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생애 최초 탐정물이라는 빌 호지스 3부작은 약간 특이한 구조를 갖고있다.
각권이 독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1부와 3부는 완전히 연결되어 있고 2부 <파인더스 키퍼스>만이 홀로 독자적인 사건 구조를 이룬다. 미리 말한다면 나는 저 2부 <파인더스 키퍼스>가 제일 좋았다. 하지만 리뷰를 쓰기에는 읽은지가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 가물.... ㅠㅠ

1부와 3부는 퇴직형사인 빌 호지스가 사이코 테러리스트인 브래디와 대결하는 것이 이야기의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야기는 태생적 사이코인듯한 브래디의 의식을 따라가는것이 한 축을 이루고 나머지 한축은 퇴임 후 무기력해지고 있는 빌 호지스의 의식을 따라가는것이 한 축이다. 결국 이 두 인물의 매력과 그럴듯함에 이야기의 재미가 딸려있는 셈인데, 나머지 추리소설의 핵심이라 할 사건과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의 이야기적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후자 즉 이야기적 재미를 따지자면 역시 2부인 <파인더스 키퍼스>가 가장 좋다.

브래디의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1부까지는 괜찮은 캐릭터였다. 어느 날 그저 뭔가 위대해져보이고 싶다는 또는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알리고싶다는 충동으로 메르세데스를 훔쳐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는 태생적 사이코. 그리고 이후에도 막연한 다중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자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인물이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불분명하고 그저 사이코이기 때문이라는 설정은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뭐 세상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가 많기도 하니 이런 설정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3부에서 식물인간 상태였던 브래디가 깨어나고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유체이탈과 다른 육체로의 빙의를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이르면 이거 뭐임? 하는 생각이 든다. 브래디를 너무 살리고싶었던 작가가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브래디가 깨어서 정신병원을 탈출해 호지스와 대결을 벌이는게 낫지 이건 뭐 장르파괴도 아니고.... 갑자기 이야기의 현실성이 훅 떨어지면서 독자를 어이없게 만들어버린다. 아 킹 아저씨 이건 아니잖아요!

빌 호지스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광고문구에 스티븐 킹판 필립 말로의 탄생이라고 본 것같은데 사실 이 문구에 낚였다. 경찰에서 퇴직하고 보니 갑자기 존재의의를 상실하고 아내와는 이혼했고 하나밖에 없는 딸은 멀리 살면서 가끔 전화나 하는 무기력하고 고독한 빌 아저씨. 이만하면 조건적으로는 충분히 필립 말로가 될것도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디테일로 들어가면 호지스 아저씨는 하드 보일드 탐정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의존적이며 따뜻하다. 거기다 자꾸 아파서 독자를 걱정시킨다. 자신의 재임 기간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메르세데스 살인범을 잡지 못한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는 호지스아저씨는 너무 인간적이다. 한 마디로 쿨함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진듯하다.

어쩌면 작가는 인간적인 감정에는 완전히 백지인 브래드와 인간적 따뜻함으로 중무장한 빌 호지스의 대비를 통해 사람들간에 여전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같기도 하다. 이는 주변 인물을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브래드 주변의 인물은 그의 어머니조차도 인간적 교류와는 한참 멀고 소통부재의 인물이다. 브래드는 누구와도 공감하지 않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절대 고독의 인물이다. 하지만 빌 호지스는 옆집의 어린 소년과도 따뜻한 우정을 나누고 우연히 만난 신경쇠약성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인에게도 따뜻한 손을 내밀줄알고 그 따뜻함과 배려를 돌려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의 매력이 1권에서 끝이라는 것. 3부에서는 캐릭터의 반복 중 이야기가 우주 저멀리 어디로 광탈이동해버리는 바람에 캐릭터의 매력마저도 같이 날아가버린다. 우리 사랑스런 호지스 아저씨가 필립 말로가 될 기회도 같이 날아간다. 안녕 호지스 아저씨, 안녕 필립 말로!


브래드는 1부에서 끝을 맺고 3부는 차라리 다른 이야기로 돌아왔다면 빌 호지스 3부작이 좀 더 근사하게 완결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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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
인간의 약점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끔은 추리소설 속 이런 말들이 철학책 몇권을 보는 것보다 더 나의 삶의 방침을 잘 알려준다.

