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린이미 결혼했는걸, 알곤킨 인디언들은 계약이나 신성한 맹세 같은 거 없어. 함께 살고 서로를 위해 살면 다야. 같이살다가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고." 자, 이 경제적인 네문장이 영국 여왕과 보통법(Common Law)을 그 습기 자욱한섬나라로 반송해버렸다.
- P209

1970년대에 포드 사가 독특하게 생긴 콤팩트 카‘를 만들었는데, 설계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걸 금세 알았어요. 연료탱크의 금속 자재가 너무 부실해서 행여 뒤에서이 차를 박았다가는 화재가 나기 십상이었거든요. 이 차에서 시커멓게 타 죽은 사람만 180명, 중증 화상을 입은 사람이 180명, 화재를 일으킨 차량이 7000대나 됐어요. 포드사 수뇌부는 이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자체 연구조사를 실시했죠. 그 분석 결과는 지체 없이 ‘핀토 메모 - 비용과 편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올라왔어요.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하는 비용이 핀토를 전량 리콜해서 문제가 되는 연료탱크를 교체해주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나왔죠. 포드 사는 이 보고서를 사장했고, 핀토를 구입한 고객들은 계속 화염에 휩싸인 채죽어 나갔어요. - P234

밤 9시에 세즈윅이 영장이라도 들고 온 사람처럼 내 집문을 쾅쾅쾅 두들겼다. 그는 그 사람이 어쩌다 떨어졌는지, 그 사람이 많이 힘들어했는지,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는 건물이 들어 있는 보험증권을가지고 와서는 외주 용역업체의 작업 중 사고가 났을 때우리 측에서 져야 하는 책임의 범위만 정확히 알고 싶어했다. 원하던 것을 얻고 나서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폴, 이 문제는 해결됐네요. 우린 깨끗해요. 그래요.. 우리하고는 상관없습니다.  - P243

위노나의 음성이 그 이야기의 문들을 하나하나 살그머니 열어젖혔다. "삼촌은 온 가족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어, ‘나는 늘 너희를 위해 일했다. 마땅히 할 바를 한 거지.
그렇지만 이제 나도 늙은이가 다 됐으니 나를 위해, 다른사람 말고 나만 위해 뭔가를 해보기로 작정했다. 나의 낡은 트랙터로 태평양에서 출발해 대서양에 도착하는 캐나다 횡단 여행을 해볼까 한다. 나의 존디어로 8000킬로미터를 달릴 테다. 시간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달릴 작정이야.‘
그러고 나서 나토로드 삼촌은 친구를 통해 트랙터를 밴쿠버와 아주 가까운 호스슈베이로 보냈어. 거기서 삼촌은 바다 가까이로 트랙터를 몰고 가 태평양 물이 뒷바퀴를 적실때까지 후진을 했지. 그런 다음 비로소 동쪽을 향해 출발했어. 꼬박 넉달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속 10~15킬로미터밖에 못 내는 트랙터로 달렸대,  - P261

선생님 부친의 둘째 동생의 딸 덕분에 제가 십일년을 사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땅에서 하늘까지 아우르는 십일년이었지요. 그녀 곁에서는 나도 늘 꼿꼿하게 바로서려고 애썼습니다. 그녀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눈과숲속에서, 여름과 폭우 속에서. 나는 어디든 따라갔습니다. 그녀에겐 사람의 가장 좋은 부분을 드러내주는 재주가있었지요.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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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노나와 누크는 조금 더 늦게 찾아왔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 꼭 붙어 있었다. 산 자고죽은 자고 상관없이, 우리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것을,
약간의 온기와 위안을 서로에게 주고 싶어서.
- P79

몇년쯤 지나서는 신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러 로는건지 악마의 진수가 담긴 음악을 들으러 오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신도들은 눈으로 구경하러 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점점 더 일찍 왔다. 상석에서는 연주자의 유려하면서도 정확한 타건, 페달 건반의두 옥타브를 넘나들며 빙그르르 돌고, 훌쩍 넘어가고, 폴짝 뛰어오르며 절묘하게 춤추는 발놀림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116

여러분이 나를 심판하고 단죄할 시간은 얼마든지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 P161

