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노는 밀란 쿤데라와 보흐밀 흐라발의 고향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밀란 쿤데라 도서관도 있지만 내가 간 날은 휴업일이었다.
사실 그다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의 최애 작가로 등극한 이는 보흐밀 흐라발이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작년 나의 최애작품이었다.
브르노에 온 김에 그의 책을 사고 싶었다.

브르노는 서점도 힙하구나. 책으로 장식된 계단이 인상적인 서점이다.
서점 들어가자 마자 메인 판매대에 우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떡하니 있다.
우와 감동이야.
체코어로 된 한강 작가의 책이 더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아직은 채식주의자뿐이란다.
나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좋은데 없어서 아쉬움.
혹시 프라하에 가면 있을까싶어 구매는 미뤘다.

직원분에게 보흐밀 흐라발의 책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몇권 내준다.
구글 번역으로 제목 검색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았다.
최애책 2권은 그런데 내용의 무게에 비해서 표지가 너무 귀엽다.
그래도 읽으려고 사는거 아니니까 - 제가 체코어를 어떻게 읽겠어요.ㅠㅠ - 기념품으로 사가는 책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인생맥주를 만났다.
독일은 안가봐서 모르겠고 체코 맥주는 정말 맛있구나.
그리고 밥 겸 맥주 안주로 시킨 체코 전통음식이라는 소고기 타르타르를 시켰는데 참기름 빠진 육회다.
빵에 열심히 마늘을 문질러서 고기와 양파를 얹어먹는데 술을 부르는 맛이다.
한국인에게 마늘을 너무 쬐끔줘.
마늘 한 종지 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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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8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 근사하다…. 유ㅏ…으아 진짜 귀한 거 본 느낌이예욧!!! 부럽다 🤩 체코어 한강 책도 귀하고…. 눈이 띠용합니다!!

바람돌이 2025-01-08 17:43   좋아요 0 | URL
약간 아쉬운건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라는 표시가 없어요. 막 표시내주면 내가 막 자랑스러울텐데 말입니다. ㅎㅎ
 

브르노는 예상한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도시였다.
체코에서 브르노는 제2의 도시이자 교육도시로 젊은이들이 많단다.
그리고 파격적인 거리 예술품들이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도시란다.
브르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의 조각품들이다.
힙한 감성이 넘쳐나는 거리는 그런 예술에서 나온다는 느낌이 물씬했다.

사진 1번 겸손이라는 작품이다. 이런 류의 조각은 곳곳에 널려있다.

사진 2번 지나가다 본 어느 집 문고리와 그 옆의 낙서

사진 3번 성당에서 마주보이는 집 다락방 같은 곳의 심상치 않은 그림

사진 4번 모짜르트가 11살 때 공연한 레두타극장앞 모짜르트 동상. 얼굴은 어른인데 몸은 어린 아이다. 심지어 날개는 그의 불행했던 운명을 상징하며 한개 뿐이다. 수많은 모짜르트나 옛 인물의 조각상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상이다.

사진 5번 천문시계. 로켓같이 생겼는데 시계란다. 그럼 시간은 어디에 표시했어? 없다. 그냥 시계라고 우긴다. 낮시간 어디쯤 시간을 알리는 구슬이 나오니까 가져가라는데 언제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걸 진짜로 주웠다는 사람도 없다. 작가가 시계라고 우기니까 브르노 사람들도 그냥 먹어주기로 했단다. ㅎㅎ

사진 6번 법원 앞의 정의. 정의의 여신보다 더 실감나지 않나? 정의는 무거운 것이다. 그걸 어찌보면 가뿐하게 드는듯이 보이는 것도 정의의 다른 측면일수도 있겠다

사진 7번 요쉬트 후작 기마상. 불균형한 이 작품의 묘미는 저 다리 아래로 들어가야 보인다. 사진 8번이 요쉬트후작 기마상 아래에서 말머리쪽으로 본 모습이다. 우리도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데 서양인 할머니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사진 9번과 10번
요쉬트후작 기마상 뒤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하나 있다. 모라비아 갤러리다. 시간이 남아돌아 들어갔다가(공짜다) 의외로 현대적인 내부와 힙한 전시에 깜짝 놀랐다

이 곳에 무려 루벤스의 메두사가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미술관직원분께 물어봤다. 이거 모조품이냐고. 그런데 진품이란다. 그걸 별 광고도 없이 이렇게 두는구나. 그런데 중요한건 루벤스가 아니라 루벤스의 메두사 바로 앞에 그려진 카툰이다. 시진 10번의 카툰은 루벤스의 메두사 바로 앞에 있다. 현대의 괴물 링의 사다코, 프레디, 스크림 등 현대 공포영화 캐릭터들에 깜짝 놀라 쫒겨가는 메두사라니... 이런 발칙함 너무 좋다. 혹시라도 누가 브르노에 간다면 모라비아 미술관 강추한다.

