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화면에서 어린 호랑이나 사자를 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마 그건 잠시일뿐이겠지. 곧 자라서 맹수의 본성을 드러내겠지. 어쩌면 키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맹수의 잘못이 아니다.

문득, 나도 그동안 마음 안에서 수많은 맹수를 키웠던게 아닌가 싶었다. 처음에는 귀엽고 예뻤으나 곧 그들은 맹수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찢어놓았던 건 아닐까.

갈기갈기 찢긴 나는, 맹수탓도 할 수 없어 멍하니 그렇게 앉아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상처가 아물무렵 나는 또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는데 그건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순식간에 갑자기 커져버린 그 고양이.. 아니 호랑이는 내 심장이 멎을 정도로 크고 무섭게 포효하며 한 입에 나를 집어 삼키려 달려들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도망치면서도 나는 왜 또 고양이가 호랑이로 변했는지 모르고 그렇게 오로지 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뛰고 넘어지고, 일어서서 뒤도 못돌아보고 뛰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

지난 일들을 돌아보니 내가 꼭 그랬던 것 같다.

맹수, 다시 키우지 않아야 할텐데. 이제 다시는 호랑이를 고양이인줄 알고 키우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 더, 단단한 심장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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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1-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어서, 구두님을 본 사람이면 다들 그렇게 말한다.

이리스 2006-01-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ㅡ,.ㅡ

마늘빵 2006-01-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이리스 2006-01-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흠, 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