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에 이어 애덤 이야기로 갑니다. ^^
앞선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아름다운 세상이여는 저에게는 아주 슬픈 책이었습니다. 로맨스가 로맨스로 안 느껴지고, 쯧쯧 어린 것들이 뭘 몰라서 고생하는구나 딱 이 모드로 읽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게도 로맨스를 로맨스로 읽을 수 있는 로맨틱한 감정이 쬐끔은 남아 있었습니다. <사랑의 가설>은 로맨스로 읽혔다니까요? 물론 쬐끔입니다. 이유는 첫째는 제가 늙어서이고, 둘째는 제가 로맨스소설을 예전에 너무 많이 봐서 그 문법을 너무 잘 안다는 거고요. 뭐든지 처음 볼 때 제일 맘이 설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오랫만에 그래 그래 애덤, 너 정도는 돼야 로맨스의 주인공이지 하면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애덤은 전형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입니다. 일단 잘생겼고, 똑똑하고, 재벌까진 아니지만 꽤 부자고, 그리고 숨겨진 근육이 탄탄한 몸짱이고요. 그리고 성격인데 원래 로맨스 소설 주인공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친절과 관심은 여주인공에게 몰빵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중요한것, 여자 주인공을 향한 일편단심과 배려와 그리고 섹스를 잘해야 합니다. 와우! 애덤은 모든 걸 다 갖췄어요.
심지어 올리브에 대한 가슴앓이를 할 때 이런 혼잣말을 합니다.
올리브를 자기 곁에 두기 위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내가 뭐 해줄만한 일이 없을까? 돌아가면 내가 같이 장 보러 가주고, 냉장고도 꽉 채워줄게. 새 자전거 사 주고, 질 좋은 시약도 한 상자 사주고, 올리브가 그렇게 좋아하는 역겨운 음료도 사줄게. 올리브를 울린 사람들 다 죽여줄게. 뭐 필요한 거 있어? 말만 해. 다 줄게. 내가 가진 것 다 가져."(411쪽)
평범한 로맨스 소설 주인공이었던 애덤이 이 대사 때문에 제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하늘의 별이고 달이고 다 필요없습니다. 그저 내가 필요한거 장 봐주고, 냉장고 채워주고, 요리도 청소도 해주면서 돈까지 벌어다 주는 남자 환상적으로 좋고요. 네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없는거 아시죠? 돈도많이 벌어주고 살림도 알뜰하게 살아주고, 아이들 다 착하고 똑똑하게 키워주고, 언제나 상냥하고, 예쁘고 몸매 좋고 섹스도 잘하는 여자 현실에 없는거하고 똑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로맨스 소설을 봅니다. 연예인 나오는 드라마 보면서 힐링하는거랑 같으니까요. 단 이걸 현실이라고 착각하면 큰일 납니다.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오징어가 됩니다.(사실 못 생긴 사람을 왜 오징어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불만입니다. 오징어가 얼마나 맛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오징어가 고등어나 조기보다 못생겼다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현실에서는 보통 우리는 그 많은 조건 들 중에서 1-2개가 맘에 들어와 연애를 하지요.
잘생겼거나(예쁘거나), 돈이 많거나, 몸짱이거나, 성격이 매력적이거나, 세계를 구할 열정을 가졌거나, 아니면 대화가 통하거나... 기준은 다 다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늘 같은 것도 아니지요. 심지어 제가 지금 남편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기준은 제 아버지와 한 군데도 닮은 점이 없을 것이었습니다.(앞의 연애가 실패한건 사귀다보니 제 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보여서 정 떨어졌달까? ) 오래 전 제 주변에서는 서울대 나온 의사에 나쁘지 않은 외모의 남자가 여자는 무조건 얼굴이 예뻐야한다라는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 여자분의 다른 조건이 좀 심각했어요. 제일 문제는 성깔이 장난 아니라는, 예의라곤 전혀 없는 성격이었다죠.) 결국 우리가 아무리 로맨스 소설을 많이 보고 이상형의 상대를 꿈꾸어도 현실은 제일 중요한 것 하나가 마음으로 들어오면 그냥 끝이니까요?
그래서 현실이 로맨스 소설과 달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힐링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힐링이 로맨스 소설이고, 남자들의 경우엔 무협소설같은것 정도가 아닐까요? 남자들은 연애로 힐링하기 보다는 절대강자로 무림을 평정하는 것에서 힐링을 하는 것 같으니까요? 뭐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로맨스 세포가 죽고, 호르몬의 변화가 와서 그런지 저도 요즘 로맨스 소설보다는 무협소설로 더 힐링이 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매일 웹 무협소설 <화산귀환>과 <절대회귀>연재가 올라오는 띵똥소리가 제 힐링이 돼버렸어요. ㅠ.ㅠ
그렇다고 애덤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ㅠ.ㅠ
그리고 사실 이 책으로 굳이 뭔가를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단발머리님이 우리 애덤을 너무 좋아하셔서 의리로 쓰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허접하고도 허접한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단발머리님 미안해요.
저는 애덤보다는 청명(화산귀환)이랑 검무극(절대회귀)이 더 좋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