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윙 췄을 때는 거기 사람들이 '스윙은 내 삶의 활력소'라고 그랬는데, 탱고판 오니까 여기 사람들은 '탱고는 내 삶의 진통제'라고 한다. 그 말이 정말 맞는 듯. 체력적인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삶이 아프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스윙 추기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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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나다에서 사람들 추는 거 지켜보는데 아름다워서 가슴이 먹먹했다. 아, 정말 인생 걸 만한 춤이로구나, 탱고는. 라들의 발놀림은 얇은 꽃잎이 팔랑이는 거 같고, 그게 너무나 너무나 아, 달려가서 어루만져주고 싶도록 처연하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LOD를 지키면서 다같이 조화롭게 추는 모습이 실로 눈부신 군무 같았다.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다 여기를. 한때 나도 오나다에서 춤 췄단 사실을, 나도 여기를 거쳐갔단 사실을, 훗날 평생 자랑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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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추는 사람은 거부당하고 잘 추는 사람은 대접과 환영을 받고- 오로지 자신의 기량으로 평가받는 춤판의 냉혹한 논리가 좋다. 정의롭게 생각된다. 몸매와 체형은 물론, 춤실력에서 성격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숨겨지지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모든 게 그대로 투명하게 다 드러나는 여기가 좋다. 적어도 음악이 흐르는 플로어 위에서 만큼은 그 어떤 세계보다도 정직하고 순수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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