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 P5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도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있겠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 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고, 너무도 널리 퍼진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 P33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자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어떻게 민주적으로 모아지는가 하는 것, 즉 조직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조직 내부에서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사회 민주화의 요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 민주화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들의 자치입니다.
- P38

전쟁이 끝난 후 독일에 들어온 연합군은 나치 체제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기업 영역에선 어떻게 나치즘을 청산해야 할까?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치가 기업 전체를 완전히 장악해서 삽시간에 전쟁 기업으로 전환시킬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권력이 너무나 약했기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치즘과 같은 재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나치즘의 역사가노사공동결정제의 탄생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역사는 때론 참으로 역설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 P45

요컨대 베트남전쟁을 보면서 도덕적 충격을 느끼고, 미소 간의핵무기 경쟁을 보면서 부조리한 세계를 체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전체를 부정하고 기성 가치 전체를 회의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 질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은 기실 거대한 억압의 체제이고, 이것을 혁파해야 한다는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해방‘이라는 68혁명의 핵심 구호가 탄생하게 됩니다.
- P57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으로서 독일 교육의 독특한 성격을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비판 교육(Kritische Pidagogik)‘입니다. 정말 특이한 교육이지요. 세계에서 비판 교육을 교육의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 P66

반면 한국에서는 권력을 비판하는 개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조롱합니다. 뚱뚱하다는둥, 못생겼다는 둥, 게으르다는 둥, 무능하다는 둥 외모를 비하하거나 약자를 조롱합니다. 정말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를 전도된 개그 정신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비판하지못하는 개그가 약자를 공격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병리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P68

전 세계가 베트남전쟁에반대할 때 우리만 베트남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셈입니다. 제가 유일한 지상군 파병 국가라고 할 때 사실상‘이라는 말을 붙였는데요. 그것은 지상군을 파병한 나라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이 20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5년 동안 32만 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는데 대만은 달랑 20명을 파병했습니다. 20만 명이 아니라 20명 말입니다. 대만 역시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파병했을 텐데 오죽하면 20명을 보냈을까요. 그러니까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지상군파병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P87

1968년부터 한반도가일종의 게릴라전 상태로 접어들면서, 박정희는 이를 명분으로 남한 사회를 본격적으로 ‘병영사회‘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이를위해 처음으로 한 일이 바로 주민등록법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주민등록법을 만든 목표는 명확합니다. 바로 ‘간첩 색출입니다.......국민교육헌장, 예비군 훈련 시작, 교련 수업 등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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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를 떠올리면 ‘시인 되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것이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내면에 말의 보물창고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을 잘 골라내고, 말에색깔을 입히고 그것들을 잘 배열하는 재능 말이지요. 이는 인위적으로 꾸며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천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테지요. ‘뮤즈‘를 자신의 안에 간직한 자들이 시인인것이지요. ‘보물창고‘는커녕 ‘웅덩이 조차 없어서 시인 되기를 포기한 저 같은 자들도 더러 있으니까요.
- P49

또 다른 하나는 ‘젊어서 늙어버리기‘같은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서 병들고 늙어야지" 같은 구절들이 황지우 시에는 있지요. 이를 견자로서의 시인 되기‘의 품성이라 합니다. 김소월, 윤동주 등이 다 그러한데, 이들 시인들은 청춘 시기에도 나는 늙었다. 청춘이지나갔다 말합니다. 그들은 젊어서 이미 늙어버린‘ 자의 철학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일찍 철들고 일찍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농담‘ 같지만 은유적인 구절들이 그의 시에 있고 그것은 철학적이고 예언자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독자를 기다립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된 시인의 인생철학은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단박에 달려 나가듯 질주하는 시인의 언어 바로 그 자체입니다.
- P50

