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 세창명저산책 43
허경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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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푸코의 논의를 나의 용어로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푸코는 세 개의 실체로 구성된 초시간적인 ‘주체-대상-인식’이라는 기존의 방식을 ‘주체화 과정-대상화 과정-인식 과정’이라는 세 항이 관계된 동시적 형성 과정으로 바라본다. 또한 시공을 초월한 것으로 가정되는 기존의 ‘실체관’을 부정하고 모든 것이 특정 시공간 안에서 (특정 관계들의 얽힘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관계론적 생성론을 지지한다.” (114쪽)

“분석의 대상은 초역사적인 것으로 가정되는 어떤 누구 혹은 무엇인가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어떤 것이 아닌 바로 그것이 되도록 자기 자신과 대상 그리고 인식을 상호 구성하며 만들어간 ‘동시적•상관적 관계들의 구축•형성 과정’에 관한 분석이다. 따라서 고고학적 분석은 주체와 대상 그리고 이들 사이의 인식 형성과정이며 모두에 대한 역사적•비판적•정치적 분석을 수행한다. 이것이 푸코가 말하는 주체화•대상화•인식론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면 -들뢰즈가 <푸코>에서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말년의 푸코가 ‘주체화’의 문제에 천착한 것은 대중의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주체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주체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역사적 분석, 곧 주체 형성의 계보학을 수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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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우주 - 인간.삶.우주의 신비를 밝힌다
마이클 탤보트 지음, 이균형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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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봄이 홀로그램 우주 이론을 논문으로 펴낸 게 1970년대 초라고. 반세기도 넘은 셈이다. 이론 자체도 그렇지만 그 연식(?)도 놀랍다. 홀로그램 모델을 심리학에 접목시켜 통찰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 깊다. 내 안의 사념의 소용돌이를 직관하고, 의식에 깃든 ‘감추어진 질서’의 아름다운 펼쳐짐을 위하여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겠단 각성. 하지만 몸과 마음의 긴밀성을 이해하고 뇌의 사고 판단 기능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비주의적인 상상력(때로는 견강부회식 추론으로 촉발되는 것 같기도 하는)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에는, 계기가 될 만한 특별한 개인적 체험이 아직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떠드는 순간 혹세무민의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닐까. 이런 유보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이야말로 과학주의에 매몰된 근대인의 유연성의 한계인가. 읽는 내내 장자의 호접몽이나 불교의 일체유심조 사상, 라캉의 실재계 개념 등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책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이나 사례가 워낙 생소해서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 책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새롭고 놀라운 영감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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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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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실제적인 필요와 관심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사회적 성취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저자는 사회적 성취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비인지적 역량'(감정조절력, 회복탄력성, 과제지속력 등)을 주목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마음 근력’을 다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음 근력’의 의미, 원리, 근거와 타당성, 그 실효성 등에 대한 탐구는 뇌과학 분야와 같은 최신 연구 데이터에 근거하여 유전과 환경, 마음과 심리, 의식과 자아, 존재론과 인식론적 문제, 뇌의 작동 방식과 새롭게 대두되는 우주론까지 두루 아우르는 것으로 나아가고, 책 후반부로 넘어가서는 개인윤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리고 마음 근력 강화 훈련으로서의 명상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안내하는 데까지 뻗어 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제로 읽어본 몇 권의 책들 가운데서 가장 고열량이었던 것 같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결론은 명쾌하고도 실용적이다.

이 책 242쪽의 “마코프 블랭킷”이 시사하는 의식의 실체(인식은 의식에서 출발해 다시 의식으로 돌아오는 ‘신기한 루프’를 그려내고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윤곽 뿐이라는)라든가, 의식에 새로운 질서를 생성해내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저자가 명상이라는 자기 수련 기술을 조명하고 있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자꾸만 푸코의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기시감이 든다. 명확한 논증은 내 수준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푸코와 최신 뇌과학이 어쩌면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덮었으나 여운이 길다. 세상을 살아 나갈수록 자유의지나 인과법칙으로 풀어나갈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을 맞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이란 오로지 겸허한 수용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도 된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펼쳐봐야 할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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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25-01-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명상 수행의 의의와 근거와 효과를 피력하기 위해서 뇌과학과 양자역학을 비롯한 온갖 현대 과학을 주유하고 있는데, 책의 결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주유의 여정 자체도 몹시 흥미롭다. 낯설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 도파민이 보상체계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오류의 정확성을 인코딩하는데 관여한다는 새로운 해석에서부터 데이비드 봄의 ‘내향적 펼쳐짐’ 개념 그리고 유기체 우주론과 홀로그래피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으로서 현대적으로 사고하려면 응당 현대 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학창 시절 배운 20세기 과학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건만 늘 잊고 산다. 이 책이 좋은 자극을 준다.
