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뱅크 오스트리아 쿤스트포럼에서 하는 고갱전을 보러갔다. 건물 이름으로 봐서 예전 은행인듯한데 기확전 중심으로 운영하는듯하다.
알베르티나 특별전인 샤갈전이 워낙에 방대해서 이곳의 기획전은 다르구나 하고 기대를 하고 갔는데 약간 심심한 전시였다.
원래 고갱 별로 안 좋아함. 특히 타이티 이후 작품 별로.
그에게 깔린 백인 우월주의, 철저한 원주민의 대상화도 맘에 안 들고 그렇다고 화풍이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
딸이 보고싶다 해서 갔다.
초기작은 인상주의 화풍 그대로인데 차라리 이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중심은 현대 건축가이자 화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아파트와 박물관인 쿤스트하우스 빈이다.
빈 외곽으로 꽤나 떨어져있어 사람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사진에서 본 가우디풍의 건물풍경이 확 마음에 들어왔다

쿤스트하우스 빈은 예전 가구공장을 훈데르트바서가 개조한 곳인데 자얀에 직선은 없다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곡선과 소용돌이 문양으로 표현된곳이다.
심지어 바닥조차도 파도처럼 넘실대는 모양이라 둔해빠진 내 몸뚱아리는 자빠지기 딱 좋다. 몇 번 걸려서 비틀거림.
건물을 지으면서 빼앗은 나무들의 자리를 찾아주겠다고 집안 곳곳에 식물을 심는 공간을 만들었기에 건물 자체가 아름다웠다. 겉에서 보기에는 가우디건축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내부는 훨씬 파격적이었다

내부에는 훈데르트바서가 그린 그림이나 디자인한 책들, 우표, 국기등이 전시되어있는데 그림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다.

쿤스트하우스 빈에서 조금 걸어가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가 있다. 그가 디자인하고 건축한 아파트로 헌재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내부 입장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도 그의 건축철학을 충분히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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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훈데르트바서 건물을 직접 보시다니!
저는 몇년 전 그의 전시만 보고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직선보다 곡선을 살려 디자인하는게 가우디를 자꾸 연상하게 하지요. 이 사람은 환경주의자이기도 하고요.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빈의 3대 카페란게 있다.
내 생각엔 이거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만든거 아닐까 싶기도한데 그건 잘 모르겠고...
하여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카페 첸트랄이다.
12월에 예약을 했어야 하는데 그 때 너무 바빠서 깜박했더니 검색할 때마다 붐비고, 지나갈 때마다 웨이팅 줄이 장난 아니게 길었다.
오늘은 저녁을 먹다가 저녁 먹고 딱히 할일이 없어서 검색했더니 왠일로 한산하다고 나온다.
우와 왠일?
밥집에서 멀아 안되는 거리라 열심히 갔다.
이 동네에서 한산하다는건 웨이팅 5분정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카페 첸트랄은 원래 공작 저택의 홀을 카페로 개조한 곳으로 세기말 빈의 문학예술계 인사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이 카페를 들어서면 손님처럼 앉은 조각상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페터 알텐베르크라는 시인이고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작품이 있더라. 그는 생의 대부분을 이 카페에서 보냈고, 그의 음식과 커피값은 카페에 들른 아는 사람들이 대신 내주었단다. 그래서 빈 전체의 거지이자 식객이라 불리었다는데... 가난한 그는 종이나 펜, 잉크를 살 돈도 없었고, 이 카페에서 맥주잔 받침, 비치용 엽서에 시를 쓰고 짦은 글을 써 카페 문학의 대가라고도 불린단다.

자리에 앉아 이곳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아인슈페너를 시켰다.
한국과는 다르게 달지 않은 크림이 맛있다.

사실 들어올 때부터 눈에 확 띄던 멋진 노부인이 있었다.
혼자 음료 한잔을 시켜놓고 빨간 드레스와 모자를 쓰고 앉아있던 이 노부인은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시작되자 자리에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좀 잘 치더라.
막귀엔 내 귀에도 심상찮은 솜씨.
이 노부인도 잘추는 춤으라기보다는 음악에 그저 몸을 맡긴듯한 분위기.
사람들 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치고...
남편에게 우리 나중에 퇴직하면 탱고 배우자.
나 저렇게 춤추는거 해보고싶어라고 하며 부럽고 낭만적인 빈의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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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사진에 무슨 일이? 사진이 달라보여요.
카페 첸트럴은 저도 들어봤네요.

