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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는 어떤 책을 보든 너무 재미있었다. 책뿐만 아니라 만화나 만화영화는 또 어떤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고 푹 빠병彭?아마도 그 주인공들을 내가 나자신과 동일시 한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캔디를 보면 나는 그순간부터 캔디였고, 삼총사를 보면 나는 어느새 프랑스 파리를 활보하는 달타냥이 되었다.아마도 이런 푹빠짐의 순간은 어렸을 때였기에 가능했으리라....
나이가 들면서는 -아마도 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 대부분 등장인물들과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게 된다. 좀더 공감하는 인물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찌 어린 시절처럼 푹빠질 수 있을까...
그런데 참으로 오랫만에 나는 한 인물에 빠져들었다. 바람의 그림자속 둘이면서 하나이기도 한 다니엘과 훌리안.
그들의 첫사랑의 상실에 가슴아파할 때 같이 가슴아팠고, 그들이 황량한 바로셀로나 거리를 걸을 때 나는 그들과 함께 걸었다. 그들의 두려움에 같이 두려워했으며, 그들의 기쁨 역시 온전한 나의 기쁨이었다.
그렇다고 어렸을 때 나의 동일시 대상들이 그러했듯이 그들이 딱히 훌륭한 인물도 엄청 멋있는 인물들도 아닌데 말이다. 그들은 그저 어려운 시대에 운명에 휩쓸려 힘겹게 살아가는 흔한 인간들 중의 하나일 뿐인데... 그럼에도 그들은 나를 매혹시킨다. 매혹적이다라는 말 외에 어떤 말을 더하리오.
성장소설, 추리소설,연애소설 온갖 장르를 뒤섞어 버무려낸 작가의 글솜씨가 이 둘을 내 마음속에 데려다 주었으리라.
표지의 사진은 처음 책을 볼 때보다도 책을 본 이후 한결 가슴에 와닿는다. 손잡고 걷는 저 둘의 옆에 나의 모습을 그려넣어 본다. 아마 시간이 지나 이 책의 내용을 잊게 된다 하더라도 이 책의 표지사진은 내 기억으 한켠에 남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