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무지하게 재밌다. 읽는 내내 다음 사람에 대한 평가가 궁금해서 견딜수 없을 정도여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훔쳐보기의 즐거움'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나는 참 자주 저 사람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게 긍정적인 의미일 때도 있지만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일 때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 시대의 유명인들을 셋트로 묶어서 당당하게 훔쳐볼 수 있도록 해준다. 정신과 의사가 본래 직업이라는 저자의 약력만큼 마치 의사가 수술대위의 환자에게 메스를 대듯 조심스럽게 그러나 가차없이 그들의 내면을 해부한다. 단순히 그들의 내면을 해부하는데 그치기만 했다면 이 책은 상당히 심심한 책이 되었겠으나, 다행히도 저자는 그런 그들의 내면이 사회에 끼친 파장이나 영향을 같이 다룬다.

그런데 훔쳐보기의 즐거움에서 간과할 수 없는건 그 결과가 나의 예상 또는 기대와 어느정도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거다. 포르노를 보고싶어서 몰래 야한 비디오를 빌려 보는데 맹숭맹숭하게 밥만 먹고 있다면 누가 훔쳐보면서 즐겁겠는가?

내가 이 책에 나온 사람들에 대해서 막연하나마 가지고 있던 느낌 감정들을 체계화시켜 이렇다고 내밀어주는 느낌. 나의 생각과 저자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쾌감. 이런것들이 이 책을 읽는 재미의 가장 큰 부분일것이다.

정몽준, 이명박, 박근혜, 김대중(조선일보 주필), 이인화  이런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이 글을 좀 읽어봐줬으면 좋겠지만, 별로 읽을 것 같지도 않고 읽어봤자 별로 인정할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아무 힘없는 나같은 사람이 읽으면서 통쾌한 배설의 느낌을 만끽하는 것. 이게 이 책의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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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10-16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한겨레에서 이분 글 재밌게 읽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오마이뉴스에서 유시민과 관련하여 이분 글이 많은 화제가 된 적 있이더군요. 전 박근혜와, 김대중, 이인화를 어떻게 평했는지 궁금합니다. ^^

마냐 2005-10-1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점점 더 보고싶군여.
보구싶어서, 얼마전 고마운 어떤분께 선물했어요. 제가 못 보구 보구파만 하는 책도 선물하는 재미가 쏠쏠하죠..ㅋㅋ

진주 2005-10-1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정치인물들을 주로 해부했나보네요.(해부..뜨악...)
저도 도서관에 가면 빌려 볼게요.일단은 추천만 꽝!
도서관..반납 연체시킨 벌 받고 있는 중이라오. 24일까지 ㅡ.ㅜ

바람돌이 2005-10-1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박근혜와 이인화, 그리고 이명박에 관한 분석 부분이 제일 재밌더라구요. 저는 이 분이 살아있는 이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가 너무 궁금해요.
마냐님/어떡해요. 멀리 있으니 보고픈 책만 많아지고요. 그래도 1년이죠. 잔뜩 모아놓았다가 여기 돌아오면 알라딘 서재인들에게 귀국기념으로 사내라고 하세요. 저도 그 때 가면 이 책은 제가 선물할게요. ^^
진주님/도서관 연체자 싫어요. ^^ 제가 보고픈 책을 한달이 넘도록 반납안하는 사람 미워요....24일까지라면 진주님도 무지 긴 연체자.... ^^;;

히피드림~ 2005-10-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치료사들은 사람을 직접 만나서 상담(대화)해 보지 않고 판단내리는 것을 제일 금기시한대요. 의대에서부터 그렇게 가르친다고 하더라구여. 직접 만나기전에 남의 말만 듣고 그 사람의 심리를 예측하지 말라고요. 저자가 대상이 되는 인물들을 직접 만나보거나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책을 안읽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이 책 흥미로운 건 사실이예요.^^ 특히 박찬욱 부분이 궁금해요.

바람돌이 2005-10-1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앞 서문에 보면 대부분이 만나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근데 이 책은 분석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그들의 사회적 행동이 내용의 중점을 이루는 부분이라 오히려 만나지 않았던게 더 나았던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박찬욱은 저도 참 흥미로웠는데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었다고나 할까요. 재밌어요. 펑크님!

