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 P5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도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있겠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 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고, 너무도 널리 퍼진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 P33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자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어떻게 민주적으로 모아지는가 하는 것, 즉 조직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조직 내부에서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사회 민주화의 요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사회 민주화의 기본 원리는 구성원들의 자치입니다.
- P38

전쟁이 끝난 후 독일에 들어온 연합군은 나치 체제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기업 영역에선 어떻게 나치즘을 청산해야 할까?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치가 기업 전체를 완전히 장악해서 삽시간에 전쟁 기업으로 전환시킬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권력이 너무나 약했기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치즘과 같은 재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노동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나치즘의 역사가노사공동결정제의 탄생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역사는 때론 참으로 역설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 P45

요컨대 베트남전쟁을 보면서 도덕적 충격을 느끼고, 미소 간의핵무기 경쟁을 보면서 부조리한 세계를 체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전체를 부정하고 기성 가치 전체를 회의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 질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기성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은 기실 거대한 억압의 체제이고, 이것을 혁파해야 한다는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해방‘이라는 68혁명의 핵심 구호가 탄생하게 됩니다.
- P57

‘아우슈비츠 이후의 교육으로서 독일 교육의 독특한 성격을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비판 교육(Kritische Pidagogik)‘입니다. 정말 특이한 교육이지요. 세계에서 비판 교육을 교육의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 P66

반면 한국에서는 권력을 비판하는 개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조롱합니다. 뚱뚱하다는둥, 못생겼다는 둥, 게으르다는 둥, 무능하다는 둥 외모를 비하하거나 약자를 조롱합니다. 정말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를 전도된 개그 정신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비판하지못하는 개그가 약자를 공격하는 형태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병리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P68

전 세계가 베트남전쟁에반대할 때 우리만 베트남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셈입니다. 제가 유일한 지상군 파병 국가라고 할 때 사실상‘이라는 말을 붙였는데요. 그것은 지상군을 파병한 나라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이 20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64년부터 1968년까지 5년 동안 32만 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는데 대만은 달랑 20명을 파병했습니다. 20만 명이 아니라 20명 말입니다. 대만 역시 미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파병했을 텐데 오죽하면 20명을 보냈을까요. 그러니까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지상군파병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P87

1968년부터 한반도가일종의 게릴라전 상태로 접어들면서, 박정희는 이를 명분으로 남한 사회를 본격적으로 ‘병영사회‘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이를위해 처음으로 한 일이 바로 주민등록법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주민등록법을 만든 목표는 명확합니다. 바로 ‘간첩 색출입니다.......국민교육헌장, 예비군 훈련 시작, 교련 수업 등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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