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전하기를, 다음 주 월요일이 국왕 탄생일이어서 학교 안 나와도 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반 친구들이 다들 아쉬워 했다고. 학교 다니는 게 즐거워서 학교가 쉬면 실망하는 아이들이라니 실화냐... 학교도 즐거운데 학교 가는 길마저 이리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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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앤잭데이는 우리나라 현충일에 맞먹는 국경일이다. 우리는 이런 행사가 관주도로 지나치게 엄숙하게 이루어지고 시민 차원에선 다소 무관심하게 넘어가는 편이지만 호주에선 무슨 마을 축제처럼 흥겨운 분위기다. 이날 만큼은 동네 필부로 살아가던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이 옷장 깊은 곳에 모셔둔 군복을 꺼내 입고 교통이 통제된 시드니 대로를 당당하게 활보한다. 노병의 가슴팍에 매달린 수많은 훈장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복잡다단한 이념 갈등의 역사도, 군부독재의 트라우마도, 분단국가가 부득이 안고 있는 만성적 고충 같은 것도 없는 나라의 단순명랑 쾌활한 현충일의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


사실 주말마다 확성기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드는 지긋지긋한 태극기 노인네들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만큼은 이 못지않을 텐데, 또 그중엔 분명히 나라를 위해 목숨 내걸고 산전수전 겪은 이들도 상당할 텐데...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 사회구성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예우를 갖추어 한마음으로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기에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저마다의 정치적 시각에 따라 날을 세우고 시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복잡한 문제와 갈등이, 또 해결이 난망한 민족적 과제가 너무나 많은 듯... 광화문 거리에 펄럭이는 태극기조차도 이념적 색채를 띠고 있으니. 호주의 앤잭데이 행사를 한국인의 눈으로 구경하고 있으려니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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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장은 호주 와서 처음 본 유황앵무(Sulphur-crested Cockatoo). 순백의 깃털은 윤기가 흐르고 머리의 노란 벼슬은 황금으로 만든 왕관 같다. 얼마나 힘세고 영리한지 부리로 아이들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남은 음식을 꺼내 먹는가 하면 음수대 수도꼭지를 돌려서 물도 한 모금씩 받아먹는 모양이다. 뚜껑이며 수도꼭지며 온전히 남아나질 않는다고. 


호주는 금전이 오가는 계약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정교하고 체계적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이었구나 싶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발달해서 다양한 일처리에 앱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고 앱 디자인도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우수하다. 그렇게나 세련되고 선진적으로 굴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막상 겪어보면 의외로 안일하고 허술한 구석이 없질 않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려나. 

여기 정착하면서 다시금 통감했다. 나는 역시 생활이라는 것에는 도무지 재능도 능력도 적극성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복잡한 생활의 문제에 직면하면 타조처럼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어버리려고만 한다. 영어 못하는 게 제일 심란해서 한국 있을 때 영어책만 붙들고 있었더니만 정작 와보니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지장이 없다. 타조처럼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랴. 이참에 지긋지긋한 영어도 때려치워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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