파란여우 2005-10-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다 읽냐고 걱정하시더니 드뎌 읽으셨구랴...재밌죠 그쵸? 후후^^

바람돌이 2005-10-1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여우님, 다 읽고 이제 이번 주나 다음주에는 남자 vs 남자를 읽어보려구요. 근데 제 리뷰가 왜 저렇게 짧은지아세요? 여우님 뒤에 리뷰 쓰는 거 너무 싫어요. 리뷰 쓸 의욕이 안난다니까요. 이번에도 쓸까 말까 하다가 기냥 짧게 쓰자하고 저렇게 되었다는.....^^

진주 2005-10-1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도서관이 먼데..그때 어머님 입원하셨을 때요...ㅠㅠ
어쩌다보니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으흑흑..

바람돌이 2005-10-1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진주님 또 마음을 쓰셨군요. 그냥 농담인데.... 죄송스러워라...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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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주기적으로 육아서적을 읽는다. 그 육아서적이라는 것도 학습법이니 이런건 관심없고 대부분 아이들과의 대화나 심리 이런 것들을 다룬 책들을 주로 읽는 편이다. 아직은 우리집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용이래야 뻔히 아는 것들이다. 몇가지의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대응법들은 확실히 마음에 새겨두고 다음에 꼭 기억해야지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결론은 결국 어른과 아이와의 갈등에서 아이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낫살 더 먹은 어른이 변해야 한다. -참 말은 쉽지만 아이를 키워본 사람 누구나 다 실감할거다. 이게 쉬운가?

이런 저런 육아서들도 꽤 읽었고 또 상담강의나 부모교육 같은 것도 받은지라 책에서 나올 말이나 내용들 대부분 짐작하는 편이고, 그렇다면 굳이 안읽어도 될터인데 내가 계속 주기적으로 육아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답은 인내심을 기르고 착해지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데 또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인내심이라는 생각을 살아갈수록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나의 타고난 더러운 성질머리를 단번에 바꾸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여기저기 공부하러 다닐만큼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 그저 잘하는 거라곤 앉아서 책 읽는 것 밖에 없으니 이런 육아서라도 열심히 읽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거다. 이런 책 읽고 나면 효과가 한두달쯤 간다. 두번 화낼때 한번만 화내거나 운좋으면 화 안내고 좋은 말로 넘어가게 되는거다.

비단 이런 육아서의 효과는 내 아이들에게만 발휘되는게 아니라 학교의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불러온다. 학교에서도 역시 두 번 화낼때 한 번만 화내고 늘 마음속으로 '맞아! 쟤는 덩치만 컸지, 마음은 어린애야... 어른인 내가 참아야지,"

나를 착하게 만들어주는 책 - 육아서 아마도 한 한달쯤 지나면 이 책의 효과도 잊혀질 듯... 그러면 또 이런류의 육아책을 뒤적이고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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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림이 2005-11-20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 공감! 공감! ㅎㅎ
 
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아이의 마음과 철학자의 지혜를 지닌 작가' -미하엘 엔데.

이 말처럼 미하엘 엔데를 잘 표현해주는 카피를 찾을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이다.

그의 상상력은 나의 뒷통수를 내려치듯 기발하다. 그럼에도 담겨있는 내용들은 묵직하다 못해 머리를 짓누르기까지 한다.

<긴 여행의 목표>에서 엔데는 한 노인의 입을 빌어 말한다.

그가 그것을 찾았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그곳에 있었던 거란 말이오..... 이런 식으로 인간은 모든 걸 찾아냈소. 고대 유인원과 공룡의 뼈까짇.... 왜? 그걸 찾으려 했으니까! 인간은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만든거요. 하나 하나..... 그러고는 말하지, 신이 그것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세상이 지금 어떤 꼬락서리를 하고 있는지 한 번 보시오. 크고 작은 기만과 모순, 잔인함과 폭력, 탐욕과 번민으로 가득 차 있지 않소? 사람들은 내게 와서 말하지. '그렇게 정의롭고 성스러우신 신께서 왜 이처럼 모자라고 불완전한 것들을 만드셨나요? 이 무슨 귀신 콩 까먹는 소리야? 인간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었는데.......