그레이스 2025-01-1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엔나!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트램타고 보던 풍경이 너무 좋았던...!
왕궁도서관이 기억에 남네요
벨베데레 랑....
카페는 안가봤어요
그럴 여유가 없었던듯요
좋아보여요

희선 2025-01-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각상은 실제 있었던 사람이군요 거기에 오는 사람들이 커피값을 내주다니... 사람들 인심이 좋았네요 피아노 소리에 맞춰 춤을 추시다니 멋지네요 피아노 치신 분과 아는 사이일지...


희선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지었다는 쇤부른 궁전으로 간다.
빈 중심가에서는 좀 떨어져 있어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도 꽤 걷는다.
정문을 들어서서 보는 궁전은 벨베데레만큼 인상적이지는 않다.
궁전 뒷쪽으로 베르사유풍의 넓은 정원이 펼쳐지고, 멀리 언덕위에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글로리에테라는 전망대가 있지만 흐리고 안개낀 날씨때문에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
여기 와서 맑은 날은 기차 타고 이동하는 날 뿐이다.
초록초록할 때 와야 아름답겠구나싶다.

하지만 쇤부른 궁전의 진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입장권과 함께 주어지는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빈에서는 꽤 많은 곳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해서 오히려 작품강상을 방해하는 경구가 많았다.
하지만 쇤부른 궁의 오디오 가이드는 이 궁과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 각 영역에 얽힌 이야기 등이 꽤나 들을만했다.
비싼 값인가?
우린 비엔나패스를 썼지만 여기 입장료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탁월하게 비싸다. 1인당 6만3천원정도. 젠장이다.

궁전의 모든 방을 공개하지는 않고 정해진 동선을 따라 공개한 방만 보는데 여기가 제국의 중심이라는 걸 느끼게 하긴 한다.

원래 쇤부른 궁전 나와서 정원쪽에 있는 글로리에테까지 가려했지만 날이 너무 추워서 길이 다 얼어붙었다.
기어가야 할판
거기다 안개가 또 심해져 전망대 가봤다 아무것도 안보이겠다.
과감하게 포기.
언젠가 날 따뜻한 날에 내가 다시 와서 너를 봐주마


쇤부른 궁전 다음에 간 레오폴트 미술관은 앞에 본 다른 미술관에 비하면 심심한 편이었다.
클림트, 에곤 실레, 코코슈카의 작품들이 골고루 있었지만 알베르티나와 벨데베레에 비하면 뭐 소소하달까?
그래도 좋았던건 케테 콜비츠의 조각 작품이 2개 있었던 것정도다

미술관은 레오폴트가 제일 심심했는데 뜻밖에도 한국인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이다
엘베를 탔는데 8명 모두 한국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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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었는데 우리 나라 어떤 기업에서 스폰서 했다고, 입구에부터 그 회사 이름이 포스터에 명시되어 있더군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레오폴트 미술관 협력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저는 그거라도 가서 봐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5-01-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전시에 레오폴트 미술관 작품이 많이 와서 반가워 다녀왔는데 좋았어요.
쇤부른 글로리에테에서 아인슈페너 한잔 마셨던 재밌는 기억!
바람돌이님 덕분에 오래전 여행 기억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여행 되시길!
 

알베르티나 관람을 끝내고 나니 약간 출출하기도 하지만 밥먹을 사간은 안되고 간단하게 빵이나 먹자며 주벼능 돌았는데 스벅이 따악 있다.
에어비앤비에서 아침마다 김치에 밥이랑 국이랑 해먹고 나오는지라 한식은 안 땡기는데 한국식 아아는 너무도 그리운 것.
이곳의 카푸치노가 아무리 맛있어도 중간에 한 번씩 아아는 먹어줘야지
딱 그 순간에 스벅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진짜 문자 그대로 스벅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손에 넣은 아아는 고향의 맛이다.
언제부터 글로벌 기업이 내 고향맛이 되었는지...
그럼에도 아아는 참을 수 없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싶은데 여기서 주인공은 공연이 아니라 극장이다.
빈 최고가 아니라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 것.
가족들과 공연을 고를 때 딸이 발레 보고싶다고 해서 고른 발레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작으로 꼽힌단다.

