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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 mir bist du schon- 당신은 아름다워요. 스윙빠에서 틀어주는 음악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곡을 꼽으라면 영화 스윙키즈에 나왔던 이 노래를 꼽겠다. 곡이 중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박자가 느려지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춤동작은 일제히 슬로 모션으로 바뀐다. 이 때가 장관이다. 그 순간 우리는 마치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을 누이는 갈대들 같고, 추위를 피해 대열을 이루어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 무리 같다. 음악이 되었든 자연의 섭리가 되었든 절대적인 어떤 것에 일제히 조응하는 생명체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숨막히는 풍경이다.

 

늘어난 박자에 맞추어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는 동안 누군가는 땀을 닦고 누군가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때로는 손을 맞잡은 상대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음악이 장난을 걸어서 웃음이 나고, 무언가에 심취하여 땀 흘리는 서로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웃음이 난다. 아니면 느려진 음악에 스텝을 헛밟아서 민망한 웃음이 새어나오거나. 어떤 연유로든- 잠깐의 여유를 부리며 웃을 수 있는 그 때가 나는 참으로 좋다. Bei mir bist du schon에 맞추어 춤을 출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그다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심지어는 말 한번 주고 받은 적이 없는데도, 바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치는 동호회 사람들에게는 일방적인 친근감이 생기는 것 같다. 상대를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무한한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아마도 춤과 음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견고하게 만드는 매개가 되어주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스윙에 심취하는 까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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