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창문 유리에 비친 우리의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함께 있는 우리. 그 모습은 옳아 보였고, 옳게 느껴졌다. 앨런이 나에게 팔을 둘렀고, 나는 그에게몸을 기댔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은 앨런에게 좋아 보이는 만큼이나 나에게도 좋았다. 우리의 관계는 나에게 관성과 두려움 말고도 계속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 나는 그와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옳은 일 같았다.
- P71

우리는 수십억 개의 세포 각각의 세포핵에 오만 개의 다른 유전자를 신고 있다. 그 오만 개 중 하나의 유전자가, 예를 들어 헌팅턴 병 유전자 하나가 우리의 삶을 그토록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무엇이될 수 있는지를 그 유전자 하나가 규정할 수 있다면, 대체 우리는 무엇인가?
정말로, 무엇이란 말인가?
- P109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나를 다룬 방식과, 외계인들이 포로생활 초기에 나를 다룬 방식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소위 인간이라는 자들은 자기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았다.
는 점뿐이에요.  - P201

"보이는 것이 그게 다냐?" 신이 물었다.
그 말은 마사에게 더 큰 혼란을 주었다. "제가 무엇을 보는지 모르세요?" 그녀는 물어보고 나서 얼른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게 아닌가요?"
신은 미소 지었다. "그래, 그런 짓은 오래전에 그만두었지.
그게 얼마나 지루한지 너는 상상도 못할 거다."
- P224

"그것이 정말로 감옥이었다면 너는 아직도 그 안에 있을 테고, 나는 아직도 네가 처음 보았을 때 모습 그대로 보이겠지."
"그건 그렇네요. 감옥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시겠어요?"
"오래된 습관이라고 하겠다. 습관은 그게 문제지. 쓸모가 없어져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 P253

과거, 미래, 현재에 대한 SF의 사고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대안적인 사고와 행동을 경고하거나 고려하는 SF의 경향은무슨 쓸모가 있을까? 과학과 기술, 혹은 사회 조직과 정치 방향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SF의 탐구는 무슨 쓸모가 있을까? 기껏해야 SF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할 뿐이다. SF는독자와 작가를 다져진 길 밖으로, ‘모두‘가 말하고 행하고 생각하는 좁고 좁은 오솔길 밖으로 끌어낸다. 지금 그 모두 가누구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흑인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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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사실 가부장적인 사고의 핵심입니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은 꼭 남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나의 불안과 공포심, 상대방의 위협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그저여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자체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 P178

.....이 문제가 곧 내 문제일 수 있다는연대 의식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내가 이 불법 동영상을 보면 피해자 여성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상을 볼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동영상을 보지 않는 많은 여성들도이건 내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이런 동영상에 노출될 리 없으니까,
나는 안전한 관계만 맺고 있으니까, 하면서 불법 동영상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동영상을 보는 남성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 P191

성범죄는 남성 호르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통제력에 대한 욕망 때문에 일어납니다.
- P303

아동 유인 방지법이 있는 나라들은 보통 함정 수사를 허용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열두 살 가출 청소년입니다."라고 글을 올리면 이른바 ‘범의‘를 유발하기 때문에 불법입니다. 멀쩡한 사람한테범의를 유발하면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 P320

 미디어나 언론 보도에 대해 다룬 책을 보면, 중산층 가정의 위기를 다룬 뉴스가 가장 반응이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뉴스를 소비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 또한 중산층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도둑, 강간, 강도 사건이라 해도 중산층 가정이 몰려 있는 주택가에서 일어나면 훨씬 더 심각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집니다.
- P322

강간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주목하는 태도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자기 절제를 못하는가해자의 욕망이 문제지, 피해자가 어떻게 생겼느냐, 피해자가 어떤특성을 가졌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 P355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다지만, 누군가의 인권만 절대적인 가치를 지닐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를 따져야겠지요. 사람을 사고파는 것,
더군다나 아이를 사고파는 일이 인권을 이유로 방치되는 것이 옳을까요. 분명하게 필요한 수사를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일 아닐까요.  - P381

우리는 결국 연대하기 위해서 지금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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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분리를 시키는 방법 자체입니다. 한국에선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해요. 그런데 상식적으로봐도 때린 사람이 집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외국의 경우에는대부분 퇴거 명령이라는 것을 내립니다. 문제를 일으킨 폭력 가해자들이 주거 공간을 떠나라, 그리고 법원에서 개입해 피해자의 안전이검증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마라, 이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너희는 가정에생활비를 댄 적이 없으니 너희가 쉼터로 나가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고는 쉼터가 부족하니 예산을 더 달라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됩니다. 가해자를 퇴거시키면 되는데 왜 예산 이야기가 나옵니까. 가해자는 도울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시스템 자체를 피해자 보호위주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 P42

어떤 심리학자는 매 맞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할 때는 분노 때문에죽이는 것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살인의 고의성이 성립하지 않죠. 형사 책임의 고의는 분노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 죽어라!‘ 하는 분노와 나는 죽고 싶지 않다.‘ 하는 공포는 완전히 다른 정신 상태입니다.
- P66

인지 부조화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원래부터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기보다는, 부조리하지만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생각을선택합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난 후에는 그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믿으려 애쓰며,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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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1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 때문에 죽인다면 정당방위에 가까우려나요...

