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미역국에 흰쌀밥이랑 삼색나물 차려놓고 우리 아기 아프지 말고 건강히 자라게 해달라고 빌었다. 전통풍습을 착실히 따라서 꼭두새벽부터 신령님께 정화수 떠놓고 빌어보긴 난생처음인 일인데 그만큼 내 마음이 절박했던 까닭이다. 요즘은 아프다고 옛날처럼 쉽게 죽지는 않는다. 다만 다같이 망할 뿐.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한달살이 가정에 아픈 이가 생기면 그 날로 그 가정은 모래성처럼 붕괴되고 만다는 두려움에 정말로 간절히 빌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살면서 또 한 번 누리기 어려운 각별한 경험을 했다. 두려움과 고통, 환희와 감사와 기쁨... 병원에 있는 내내 눈물로 뒤범벅된 수만 가지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아기의 탄생은 실로 벅찬 경이와 신비 그 자체였다.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아기를 보면 정말로 신이 여기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겠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눈부신 신성 속에 있음을, 작은 꽃잎 같은 아기 입에 젖물리며 깨닫는다. 아기는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이란 생각- 상투적인 비유가 아니라 뼛속깊이 사무치는 구체적인 실감으로서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처음엔 이처럼 여리고 무구한 아기였다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또한 얼마나 큰 전율로 다가오는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7-12-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출산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귀한 선물이라는 말씀이 저도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래서 제 아들 이름 지을때에도 귀한 선물이라는 뜻이 들어가게 지었지요.
몸조리 잘 하시고 앞으로도 아기랑 귀한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수양 2017-12-16 18:46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이젠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릴 만한 것도 전율할 만한 것도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없으리란 그간의 염세적인 전망이 얼마나 치기어린 오만이었는지 깨달았던 며칠이었네요. 얼마나 더 겸허해져야 할런지... 갈 길이 머네요. 지금도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 보면 눈물나요. 너무나 예쁘고 귀하고 감사해서... 기적 같아요.
 

 

아침 7시45분 용산에서 출발해 9시58분 전주 도착. 전동성당 둘러보고 한옥마을 탐방. 전통 기와집들 사이로 간간이 끼어있는 적산가옥이 인상적이었다. 카페로 개조한 곳에 우연히 들러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었는데, 적산가옥이라는 게 참, 일본 애니메이션에선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실제로 보니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이 있었다. 기괴미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쁘락하러 엘땅 갔다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레슨이 잡혔는지 홀을 못 쓰게 되었다. 허탕치고 돌아갈 밖에. 그래도 그냥 가긴 아쉬워 근처를 배회하다 우연히 들어갔던 곳.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정기적으로 소규모 콘서트를 여는 모양이었다. 엘땅 근처에 이런 보석같은 데가 다 있었다니, 쁘락 허탕친 걸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너무너무 멋진 공연이었다. 재즈 공연은 음반으로만 듣는 것과 현장에 있는 게 완전히 다르더라. 특히 즉흥연주 파트- 현장에서만 맛볼 수있는 감흥이 굉장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십 년 넘게 늘 다니던 길인데도 눈 오니까 새롭다. 고운 설경을 차창 밖으로 속절없이 흘려보내기 아까워 핸드폰으로 열심히 찍었건만 정작 결과물은 영 마음에 안 차네. 치마폭을 그물처럼 펼쳐 물결 위 반짝이는 별빛을 주워담으려다 치마만 젖고 말았더라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그 어리석은 여자가 나였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