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좋다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거라는걸 다시 깨닫는 순간
겉으로는 평범해보이는 모든 순간이 나름의 고통과 열정을 내포함으로써 삶의 어느 순간도 편안하기만 할 수 없음을 주옥같이 뽑아놓은 단편들.
마치 내가 여기 메인주 크로스비 올리브라는 여인 곁에 있는듯한 독서의 시간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제인은 그의 얼굴에서 의뭉스럽고, 늘 겁에 질린 어린 소년이 보이는것 같았다. 잠들어 있는 이 순간마저도, 그의 얼굴에는 불안으로긴장한 표정이 감돌았다. 행운이야. 제인은 벙어리장갑을 낀 손을 가볍게 그의 다리에 얹으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누군가를 수십년 동안 알고 살 수 있다는 것은,
- P235

 그녀는 삶이 두려운 늙은 여자일 뿐이다. 요즘 올리브가 아는 거라곤 해가 떨어지면 잘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는그 말, 올리브는 확신하지 못한다. 거기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지, 올리브는 생각한다.
- P314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 P378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 P461

올리브는 머리 위로 한 손을 들어 보이곤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 이후 산책하는 동안 올리브는 해도, 강도, 아스팔트 산책로도, 움트는 새순도 알아채지 못했다. 올리브는 걷는 내내 부부중 친절한 사람이었던 아내가 죽고 없는 잭 케니슨에 대해 생각했다. 지옥에 살고 있다고 그 자신도 말했지. 물론 그럴 터였다.
- P463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
- P483

그녀는 눈을 감았다. 지친 그녀는 파도를 느꼈다. 감사의, 그리고 회한의 파도를,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햇살 좋은 이방을, 햇살이 어루만진 벽을, 바깥의 베이베리를, 그것이 그녀를힘들게 했다. 세상이.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않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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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왜건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순간 케빈은 방금 전그 느낌은 희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희망은 마음의 암이었다.
그는 희망을 원치 않았다. 원치 않았다. 이 연약한 초록빛 희망의 싹이 가슴속에서 움트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다리에서뛰어내렸다가 죽지 못하고 살아난 남자의 끔찍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자는 누군가 금문교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울며 서성대던그를 막고 왜 우느냐고 물었더라면 뛰어내리지 않았을 거라고말했다.
- P84

패티가 떠내려가지 않게만 하면 되었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오, 미친, 이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 P86

때면 그녀는 많은 것을 이해했다. 이 나이에 수십 년 동안 그녀를 동정해왔노라 꼭 말을 해야 했다면 낙심한 인생이라는 걸 그녀는 이해했다. 보스턴을 향해, 함께 아이 셋을 낳아 기른 아내를 향해 해안을 따라 운전해 내려가면서, 오늘 그녀를 지켜본 그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리라는 걸 앤지는 알았고,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위안을 필요로 하리라는걸 알았다. - P105

앤지는 이제 머리를 복도 벽에 기대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정 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거라고 생각했다. - P108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올리브는 침대에 누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 P124

스웨터는 망가지고, 신발은 브래지어와 같이 던킨 도너츠 화장실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져 쓰고 버린 화장지와 오래된 생리대 더미에 덮여 있다가 다음 날 대형 쓰레기통 안으로 구겨져들어갈 것이다. 사실 닥터 수가 올리브 가까이에서 살 거라면,
수잔이 스스로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갖도록 올리브가 이것 조금, 저것 조금을 가져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올리브가 스스로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는 자기가 뭐든 다안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살 필요는 없다. 뭐든 다 아는 사람은아무도 없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니까.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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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 P7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둘러싸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혼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이었습니다.
- P8

식사를 하는 동안 누구도 리싼런이 이불 속에서죽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예전과 거의 같은 양의 밥을 먹었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전과 똑같은 양의 식사를 했다. 바람은 불지않았다. 햇빛은 부엌에서 서쪽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비치고있었다. 교정 안에는 따스함과 고요함이 가득했다. 모두들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만터우를 먹고 자오씨우친이 큰 솥에볶은 채소를 먹었다. 그리고 그녀가 소금물을 넣고 끓인 옥수수탕을 먹었다. 교실에서 가지고 나온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신발을 깔고 앉아 호호입김을 불면서 먹는 사람도 있었다. 마을 안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스운 일과 웃지 못할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먹었다.
중요한 이야기도 있었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 P202

사람이 죽는 것이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등불이 꺼진 것과 같았다. 무덤을 파고 사람을 묻는 일이 삽을 들어 마을 어귀에 구덩이를 파고죽은 고양이나 개를 묻는 것만큼이나 순조로웠다. 슬픔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없었다. 울음소리와 슬픔은 말라버린 강과 같아서 소리도없고 호흡도 없었다. 사람들의 눈물은 맑게 갠 날 허공에 떨어지는빗방울만큼이나 희박하여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말라버렸다. 그리하여 별로 대단한 일이 없게 되었다. 우리 삼촌과 링링, 딩샤오유에와 쟈껀바오를 단숨에 다 묻어버렸다.
전부 묻어버렸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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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새책 <연년세세> 사인본에는 이런 글귀로 인사를 전한다.

책 제목도 뭔가 年年歲歲  이렇게 한자로 쓰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해마다 해마다 해마다 해마다.....

이렇게 제목을 읊어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책을 읽는다.

 

 

황정은 작가는 글씨도 예쁘구나!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여기서'라는 저 사인은 뭔가 의미심장한 것 같다.