바람돌이 2021-01-18 21:44   좋아요 1 | URL
장기간의 가정폭력끝에 나온 살인이라면 공포이 의한것도 맞을거 같고 정당방위도 맞을거 같은데요.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번도 정당방위가 인정된적이 없다고 합니다. 요즘은 법조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데 아직은 그 변화가 너무 느린것 같아요
 

매켄지가 초토화된 제천을 취재한 기록이다. 제천은 1907년 정미의병 당시 일제와 의병 두 세력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한 곳이었다. 제천 의병을 정미의병의 상징이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역사를 이해해야 왜 오늘날 제천에 ‘의병전시관‘, ‘의병도서관‘, ‘의병기념탑‘, ‘의병광장‘ 같은 의병 관련 기념물들이 들어서있는지를 알 수 있다.
- P47

한글로 영어를 표기하기가어렵지는 않던가요? 내 사후 20년쯤 뒤에 혜강 최한기 선생이 《지구전요(地球典要)》에서 한자로 (애), 碑(비), (시),
地(지), 依(의), 鴨符(압부), (지)……‘라고 쓴 것이 우리 역사상 최초로 영어 알파벳을 조선에 소개한 것..... - P70

왜 이렇게 많은 청년이 자원입대하려 했을까? 그 이유를 따지기 전에 먼저 당시 사람들이 모두 친일파도 그렇다고 독립운동가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그 중간쯤에 있던 사람이 훨씬 많았으며, 그들 다수는 시국을 때로는 이용하고 때로는한탄하면서 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당히 타협하거나 적당히 정의를 지키고자 했을 것이다. 지금이나 그때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잣대로만 세상을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지원병에 나선 조선 청년들 역시 결코 독립운동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다 친일파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 P123

첫 번째, "쥐 나다" 라는 말이 있다. 호열자는 ‘통‘ 혹은 ‘귓병‘이라고도 불렸다. ‘호열랄‘이 ‘호랑이에게 살점을 뜯기는 고통‘ 이라는 뜻으로 호랑이와 연관 지어 표현한 말이라면, ‘쥐통‘은 쥐와 연관 지어 표현한 말이다. 이 병에 걸리면 마치 쥐가 사지(四肢)에 오르는듯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뼈만 남은 채 죽게 된다는 것이다. - P162

두 번째는 바가지 긁다" 라는 표현이다. 이 말도 호열자와 관련이 있다. 호열자에 걸리면 고양이 그림을 대문에 붙이는 것 말고도 부적을 붙이거나 동네 어귀에 가시가 많은 아카시아 나무를 세워놓는 등 호열자를 쫓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바가지를 긁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 P163

북한군 소년 포로는 처음에는 반공포로로 분류되어 수용되었다. 몇 개월 후 이소년이 공산포로 수용동으로 옳기겠다고 요청하자 반공포로 수용동에서는 이 소년을 처형하는 대신 보내기 전 몸에 태극기 그림과 ‘멸공‘, ‘애국‘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 P205

서울동부서는 15일 서 모 군(20, 서울 성동구 하일동)을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심에 넘겼는데, 장갑 행상인 서 군은 14일 하오 5시쯤 천호동 문화극상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국가가 울려 나돌 때 그대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된 것. 서 군은 지날 1일부터 시작된 애국가 연주 시 지켜야 할 기립 예의를 어긴 첫 케이스가 된것으로 국기 국가에 대한 예의를 모두 지켜야.
- P241

 박정희 정권 때 유신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해 독재를 뒷받침한헌법이었다고 하는데, 왜 그런 헌법을 당시 국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신헌법은 국민투표로 확정되었는데, 당시 유권자 91.9퍼센트의 높은 투표율과 91.5퍼센트의 압도적 찬성을 기록했다. 많은 사람이 이 투표 결과를 당시 국민의 무지 탓으로 돌린다. 물론 그 당시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이해 수준이 지금보다 다소 낮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그것으로 이런 압도적 찬성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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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혀! 남자애 하나가 내 미소가 얼굴에서 나비처럼날갯짓한다 그랬다고 산티아고에 가야 되다니."
과부 역시 열을 올렸다.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걸! 퍼질러 잠이나 자!"
- P67

아버지가 식탁에 포도주 한 병을 내놓고 얘기해 보렴."
하고 말했다. 두 사람은 포도주 한 잔을 얼른 털어 삼켰다. 아버지는 금방 처방을 내렸다.
"너, 일자리를 구해야겠구나."
마리오는 그런 영웅적인 행동을 할 의욕이 없었다. 그러나 산이 무함마드에게 다가왔다. 관광성에서 산티아고의어느 섬유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휴가 계획을 세움으로써민중연합 정부의 존재를 코딱지만 한 포구에도 과시했던것이다. 지질학자이자 지리학자이고, 나불대는 혀와 이글거리는 눈을 한 로드리게스라는 동무가 주점에 나타나서과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여름 동안 주점을 근처에 캠핑올 스무 가구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바꿀용의가 있습니까?"
- P97

"장모 양반, 유물론자가 되지 마세요.
과부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유식한 척하는 양반, 유물론자가 뭐요?"
코스메가 입에 거품을 물고 말했다.
"장미와 통닭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항상 통닭을집는 사람이죠."
- P103

"엉, 우체부 모자를 썼네?"
마리오는 머리카락을 확실히 덮었는지 확인하듯 몇 초동안 모자를 매만졌다. 그리고 냉소적으로 모자를 푹 눌러썼다.
"앞으로 머리는 모자나 이고 가는 데 써야겠죠."
- P146

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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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15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내용이 재미있었고, 한편으로는 슬펐고, 야한 묘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1-01-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줄로 전체 내용을 압축요약해주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