이런 쉼표를 저는 ‘철학자의 쉼표‘, 미학자의 쉼표‘라 부릅니다. 황지우는 그 쉼표를 시 자간에, 시 행간에 찍어둡니다.
질주하면서 사유하고 사유하면서 달려가라고 말하지요. ‘쉼표‘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쉼표 하나하나에 너무나 많은 말이 담겨 있습니다. 황지우에게 쉼표는 사색의 표지이자 침묵의 표지입니다.  - P72

기형도의 시에 빠져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정직하게 우리 삶의미세한 흔적들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P84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타인의 죽음의식에 공감할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상실을, 연애의 불모를 겪은 자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 심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비극의 심정에 되풀이하듯 다가가면서 시인을 향한 공감의 알림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겠지요. 이것이 타인의 아픔과고통과 상실을 같이 사는 한 가지 방법이지요. 연애시는 심정적으로 타인과 공감의 연대를 맺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P95

시어 하나하나에, 각각의 구절에 각각의 의미가 대응되어야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온전하게 시를 읽는 방법이아닙니다. 리듬으로도 읽고 이미지로도 읽지요. 시를 낭송할때 느끼는 리듬 감각이 시의 의미를 해독하는 지적 기능보다.
더 우위에 있고 그것이 보다 우리의 삶에 더 간절한 신호를보낸다 하지요. 의미를 해독하려 애쓰지 마시고 그냥 읽으세요. - P99

여류‘라는 호칭은 문학 혹은 시가 남성의 소유물임을 증명하는 용어였고, 남성의 후광 아래서 존재하는 시인, 특이한 일(문학)을 하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의미가 ‘여류‘라는 명칭아래 숨겨져 있었습니다.  - P169

여성주의 시인‘을 호명하면서 일종의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시기는 1980년대였습니다. 1980년대에 등단한 여성시인들은, 남성시인의 ‘타자‘, 그러니까 ‘여성‘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여성 시인‘으로 인식되었는데, 이 따옴표(‘)의 이동이야말로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지요. 이들여성시인들은 스스로 빛나는 자이지 타자의 후광으로 빛나는 수동적 인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P170

시의 말은 결국 동일한 은유의 틀 내에서 움직이고 이 유형적인 말법을 은유의 방정식‘이라 칭합니다. 은유란 죽은말법인데, 시인들은 죽은 은유들을 살려내 의미의 진폭을 확장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영혼을 충동하지요. 암시된 것은 단호히 주장된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인간의 마음은 진술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에머슨의 말도 있습니다. - P198

김춘수는 특이한 존재입니다. 그는 죽음 직전까지 ‘젊은시‘, 좀 더 쉽게 말하면 모던하고 세련된 시를 썼습니다. 보통시인의 생물학적인 연대와 시의 스타일은 평행하게 간다고말합니다. 관례대로 한다면, 시인이란 모름지기 느지막한 나이에 이르러서는 모던한 시에서 손을 떼고 노장사상이 노니는 초월의 수풀로 들어가거나 시단의 원로로서 권위를 지키면서 대가급의 시론을 펼쳐야 옳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김춘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김춘수는 최후까지 우리말 이미지가 빛나는 시를 썼습니다. - P228

시의 언어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할 때, 시인은 항상 언어의 구속, 의미의 구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일상의 말과 시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회의하기도 하지요. 시인은 ‘의미‘로부터 자유롭고자 하지만 독자들은 시인의 말에서 언제나 ‘의미‘를 찾고 ‘의미‘가 찾아져야 제대로 시를 읽었다 생각하지요. 시의 말에 일상적이고 사전적인 ‘의미‘를 갖다 붙이기 일쑤이지요. 시 교과서에서 시의 ‘주제‘를 찾는 작업과 유사합니다.
- P231

