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 상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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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남성이 주도한 역사였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런 속에서 여성 통치자는 극소수일 수 밖에 없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서 그들은 항상 소설의 주인공들이 된다. 그런 여성 통치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왕국을 스스로 창출해 낸 사람은 아마도 측천무후, 하나 뿐일 것이다. 얼마나 드라미틱한 인생일까? 그 존재 만으로도 여성독자들을 끌어들일수 있지 않을까

측천무후는 중국 당 태종의 후궁으로 들어갔다가 간택되지 못하고 그 아들 당 고종의 황후가 된다. 그리고 남편이 죽자 아들들을 물리치고 스스로 여황제에 올라 국호를 '주'로 고치고 16년동안 중국을 다스린다. 그녀가 죽은 이후 왕위에 오른 그녀의 아들은 다시 국호를 당으로 고치고.... (이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는 고구려가 안시성에서 당 태종의 군대를 물리치고, 결국 당 고종대에 신라와 연합한 당군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바로 그 시기에 속한다)

소설은 일인칭 독백의 형태로 측전무후의 탄생에서 부터 죽음 이후시기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일인칭이라는 시점의 선택은 소설적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측전무후의 내면을 탐색한다. 평민출신으로 당건국에 공헌하여 출세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하던 시절, 아버지의 죽음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시절, 궁에 들어가 있는 듯 없는 듯 만명의 여자중의 하나일 뿐이던 시절, 드디어 권력에 진입해 권력을 장악하고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기 까지 측전무후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다. 세상의 중심인 남자들을 물리치고 세상의 최고봉에 선 여자, 그 여자의 내면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법한 나 역시도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의 선택, 이 책은 아마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듯이 보인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한국에까지 번역된걸 보면 아마도 그러리라.)

하지만 그럼으로써 이 책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 책에서 역사는 그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배경의 역할밖에는...(그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너무나도 감상적인 문체속에서 측천무후라는 역사적 인물은 실종되고 권력의 정점을 향해 꿈을 키우는 그저 한 여자가 있을 뿐이다. (하긴 저자가 역사소설을 표방한 것도 아닌데 이런 얘기는 좀 그렇군...쩝...) 그렇다면 측천무후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정말로 잘 따라잡기는 한걸까? 글쎄 별로 아니다. 책속에 묘사된 측천무후는 그저 그런 한 여자일 뿐이다. 그녀의 이름을 측천무후가 아니라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나 아니면 그저 평범한 한 여자로 바꿔쳐도 소설의 내용이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측천무후는 그저 상업성을 위한 소재정도에 지나지 않는게 아닐까?

사족 하나 - 이 책을 중국인들이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글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인것 같은데 겉만 그런것 같다는 생각. 서구인들의 입맛에 맞춰 보여지는 중국. 그들의 오리엔탈리즘적인 환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구도하에서 계산되어 쓰여졌다는 혐의가 계속 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이런 요소가 또한 상업성과 결부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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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6-07-1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에 대해 조금 공감합니다. 그리고 측천무후가 아닌 다른 인물을 대입시켜도 별로 읽기에는 부담이 없을 듯한 소설로 보임.. 역사소설이 아니다라는 점에 상당한 공감입니다.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 - 비단길 속에 감추어진 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 효형출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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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정수일씨의 책을 읽으리라. 새해의 각오를 다지면서 워밍업으로 가장 분량이 적은 이 책부터 집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실크로드 지역에 대한 연구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수일씨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이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사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크로드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한나라 때 장건 이후로 개척된 비단길(저자는 오아시스길이라고 명명한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대의 초원길에서 시작하여 오아시스길 바닷길 그리고 중간의 종단로들 또 근대 이후의 아메리카 대륙까지 모두 포함하는 모든 문명교류의 길을 통칭하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속에서 그 길을 여행했던 모든 사람들 민족들과 그들의 문명교류속에서 남아있는 흔적들 -유적 유물들을 풍부한 도판과 지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꼭 수능치기 전마지막에 보는 요점 정리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모든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 얇은 책 하나로 정리해 낼 수 있다는건 저자의 내공이 엄청나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아는걸 주절이 주절이 널어놓는건 오히려 쉬운일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핵심만 추려내는건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이 없다면 절대로 해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그의 본격적인 연구서들을 들여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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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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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다들 이 책을 괜찮다고 할 때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순신에 대한 책은 관심이 없었기에.... (내가 관심이 없는건 인간 이순신이 아니라 '장군 이순신에 관한 책'이다.) 이순신은 그야말로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 박제된 영웅이다.(박통시절의 유물이겠지) 그는 지나치게 신성화되어 있어 거의 인간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말그대로 성웅 이순신이다.(이순신을 이렇게 만든 결정적인 인간 박통은 아마 이순신이 이 시대 인간있었다면 그를 죽였을 것이다. ^^)