신은 낙원을 만들고 그 낙원을 빼앗았다. 그러자 살곳이 없어진 인간들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주인공 역시 자신이 그리도 찾던 풍경을 스스로 만들고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엔데가 말하고자 하는게 뭘까? 지나치게 우화적이라 내 짧은 머리를 엄청 학대하고 있다. 그저 그의 상상력을 즐기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음침하고 이야기의 무게가 무겁다. 인간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하는걸까? 어차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지는게 우화의 장점이라면 미하엘 엔데의 이 책은 그런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는 책일거다.

뒤의 공간 3부작, <보르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조금 작지만 괜찮아> 역시 아리송한 얘기들이다. 그가 창조한 공간들은 어딘가 모두 기괴하고 약간 공포스럽고 그리고 의미심장하다. 책을 읽을 때보다 후의 상상속에서 더 기괴해지는 공간들. 미하엘 엔데가 이 공간속으로 나를 잡아끄는 듯하다. '당신도 이리 와보라구'하면서.... 아마도 이 속을 들어가면 유쾌하지는 않으리라... 뭔가 기괴하고 끔찍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듯한... 내가 상상력이 좀 더 풍부했더라면 이 공간들을 즐길 수 있었을까?

뒷쪽의 단편들은 그래도 조금 이해하기 쉬워진다. <미스라임의 동굴> <여행가 막스무토의 비망록> <자유의 감옥>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세계가 과연 허구이거나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허상의 세계를 깨고 나간다면 다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인생을 사는 목적을 인간은 정말 알 수 있을까? 인간은 자기 인생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런 묵직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지지만 어느 것에 대해서도 미하엘 엔데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냥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너 스스로 찾아내라고 할 뿐....또 굳이 찾지 않으려 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엔데의 질무에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그가 제시한건 이 질문의 여행에- 차려진 밥상, 상상의 공간에 당신도 들어오라는 손짓이다. 대답은 당신 스스로에게 있다고 그는 마지막 단편 <길잡이의 전설>에서 속삭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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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10-1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브스한 손으로 추천하고 갑니당.이뽀해 주세용.호홋

바람돌이 2005-10-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나으세요. 수선님! 그리고 작업도 열심히... ^^

2005-10-1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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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의 젊은 시절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를 다룬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내 가슴을 사로잡은건 체게바라만은 아니었다.  그가 가는곳마다 다른 표정으로 다른 가슴으로 펼쳐지던 라틴아메리카의 풍경들... 그저 풍경이라기엔 너무나 아픈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있는 곳이건만 그래도 그 풍광은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름답웠다.

그 땅과 그 곳을 사는 사람들과 그 대지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는 설레임.... 아마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 라틴아메리카를 음악과 함께 여행한다. 그저 유명한 음악이나 음악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하지 말자. 노래 하나마다 라틴아메리카의사람들- 그가 백인이든 메스티조든 인디오든 -의 땀내음과 눈물이 배어있는 것들이다.

아르헨티나에선 드넓은 평원 팜파를 만나고 아르헨티나 이민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를 잃지 않았던 메르세데스 소사를 만난다. 아르헨티나의 정치상황때문에 망명생활을 해야만 했던 메르세데스 소사는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지도 못하던 시기에 귀국을 강행해 그녀를 기다리던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같이 온 음반에서 그녀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