호지스는 T 부인이 열쇠를 꽂아 두고 내렸을 가능성을 아직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기도 모르는 새 공범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그와 피트의 대웅이 형편없었다. 싫어하는 인간의 말은 안 믿거나 무시하기가 쉽다. 너무 쉽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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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갈려 없어진 톱니들은 단순하고 명백한 진리, 열 살짜리아이라면 대부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이다.
톱니바퀴의 톱니를 일부러 갈아버린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정보를 일부러 무시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존스, 킬리 신부, 크랩타우어 부회장, 흑인 지도자로 이루어진 말도 안 되는 가족이 비교적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장인이 하나의 마음으로 여자 노예에게 냉담하고 푸른색 화병에는 지극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하다.
그것은 또한 아우슈비츠의 지휘관 루돌프 헤스가 확성기를 통해 위대한 음악과 시체 운반원 소집 명령을 번갈아 내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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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20-06-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정말 오랫만에 알라딘에 왔다가,
습관대로 즐찾 서재를 보는데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달려왔어요.
댓글 안 달아서 잘 모르시겠지만, 오래 전에 자주 글 보곤 했었는데 말이에요. 반가워서 ㅎㅎㅎ / 참, 커트 보니것은 제게도 최애!

바람돌이 2020-06-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북극곰님 반가워요. 가끔 댓글 달아주셨던거 기억하는걸요. ㅎㅎ 오자마자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진짜 오랫만인데 요새는 북플이 대세네요. 컴으로 서재는 못들어가고 그냥 북플을 이용하기는 괜찮아보여서 조심스럽게 시작해봤어요. ^^
 


나의 최애 작가 커트 보니거트
제 5도살장을 읽은 이후 하나씩 하나씩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고 있다. 2007년에 타계했으니 더 이상 새로운 신작이 나오길 기다릴수도 없고 그냥 하나씩 아껴가며 책을 사 모으고 읽고 있는 중이다.

˝언중유골˝ -말속에 뼈가 있다는 말로 평범해 보이는 말에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고 흔히 쓰이는데 이 말의 형식을 살짝 빌려 커트 보네것의 작품은 ˝언중유머, 유머유골˝이라며 말도 안되는 조어를 만들어본다.

이 책의 서문에서 커트 보네것은

<만일 내가 독일에서태어났다면 나 역시 나치당원이 되어 유대인과 집시와 폴란드인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패고, 눈더미 밖으로 장화만 삐죽 나온 시체들을 내버려두고 나 자신은 따뜻한방에서 고결한 배를 두드렸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 거니까. -12페이지>라고 하며 그의 시니컬한 독설을 시작한다.

아주 평범한 문장속에 유머를 담고, 유머속에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인간의 적나라함을 블랙코미디처럼 보여주는 커트 보니것.이제 미국인이면서 독일에서 자랐고, 스스로 나치의 방송선전대원이 되었으면서 우연히 미국의 첩자가 될 기회를 얻었던 남자 하워드 W.캠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워드 캠벨을 통해 보여지는 나치당원들은

˝그들도 그냥 사람이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비로소 그들이 참으로 벌레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그들이 정말로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한다.˝ (65쪽)라고 말해지고 있다.

어떤 한 인간의 공적인 얼굴과 사적인 얼굴이 완벽하게 다를 때 인간은 더 잔인해질 수 있다. 공적이다라는 것이 그의 악행을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죄의식 자체를 가질 필요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므로... 그리고 그들은 좋은 아버지 어머니 친절한 이웃 교양있는 지식인의 세계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국가의 이름으로 애국이라는 구호로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정당화되는지.... 그 아래에서 인간은 마음껏 잔인해진다. 나는 그저 명령을 따랐을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뿐이다라는 수많은 전쟁범죄자들이 이렇게 태어난다.

주인공 하워드 W.켐벨2세의 삶 역시 아이러니다. 이쯤에서 진짜 궁금해진다. 그는 나치의 선전선동 최전선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나치당원으로서의 삶이 본질이었을까? 아니면 나치당원이라는 껍데기로 위장한 미국의 첩보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본모습이었을까?
또 하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상관없이 그의 행동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그를 어느 자리에 두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일까? 의문을 여러면에서 던질 수 있지만 사실 답은 너무 간단하다. 그 모든 면이 캠벨이라는 것. 서문에서 커트 보네것은 죽으면 그만이라고 얘기한다. 살아서 사랑하자고... 캠벨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며 살아남기에 가장 쉽고 가능성이 많은 길을 선택했을 뿐이고 거기에 도덕적 판단은 별 의미가 없다. 고뇌는 죽음과 고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리 그저 순응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상황이 그가 어떤 생각을 했든 무엇을 했든 결국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건 나치 선전당원으로서의 그의 모습이다. 왜냐고? 너무 열심히 했고 너무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그 자신은 미국의 스파이임이 들키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자신을 위장했다고 얘기하지만 그가 스파이로서 한 행동보다 나치 선전대원으로서 한 행동이 더 많은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주었다면? 어떤 인간을 하나의 편으로 균일한 존재라고 보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캠벨의 삶이 웅변한다. 그에게 이중스파이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철저한 나치당원으로 살지 않을수도 있었을까?
이곳에 나오는 인간들은 누구도 심각하게 존재론적 고민을 하지 않는듯 보이지만 그들의 선택은 자신과 주변의 삶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했던 하워드 캠벨 씨 같은 사람의 아내를 위해 죽는다면, 나에겐 영광이오.˝
그는 이렇게 말한 뒤 그 자리에 퓩 쓰러졌다.
우리는 그를 살려내려고 애썼지만, 그는 추하게 입을 벌린 채 완전히 숨을 놓았다.˝ -124쪽

