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하여, 또! 이사를 가게 되었다. (된장!! 제길슨!!!) >.<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서 밍기적 대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집 좀 보여 달라고.
당시 내 복장은.. 미키마우스 칠부 바지에 완전 헐렁한 호가든 회색 면티. -_-;;;;
알았다고 대답하고 나서 십여분 뒤 딩동~ 벨이 울리고.. 모니터를 보니 부동산 직원이 보였다.
문을 열어드리다가 그만 헉~~ 하고 놀랐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갈 뻔 했다.
내 눈 앞에는 1m 9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큰 키에 영화배우와 모델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가진 한 외국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매우 쩍팔린 이야긴데, 나는 내가 이 사람을 어디선가 봤다고 확신했다. (대체 어디서 본거지? 클럽에서 봤나, 펍에서 봤나? 아 정말 그렇다면 이거 민망한데... 날 알아보진 않겠지?) 따위의 생각을 했다.
한데 이 외국 남자는 아직 한국 문화에 익숙치 않은지 굳이 현관을 두고 복도에서 불편스럽게 신발을 벗고 계시질 않는가. 그럴거 없다고 괜찮으니 안에 들어오셔서 신발 벗으시라고 하자 부동산 직원이 오, 영어 잘하시네요 라고 추임새를 넣어주시고~ 거기에 탄력받은 나는..
그 이후로 나는 마치 내가 중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양 참 열심히도 집안 곳곳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대기 시작했다. 부동산 직원분은 이게 웬 땡큐냐 싶어서 연신 웃으며 고맙다고.. -_-;;;
커튼을 걷어 올리며 야경도 보여주고, 관리비 이야기에, 수납공간, 냉장고와 붙박이장도 열어 젖혀 보여주고, 심지어 욕실의 비데까지.. ㅜㅡ
그 멋진 외국 남자분께서 여기저기 살펴 보는 동안 내 안에서는 이런 간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그러니까 이 집에서 같이 살아요. 네? 룸메 안구하세염?'
컥...
그분 -.- 께서 둘러보고 가신 뒤에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 분을 그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으며 다만 지면 광고나 혹은 어떤 영화에서 봤던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멋진 모든 남자들이 풍기는 이미지의 총집합체를 떠올렸을 뿐이라는 것을.. 쿠억..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헐떡거리며 L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한술 더떠서 언니는 부동산 직원에게 물어서 번호를 따라고 하며 룸메 안구하냐고 물어보라나. ㅜㅡ
결국, 언니와 내가 동시에 내린 결론.
너무, 오래 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