한용운 시학의 핵심에 ‘언어의 침묵‘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은 말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는 불충분하다(신의 언어만이 완전하다)‘는 그 개념 말이지요. 언어의 불완전성, 불명확성 때문에 시인은 고뇌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완전한 표현이 될 때까지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언어의 무한 지옥이 시인의 운명인 것이죠. 이를 ‘언어의 감옥‘ 이라고 합니다. 언어의 창조자이자 언어로부터 절멸당하는 시인의 숙명은 피할 수 없는 모순에 갇힌 자의 그것이지요.  - P284

심장에 다가갑니다. 그러니 소월의 시를 읽으려거든 머리가아니라 심장으로 읽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지의 칼을벼르기보다는 심장의 불을 켜기를 권합니다.
- P307

시는 곧 은유이고 은유가 곧 최고의 대상을 향해 말을 건네는 방식이라면, 이 정의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 ‘연애시가 되겠지요. 연애시의 말법은 ‘은유‘라는 문장 구성법과본질적으로 동류라는 것이지요. 연애시는 시의 본질적 수사법인 은유와 등질적으로 접합된다는 점에서 연애시를 읽는밤은 곧 시를 배우는 밤이지요.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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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은 하루종일 안전안내문자로 바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코로나 감염상황이 심상치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래도 잘 견뎌온다 싶었는데 지금은 여태까지의 시기 중 가장 심각한듯.....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3일간의 연휴 내내 집콕이다. 누구는 5일 연휴라지만 앞의 이틀은 내게는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는 날이므로 휴일이 아니다. ㅠ.ㅠ

 

어쨌든 밀렸던 집안 일 - 이불 빨래 같은 -을 3일동안 틈틈이 해내고, 책도 읽고, 서재에 미뤄뒀던 리뷰도 올리고...

아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 현실은 내일부터 출근이고, 10월부터는 좀 많이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는 내게는 환상적인 한해다.

딸래미 중 하나가 고등학교를 드디어 졸업했고, 하나만 남으니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드는 시간과 힘이 확 줄어든다.

 

늘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귀찮음을 싫어하는지라 키우기만 하면 죽어나가니 꽤 오랫동안 식물쪽은 쳐다도 안봤다.

산세베리아를 죽인 날은 진짜 우울했다.

나에게 그걸 어떻게 죽이냐고 누군가 신기해하며 말해서 더 우울했다.

죽는 식물들도 불쌍하고, 그걸 보며 자학하는 나도 안타깝고....

 

그래도 올해는 여유시간이란게 생기니 그래도 좀 키우지 않을까 싶어 시장에서 1,000원짜리 화분 2개를 사왔다.

난 큰걸 키우고 싶은게 아니라 내 손에서 꼬맹이부터 자라는 녀석들을 보고 싶은 거니까....

아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잘 자라는거다.

물주고 햇빛 쬐어주고... 아! 이게 다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죽였을까?

먼저간 아이들아 미안......

결국 식물을 키운다는 것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는걸 이제 알겠다.

화분 속 식물들이 너무 빨리 커서 분갈이를 해주다 보니 자꾸 화분이 늘어난다.

 

 

제일 오른 쪽에 있는 녀석이 제일 처음 사온 천원짜리 야자나무인지 고무나무인지 헷갈리지만 정말 물만 줘도 무럭무럭 자란다.

나머지 녀석들은 며칠 전에 분갈이를 해줬더니 이제 열심히 자라려고 애쓰는 중이다.  

 

 

 

요것들은 예쁘게 키운 것 같지만 조화다.

여행갔다가 토토로 화분이 너무 예뻐서 사온거였는데 어찌나 작아주시는지 여기다 키우기만 하면 한달도 안돼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예쁘지만 쓸모는 없는 예레기의 전형.... ㅎㅎ

자꾸 식물을 늘릴 수는 없고 비워 두면 허전해서 그냥 조화 사다가 꽂아뒀다.

나름 멀리서 보면 예쁘다. ㅎㅎ

 

 

아 그리고 오늘 책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했다.

특히 벽돌책!

 

다림질 하는 남편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딸래미 청자켓을 책으로 눌러줬다.