한 나치주의자는 스스로 너무도 명예롭게 고귀하게 죽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의 죽음은 하찮고 어이없고 추할뿐이다.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블랙코미디의 한장면일 뿐인게 그가 죽음에 이른 이유는 너무 늙은 몸을 이끌고 계단을 두번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계단을 한번만 올라갔으면 안죽었을것을.....그의 죽음이 그렇듯 그의 삶도 아마도 별볼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 나라가 올바른 길로 들어서려면 먼저 몇몇 놈들의 목이 떨어져야 하오라는 무시무시한 전체주의적 발언의 뒤에는 그 자신은 절대로 목이 떨어져야 하는 대상이 될리 없다는 오만이 있고, 타인의 희생에 대해서는 무감한 이기심이 있는 것이다.

흔히 극우보수세력만이 이런 전체주의적 발상을 한다고 생각하는듯한데 내가 보기에는 그도 사실은 아니다. 자칭 진보를 자처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게 보일때마다 상대를 물어뜯기를 주저하지 않는 각종 ~빠들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극우나 극좌가 통한다는 말은 타인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 (아 나는 왜 커트 보네것처럼 얘기하지 못하고 이렇게 설교나 늘어놓고 있는것일까?)

나에게는 글을 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커트 보네것의 글을 더 읽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럼 죽기전에 한번쯤은 커트 보네것처럼 ˝언중유머 유머유골˝같은 시니컬하면서도 멋지고 의미심장한 한마디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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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 시리즈 12권이 11권 출간 이후 거의 3년 반만에 출간되었다. 영어를 좀 더 공부해서 원서를 읽어야지 결심하면 이룰만한 시간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에서 링컨 라임 시리즈는 14권까지 나와있다. 이 2권이 더 나오는데 만약 6년이 걸려야한다면 그안에 구글의 번역시스템이 확 진보하지않으까싶기도 하다. 그러니 출판사는 구글의 획기적 발전 이전에 책을 번역 출간해야될듯하다.

여기까지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나의 소망이자 출판사에 대한 약간의 협박이다

어쨌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두 사람이 돌아왔다. IoT(사물 인터넷)를 이용한 범죄자와 함께... IoT가 뭔지 찾아보니 온갖 사물, 물건들에 연결된 인터넷 기술이다. 지금 점차 커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내 스마트폰의 인터넷과 연결되어 바깥에서도 조종이 가능한 온갖 가전기기들-냉장고, 난방장치, 에어컨, 전기밥솥 등등-과 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등...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정말 끔찍하다. 내 집의 전기압력밥솥이 누군가의 악의적 해킹에 의해 조종되어 폭발한다면? 어쩌면 지구상에서 나의 집이 가장 위함한곳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뒷쪽 시리즈로 올수록 링컨 라임 시리즈는 최근의 기술적 발전을 반영하는 범죄자들이나 살인방법을 만들어낸다. 기본 컨셉이나 등장인물이 거의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12권까지 오다보면 긴장이 꽤 늦춰질듯한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방법의 범죄자를 데려옴으로써 늘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또한 제 아무리 최신의 컴퓨터 기술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사용한다 해도 링컨라임과 아멜리아의 수사는 지극히 고전적이다. 증거가 될 물건들을 모으고 그것의 관련성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때로 아멜리아는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 육탄전을 벌이며 범인을 체포하고..... 어쩌면 이 최첨단과 가장 고전적인 방법의 결합이 이 시리즈의 매력일까? 어쨌든 해리포터 이후로 참으로 오랫만에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아끼고 아껴가며 읽는다.

그럼에도 이번 12권은 살짝 걱정되는 지점들이 보인다. 일단 3분의 2 지점까지 지난 편들에 비해 좀 늘어지는 느낌이다. 쓸데없이 지나치게 길다고 할까? 뒷편에 몰아치는 반전을 생각하면 아 이걸 위해서구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650페이지 책에서 400페이지까지 떡밥만 내리고 있다는건 좀.... 이 시리즈를 아끼고 아끼는 독자의 말이니 누가 미국에 있는 미스터 디버에게 좀 전해줬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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