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있지만 한 때 나에겐 악취미가 있었다. 그건 돌이켜보니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견디기 힘들 것이 뻔한 내 상태를 알면서 나는 내 기억의 환부를 잔뜩 과장되게 벌리고 똑바로 들여다보도록 나에게 강요했다. 그리고 무뎌질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마침내 거의 무감각해질 무렵 나는 그런 악취미를 접었다. 그건 자학하고는 개념이 다르다.
나는 이기고 싶었다. 그 까짓 기억 따위에 지고 싶지 않았다. 제깟것이 그래봤자 기억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확실히 일깨워주고 싶었던 듯 하다.
약한 건 수치스러운 것이고, 수치스럽게 사느니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써놓고 보니 무슨 조폭같군..) 지금은 내 자신이 약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우스운 것은, 강해지려고 거의 발악을 하던 시기보다 스스로 약함을 인정하는 지금이 오히려 실제로는 더 강해진것 같다는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못되는 인간이 자기를 존경하라고 잔소리 늘어놓고 불평하는 법이다.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자기를 존경해라 말아라 이딴 소리를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히..
사실, 악취미가 오늘도 조금 동.. 하였으나 참았다.
이제 서른두 살이나 먹었으니 그런 유치한 악취미는 이제 정말 접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