「오. 캐나다, 얘기를 하자면, 맥주를 들이켜다가 대충 휘갈겨 쓴 글줄로 전투적이고과시적인 신앙심을 꾸역꾸역 채워 넣은 그 노래는 "그대의 팔은 검을 들 줄 알기에 / 그 팔은 십자가도 들 줄 안다." - 내 모국의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국가 「라 마르세예즈보다 결코 더 낫지 않았다. 나는 이 땅에서 평화와 존엄성을 열망하는 점잖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라면절대로 해서는 안될 말을 생각조차 해선 안될 말을여기에 쓰련다. 국가에 한해서는 경쟁이 되질 않는다. 어디서 연주되는 연주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는 늘 영국인이 아니어서 원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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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눈이다. 나는 창가에서 밤을 바라보고 추위의소리를 듣는다. 이곳의 추위에는 소리가 있다. 아주 특별하고 기분 나쁜 소리. 건물이 얼음 속에 끼어 짜부라지면서 끙끙대고 삐걱대는가 싶을 정도로 불안한 신음을 토해낸다. 이 시각 교도소는 잠들어 있다. 여기서 한동안 지내다보면 이 건물의 신진대사에 익숙해져 어둠속에서 교도소가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쉬고, 간간이 기침을 하고, 뭔가를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교도소는 우리를 집어삼키고 소화한다. 우리는 그의 배 속에 웅크린 채번호가 매겨진 주름들 속에 숨고 위장의 경련들 사이에서잠을 청한다. 그저 살 수 있는 대로 살아간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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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남은 생을 뉴욕에서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밥은 남은 생을 메인에서 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팸을 늘 그리워할 것이다. 뉴욕을늘 그리워할 것이다. 해마다 뉴욕을 찾아가도 그럴 것이다. 그는이곳에서 망명자였다. 그리고 이 기이한 현실이 자신의 삶은,
짐의 삶은, 심지어 팸의 삶은 결국 어떤 모습인가 그에게 바다.
같은 슬픔을 안기며 그를 흔들어놓았다.
- P309

베티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올리브는 침묵했다.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421

그녀는 두번째 남편 잭과 같이 살던 집의 손님방에서 일인용침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첫번째 남편 헨리와 같이 쓰던 나무 테이블도 가져왔다. 역시나 헨리와 같이 쓰던 작은 장식장도, 잭이 그런 가구들을 집 지하실에 보관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이제올리브는 그렇게 한 것이 아주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건 헨리의 일부도 여기에 있다는 뜻이었다. "고마워, 잭." 이삿짐 나르는 사람들이 떠난 뒤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고마워, 헨리." 장식장 위에는 헨리의 사진과 그것보다 작은 잭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 P427

그것은 올 것이다.
"그래,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꽤 오래, 심지어 정말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마침내 올리브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천천히 일어섰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았고, 안경을 쓰고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웠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자판을 톡톡 쳐서 한 문장을타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타자했다. 종이를 빼내 쌓인 기억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방금 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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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올리브 2021년에 영상으로 제작되길 바라며

바람돌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트리 한그루 요기에 놓고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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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건강 행복 ^.~

바람돌이 2020-12-24 00:38   좋아요 1 | URL
와우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예요. 일에 지쳐 그냥 쉬는날로만 크리스마스 기다리고 있었는데 scott님 덕분에 갑자기 설레기 시작하네요. 감사합니다. ^^
scott 님도 따뜻한 성탄되세요.
 

모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함께있다는 것을,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얼마나 쉽게 당연한일로 받아들이는가! 누구도 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그는 그저 배 나온 늙은이일 뿐 전혀 쳐다볼 만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이 그를 거의 자유롭게 했다. - P10

아들은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했다. 모든 남자가 결국에는 -이런 저런 형태로 그러듯이- 그렇게 하듯이.
.......... 그녀는 그 집에서 아들을 키웠다. 엄마 없는 아이를 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깨닫지 못한 채, 이제그 아이는 집을 떠나 멀리멀리 가버렸다.
- P150

신디가 물었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 년이 거의 다 돼가는 것 같네. 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 한번 상상해봐." 올리브가 수건을 무릎에 올려놓고 아무것도 들지 않은 한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하지만 절대 다시시작하는 게 아니야, 신다. 계속 이어가는 거지."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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