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에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볼테르'와 '보테로'... 자꾸 이름을 햇갈리게 부르는 '나'도 가게 되었을까. (아르마니가 생각나지 않아서 아다지오라고도 했다 ㅡ..ㅡ;  고유명사를 잊게 하는 무슨 병이라도 걸린게 아닐까.. DHA가 풍부한 참치라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겠다.)
가끔 미술서적을 읽기는 하지만 진짜로 보면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이 좀 있었다. 
집회는 혼자서도 잘 가는데, 극장은 죽어도 혼자 못가는 본인이 이번에 같이 갈 사람을 애타게 불렀으나. 아무도 없고 ㅠㅠ;
그나마 스케줄 꽉 잡아 놓으셨던 휘모리님만 웬일인지 변경하시고 막판에 동행해주셨다.
(너무 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듯 -_-;;) 
표도 미리 끊고 타는 목마름을 뽀카리 스웨트로 적시며 덕수궁 근처를 세시간 배회하다...
입장하였다.


1. 시장바닥 같은 전시장...

대단히 유명한 화가인가보다~!! 노무현 분향소에 줄을 서던 인파의 미니멀 버전(?)
전시장에 들어가니... 예전에 독립기념관이나 박물관에서 게걸음으로 보던 기억을 연상케 했다..
유화 대작이 많아서 좀 멀리 떨어져서 보고 싶었는데, 다들 바짝 붙어서 보더라 ㅠㅠ
안보여 안보여~
미술서적에 따르면 그림 크기에 따라 보는 거리도 달라져야 한다는데.
하여간 신경쓰이는 뒷통수가 많았다.


2. 부피와 비례, 질감, 그리고 색감

그림은 힐끗 봐도 독특하다. 
지금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감에 대한 조롱처럼 고도비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미의식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인간 욕망이 투영되어지는 것이고 그것은 예술 그대로의 것이 되어지곤 하는데,
보테로의 작품에는 한 번의 비틈이 있다.
유난히 크거나 작은 사물의 비례와 양감의 과도한 변형은 미의 체계를 흔든다.
그것의 독자성이 이 화가를 두드러지게 하는 듯 하다.  
색깔은 어찌나 곱던지...


2. 몰개성 

상당히 비슷한 구도와 얼굴들 뿐이다.
애초에 개성은 없다는 식으로 보여지는 인물과 상황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작품이 재미가 없을까?
아니다. 변주가 있다. 눈은 어딘가를 향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상황을 설명하려 들고,
예상치 못한 소도구의 등장이 그림에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만들어 낸다. 





월E 에 등장하는 지구인이 생각난다.
모두는 같지만, 애정을 갖고 보면은 각자를 대표하는 것이 발견되어진다 
몰개성은 곧 개성에 대한 갈망이 있게끔 한다.


3. 그림 속의 열쇠말 

라틴의 삶이 보인다. 담배, 도박, 춤, 투우... 그들의 희열과 에너지가 넘치는 듯 하지만
체제 속의 따분한 일상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몰개성의 얼굴이 오히려 얼굴을 보게 만들듯, 반복되어지고 있는 삶을 표현함으로써
삶을 집중케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반복 되지만 결코 같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열쇠말을 찾는게 그림을 재밌게 한다.
김홍도의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는 위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보테로의 작품도 만만치 않게 재미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4. 고전의 재해석...

유명한 그림들을 보테로식으로 그려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오우삼을 오마주 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을 자기 세계로 끌어오는 담대함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근데 뭘 알아야 보이지 ㅡ..ㅡ;;
에코의 유머가 어디 웃겼던가? 
 



5. 자화상 

잘 생겼네.. 





http://www.museumsyndicate.com/artist.php?artist=248

여기 가면 다른 작품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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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시)보테로전 - 아 저 사랑스러운 풍성함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08-17 09:47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마디 하자면, 휴일에 미술관을 가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뛰어다니는 어린이들과 그 아이들을 따라온 무심한 부부, 끈적한 커플들, 숙제하러온 학생들 등 엄청난 인파에 파묻힐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사실 평일에 갈 생각이었는데, 라주미힌님이 서울에 올라왔다며 보고싶은데 같이 볼 사람이 없다고 꽤나 애처롭게 말해 은평에 선배집에서 부랴부랴 땡볕 더위에 덕수궁으로 향했다. 
 
 
머큐리 2009-08-1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갔구나...ㅎㅎ 하도 조용해서 못간줄 알았어요...^^ 난 일요일에 애들 델꼬 가려구 했는데...게으름과 애들의 반란(?)으로 조용히 집에서 방콕했는뎅...나도 보고 싶다...저 건장한 아름다음...ㅎㅎ

라주미힌 2009-08-17 12:10   좋아요 0 | URL
웃겨요... 그림들이 ㅋㅋㅋ.. 부담없이 보고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용..

다락방 2009-08-1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쪽 벽에 저 꽃그림 세개가 나란히 걸려 있잖아요. 정말 뭐 하나가 더 좋다고 할 수 없을만큼 좋더라구요. 저는 어엇, 하고서 그 그림을 보다가 당장 뛰어나가서 엽서를 샀어요. 꽃 엽서.
:)

라주미힌 2009-08-17 12:11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 좀 살걸... 앗 후회되네요.. 머큐리님한테 부탁해야겠다..
혹 가시면 제것 좀 사오시라고 ㅋㅋㅋ

Arch 2009-08-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아무도 추천을 안 했을까.^^ 제가 방금 했어요~
보고 오셨구나! 전 라주미힌님이 보여주는 보테로(나도 르를 로로 방금 고침)전이 더 좋은데요.
고유명사 까먹는 병이 DHA만으로 되겠어요? 그런데 아다지오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8-17 09:56   좋아요 0 | URL
라님이 무슨 술인가를 설명하고 싶어했어요..제게 '그 멕시코술 있잖아요. 소금에 찍어먹는...' 전 잘 몰라서 가만히 있는데, 몇 분간 그러고 있자니 술집 종업원이 '데킬라입니다. 너무 답답해 하시는거 같아서' 라며 가르쳐 주었어요.. ㅎㅎㅎ

다락방 2009-08-17 10:23   좋아요 0 | URL
술집 종업원 멋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09-08-17 11:2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아는데, 데낄라. 슬래머가 더 맛있죠! 자기들 서재는 놔두고 여기서 참^^ 라주미힌님 귀 간지럽겠다^^

라주미힌 2009-08-17 12:14   좋아요 0 | URL
답답해서 죽을 뻔 했는데.. 구해주셔서 감사했습죠;; ㅋ.ㅋ
인터넷의 폐해같기도 함... 맨날 검색하다보니;;; 머리를 안 씀 -_-;
아하~!! 휴대폰 번호를 기억못하는건 휴대폰에 저장되기 때문이라서 그런거잖아요.. 역시 디지털화 된 세계의 확장으로 인간의 아날로그 세계가 많이 뭉그러져가고 있다는 걸 요즘 마구 느끼고 있습니당..

순오기 2009-08-1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테르가 이런 그림을 그린 화가였군요. 저 풍만한 모델들에 동지의식을 느껴요~ㅋㅋ
군산에서 뭉칠 멤버들의 댓글놀이가 같아서 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