맞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P146

 

누구나 삶속에 비밀 한가지쯤은 가지고 있고, 아픈 기억 몇가지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산다는 것일게다.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그 과정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땅에 떨어진 것 중 그나마 덜 더러운 것을 골라 먹는게 삶이라는 저 말이 마음에 와 박혔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동생의 죽음을 겪고, 그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평생을 아둥바둥 살아왔을 순자씨의 삶은 순자씨 개인에게는 스펙터클하고 고난에 찬 행군같은 삶이었겠지만 그 시절 한국인의 보편적인 삶을 생각하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삶이다.

그녀의 이름 순자가 그러하듯이.....무수히 많은 순자들이 또한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있다.

개인의 아픈 삶과 고통이 평범한 삶이 되어버리는 지점에 우리 역사가 지나온 시간의 잔임함이 있지 않을까?

 

나는 가끔 나의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삶에 깊은 비애를 느낄 때가 있다.

그분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무슨 의미를 가지고 그 신산한 삶을 이어왔을까?

지금은 평범한 할머니로, 그럭저럭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듯해 보이는 두분이 사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편안한 황금기가 지금이라는 사실을 문득 문득 깨달을 때마다 한없는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함께 앉아 있을 때면 지나온 이야기들을 지금은 웃어가며 이야기 하시지만 그 되풀이 되는 이야기마다 느껴지는 울분과 슬픔과 억울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순자씨에게 말하니 못한 이야기가 있듯이 그분들도 차마 말하지 못한 무엇이 있을까싶어 살짝 두려울 때도 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걸까?

 

그러나 한영진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용서할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나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없는 일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순자에게도 그것이 있으니까. - P142

 

그래서 황정은 작가의 저 사인본 메시지는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여기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지 않은가?

자신의 삶을 살아오지 못하고 늘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떠밀리며 살아왔을 앞선 세대의 어른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황정은 작가의 책의 3권째 읽었다.

아직 특별히 우와 우와 하게 되는 책은 솔직히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읽게 되고 지난 작품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이런 위로 때문인듯하다.

 

 

 

 

 

 

 

 

 

 

 

 

 

 

 

사실상 황정은 작가의 책은 모두가 폭력과 그 폭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 앨리시어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일단은 사적인 폭력이다.

물론 그 사적인 폭력이 쏟아지는 조건에는 다른 사회적인 폭력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다.

폭력은 하나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

앨리시어는 그 쏟아지는 폭력에 씨발 씨발을 연발하는 것 외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

폭력에 노출된 이가 겪는 고통이 너무 절절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같이 씨발 씨발을 읊조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디디의 우산>에서는 폭력과 함께 무엇인가를 잃은, 또는 상실의 순간을 예감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얘기하고 있다.

상실의 고통 역시 폭력에 기반하고 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직접적인 폭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차별을 전제로 깔고 있는 사회적 시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어지는 사람들, 예측하지 못한 사고 등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어디든지 널려있다.

소설은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담담하게 그러나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아픔과 그들의 아픔을 동일시하게 함으로써 고통의 연대를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연년세세>는 <디디의 우산>에서 그렇게 많이 나아가지는 않은듯하다.

좀 더 일상적이고(그래서 더 비극적이기도 한), 좀 더 삶의 구체적인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나가 맞아 나도 그렇게 느낀 적이 있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황정은 작가의 3권의 책을 읽으면서 어쩜 이 작가는 시인의 감수성을 가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삶의 모든 순간들과 인간의 모든 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느낌이 있다.

소설가의 감수성이라기보다는 시인의 감수성에 더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책을 더 써줄까, 작가는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까를 기대하게 된다.

더더욱 내게는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이 더 남아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문득 황정은 작가가 에세이를 쓰면 어떨까 싶어 찾아봤지만 에세이는 단 한권도 없다.

거기에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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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0-1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글씨체가 독특하네요.
‘좀 나아보이는 일을 먹는일‘ ..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네요.
바람돌이님 페이퍼 읽고 나니 황작가님 신간 장바구니속으로~

바람돌이 2020-10-19 20:11   좋아요 0 | URL
저는 글씨체에 컴플렉스가 있는지라 저렇게 멋있는 필체를 가진 사람을 보면 저절로 부럽답니다. 제 글씨체는 초딩체라고 하지요. ㅎㅎ 황정은작가의 책은 우와 이런 느낌은 안들어도 계속 사람을 진득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자꾸 손이 갑니다. ^^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 P146

처음에 한세진은 풀pool 이라기보다는 워터폴waterfall 이라고 생각했다가 이것은 풀이라고 고쳐 생각했다. 이 구조물을 설계한 사람은 끝없이 물이 흘러내려도 채워지지 않는 이 영원한 구멍을 모두가 영원히 목격하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거라고, 그러므로 그것은 풀이었다.
수천수만 톤의 물로도 채워지지 않는, 억겁의 시간으로도 완성되지 않는, 고요해지지 않는,
누구도 그 바닥을 모르고, 알 수는 없는,
- P173

노먼은 그 말을 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들이사용하는 말 자체를 용서하지 않기로 한 거야, 안나를고립시키고 무시하고 경멸한 그들과, 그들의 언어를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강한 동조였다고 생각해, 안나를양갈보라고 부른 그 사람들과 말이야. 그는 안나의 언어를, 자기 모어를 경멸 속에 내버려둔 거야.
- P177

하미영이 옳다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그것이 나탈리를 향해 다가오니까.

다가오니까, 하고 하미영은 말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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