사진 11 너무 쬐끄매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한다. 거리 높은 곳의 시계위에 간절한 자세로 앉아있는 기다리는 아담이다. 이브를 기다릴수도 있고 어쩌면 나를 기다렸을수도....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는건 어쩌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나? 그런 기다림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간절하다. 그렇게 나는 간절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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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체코의 브르노를 간다.
브르노는 체코의 남부에 있는 도시로 프라하보다는 빈에서 가는게 훨씬 가깝다.
유럽에 오니 국경 개념이 달라진다.

사실 브르노로 가기로 한건 브르노때문이 아니라 브르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를 가기 위해서였다.
그곳은 체코 출신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연작 대작인 슬라브 서사시가 있기 때문이다.
알폰스 무하의 포스터류의 그림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의 슬라브 서사시는 꼭 보고싶었다.
그래서 브르노를 거쳐 모라브스키 크룸로프로 가기 위해 ㄷ개월 전에 기차티켓 열리자마자 기차티켓부터 예매했다.

아 그런데 뜻대로 안되는게 여행이다.
출발 한달전에 이놈의 모라브스키 미술관이 1월 중순까지 휴관한다는 공지를 날린거다. ㅠㅠ
아 씨.... 포기해야하는구나.
그래서 브르노를 포기할까 했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도시가 매력적인거다.
심지어 밀란 쿤데라와 브루흐 흐라발의 고향이다.
그래 가자.
가긴 가는데 어차피 반나절이면 되는 도시니 일정을 좀 조정해볼까싶었다.
브르노와 모라브스키를 같이 보려고 이 날 기차시간을 아침 7시와 저녁 7시 왕복으로 끊어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남을듯해서 취소불가 환불불가로 끊은 아침 기차표를 포기하고 새로 기차표를 끊어보려고 obb철도청에 접속했다.
그런데 내가 7유로 그러니까 만원정도에 끊었던 표가 무려 37유로!
유럽의 기차티켓가격이 시기가 지나면 점점 오른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5배가 넘다니...
이건 안돼.
그냥 새벽에 가자.
가서 브르노를 하루종일 만끽해보자.
돈 번것같은 마음으로 맛난거나 먹어보자

기차를 타고 브르노 가는 길
아침 일출을 기차에서 봤다.
끝도 없는 드넓은 평원은 한국의 풍경과 달라 아 내가 다른 나라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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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은 음악의 도시다.
아주 옛날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운거같다.
그런데 나는 막귀다.
뭘 들어도 좋구나하면 끝이다.
그럼 빈에 왔으니 막귀를 뚫을 교양을 좀 쌓아서 교양있는 여자로 거듭나는거다.
이게 내 계획이었고 열심히 조사한 결과 빈음악협회가 빈에 있는 극장 중에서 가장 음향시설이 좋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매년 1월 1일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고, 빈 필하모닉의 본거지이며, 이곳에서 빈필이 음반녹음을 하기도 한다는 곳이다
그래 이정도면 나의 교양 수준을 높여줄거야.
1월1일의 빈필 신년연주회는 1년전이 이미 예약이 끝나고, 다른 공연들을 봐도 뭘 알아야 선택을 하지...ㅠㅠ
그러다 선택한 공연이 임페리얼 필하모닉의 신년 갈라 콘서트다.
일단 저 필하모닉팀이 어떤 팀인지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연주를 할정도면 당연히 훌륭하겠지.
그리고 갈라잖아.
갈라콘서트라니 뭔가 좀 쉬울거 같고 아는 곡도 좀 나올거같도 딱이네...
어쨌든 중간쯤 되는 자리를 픽해서 티켓팅에 성공했다.
가자 교양있는 바람돌이 되러....