 
Third Culture Kids 3rd Edition: Growing Up Among Worlds (Paperback)
데이비드 폴락 / Nicholas Brealey Intl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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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이전의 다른 문화권 경험 및 잦은 이동의 경험(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 역시 자주 들고 나고 하면서 바뀌는 경험)이 tck (및 cck) 정체성을 형성
-tck 정체성은 비가역적임. tck는 그대로 어른 tck가 됨. 한번 tck는 영원한 tck임.
-tck는 tck를 알아봄. 나이, 성별, 국적, 머무른 지역 상관없이 동족의식이 상당하고 굉장한 유대를 보임.
-커리어, 교육, 배우자, 아이 양육 방식 등 자신의 인생 전반의 중대한 결정들에 있어서 글로멀 노마드 백그라운드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많은 TCK들이 자평.
-tck가 유년시절 체류했던 나라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 성인이 되어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현실이 녹록치 않음. 좌절과 방황의 계기가 되기도. 어렸을 때 부모 및 부모 직장의 경제적 지원 아래서 여유롭게 체류국의 국제학교 다니며 갖게 되는 그 나라에 대한 인상과 나중에 혈혈단신 외노자 신분으로 부딪혀야 하는 매운 현실은 전혀 다르기 때문.
-tck는 어떤 태도나 행동이 그 사회의 문화적 맥락 안에서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에 대해 내재화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의식적으로 신경을 써야 함. (마치 사이코패스가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의식적으로 남의 감정 신경쓰듯이)
-cultural imbalance는 tck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내적으로는 심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지만 외적으로는 사회적응력을 강화해줌. 덕분에 유연하고 능숙하게 여러 문화권을 넘나듦.
-cultural imbalance로 인해 아이가 겪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그에 대한 개념화가 이미 되어있는) 어른이 적절히 개입하여 긍정적인 자기이해를 갖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운오리새끼 자아상을 갖게 될 수도.
-사실 tck는 (때로는 죽음에 육박하는) 상실의 경험을 엄청나게 자주 겪고 있는 것. 그런데 이 상실은 본인 스스로에게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상실이 발생한지도 모르기 때문에 상실에 대한 적절한 애도 과정조차도 없음. 해소되지 않는 상실감의 지속적인 누적이 결국 사람을 정서적으로 병들게 만듦.
-TCK한테는 가족이 고향: 유년시절의 특별한 인간관계에서 집느낌 가짐.
-삶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립감(terminal uniqueness)에 매몰되지 않도록, TCK에게 자신의 경험을 살필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노마드, TCK, CCK 등의 정체성 용어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
-사회와의 유리: 내가 어떤 지역(예전에 머물렀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의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신경쓰고 고통받을 때 현재 내 주변 사람들은 무반응. 날 이해하지도 못함.
-미묘한 조크를 캐치 못한다든지, 누구나 다 아는 역사 혹은 데일리 룰에 대한 무지라든지 등등 미시적이고 델리케이트한 부분에 숭숭 뚫려있는 구멍들.
-카멜레온 같은 삶
-겉으로는 어떤 무리에나 잘 섞이는 거 같아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어디서든 cautious observer 상태임.
-하나만 끈덕지게 파는 장기 계획에 취약해짐. 언어와 장소 이동이 자유롭고 수많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게 오히려 인생 설계에 있어서 결정장애를 낳음.
-어렸을 때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리부팅되는 경험, 일상에서의 자신의 선택과 계획들이 갑작스런 외부 환경 변화에 의해 자꾸만 좌절되는 경험이 victim mentality를 낳기도.
-내가 남과 어쩐지 다르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오만함이 아닌지도 생각해볼 문제.
