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밖으로 거대한 병원 건물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사이렌 소리가 이따금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지금 이시간에도 저 거대한 병원에서는 누군가 죽음을 맞고 또 누구는 간신히 고비를 넘겨 생을 이어갈 것이다. 또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잘려 나갈 것이다.
한 편에서는 쉼없이 신생아들이 태어나 울어대겠지. 그 아래 어두컴컴한 지하에는 장례식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고 있겠지.
하루 두시간 남짓한 수면으로 극도의 피로함을 견디는 젊은 청춘들이 환자들의 생과사를 손 안에 쥐고 묵묵히 일하고 있겠지.
나의 외삼촌도 몇 해 전 바로 저 병원에서 암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셨던..
죽음은 언제나 삶의 대극으로서 존재한다는 하루키상의 말이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걸음 옮기면 화려한 번화가, 이제 갓 이십대에 발을 들여놓은 새파란 청춘들이 목청을 높여 떠들어대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젊음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 싸늘한 밤공기에 다리를 내어 놓고, 윗옷을 벗어든채로 거니는 저 가벼운 청춘들.
나는 이런 풍경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