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r Feelings: An Asian American Reckoning (Paperback) - 『마이너 필링스』원서
Cathy Park Hong / One World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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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헬조선이니 해도 이불 속이 따뜻한 것을 알기는 어렵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는. 이불 밖에 놓인 이민 후세대들, 나아가서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소수자들, 촘촘한 차별의 구조 속에서 굴절된 자아를 가지고 모순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고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 이민 2세가 쓴 이 책은 차별에 관한 에세이다. 미묘하고 일상적인, 그래서 더욱 자기검열적이고 자기환각적인(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 희미한 연무처럼 때로는 나직이 지속되는 소음처럼 존재하는 차별. 몰이해와 편견의 시선, 단순화 정형화된 잣대 속에서 만성적인 피로가 조용히 누적되어 가는 차별. 평생의 형벌과도 같은 차별.

저자가 써내려간 '이 감정들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한국판 부제). 일상에서 겪는 차별의 경험은 인종주의에 대한 고찰에서 탈식민주의적 사유로 이어지고,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은 이 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매운 책이(불 붙은 표지를 보라) 미국에서 굵직한 상을 거머쥐며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우리나라라면 어떨까? 모범 시민 이자스민 말고, 모범을 거부하는 캐시박홍 같은 여자가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면,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을까? 얼마나 가능할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비록 이민 인구 유입의 역사가 짧은 사회적 특수성도 감안해야겠지만, 우리의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새삼 가늠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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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리히터 : 세 개의 세상
리히터 (Max Richter)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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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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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o Learn: Why Unleashing the Instinct to Play Will Make Our Children Happier, More Self-Reliant, and Better Students for Life (Paperback)
Peter Gray / Basic Books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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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근한 감동과 함께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남겨준 책. 그런데 저자 소개 알라딘 링크가 잘못된 듯.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발달심리학자라고 하는데. 찾아보니 <언스쿨링>(황기우 옮김, 박영스토리, 2015)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다. 여기저기서 한국의 언스쿨링 모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언스쿨링이라는 것도, 이상만 좇는 낭만주의 실험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자식을 담보로 모험을 할 순 없잖은가), 조직화된 현대사회에서 체계적이고 규모있게 실효성을 가지고 지속되려면, 그 취지와 철학에 공감하는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언스쿨링 스쿨’의 형태가 되어야지 않을까. 이 책 5장 서드베리 스쿨의 사례가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적으로 수렵채집인의 습성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더 이상 수렵채집사회는 아니니. 잃어버린 원시 자연의 본능과 자발적 놀이의 즐거움을 일깨우면서도 결코 반사회적 방임으로 흐르지 않는, 체제보완형 언스쿨링의 길을 잘 찾아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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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 아웃케이스 없음
이창동 감독, 유아인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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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하고 봐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실주의 영화의 칼날 같은 매서움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부자를 적 혹은 악인(사이코패스)으로, 젊은 여성을 어리숙한 희생양으로 그리는 설정이 도식적이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지고(이런 틀에 박힌 설정이야말로 오히려 사실을 단순화시키는 반리얼리즘 아닐까), 방화와 살인이라는 결말도, 주인공의 상상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뭔가 좀 올드한, 1920년대 사회주의 소설의 결말 같기도 하고. 영화 전반에 음습하게 스며있는 불안과 모호함을 끝까지 일관되게 그대로 (뭐 섬뜩한 암시 정도로만) 남겨두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훌륭한 영화라는 데는 이견 없다. 검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상의를 탈의한 여주인공이 흐느적대며 추던 그레이트 헝거 댄스는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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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asy Street: The Anxieties of Affluence (Hardcover)
Rachel Sherman / Princeton University Press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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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주 부자 55인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미국 부유층의 공통된 심리를 들여다 본다. 베블런이나 부르디외와 차별되는 이 책의 특장은, 전자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그러니까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자기 가치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후자는 보다 내면적인 차원에서 그와 같은 과정을 조망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그리고 있는 것은 우월한 지위를 향해 혹은 구별짓기를 위해 타인과의 경쟁적 투쟁에 목숨 건 부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특권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으로 믿는) 도덕적 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내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아울러 거기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순으로 인해 항시적으로 불편한 딜레마를 겪고 있는 혹은 혼란스런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미국 부자들의 복잡다단한 내면 풍경이다. 이 책의 제목이 'uneasy' street인 까닭이다.


