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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사회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을 넘나들며 도덕성의 작동 원리(1부), 그 사회적 기원과 형성 과정(2부), 나아가 도덕이 종교 및 정치와 어떻게 관련 맺고 있는지(3부) 살펴본다. 책에서 알게 된 사실은 인간의 선천적 도덕성 기반(=도덕 매트리스≒도덕적 감각 수용체)이 무려 여섯 가지(①배려/피해, ②자유/압제, ③공평성/부정, ④충성심/배신, ⑤권위/전복, ⑥고귀함/추함)라는 것. 그리고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 서양적이고 고학력이고 산업화되고 부유하고 민주주의적인) 특성이 강하거나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의 사람들, 또는 자유주의자들의 도덕 판단이 주로 세 가지 기반(배려/피해, 자유/압제, 공평성/부정) 위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보수주의자들은 다섯 가지 기반 모두를 폭넓게 사용한다는 것.
이 책은 보수 우파와는 사고의 결이 질적으로 다르다고 스스로 여기는 사람들 즉, 세 가지 이하의 도덕 감각 수용체만 편향적으로 사용하는, 도덕성의 범위가 협소한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하는 데 여러 모로 유용하겠다. 나와 이질적인 상대와 한 사회 안에서 어찌되었든 함께 살아나가려면 우선적으로 상대가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도덕적 가치부터 파악해야 한다. 나는 비록 그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 해도 그 사람이 왜 그 가치를 따르는지 헤아려보는 일, 여기서부터 인간적 이해의 가능성이 싹튼다(558쪽)는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쓰면 리뷰가 너무 짧으니까 재밌었던 것 하나 더. 이 책에서는 자연 적응과 진화의 결과로 말미암아 인간의 본성이 90퍼센트는 침팬지, 나머지 10퍼센트는 꿀벌과 같아졌다고 하면서, 특정 계기에 의해 두뇌 회로 모처에 ‘군집 스위치’가 켜지면 비로소 10퍼센트의 본성이 활성화되는 상태 그러니까 인간이 별안간 군집 생물처럼 행동하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이때 방출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으로 우리는 ‘집단 희열’에 젖어드는데, 이런 경험은 대자연 앞에서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는 순간에도, 환각제를 통해서도, 광란의 댄스파티 현장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게 왜 재밌었냐면, 단순명쾌해서.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단순명쾌해서. 세계의 일렁이는 신비와 우리 안의 빛나는 신성을 단숨에 형해화시켜버리는 진화생물학의 이 막강한 단순명쾌함이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