그래도 유행에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는게 나인지라(내성격의 특징 중 하나 - 부화뇌동형이다.) 어쨌든 손에는 들었는데 어랍쇼? 이건 일인칭이네.. 아니 감히 성웅 이순신에게 이런 시도를.... 사람은 원래 밖으로 보이기에는 있어보여도 그 있어 보이는 한가지를 하기 위해 얼마나 유치하고 잡스런 과정들을 거치는가? 근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일인칭의 내면 고백이라니...

처음으로 이순신이 인간으로 다가왔다. 적때문에 두렵고 왕때문에 두렵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두렵고 온갖것이 슬픈 그냥 인간 말이다. 물론 그는 여전히 나같은 범인이 흉내낼 수 없는 저 멀리 위쪽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의 고통 두려움 슬픔을 따라가면서 같이 그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책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전쟁의 풍경들은 단지 역사를 지식으로만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감으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역사교과서나 역사책과는 다른 역사소설이 가져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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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과 바람의 문명 - 동양편, 세계사 선생님 김지희와 함께하는 1001일간의 세계문명체험 1
김지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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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항상 가슴설렘을 동반한다. 무엇을 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여행 역시 만남이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사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한 때 처음 문화사와 답사 공부를 시작할 때 각종 건축물의 양식이니 탑의 양식이니를 펼쳐놓고 열심히 외웠다. 답사를 가서도 각종의 양식들과 시대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늘 눈에 들어오는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들, 그리고 국보나 보물급에 해당하는 유명한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답사 초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근데 시간이 흐르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좀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건축물의 이름하나 탑의 양식하나 아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하랴....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가 궁금해진다.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흔적을 찾다보면 폐허로 남은 폐사지에서도 옛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건물의 기단부에 잘 보이지도 않게 조각되어진 바닷게의 그림이나 거북이의 익살스러운 조각들에서 옛 건물을 지었던 목수, 조각가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곳이든 그곳에는 거기를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눈을 감고 유명한 사람이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든 그 사람들의 삶의 내음을 맡았을 때 여행은 특히 답사 여행은 한층 즐거워진다. 이제 사람이 빠진 유물만을 보는 답사는 시들하다.

이런 사람을 만나기 위한 답사여행에서 역사 공부는 필수적이다. 물론 공부없이도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면모나 느낌도 있지만 어느정도 해당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면 훨씬 더 여행의 즐거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너무 많이 인용되어서 식상하지만 한 번 더 써먹자. '아는만큼 보인다'지 않는가?

나의 경우 국내는 여기저기 시간 날때마다 둘러다니지만 해외 여행은 몇년전에 중국 갔다온게 유일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불가능하리라. 결국 아쉬움은 늘 쌓이고 이런 저런 여행서들을 뒤적이면서 간접 체험으로 만족할 밖에..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가리라는 오기 내지는 희망으로 여행서를 읽는 건 늘 즐겁다. 이 책은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부류의 사람-해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여행기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의 저자가 세계사 교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남들이 잘 가지 않는곳(폐허 외에는 남아있는 게 별로 없어서), 하지만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마르고 닳도록 얘기되는곳들이 많은 도판과 함께 실려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난다 해도 가기 힘든 곳들이 많다. 또한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각 지역의 여행기와 그 지역의 역사가 상세하게 실려있다. 세계사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교과서 펼쳐놓고 같이 보면 참 좋겠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여행서 중에서도 역사기행서라고 할 수 있을려나? 그래도 여행서이다 보니 딱딱한 역사이야기만이 아니라 여행 곳곳에서 만난 현재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책의 재미를 살려준다.  여행을 가기전에 그곳의 역사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가장 간단하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게 이 책이 아닐까싶다. 쉽고 평이하게 대략적인 지역의 역사를 유적, 유물들과 함께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여행에서 시대를 넘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 준다고나 할까? (단 아주 깊이있는 수준의 역사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수준정도 -하지만 요즘은 고등학교에서도 세계사를 배우는 학교가 많지 않아 이마저도 낮은 수준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것 같다)

두번째로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선택한 여행지 자체에 있다. 세계 4대문명과 그리스 로마 문명의 발생지들을 모두 훑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실로 아메리카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 문명의 발생지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여행서는 내가 알기로는 유일하지 싶다.