나름 부지런 떨어서 1시간 전에 도착했다.
미리 가서 공연장 사진도 찍고해야되니까..
여긴 가방이랑 두꺼운 옷은 안된댔으니까 옷부터 맡겨야 된다

아 그런데 지하에 옷을 맡기러 간 순간 경악했다
사람이 사람이..
옷 맡기고 화장실 다녀오는데 1시간 다썼다.
공연장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인데 관객을 위한 동선 배려나 뭐 그런거 없다.
공연 보기도 전에 지치는 기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착석
음 그런데 공연은 정말 멋졌다.
이 곳의 주 공연장 이름이 황금홀이다
진짜 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 공연홀에 압도당하고,
소리의 울림에 압도당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가 그렇게 생생하게 들리다니...
나는 막귀라서 시디나 음원으로 음악을 들어도 악기가 섞이면 다 뭉뜽거려져 들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악기의 소리가 다 들리는거다.
이곳의 음향은 정말 최고다.
이틀 뒤에 빈 국립오페라 극장에서도 발레 공연을 봤는데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빈음악협회와 음향이 비교되지 않을정도로 음향면에서 빈음악협회는 압도적이다.

대체로 아는 곡들이어서 더 즐길수 있었고,
특히 솔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그동안 내가 알던 곡은 진짜가 아니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지휘자는 카리스마도 있었지만 유머감각 넘치는 쇼맨쉽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그러면 나는 교양있는 여자 도전에 성공했는가?
중간에 피곤을 못이겨 졸아버리고 말았다.ㅠㅠ
역시 교양있는 여자의 길은 어렵구나...
아무리 좋은걸 들어도 늙어가는 몸의 피곤은 어쩔수가 없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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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07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주홀 이름이 황금홀인 이유가 있네요. 사진으로 봐도 황홏해요. 저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져 나오면 얼마나 더 황홀할까요.
왕이 있는 나라라서 필하모니 이름도 임페리얼을 넣어서 만들었군요.

바람돌이 2025-01-08 05:49   좋아요 0 | URL
연주홀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정도로 황홀했습니다. 소리는 더 했고요.
임페리얼 필하모닉은 딱 연말 연시에 갈라 연주만 하는거같던데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검색해도 안나오더라구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5-01-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눈부셔요 온통 황금이네요! 교양인으로 거급나시는 중이시군요 ㅎㅎ

바람돌이 2025-01-08 05:49   좋아요 0 | URL
교양인이 될거같지는 않습니다.피곤해서 졸았다니까요. ㅎㅎ

희선 2025-01-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장이 멋지네요 저기 표를 구하시기도 하다니... 소리가 좋게 들리게 만든 곳이군요 교양 많이 쌓으셨을 듯하네요 음악 듣기 전에 조금 지치기는 하셨겠지만... 천장도 멋집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1-08 05:50   좋아요 1 | URL
표는 오픈하자마자 예약했어요. 그나마 돈 좀 아껴보려구요. 같은 가격대에 기왕이면 제일 좋은 자리요. ㅎㅎ 건물도 음악도 멋지기는 했어요.
 

헝가리에 있을 때는 여긴 안개가 많구나, 많이 흐리구나, 여기 그림들은 왠지 슬픔이 많구나 하고 다녔는데 빈에 오니 도시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름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딸이 엄마 이제야 수도에 온거 같아라고 하는걸 듣고
부다페스트는 왜인지 수도라는 대도시의 느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부다페스트에 있다 와서인지 빈은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 느낌이다.
대제국이었던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시절이 이 도시에 남긴 자취들이다.
빈의 슈테판 성당을 보고 나면 부다페스트의 이슈트반 성당이 싱겁다는 말이 그냥 이해가 된다.

저녁 도심을 걸으면서는 한국 명동에 간 느낌이랄까?
빈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도 많다.
역사적 건물로 꽉차 있지만 무게감만이 아니라 경쾌함도 느껴지는 도시다.

그리고 잘 생긴 남자가 너무 많다.
아 역시 남편을 두고 왔어야 했어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남자가 많다니 말이야
바로 남편이 받아친다.
그러게 말야. 예쁜 여자들이 진짜 많네...ㅎㅎ
떡줄 선남선녀들은 우릴 쳐다도 안보는데 김치국물만 각자 알아서 마시는 우리 부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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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1-0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지금 서울에서 빈 분리파 전시하고 있어 다녀왔는데 빈에 꼭 한 번 가고 싶더라고요.

바람돌이 2025-01-08 05:52   좋아요 1 | URL
제가 아 나는 에곤실레 보러 빈 가는데 실레는 한국을 오는구나 하면서 한탄했다죠. ㅎㅎ 근데 여긴 실레 천지예요. 언젠가 페넬로페님도 빈에 오세요. 뭔가 반짝이는 느낌의 도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