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 아웃케이스 없음
피터 패럴리 감독, 마허샬라 알리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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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의 쓴소리를 감안하더라도- 누가 이 영화를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영화가 보여주는 안일함과 둔감함에 너무 날세우지 말자. 자기가 자기 얘기를 직접 하지 않고 남이 대신 해주면 미진한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겠지. 자기 얘기를 어떻게 남이 입안의 혀처럼 해주길 바라겠는가. 이것이 그 '남'의 최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겟아웃>과도 인상적인 대비를 이룬다) 인종분리 정책이 엄존했던 시대에 재능을 꽃피워야 했던 20세기 미국의 흑인 음악가들에 대해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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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슈베르트 : 피아노 삼중주 [2CD]
Decca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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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고전 읽기 - 역사.사회
조중걸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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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명 고전 극히 일부를 발췌해 놓은 것들이지만 대부분 저자 사상의 핵심을 드러내는 한 편의 완결된 에세이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논지와 주제가 분명한 글조각들이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원문 전후 해설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에드워드 기번의 너무나도 장식적이고 장황한 18세기 귀족 풍의 문체라든가 <자유론>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현학적인 문장은 그 번역과 해설이 없었으면 도저히 읽어볼 엄두조차 못 내었을 듯. 좋은 고전들을 많이 소개받았다. 번역본으로 찾아 읽어보고 싶은 것들도 많다. 존 베리의 <사상의 자유의 역사>,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등.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짚고 넘어갈 곳이 몇 군데 있다. (1) 248쪽 첫 번째 줄 ‘to make your first and chief concern’ 이후부터 한 구절이 통째로 누락되었다. 문장 사이에 ‘not for your bodies nor for your possessions, but for the highest welfare of your souls’이 들어가야 한다. (2) 412쪽 13번째 줄과 14번째 줄 사이에도 한 문단이 누락되었다. “역사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호소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서양문명의 중요한 종교적 이념을 다르게 각색한 것, 즉 세속화된 ‘타락과 구원’으로 보는 것이다. 이 세속화는 19세기 낭만주의에서 이미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 나의 견해로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양자 공히 낭만주의 운동의 상속자로 간주될 수 있다.” 이 대목이 영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3) 485쪽 11번째 줄: 마음이 아니라 육체에서 --> 육체가 아니라 마음에서 (4) 502쪽 16번째 줄: it will be had for --> it will be bad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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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의 방학 -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
쥘 베른 지음, 프레데리크 피요 그림, 조선혜 옮김 / 콩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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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한 무인도를 식민지라 칭하거나,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흑인 견습 선원에게 주인공 소년들이 당당하게 하대를 하는 장면에서 이 책의 장구한 연식이 느껴진다. 잠자리 낭독을 듣고 있던 아이가 문득 왜 얘는 친구들한테 존댓말을 하느냐고 묻는데, 학교도 못 다닌 채 (아마도) 무급 노동에 시달리며 또래를 도련님으로 대해야 하는 흑인 선원 모코의 처지를 저학년 눈높이에 맞추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위험한 야생에서 구해져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락한 장소인 동물원에 살면서 사육사를 아버지로 따르는 원숭이 조지(아프리카여 안녕), 야만적인 식인종의 공격으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하는 바바(코끼리왕 바바의 모험)와 더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간간이 깃든 아름다운 삽화에 이끌려 아이와 도전해 보려 했건만 분량도 그렇거니와 뒤처진 시대성 때문에 아무래도 고학년이 역사와 사회 문제 토론하면서 읽어야 할 책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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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of the Flies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윌리엄 골딩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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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의 호러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흑화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일단 섬에 당도하는 수단은 배가 아니라 비행기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무인도 어딘가에 돌연 비행기가 추락하고, 분화구처럼 변한 사고 현장 일대에서 어린 생존자들이 하나 둘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현실적이고 난데없이, 무슨 부조리극의 서막처럼. 비행기 사고 현장을 ‘scar’로 표현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복선 같기도 하면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하고도 상징적인 첫 장면.

유언비어와 선동에 놀아나는 우매하고 충동적인 대중, 지성과 양심에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 대중 앞에서 점차 통솔력을 잃고 궁지에 몰리는 지도자,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여 무리를 분열시키고 세력을 규합하는 전체주의 독재자, 독재자보다 더 한 실무자, 계시를 받고 복음을 전하려다 어처구니없게도 괴물로 오인 받아 뭇매질 속에서 죽음을 맞고 마는 집단 광기의 희생양, 반민주 세력에게 민주적 발언권(소라)도 지적 인식 능력(안경)도 빼앗기고 반불구로 전락, 결국 광기의 또 다른 제물이 되어버린 지식인 등등

기시감을 자아내는 여러 캐릭터들이 서로 맞물려 고립된 사회에서 특유의 정치 지형도를 형성해 나가고, 연속되는 사건 사고 속에서 이성과 도덕과 상식이 서서히 붕괴, 마침내 섬 전체가 불에 타는 존재론적 파국으로 치닫기까지 이야기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등장인물 간 알력 구도는 복잡 미묘하고, 점증하는 두려움 속에 번성하는 집단 광기는 기괴하다. 일견 청소년 모험물 같으면서도 여러가지 장면과 상황들이 대단히 정교한 은유로 이루어져, 광기와 야만으로 얼룩진 20세기 현대사를 겨냥하는 날카로운 우화가 따로 없다.

101쪽에서 마주친 뼈때리는 문장: Suddenly, pacing by the water, he was overcome with astonishment. He found himself understanding the wearisomeness of this life, where every path was an improvisation and considerable part of one's waking life was spent watching one's feet. 무인도에서 갖은 풍상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심사가 남 일 같지 않다. 뒷부분 해설에서, 잭이 이끄는 사냥꾼 무리의 암퇘지 첫사냥 장면을 오이디푸스가 치른 첫날밤의 변주로 읽는 해석도 날카롭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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