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윙 췄을 때는 거기 사람들이 '스윙은 내 삶의 활력소'라고 그랬는데, 탱고판 오니까 여기 사람들은 '탱고는 내 삶의 진통제'라고 한다. 그 말이 정말 맞는 듯. 체력적인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삶이 아프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스윙 추기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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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나다에서 사람들 추는 거 지켜보는데 아름다워서 가슴이 먹먹했다. 아, 정말 인생 걸 만한 춤이로구나, 탱고는. 라들의 발놀림은 얇은 꽃잎이 팔랑이는 거 같고, 그게 너무나 너무나 아, 달려가서 어루만져주고 싶도록 처연하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LOD를 지키면서 다같이 조화롭게 추는 모습이 실로 눈부신 군무 같았다.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다 여기를. 한때 나도 오나다에서 춤 췄단 사실을, 나도 여기를 거쳐갔단 사실을, 훗날 평생 자랑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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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추는 사람은 거부당하고 잘 추는 사람은 대접과 환영을 받고- 오로지 자신의 기량으로 평가받는 춤판의 냉혹한 논리가 좋다. 정의롭게 생각된다. 몸매와 체형은 물론, 춤실력에서 성격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숨겨지지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모든 게 그대로 투명하게 다 드러나는 여기가 좋다. 적어도 음악이 흐르는 플로어 위에서 만큼은 그 어떤 세계보다도 정직하고 순수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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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롱가는 불가피하게 스윙판이랑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보다 조심스럽고 까칠하고 경계심이 깔려있고 낯선 이에겐 배타적일 수밖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여기는 신나게 쿵쿵대면서 땀 빼는 곳이 아니라, 여기는, 아, 여기서 일어나는 감정들은, 정말로 정말로, 비밀스럽고 눈물겹고 갸냘프고 얇고 연약하고 쓰러지기 쉽고, 그래서 그런 것 같다. 한 딴다 추는 동안 만큼은 상대를 깊이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가장 내밀하고 소중하고 부끄럽고 연약한 진심을 꺼내보여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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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지만, 앞으로도 함구할 자신이 없지만, 그러나 탱고에 대해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말도 사실은 다 헛소리다. 무엇보다도 여기 알라딘 서재에 탱고 관련해서 내가 끄적이고 있는 모든 말들이 제일 심각한 헛소리다. 탱고에 관해서라면, 말로는 그 어떤 것도 채집할 수 없을 거 같다. 그 어떤 것도 건져올릴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포착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아, 말이란 것은 얼마나 얄팍한지. 얼마나 꼰대 같은지. 얼마나 쓸데없이 언저리만 맴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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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는 쉽다. 연체동물처럼 추기는 쉽다. 그러나 제대로 추려면 끝이 안 보인다. 이걸 오늘 처음으로 진지하게 느꼈다. 끝이 안 보이는 길에 발을 딛었구나, 알게 되었을 때의 어떤 아득함. 막막함. 탱고는 결코 여가선용이나 취미일 수가 없을 거 같다. 이 춤은 all or not을 요구하고, 그래서 결국엔 자신이 추고 있는 춤에 인생의 한 시절을, 아니 어쩌면 인생의 전부를 걸어버린 사람들만 춤판에 남는 거 같다. 존경스러울 뿐. 나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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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적인 것보다 디오니소스적인 아름다움에, 합리성보다 비합리성에 더 매력을 느껴서일까, 테크닉의 능란함보다는 참을 수 없는 어떤 무언가가 느껴지는 춤이 더 좋아 보인다. 참을 수 없는 격정. 참을 수 없는 관능. 참을 수 없는 광기. 그런게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분출되고야 마는 춤. 말끔하니 빚어낸 기예 같은 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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