1시간 전에 공연장 도착. 그래봤자 알베르티나에서 길 건너편이다.
들어서자마자 입이 안 다물어진다.
크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드레스 입은 번쩍이는 언니야들 넘쳐나고...여긴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서 빈 음악협회처럼 돗대기 시장이 아니었다.
내 표를 보고 친절하게 방향 알려주고 3층 자리로 올라가니 자리까지 안내해주고 그러고는 지금 붐비지 않을 때 로비 내려가서 사진 찍으라는 조언도 해주고...

발레 공연 태어나서 2번째 보는데 직접 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연주하는 발레공연은 처음이다.
발레야 당연히 멋있지.
하지만 발레를 보면서 감동을 받기는 힘든거같다.
멋있고 아름답지만 발레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가름 가득 감동을 주는건 아닌거 같아.
그저 예쁜거 좋아하고 춤추는거 좋아하는 딸이 행복했으면 됐다
그런데 진짜 발레 공연은 예쁘구나.
인간 신체의 한계를 보는 느낌이랄까.

빈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연장 2개를 모두 갔다.
만약 음향이 멋진 곳에서 근사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싶다면 무조건 빈 음악협회다. 소리와 울림의 차원이 다르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도 음향이 좋기로 유명하다는데 빈 음악협회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런데 빈에 와서 멋진 공연 하나 보고 멋진 극장에서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기도 싶다면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갈 일이다.
물론 제일 좋은건 2군데를 다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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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1-0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멋지네요. 저기선 드레스 좀 입어줘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바람돌이 2025-01-09 16:57   좋아요 1 | URL
드레스 입고 오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멋지더라구요. 저도ㅠ살빼고 싶었어요. 드레스입고 태 나려면 말이죠. ㅎㅎ
 

벨베데에서 그림 보며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며 다녔는데 빈 최고의 미술관은 벨베데레가 아니었다.
최고는 알베르티나
마리아 테레지아의 26명의 자녀 중(마리아 테레지아 진짜 대단. 혼자서 16명을 낳았다) 가장 사랑받은 딸로 유일하게 연애결혼을 허락받았다는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남편 알베르트공이 살던 궁이다. 이들 부부가 생전에 모은 미술품이 백만점이 넘는단다.
이 동네 부자는 자꾸 내 인지력의 한계를 넘는다.
나는 그 중 하나만 줘도 입 찢어지게 좋아할텐데....

어쨌든 알베르티나는 컬렉션이 최고다.
파카소. 에곤 실레, 클림트, 모네, 모딜리아니 뭉크...
하여튼 미술 책에서 보던 작가들이 총 망라되어있고. 컬렉션도 한 두 점이 아니라 전시실 한칸을 채울듯이 있다.
나는 내가 인상파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상파의 좋은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까달았다.

이 미술관에서 컬렉션 다음으로 대단한 것은 그림을 맘껏 즐기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림에 줄 쳐서 접근 금지하는 선이 없다.
관람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붓터치를 보기 위해 코앞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관람객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이 미술관에서는 또 샤갈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샤갈 역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는데, 그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대표작들을 총망라한걸 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상실과 꿈과 미래에 대한 소망 같은 것들이 한 개인으로서의 샤갈로 다가오는 것이다
샤갈 기확전을 보면서 느끼는게 알베르티나정도 되면 전 세계의 컬렉션을 다 모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
우리 나라에서 해외기획 전시를 하면 보통 메인 작품 2-3점에 나머지 스케치나 판화 소품들로 전시를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수십점의 작품이 모두 메인 작품이다.
이건 큐레이터의 힘으로 되는 것도 돈의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미술계에서 가지는 위치를 기획전시의 규모가 여실히 보여준다. 이틀 뒤에 고갱 특별전을 보러 갔는데 한국 기획 전시보다 조금 나은 정도. 오스트리아라고 해서 모든 미술관이 똑같지은 않은듯..
.
어쨌든 결론은 알베르티나가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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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1-0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푸른색 남자는 피카소의 <잠든 술꾼> 꼭 나를 보는 듯 짠하여..


그레이스 2025-01-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의 유명한 작품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