아르헨티나에스 메르세데스 소사, 유팡키, 탱고를 만난 저자의 발걸음은 페루로 향한다. 안데스 산지에 설움많은 인디오들의 삶이 아직 남아있는곳, 그래서 인디오의 음악이 아직 남아있는곳. 그들의 음악과 악기, 전설이 슬픔을 간직한 풍광과 펼쳐진다. 안데스그룹 인띠 라이미(이 말의 뜻은 제국의 안녕과 결속을 도모하고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잉까의 가장 중요한 축제인 '태양의 축제'를 뜻한다.)의 케나(안데스의 악기, 일종의 피리)연주곡인 슬픈 구름을 듣는다. 그 슬픈 케나의 음은 인디오들의 삶의 고단한 행로를 한때는 위로했을 것이며 같이 슬퍼도 해주었겠지... 머나먼 이 땅에서조차도 그들의 고단한 삶의 아픔을 느낄 수 있으니...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슴아프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면서 보게 한건 3장 칠레 이야기다. 칠레 순교자들의 광장에서 시작된 여행은 체 게바라, 아옌데, 네루다, 빅토르 하라를 만나는 여정이다. 군부 쿠데타에 의해 무너져간 칠레 민중연합정부의 최후의 순간들이 곳곳에서 음악과 함께 떠오르면서 그대로 우리의 80년과 오버랩된다. 아마도 내가 책을 보면서 흘리는 서푼짜리 눈물은 칠레에게가 아니라 광주에 바치는게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잊고 살아 가슴의 열정은 사라지고 차가운 머리만 남은 내게 사는게 뭔지 다시 일깨우라 한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 음반과 책의 여운에 푹 파묻혀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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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10-0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저두 같은 모습을 발견했으니....책도 님만큼 여운이 길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하지만...어쩌랴. 다음 주문까지는 참고 또 참아야하는 걸.음.

바람돌이 2005-10-0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곳에 계시니 책 주문도 만만한 일이 아니겠습니다.

파란여우 2005-10-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있건만...바람들은 죄다..뽐뿌질만 하고..

바람돌이 2005-10-0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여우님 뽐뿌질에 넘어가주세요. 네?(애절한 눈빛....) ^^
 
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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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고원의 인디오들 1490년 약 2,500만  ----> 1,600년경 약 107만명
    안데스 고원의 인디오들 1490년 약 887만      ---->  1,600년경 약 67만명


당시의 인구를 정확하게 알아낸 다는 것 자체가 어차피 무모한 일이기에, 위의 숫자도 추정치에 불과하겠지만 그럼에도 유럽인의 도래가 아메리카 인디오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었는지를 충분히 말해준다. 이들 중의 많은 이는 직접적인 학살 또는 학살의 영향으로 죽었고, 또 많은 이는 유럽인들이 가져온 각종 전염병에 의해 죽어갔다.

지금의 아메리카는 누구의 아메리카일까? 엄청난 인디오들을 학살한 유럽인들은 목화,  커피, 사탕수수와 같은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부려먹을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아프리카에서 야만적인 노예수입을 시작한다. 지금의 아메리카는 마치 인종의 전시장 같다. 인종간의 철저한 분리정책을 취했던 북아메리카와는 달리, 가족이민이 적어 그럴 상황이 안되었던 라틴 아메리카는 백인, 흑인, 인디오뿐만 아니라 메스티소와 물라토 삼보 등각종 혼혈인종들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인종의 전시장이 되었다. 이 책의 배경으로 등장한느 브라질은 심지어 같은 부모밑에서 난 친형제의 경우에도 피부색깔이 다른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다. 백인 부모 밑에서 흑인 아들이 나올 수 있는 곳 이것이 브라질의 현재 인종혼합정도다.

