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고 말했는데. - P146

처음에 한세진은 풀pool 이라기보다는 워터폴waterfall 이라고 생각했다가 이것은 풀이라고 고쳐 생각했다. 이 구조물을 설계한 사람은 끝없이 물이 흘러내려도 채워지지 않는 이 영원한 구멍을 모두가 영원히 목격하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거라고, 그러므로 그것은 풀이었다.
수천수만 톤의 물로도 채워지지 않는, 억겁의 시간으로도 완성되지 않는, 고요해지지 않는,
누구도 그 바닥을 모르고, 알 수는 없는,
- P173

노먼은 그 말을 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들이사용하는 말 자체를 용서하지 않기로 한 거야, 안나를고립시키고 무시하고 경멸한 그들과, 그들의 언어를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강한 동조였다고 생각해, 안나를양갈보라고 부른 그 사람들과 말이야. 그는 안나의 언어를, 자기 모어를 경멸 속에 내버려둔 거야.
- P177

하미영이 옳다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그것이 나탈리를 향해 다가오니까.

다가오니까, 하고 하미영은 말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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