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기억력이 별로인지라 어린 시절의 일은 잘 기억을 못하는데, 어무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와 약간의 기억을 섞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재미 없더라도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이건 어무이께 전해들은 이야기인데요, 갓난아가였을 때 보행기를 타고 집 옥상에서 노닐고 있었다고 합니다. 뭐 보행기가 움직여봐야 얼마나 움직이겠냐 싶었는지 어무니는 저만 홀랑 냅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답니다. 그리고 곧이어 들리는 요상한 소리. 그렇습니다. 전 무슨 힘이 그렇게 넘쳤는지 보행기를 움직이고 심지어는 보행기를 탄 채로 계단까지 굴렀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삼신할매가 보호해줘서 그랬을까요? 전 멍하나 안 들고 말짱히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무려 두 층이나 보행기를 타고 굴렀건만.

그 이후 무럭무럭자라서 동네 오빠의 머리를 깨놓기도 하고, 키보다 더 긴 각목을 들고 동네에서 가장 싫어하는 놈과 전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때 기부스를 한 친구가 그리 부러워보여서 그 날 이후로 철봉 가장 높은 데 바득바득 기어올라가 일부러 왼쪽팔(오른팔은 다치면 수업할 때 힘들다는 영악한 생각에)을 겨냥하고 뛰어 내렸습니다. 하지만 근 일주일을 떨어져도 뼈에 금도 안 가더군요. 그만큼 외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습니다. 흑. 지금도 기부스나 입원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쯤에는 갑자기 무슨 춤바람이 불어서 친구들과 집에서 춤을 추며 놀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그 때 유행하던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의 엉덩이 두드리는 춤 정도였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춤을 추며 놀던 어느 날, 그만 미끌어지면서 엉덩이로 유리창을 깨먹었지 뭡니까. 아. 이런. 제 엉덩이는 기스하나 안 났건만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서 그 이후로 다시는 집에서 춤을 못 췄다는... -_ ㅠ

시간이 흘러 흘러, 중학교때는 좀 더 괴팍한 아이로 변질되었으니, 어느 날에는 머리가 길다고 교문에서 학주가 "이 길이까지 머리를 잘라와."라고 가위로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지요. 하지만, 미용실에 가기도 귀찮기도 해서, 잘린 머리 상태로 일주일을 그냥 학교에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지간히 게으른 것 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중2 때 여름에 한참 아이들이 물풍선을 가지고 놀 때, 괜히 옆에 지나가다가 물풍선에 맞은 아이가 학주에게 혼나는 걸 보고 "걔는 물풍선가지고 안 놀았거든요"라고 학주에게 덤벼들기도 했습니다. 뭐 물풍선가지고 놀지도 않은 애가 혼나니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였음에도 불쌍해서 그런건데, 결과적으로는 학주와 대판 싸우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뭐 그래도 별로 문제아 취급은 받지 않았는데, (그러기엔 성적이 과하게 좋았습니다. 중학교 때 성적이 피크였더랬죠 -_-;;;) 문제는 약 반년 뒤. 그 학주가 담임이 된 게 아닙니까! 이..이런. 하지만, 다행히도 그 선생님은 저에 대해서 기억이 없으셨습니다. 안 그랬으면 밑에 마태님처럼 저도 그렇게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ㅜ_ㅜ (다행히 그 선생님은 지금도 종종 찾아뵙는 선생님입니다.^-^)

아. 써놓고보니 책은 글렀습니다. 글렀어요. 참가에 의의를 두고, 그냥 달밤에 제 유년의 추억을 꺼낸데에 의의를 가지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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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역시 우리학교 학생은 날때부터 드센거야? 그런거야? ^-^;;; 나의 어릴적 모습과 사뭇 비슷허이. ㅋㅋ

라주미힌 2005-11-2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에 S 자가 있을 것 같네욤.. ㅎㅎㅎ
날아보세욤...

날개 2005-11-2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브스가 부러워 철봉에서 뛰어내리다니.....으흐흐~

이매지 2005-11-2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언니 / 드셌다기보다는 힘이 넘쳤던 것 같아 ㅜ_ㅜ ㅋㅋ
라주미힌님 / 또 철봉에서 뛰어내려볼까요? ㅋㅋ
날개님 / 어린 마음에 진짜 부러웠다니까요. 이 얘기하면 다들 헛소리한다고 구박하는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