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은 하루종일 안전안내문자로 바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코로나 감염상황이 심상치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래도 잘 견뎌온다 싶었는데 지금은 여태까지의 시기 중 가장 심각한듯.....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3일간의 연휴 내내 집콕이다. 누구는 5일 연휴라지만 앞의 이틀은 내게는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는 날이므로 휴일이 아니다. ㅠ.ㅠ

 

어쨌든 밀렸던 집안 일 - 이불 빨래 같은 -을 3일동안 틈틈이 해내고, 책도 읽고, 서재에 미뤄뒀던 리뷰도 올리고...

아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 현실은 내일부터 출근이고, 10월부터는 좀 많이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는 내게는 환상적인 한해다.

딸래미 중 하나가 고등학교를 드디어 졸업했고, 하나만 남으니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드는 시간과 힘이 확 줄어든다.

 

늘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귀찮음을 싫어하는지라 키우기만 하면 죽어나가니 꽤 오랫동안 식물쪽은 쳐다도 안봤다.

산세베리아를 죽인 날은 진짜 우울했다.

나에게 그걸 어떻게 죽이냐고 누군가 신기해하며 말해서 더 우울했다.

죽는 식물들도 불쌍하고, 그걸 보며 자학하는 나도 안타깝고....

 

그래도 올해는 여유시간이란게 생기니 그래도 좀 키우지 않을까 싶어 시장에서 1,000원짜리 화분 2개를 사왔다.

난 큰걸 키우고 싶은게 아니라 내 손에서 꼬맹이부터 자라는 녀석들을 보고 싶은 거니까....

아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잘 자라는거다.

물주고 햇빛 쬐어주고... 아! 이게 다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죽였을까?

먼저간 아이들아 미안......

결국 식물을 키운다는 것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는걸 이제 알겠다.

화분 속 식물들이 너무 빨리 커서 분갈이를 해주다 보니 자꾸 화분이 늘어난다.

 

 

제일 오른 쪽에 있는 녀석이 제일 처음 사온 천원짜리 야자나무인지 고무나무인지 헷갈리지만 정말 물만 줘도 무럭무럭 자란다.

나머지 녀석들은 며칠 전에 분갈이를 해줬더니 이제 열심히 자라려고 애쓰는 중이다.  

 

 

 

요것들은 예쁘게 키운 것 같지만 조화다.

여행갔다가 토토로 화분이 너무 예뻐서 사온거였는데 어찌나 작아주시는지 여기다 키우기만 하면 한달도 안돼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예쁘지만 쓸모는 없는 예레기의 전형.... ㅎㅎ

자꾸 식물을 늘릴 수는 없고 비워 두면 허전해서 그냥 조화 사다가 꽂아뒀다.

나름 멀리서 보면 예쁘다. ㅎㅎ

 

 

아 그리고 오늘 책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했다.

특히 벽돌책!

 

다림질 하는 남편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딸래미 청자켓을 책으로 눌러줬다.

 

 

빨래를 했더니 저 청자켓 아랫단이 또르르르 말려 올라가 있는거다.

저거 다림질 해도 잘 안펴지는데...... 힘 빢빡 줘야 하고....

그래서 또로로로 펴서 책으로 눌러줬다.

이것만으로는 효과가 작아서 볼려고 거실에 내놨던 책을 몽땅 꺼내서 다시 시도!

 

 

 지금 식탁에 앉아서 이 글을 쓰는데 내 앞에 저 장면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책은 정말 좋다.

냄비 받침도 하고, 빨래도 눌러주고....

가끔 폼 잡기도 좋고, 아 그래 읽기도 한다. ㅎㅎ

 

어쨌든 이런 저런 뻘짓을 하는 휴일이 너무 좋다.

서재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좋은 날은 왜 이리 빨리 가는거지?

 

그나저나 지금도 안전안내문자 - 어디 어디 업장을 이용한 사람은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문자가 끊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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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0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댁에 볕이 정말 잘 드네요! 저도 저희집에 볕이 잘들어서 그 볕들어올 때 창 바라보는 거 너무 좋아해요! 그렇게 볕 잘 드는 곳에 화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저는 사실 식물에 아직 관심이 없지만 부모님이 식물 키우시거든요. 볕 들어올 때 식물들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2020-10-04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남향집 타령을 하는지 알았다죠. 저도 집에 누가 키워 줄 사람이 있으면 딱히 내가 키우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친정아버지가 열심히 키우는걸 볼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킹 고싶어지네요. 앗 이것도 노화현상이 아닐까요?

mini74 2020-10-0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데요. 연쇄식물살인마는
그저 부러울뿐 ㅠㅠ저희집 책들이랑 겹쳐서 더 반갑습니다. 가끔 등짝을 살짝 두드려 줄때도 매우 유용하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0-10-04 22:56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까지 연쇄식물살인마 맞아요. ㅎㅎ 음 저 책들로 등짝을 두드리면 좀.... 제가 기운이 세거든요. ㅎㅎ

hnine 2020-10-0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황금가지> 책을 저는 벽돌책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어서 원래 용도로 사용될 날이 와야할텐데요.
식물 키우시는 걸 보니, 특히 화분들 줄 맞춰 배열해놓으신걸 보니 바람돌이님 꼼꼼하고 세심하신 분 같아요.

바람돌이 2020-10-04 23:02   좋아요 0 | URL
황금가지도 1000페이지믐 되죠? 저희집에도 그런 벽돌책들이 제법 있는데 언제 원래 용도로 읽을까요? 그것들 읽으려면 목욕재계하고 정화수 떠놓고 절 한번 하고 시작해야할듯한 기분입니다. ㅎㅎ 화분 줄은 그냥 몇개 안되니 줄 세워진 것 뿐입뎁쇼. ㅠㅠ

stella.K 2020-10-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인상적입니다.
시몬느의 책은 큰 맘 먹고 사셨을 텐데
저런 용도로도 쓰일 수가 있군요.ㅎㅎ

바람돌이 2020-10-05 19:47   좋아요 0 | URL
하하.... 언제 읽을지 순서가 자꾸 밀려서 저렇게라도 쓸데를 찾는다는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