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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평점 :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것이 되자"(Nous n'étions rien donc, soyons tout)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오직 두 계급만이…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작년 말 현재 땅부자 상위 5%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5만7218㎢, 173억3390만평)의 8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위 1%는 51.5%를 차지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그네들의 땅따먹기가 어느덧 이웃의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의 침식은 급격했고 파괴적이었다.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은 그래서 세상을 저주하곤 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
또한 많은 이들은 변화를 갈망한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를… 이 땅에 태어나 인간다움을 맛보지 않고서 차마 떠날 수는 없음을…
그래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을 세상에 맞게 변태한 사람, 세상을 인간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사람.
이 책은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들과 전자의 사람들과의 치열한 격전의 기록이다.
혁명! 불꽃 같은 투쟁의 현장은 혼란스럽고, 격정적이었고, 정말로 순수했다. 그들의 두 손이 무기였고, 해방의 깃발아래에 선 민중의 박동하는 심장이었다. 쿵쾅, 쿵쾅, 심장들은 죽어가는 혈관에 산소를 불어넣었고, 세포를 움직였다. ‘세계는 근본부터 뒤바뀌리라.’
그대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오. 얻을 것은 온 천하이니…
쿠데타는 쿠데타였다(비주류에 의한 무력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빼앗으려는 기습적인 정치 행동). 볼셰비키(소수파)는 다수의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75%의 농민들이 아닌 노동자와 일부 군인들에 의해 정부를 뒤엎고, 대중의 지지를 정복해 갔다. 적들은 가득했다. 사업가, 지주, 장교, 정치인, 교사, 학생, 멘세비키, 코사크, 백인단, 야만사단, 융커, 사회혁명당, 두마, 카데츠 등등등. 그러나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는 ‘골때리는 한국 현대사’와는 질적으로 틀리다. 그들의 혁명은 최소한 혁명적 당위성과 대중의 욕망을 대신할 진정한 의미의 혁명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수는 강했다. 잃어버린 쇠사슬로 인해 그들은 세상의 주인이 된 것이다
볼세비키 혁명, 넌 감동이었어.
이 책의 위대한 점은 역사적 장면들을 두 눈과 귀로 지켜보고 듣고 있었다는 점이다. 민중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혁명이냐, 반혁명이냐. 글을 읽어야만 했고, 신문과 포고령, 선전문에 귀를 세워야만 했다. 허위와 진실을 가려내야 할 의지와 판단을 지니기를 요구하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인다웠다. 자신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토론했고, 사유했으며, 행동했다.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들, 웅성거림, 소란, 동요, 야유와 조롱의 틈에서 흘러나오는 레닌과 트로츠키의 연설을 듣고 있으면 이 책의 사실성과 현장성에 독자는 압도 당할 수 밖에 없다.
무너진 폐허의 땅에 평등의 꽃 피울 때 우리의 붉은 새 태양은 지평선에 떠 온다.
분명한 것은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새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는 점이다. 혁명은 성공했으나, 피의 태양만 떠올랐다. 소유형태의 변화만으로는 세상이 바뀔 수는 없었다. 더욱 심해지는 압제에 민중은 피를 흘려야 했다.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구속되지 않는 무제한의 권력에 의해 스탈린에 의해 1000만 농민은 쓰러졌다. 어쩄든 이 책은 혁명 이후를 모른다. 비극적인 결말, 무제한의 폭력지배가 그들 앞에 놓여있다는 숙명을 모르기에 ‘그들의 혁명’에 동정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들의 행진’에 따른다.
인터내셔널가를 흥얼거리면서…
하지만 자본주의 타도 없이는 ‘종전’은 불가능 하다는 ‘4월 테제’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전쟁터를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이 네가 사는 길이고, 내가 사는 길이지 않은가. 평화, 평등, 민주의 가치가 불변하다면...
<인터내셔널가>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이여 일어서라/
굶주린 도형수들이여 일어서라/
이성이 그 분화구 안에서 천둥 친다/
이젠 끝이 왔다/
과거를 백지 상태로 만들자/
노예들이여 일어서라, 일어서라/
세계는 근본부터 뒤바뀌리라/
지금은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나 이제 모든 것이 될 터/
이것은 최후의 투쟁이라네/
단결하세 그러면 내일/
인터내셔널이 인류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