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서술이 궁합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다. 역사를 알고자 함이 진실에 다가서는 것과 달리 해석에 기반한 것처럼, 생애를 다루는 것이 그를 알고자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글이나 말 또는 행동을 통해 가늠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보여지는 것들뿐이니 어쩌겠는가, 이것은 소설처럼 개연적인 일들에 관한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찌됐던 그의 행적을 쫓아가기에는 심하게 부담스러운 ‘열린책들’식 편집과 폰트사이즈에 기절부터 하게 된다. 게다가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나기에 앞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긴 여행에 있어 지도를 빼먹은 것과 같다. 중학생일 때 죄와 벌을 읽다가 긴 이름들의 한 무리에 깔려 아이디만 건져 올린 아픈 기억이 또 아려온다. 읽으면서 긴 이름이 여전히 낯설다. 작품 해석이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귀를 열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나의 해석에 대한 침해라는 느낌을 받아서인데, 이 부분도 읽기엔 힘들었다. 그렇게 개인의 삶을 쫓아가는 데에 주력하면서 읽었다. 사회상, 국제정세, 문학인들과의 교류와 개인적 풍파를 통하여 그의 이면들을 엿보는 재미가 간간히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문학의 농익은 여드름’ 을 어떻게 연관 지어서 상상할 수나 있었을까. 말년에는 전쟁을 부르짖던 ‘어버이 연합회 회장’ 같은 모습도 보이니 문학만으로 그를 평가하거나 인식된다는 것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평전을 읽나 보다. 비록 그의 책을 끝까지 본 적은 없지만, 평전을 다 읽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만, 한 발짝 다가서면 두 발짝 달아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이젠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우린 인연이 아닌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