앞에 말한 두가지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의 글솜씨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아주 성실하게 열심히 안내를 하고 있으나 독자를 확 끌어들일 정도의 입담이나 글솜씨를 보여주지 못한다는게 이 책의 한계다. 그리고 가끔 나오는 앞뒤없이 그냥 학생 기행문에서 흔히보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받아야 할 것같다"류의  감상들이 좀 거슬린다. 이건 저자의 필력의 문제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으로는 세계사 교사라면 나름대로의 사관같은걸 가지고 있을 텐데 그런게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자신의 관점과 잣대로 그 지역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모습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의 역사 서술은 꼭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같다. 이관점 저관점 다 뭉린킹?늘어놓는...... 나는 객관적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역사에서는 아주 싫어한다. 객관적인 역사는 없다.  객관을 가장한 역사, 그것은 항상 지배층에게 봉사하는 역사였다. 그래서 내가 동의할 수 있든 없든간에 나는 자신의 입장이 분명한 책을 좋아하게 된다. 저자 역시 자신의 사관이나 입장이 없지는 않을텐데 책 속에 그걸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건 정말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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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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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에 대한 이미지가 좀 가볍지 않나 싶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소설이다. 근데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 1900년대의 멕시코 이민사인지라 가벼울래야 가벼울수 없는 글이었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소재가 나오는 아리랑처럼 이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실제로 그랬음직하게 사람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이 나라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던 그 시절, 이 땅에서도 못살아 멀리 남의 땅까지 갔던 사람들에겐 어떤 사연들이 있었을까? 다들 만만찮은 사연들이리라. 오죽이나 살기 힘든 시대였는가말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는 그 많은 사람의 사연을 구구절절히 다 풀어놓지는 않는다. 독자의 몫이다.

노예선같은 험한 항해를 마치고 그들이 도착한 멕시코 역시 그들의 꿈대로 신천지는 당연히 아니었다. 가혹한 기후조건, 노동조건하에 노예의 삶을 살아야 했다. 조선에 남아있느니만 못한 삶을... 그래도 그들은 살아낸다. 물론 조선에 남았더라면 살았을 삶과는 천지차이로 다르다. 그들의 성격만큼 다양한 삶들을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작가는 조심스럽게 이끌어낸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언뜻 등장인물들의 삶이 쉽게 이해 안되는 면이 있다. 가장 극적인건 역시 왕실의 후손인 이종도네 일가다. 아버지인 이종도야 전형적인 조선의 양반으로 산다. 끝까지 선비와 양반의 도를 얘기하면서 무능력하게 시대착오적이게.... 그러나 그외의 가족들 딸 연수는 이정이라는 고아소년과 사랑을 하고 그의 아이를 가지고 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중인 역관 출신의 악덕 통역관인 권용준의 첩이 되었다가 다시 구한말 제대 군인인 박정훈의 처가되고.... 그녀의 동생 이진우 역시 살길을 찾기 위해 전혀 양반답지 않은 길을 택한다. 권용준에 빌붙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그로서 출세의 길을 찾고... 가장 파격적인건 이들의 어머니인 이종도의 아내이다. 연수가 세월이 흐른 후 농장으로갔을 때 어머니는 마야인 감독과 결혼해있다. 조선의 양반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들하고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 모습들이 그 때 양반이 어떤 의식의 소유자들인데 이런 타락을.... 차라리 자결을 했으면 했지라는 결론은 지나치게 성급하지 않을까... 인간의 기존 사고체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건 쉽지는 않지만 한 번 무너지면 그 속력은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면 삶에 대한 애착은 말해 무엇하랴? 이들에게 있었던건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으리라... 일단 그런 생각이 지배하고 나면 기존의 사고방식, 가치관은 쉽게 합리화된다. 그래도 이들의 삶이 더 눈물겨웠다.

소설속의 인물들의 삶이 약간의 거슬리는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 예를 들면 이발사를 하다가 멕시코 혁명에 참여하는 박정훈의 경우 -  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이해되지 못할 변신은 없다. 인간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런것이 아닐까?

이 소설을 미학적으로 문학적으로 분석할 능력은 내게는 없다. 하지만 대담한 생략과 섬세한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의 몫을 많이 남기고 있다.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고 그 삶의 중간에 있었을 그들의 육체적 심적 고통들을 헤아릴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을 살다보면 단지 살아남는것만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는 그런 때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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