 

 

빨래를 했더니 저 청자켓 아랫단이 또르르르 말려 올라가 있는거다.

저거 다림질 해도 잘 안펴지는데...... 힘 빢빡 줘야 하고....

그래서 또로로로 펴서 책으로 눌러줬다.

이것만으로는 효과가 작아서 볼려고 거실에 내놨던 책을 몽땅 꺼내서 다시 시도!

 

 

 지금 식탁에 앉아서 이 글을 쓰는데 내 앞에 저 장면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책은 정말 좋다.

냄비 받침도 하고, 빨래도 눌러주고....

가끔 폼 잡기도 좋고, 아 그래 읽기도 한다. ㅎㅎ

 

어쨌든 이런 저런 뻘짓을 하는 휴일이 너무 좋다.

서재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좋은 날은 왜 이리 빨리 가는거지?

 

그나저나 지금도 안전안내문자 - 어디 어디 업장을 이용한 사람은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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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0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댁에 볕이 정말 잘 드네요! 저도 저희집에 볕이 잘들어서 그 볕들어올 때 창 바라보는 거 너무 좋아해요! 그렇게 볕 잘 드는 곳에 화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저는 사실 식물에 아직 관심이 없지만 부모님이 식물 키우시거든요. 볕 들어올 때 식물들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2020-10-04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남향집 타령을 하는지 알았다죠. 저도 집에 누가 키워 줄 사람이 있으면 딱히 내가 키우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친정아버지가 열심히 키우는걸 볼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킹 고싶어지네요. 앗 이것도 노화현상이 아닐까요?

mini74 2020-10-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데요. 연쇄식물살인마는
그저 부러울뿐 ㅠㅠ저희집 책들이랑 겹쳐서 더 반갑습니다. 가끔 등짝을 살짝 두드려 줄때도 매우 유용하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0-10-04 22:56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까지 연쇄식물살인마 맞아요. ㅎㅎ 음 저 책들로 등짝을 두드리면 좀.... 제가 기운이 세거든요. ㅎㅎ

hnine 2020-10-0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황금가지> 책을 저는 벽돌책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어서 원래 용도로 사용될 날이 와야할텐데요.
식물 키우시는 걸 보니, 특히 화분들 줄 맞춰 배열해놓으신걸 보니 바람돌이님 꼼꼼하고 세심하신 분 같아요.

바람돌이 2020-10-04 23:02   좋아요 0 | URL
황금가지도 1000페이지믐 되죠? 저희집에도 그런 벽돌책들이 제법 있는데 언제 원래 용도로 읽을까요? 그것들 읽으려면 목욕재계하고 정화수 떠놓고 절 한번 하고 시작해야할듯한 기분입니다. ㅎㅎ 화분 줄은 그냥 몇개 안되니 줄 세워진 것 뿐입뎁쇼. ㅠㅠ

stella.K 2020-10-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인상적입니다.
시몬느의 책은 큰 맘 먹고 사셨을 텐데
저런 용도로도 쓰일 수가 있군요.ㅎㅎ

바람돌이 2020-10-05 19:47   좋아요 0 | URL
하하.... 언제 읽을지 순서가 자꾸 밀려서 저렇게라도 쓸데를 찾는다는요... ㅎㅎ
 

 

 

 

 

 

 

 

 

 

 

 

 

 

집을 떠나기 2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내가 매우 못생겼다고 했다신혼 시절 장만한 리오네 알토 구역  지아코모 데이카프리가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아버지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했다.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나폴리의 모든 공간도얼어붙을듯 차가운 2월의 창백한 햇살도아버지가 내뱉은 문장까지도나만 혼자 그곳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그리고 지금나는 여전히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빠져 헤매고 있다내게 완성된 이야기를만들어주려는 문장들 사이에실은 무의미한 문장들일 뿐인데,
진정 나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못했는데,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완결 짓지도 못했다 글은 혼란일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고 있는지그저 구원 없이 일그러진 고통의 나열일 뿐인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지금 글을  내려가고 있는 이마저도,   - P9

 

 

소설의 첫 문장인 저 대목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지식인 중산층 가정의 조반나라는 소녀의 어린 시절은 누구보다 훌륭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 부모로 인해 충만하다.