누리는 특권을 합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부자들이 표방하는 도덕적 가치란 무엇인가. 도덕적으로 어떤 면을 준수한다고 자부하기에 그들은 자신이 부자로 사는 것이 옳다고 스스로 믿는가. 인터뷰 과정에서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good people"임을 피력한다. 굿피플의 요건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으며, 노동에 중대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급자족(자생자활), 생산성, 실력주의를 미덕으로 삼는 반면 방만하고 게으른 태도, 의존성은 비난한다.

굿피플이란 검소하고 신중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청교도 윤리에 어긋나는 과시적이고 물질적이고 낭비벽 있는 부자들과 자신을 구분하면서 그런 이들에 비하면 자신은 부자로서 entitled 되어 있지 않은, 평범하고 견실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상의 덕목들은 원래 중산층 계급의 것으로서, 이와 같이 하향화된 자기 인식 프레임은 (본의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부를 독점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심정적 불편함을 상쇄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 규정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는 부득이 모순을 자아낼 소지를 안게 된다.

굿피플의 마지막 요건은 "awareness" 즉 사회의식에 관한 것이다. 기부 활동으로 대표되는, 부의 사회 환원을 위한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여기서 비롯한다. 그런데 기부라는 행위에는 자신이 누리는 사회적 특권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전제되어 있는 바, ‘평범한 사람’임을 천명하는 앞의 요건들과 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 그래서 기부를 하면서도 자신이 부자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는 이들이 겪는 여러 딜레마 가운데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기부를 한다는 사실, 그만큼 내가 계급 문제를 인식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인 갈등과 고민을 겪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자기 회유, 자기 달래기(moral appeasement to self)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기부 행위가 자기정당화와 자기위안을 위한 하나의 절차화된 의식적 활동이 되는 것.

사회의식을 지니는 것은 타인과의 교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부가 부각되지 않도록 경제적 격차를 환기시키는 주제를 가급적 삼가고,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의 인격을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어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가 미덕으로 중시된다. (이는 자신이 결코 부자로서 entitled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계급 격차에 대한 인식'이 도리어 '계급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행동'을 이끌어냄으로써 사회는 평등한 것으로 간주 내지 가장된다. 계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남이 나를 대해주길 바라는 식으로 나도 남을 대한다는 기독교적 골든룰은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 엄존하며 사회적 갈등의 핵심을 구성하는 계급 격차를 (겸손하고 사려깊게) 지워버리는 효과를 낳는다.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며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규정하고, 이러한 척도에서 벗어난 부자야말로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몰상식한 진짜 부자(?)라고 여기는 것- 저자는 부자를 선한 종류와 악한 종류로 양분하고 자신을 전자에 귀속시키며 후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이런 사고가 부의 편중 자체를 용인함으로써 부의 재분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차단해버리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가령, '착한 부자'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논리를 완성하는 상보적 쌍으로서 반드시 'suffering others'가 필요하다. 이 책의 어느 인터뷰이는 good citizenship을 발휘하는 착한 부자로서 자기 자신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도리어 경제적 약자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본말이 전도된 듯한 발언을 흘리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귀감이 되는 '옳은 부자' 개인의 사례가 관심을 끌수록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도외시된다.    

이 책은 사회의 최상류층에도 적빈계층이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 못지 않은, 하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복잡한 심사가 존재함을 보여주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격언에 따라 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결부시켜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단순히 관음증적 차원에서 부유층의 경험과 관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도, 미디어의 선정적인 조명에 직면하여 그들을 "humanize"하려는 것도 아니라면서,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도덕적으로 옳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 개인의 내면에 구체적으로 어떤 풍경을 조성하는지 살펴보고자 했음을 강조한다. 미국의 부유층이 "legitimately privileged"로서의 자신을 정당화하는 기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것.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사람들의 상식을 구성하고 나아가 부의 사회적 불균형을 온당한 것으로 용인하며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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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24-05-17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집필 의도와는 어긋나게도 순전히 말초적인 호기심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가정 경제 규모는 달라도 심중은 비슷하구나 싶고 그다지 의미있는 연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 사회의 실정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느껴져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