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느낀 건데 탱고는 반드시, 반드시 음악에 맞춰서 춰야 할 거 같다. 땅고 음악에 맞춰서 춰야 그 춤이 비로소 땅고인 것 같다. 음악에만 정확히 맞으면 패턴이 화려하지 않아도 완성된 춤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음악하고 따로 놀면 그건 뭐 캬바레에서 부둥켜 안고 추는 거랑 다를 게 뭔가. 노엘리아가 <라 뚜뿡가띠나> 곡에 맞춰서 발동작 하는 거 보면 눈물 난다. 너무 예뻐서. 빠사다도 음악에 맞춰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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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손'이라는 게 뭘까.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도의 몰입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음악+나+파트너 간의 일체감, 타아의 경계가 지워지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을 꼬라손이라 한다면, 선승이 좌선명상 끝에 도달하는 삼매의 경지 또한 꼬라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꼬라손이라 한다 해도 그 스케일에 있어서 선승의 꼬라손은 대자연과 통정하는 가히 전우주적 꼬라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런데 이런 기분은 일방적인 환상일까? 여기서도 역시 '성관계는 없다' 는 명제가 적용되는 걸까? 아니면 상호동시적으로 촉발되는, 상호생성되는 감각인 걸까?
 
아르헨틴 땅고에서 가장 흥미로운 용어는 '꼬라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르헨틴 땅게로스들이 이 꼬라손을 몹시 중요하고 각별하게 여기면서 노래가사에서든 어디서든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윙도 제대로 삘받아서 한 시간 남짓 쉬지 않고 미친듯이 추다보면 정신 상태가 약간 서로의 꼬라손이 느껴진다고 할 만한 지점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스윙에선 여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부여된다거나 특별한 용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땅고에서는 이것이 '언표화'되어 있고, 이 언표가 생산해내는 담론들이 매우 풍성하다. 재미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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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5-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여자친구가 절 mi corazon 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영어로 치자면 sweetie, honey 같은 말이겠지만 mi corazon이 어찌나 달달하던지..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심장이 터졌을 거에요.

수양 2015-05-24 11:00   좋아요 1 | URL
동성에게 들어도 두근거릴 만한 최고의 찬사인 걸요! 꼬라손 꼬라손 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뭘 좀 아는 거 같아요...

오쌩 2015-05-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라손이란게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랑 비슷한건가요
극도로 힘든 상태에서 33km지점 정도에서 대량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쾌감을 느끼는....

수양 2015-09-13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이게 뽕맞는 기분(?)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근데 또 이렇게 말하기에는 꼬라손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거 같아요... `영혼`이라는 의미도 있고 때로는 `영혼의 통정`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겨우 올봄에 땅고 입문한 걸요. 한 2~3년은 춰봐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탈리아 힐스. 멋지다. 흐트러짐없이 정교하고 절도있고 결정적으로, 우아하다. 능란한 테크닉에 깊이와 세련미를 더하는 이런 우아함과 품위는 어떻게 길러지는 걸까. 이 여자는 팔로잉을 해나가면서도 결코 지지 않는다. 지지 않기 때문에 춤에 계속 긴장감이 돈다. 암컷 같다. 육식동물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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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여자에게 있어서 탱고를 배운다는 것은 춤의 규칙과 기술 습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이 춤은 여자에게 몸을 정지하거나 움직이는 방식, 마음가짐, 자태, 분위기 등을 아우르는 어떤 총체적인 애티튜드를 가르친다. 탱고 배우면 맵시가 생긴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내 생각에 우리가 탱고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탱고적 애티튜드를 체화하면서 일반 여성에서 탱고 추는 여성으로 재사회화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탱고적 애티튜드란 무엇인가. 탱고라는 춤에서 여자는 항상 아름다워야 하고, 절도가 있어야 하고, 자기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 매혹적이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고하고 당당해야 한다. 이것은 그러니까 탱고라는 춤을 위한 하나의 '역할극'이다. 이 역할극이 여성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우아함이란 무엇인가? 세련됨이란 무엇인가? 여성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다른 여성과 차별화되는 내 안의 고유한 요소란 무엇인가? 나다움이란 무엇이며 나답게 치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하고, 각자의 방식과 기준으로 그 해답을 부단히 모색해 나가도록 만드는 것 같다.

 

겉으로는 남성의 리드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하는, 여성에게는 굉장히 수동적인 춤으로 비춰지지만, 이 춤은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주목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주체적으로 가꿔나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과도 상당히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실제로 탱고 오래 춘 땅게라들한테서는 종종 대학 시절 동경했던 페미 언니 포스가 느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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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땅고페스티발 그랜드밀롱가에 도우미로 참여하면서 하비에르 비롯한 마에스트로 공연을 직접 몇 미터 떨어져 지켜볼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실로 충격이었다. 깨달은 것 두 가지: ① 지금까지 내가 정모나 쁘락에서 봐왔던 땅고는 땅고가 아니었다. 더러운 오징어... 라고 까지는 않겠다. 동영상 보는 것과 실제를 눈앞에서 보는 거랑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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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5-05-0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러운 오징엌ㅋㅋㅋㅋㅋㅋ에서 빵 터졌습니다.
아 그런데 어제 그런 행사가 있었군요. 알았더라면 저도 구경 갔을텐데 아쉽네요 ㅠㅠ

수양 2015-05-04 02:26   좋아요 1 | URL
동네 친구들이랑 축구하다가
난생처음 월드컵 경기 관람한 기분이었어요
정말 쇼크 먹었네요
앞으로 오징어를 못 먹을 것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