-소속에 대한 모호함, being grounded에 대한 감 떨어짐, rootlessness와 restlessness
-ideal place에 대한 막연한 기대, 끊임없는 이주본능, 방랑벽, 잦은 직업 이동 (유년기의 떠돌이 생활패턴이 내면 깊이 각인, 습관화가 되어버림)
-TCK의 대화 스타일이 로칼 토박이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음: 스몰토크 건너뛰고 갑자기 훅 들어와서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등 깊은 얘기 꺼낸다든지 상대방을 취조하는 듯한 질문이 너무 많다든지
-이별이 잦기 때문에 감정소모 줄이기 위해 깊은 관계 맺는 걸 꺼림, 헤어질 때 (뿐만 아니라 헤어질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도) 냉담한 태도, 이별을 즉각적으로 의연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기(이별에 대한 심리적 대응기제가 잘 발달),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자연스런 감정 발산을 차단해버리는 이런 기제가 오히려 나중에는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기도.
-고르지 않은 성숙(어떤 방면에선 너무 조숙, 어떤 방면에선 너무 미숙)
-청소년기 연장: 청소년기의 정서적•심리적 발달 과업(자아정체성 수립, 타인과 깊은 관계 맺기, 책임 있는 의사 결정 능력과 독립성 신장 등등)이 더디게 완수됨. 특히 소속 커뮤니티의 문화적 가치 및 관습과 관련해 의심, 도전, 수용, 통합, 내면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는 청소년기 특유의 성숙 과정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가 않음. ‘이것이 이 사회에 적절한 행동인가, 아닌가’만 계속 신경 쓰면서 보다 수준 높은 사회적 인간의 경지로 나아가질 못함.
-십대 시절 지나서 뒤늦게 질풍노도기가 찾아오기도. 유년기의 해소되지 못한 정서적 결핍이 나중에 엉뚱한 곳에서 울화로 폭발한다든지.
-유념해야 할 것은 tck 경험의 양면성. 당사자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언제나 특별한 혜택이면서 또한 동시에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라는 점. 우리는 역경을 돌파해 나감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보다 더 깊고 견실하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된다.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내적으로 강인해질 수 있는 것. (위기는 기회이며,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이주가 예정되고 임박했을 때 기존 커뮤니티와의 건강한 작별 과정이 중요. 현실을 직면하고 헤어짐의 슬픔을 잘 처리해야. 도망치듯 하면 안됨. 도래할 새로운 현실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현재의 헤어짐(손실)을 정확하게 바라볼 줄도 알아야.
-‘올바르게 떠나기’의 방법으로서의 RAFT 구축하기: Reconciliation, Affirmation(acknowledgement), Farewells(헤어져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적절한 애도의 의식), Think destination
-새로운 환경으로의 이주로 인해 잃게 된 것들에 대한 애도 의식이 중요(슬픔과 애도는 다름. 애도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
-자유와 불안은 동전의 양면이며 이것이 경계인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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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지만 옮김, 제인 레이 그림 / 마루벌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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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아름다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왕자의 욕심은 자기파멸을 불사할 만큼 극단적이고, 우연히 이 기인 (내지는 광인 내지는 초인)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껴버린 제비는 결말이 처참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왕자 곁을 떠나지 못한다. 세상을 사랑한 초인과 초인을 사랑한 범인이 공멸하는 이야기라니, 슬프다. 속절없이 슬퍼져버리고 만다. 이 이야기에는 뭐랄까, 어떤 변태적으로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나 엑스 재팬의 <Endless Rain>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궁극의 사랑은 자기희생인가? 지고의 사랑을 실천하려면 ‘나’라는 것은 산산이 부서져버려야 하는가? 하지만 이것은 곧 자기파괴이며,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사상이 아닌가?

마지막에 제비와 왕자를 구원하는 것은 하느님이다. 하느님이 천사에게 저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 두 가지를 가져오너라 하시매 천사가 납조각(왕자의 심장)과 제비의 사체를 물고 오니 하느님이 이들을 천국에서 살게 하신다는. 외부의 초월적 존재의 개입에 의해 모종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이런 결말도 뭔가 쓸데없이 낭만적이다. 쓸데없이 부가적이고. 이런 권선징악적 가치관이야말로 사족이다. <강아지똥>이 생각난다. 오스카 와일드가 권정생 선생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강아지똥은 그저 잘게 부서져 한송이 민들레로 다시 태어날 뿐이라고. 하느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강아지똥을 막 천국으로 데려가고 그러진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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