하지만 그 부모의 세상이 거짓으로 곳곳에 균열이 가 있는 걸 발견하는 순간 아이의 유년은 끝나버린다.

아버지의 저 한 마디로 조반나는 부모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찾게 된다.

 

나폴리는 우리 나라의 일반적인 도시와 전혀 다르게 산비탈 고지대에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나 주택, 상류층의 저택들이 존재한다.

조반나가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그 언덕길을 내려와야 한다.

같은 도시 안에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나폴리의 거리는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거리 어디쯤에서 조반나는 빅토리아 고모라는 다른 세계를 엿보기 위해 달려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가 이미 예상하듯이 세상은 사춘기 소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세계든 저 세계든 갖가지 이유로 어른들은 모두 서로를 속이고 자기 스스로를 기만하고 살 뿐이다.

또 한편으로는 모두가 상처입은 영혼들이다.

어른의 정신 세계라고 해서 그다지 아름답거나 훌륭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오히려 더 타인과 자신에 대한 기만으로 똘똘 뭉쳐 있다.

게다가 이 소설석 어른들의 일탈 내지는 기만은 사실상 한 술 더 뜬다.

사춘기 소녀에게 아버지의 외도와 그로 인한 부모의 이혼, 이후 혼자 남은 엄마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집착과 자기 기만이 작은 일은 아니지 않은가?

더더군다나 아버지의 새로운 상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엄마이고,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의 부인이라면... 에휴~~~

게다가 새로운 롤모델로 잠시 떠오른 고모 역시 기만적인 어른인 건 마찬가지다.

유년기에 알았던 것처럼 주변의 어른들이 전혀 존경할만하지 않고, 지극히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건 정말 아 싫다.

그저 어른들이 내가 생각했듯이 대단한게 아니네,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저런 단점도 있네 수준이 아니잖아.....

 

그래서 조반나의 사춘기는 격렬할 수밖에 없다.

그 격렬한 사춘기의 심리와 감성을 정말 이 책은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조반나는 당연히 어른이 아니므로 어른의 거짓된 삶에 저항하는 방식도 생각도 세련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생각과 행동, 문득 문득 튀어 나오는 하지말아야 할 행동과 말들, 후회하지만 그 후회조차도 합리화해가는 모습, 그리고 비틀어지고 절대화되는 짝사랑의 감정들

아 정말 난 엘레나 페란테가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천재소녀가 아닌가 생각했다.

 

조반나가 어른들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지점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알을 깨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조반나는 이제 알을 깨고 한발을 내딛었다.

이 소녀의 새 출발이 그녀의 마음에 들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디 어른들의 거짓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된 삶에 안착할 수 있기를....

지금도 어른들에게서 상처받는 모든 아이들에게 위로는 되지 않을지라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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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0-0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물 사진이 멋진데요!ㅎ 조르주 브라크 그림의 감각이 있는듯 해요!

바람돌이 2020-10-04 10:52   좋아요 0 | URL
나폴리의 도시계획은 브라크가 한걸까요?ㅎㅎ
 

골방에서 혼자 묵독하는 시는 그 감동이 아무리 크다 해도홀로 고독 속에서 적막 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시를낭송하면 그 소리는 낭송하는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와 타인에게로 향합니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소통적이고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 청각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인간을 황홀하게 하는 것은 단독으로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시를 크게 소리 내서 읽어보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물리적 소리도 들어보고 또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숨겨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필요하지요. 저절로 시의 리듬에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그 시의 말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황홀해지겠지요. 그때 위로가 찾아옵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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