호를 가진 다른 회원들의 북로그와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을 친구로 등록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다른 회원의 북글을 수집할 수도 있다.

예컨대 ‘드루이드의 마법세계로…’라는 북글의 경우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조회를 했는가 하면, 정태희씨의 북로그에는 현재까지 3만6000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방문했다. 또 전수정씨의 경우 이틀에 한권씩 읽고 사흘에 한번씩 서평을 올리는 열성으로 지금까지 418편의 북글을 북로그에 올려놓았다. 이들 북로거들은 그 수준도 전문적인 출판평론가 수준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로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교보문고 고객개발팀 이승은 팀장은 “북로그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북로거들이 남기는 북글의 내용이 훨씬 다양해졌다. 책 소개와 책을 읽고난 후의 소감을 담은 도서서평은 물론이고 책과 얽힌 개인적인 사연과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북로그는 한 분야의 전문가 수준에 달하는 북로거가 올려놓은 북글. 은재상씨는 미스테리를 전문으로 하는 북로그(http://booklog.kyobobook.co.kr/wizards2)를 개설, 미스터리, 앨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코믹스, 앤 어더스 등 5개의 카테고리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추리소설가들의 책을 서평해놓고 있다.

그는 “‘독초콜릿 사건’(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은 미스터리 소설로는 매우 드문 형식의 작품이다. 많은 추리소설이 범죄가 일어난 후 단서가 나타나고 탐정이 그것을 바탕으로 추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에 이 소설은 그 가운데 부분이 거의 빠져 있다”고 평했다.

또 정유철씨는 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책들을 모은 북로그(http://booklog.kyobobook.co.kr/yuchjung)를 운영하고 있고, 수험생인 이송희씨는 자신이 풀어본 문제집을 중심으로 독특한 참고서 서평을 한 북로그(http://booklog.kyobobook.co.kr/sh8837)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북로거들이 색깔 있는 책을 중심으로 북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예정씨는 국내 최대의 경영자 독서모임(MBS)에서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북로그(http://booklog.kyoboook.co.kr/mbskyobo)를 운영, 1969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기록을 남겼다.

북로거가 꾸미는 북로그가 기존 미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경우 출판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의 경우 북글 등록수에서 2위를 차지, 기사회생을 한 반면에 ‘공자가 죽어야…’의 저자가 쓴 ‘사서삼경을 읽다’는 미디어에서 대단히 주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로거들에게 외면당해 3월에는 베스트셀러 5위였지만 4월 둘째주부터 34위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북로거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북로거는 12세인 정호연군이며, 가장 나이가 많은 북로거는 70세인 이보승할아버지.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79%를 차지, 인터넷 세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머지는 10대와 40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북로그 문화가 갖는 두드러진 특징은 ‘독서일기’와 ‘도서서평’이 개인차원에 머물지 않고 전체 북로거와 공유된다는 점이다. 미디어가 책에 대한 주례사식 서평을 쓰는데 반해 북로거들은 솔직하고 객관적인 북글을 북로그에 남김으로써 출판사들이 책에 대한 정확한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북로거 고수성씨가 남긴 촌평을 살펴보면 ‘어둠을 물리치는 촛불’(톨스토이 단편선) ‘내안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나는 공부를 못해) ‘소통을 위한 내면 준비’(죽은 올빼미 농장) ‘다른 시각으로 세상보기’(뱀을 밟다) ‘복잡한 인생, 정열을 꿈꾸며’(해변의 카프카) 등 책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인디북 손상목 대표는 “북로그 문화는 개인의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블로그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형태”라면서 “전문성을 갖춘 북로거들이 기자 못지않은 정보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북로그를 통해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해설◀

북로그(Booklog)

북(Book)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 인터넷 서점이 회원들에게 도입한 블로그서비스로, 개인의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블로그와는 달리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이나 도서서평, 그리고 책에 얽힌 이야기를 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독서일기’와 ‘도서서평’이라는 특성때문에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 200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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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30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알라딘은 기사화 시키지 않는거야.. (교보보다 규모에서 딸려서? ㅡ..ㅡ;)

알라딘에는 알콜 전문가 겸 3류 소설가 부업으로 의학교수를 하시는 마태우스님이 계시고, 미스테리한 추리소설 전문가 H20 만두님이 계시는데... ㅎㅎㅎ

마늘빵 2006-04-30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야. 교보는 나중에 만들었는데 왜 북로그를 시작한 알라딘은 제외하는거야. 질적으로 따지자구.

가을산 2006-04-3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6000명 가지고 참.....

LAYLA 2006-04-30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려지지 않는게 더 좋은데요 훗

반딧불,, 2006-05-0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언론플레이를 더 하셔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