그럼 이곳에서 인디오들의 위치는? 브라질의 인디오라 해봤자 숫자 자체가 거의 미미하다.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발견 이후 백인들은 인디오를 몰이사냥을 하듯 곳곳의 땅에서 내몰고 학살했고, 라틴 아메리카의 땅을 차지했다. (브라질에서도 기후가 인간의 거주에 그나마 알맞은 남부 지역은 모두 백인들의 차지다.) 겨우 살아남은 인디오들은 안데스 산맥의 척박한 고산지대로 도망쳤던 극소수였을 뿐이다.  이들의 후예들 역시 삶의 길은 험하여 조금이라도 착취의 여지가 남아있는 곳은 마지막 먼지가 떨어지는 순간까지 착취당했고, 그 이후에는 철저히 방치당했다. 오늘날의 인디오들은 그들의 고유언어도 문화도 모두 잃어버렸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는 그저 잉카와 아주텍의 유물로 박제되어있을 뿐....한 문명을 이리도 철저히 말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배경은 바로 이 정복의 초기 시기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양분하고 있던 시절이다, 이곳에 프랑스가 끼어들 자리를 마련하고자 일단의 세력을 브라질에 파견하여 식민도시 건설을 시도한다.  '남국의 프랑스'가 그것이다. 그 야망을 위해 온갖 직업과 성격의 사람들이 모집되고, 그 중에 원주민과의 통역을 위해 원주민의 언어를 배울 아이들이 타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린 남매 쥐스트와 콜롱브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어리기에 당연히 타 문화에 대한 선입관이 어른들보다 적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이 그들이 양 문화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유가 된다. 아메리카에 도착한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남국의 프랑스'란 프랑스와 똑같은 기독교사회를 만들겠다는것, 그곳에 이미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 원주민 인디오들은 미개인으로서 자신들이 문명화시켜야 되는 대상이었고, 나중에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한낱 말살의 대상이 될 뿐..... 어쩌면 이 역시도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백인들의 두려움과 공포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허황된 신념과 자만심으로 이 땅으로 건너왔던 백인들은 본격적으로 원주민 인디오들과의 갈등에 부딪히기도 전에 오히려 그들 자신 내부의 적들에 의해 서서히 붕괴되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인디오들의 세계관과 백인들의 세계관이 부딪히며 누가 더 옳은가에 대한 질문을 곳곳에서 작가는 던지는 듯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미 정답은 제시되어있다. 작가는 백인 난파선원 출신으로 인디오 문화에 동화돼 인디오들과 함께 숲에서 살아가는 파이-로라는 인물을 통해 정답을 제시한다. 인디오의 식인 문화에 대해 절망적인 질문을 던지는 콜롱브에게 파이-로는

"인디오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걸 인정해야 할거야..... 우린 적을 괴멸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인디오들은 적과 섞이려 하지...... 인디오들을 바꾸고 싶으면, 그들이 우리를 바꾸는 것도 받아들여야 해"라고 대답한다.

결국 프랑스의 '남국의 프랑스'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쥐스트와 콜롱브는 그들이 살아왔던 문화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정답이라 생각하며 선택한다. 물론 이것은 프랑스인들의 실패지 유럽인의 실패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또 역시 그렇다고 해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프랑스의 역사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억압받은 역사 저항의 역사는 말하기 쉬워도 억압한 역사, 학살의 역사의 주체들은 그 사실을 말하는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게다. 그냥 묻혀 지나갈 수도 있을 자기 역사의 부끄러운 장면을 이렇게 굳이 되살려서 라틴아메리카에 용서를 비는 것도 분명히 큰 용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그 용기를 추켜세우고.....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미 그 사과를 받아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어째야 할까? 그 사과를 받아주고 화해를 이루어야 할 문화가 존재조차 없이 사라졌을 때는 어찌해야 할까? 이 때도 용기 있다고 가해자에게 박수를 쳐주어야 할까? 이런 류의 유럽이나 미국의 책을 읽을 때 남는 한줌의 거북함, 찝찝함이 이런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런 책을 내고 유럽 지성의 양심이 어쩌고 하겠지만, 식민지의 아픔에 더 가깝게 있는 동양의 작은 나라 한반도에 사는 나로서는 2%의 찝찝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짓이라고 얘기하거나 이런 역사적 복원조차 필요없다고 얘기한다면 또한 그것 역시 지나친 편견일 것이다. 다만 너무 때늦은 사과, 너무 때늦은 역사의 복원이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내가 늘 베트남에 대해 마음이 쓰이는 것도 이런 책을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아직 그들이 사과를 받아줄 수 있을 때에 우리가 사죄할 수 있어야 할텐데..... 우리 사회 역시 아직 참 갈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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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2005-09-2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

아라 2005-09-2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곧 읽을거에요.
참, 바람돌이님 비천무 당첨 다시 한번 축하해요.^^

바람돌이 2005-09-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님의 리뷰도 기대할게요.
그리고 고마워요. 아라님 비천무 애장판 생각을 하면 지금 가슴이 두근거려요. 너무 좋아서.... ^^

전자인간 2005-10-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받았습니다.
감사~~

바람돌이 2005-10-1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인간님 이 책 재밌어요. 나중에라도 재밌게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