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능한 한 전자두뇌들에게 인간의 이런 끔찍한모습을 알려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지구의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 범죄의 역사로 물든 기계들이 프로시온 행성 주변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계정신병리학이 지금으로서는 무력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P95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이상인의 이상적임을 다 갖추지 못했기때문에, 그들은 진짜 로봇보다 더 진짜 로봇이 되어야 했다.
바로 거기서 나의 변호사가 나에게 보인 적대감이 비롯된 것이다. 또 거기서 처음 내가 인간임을 밝혀낸 그 사람의 배신,
나를 고발하려고 하는 비열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었다. 코일과 회로 들의 악의라니! 전기화의 전략이라니! - P133

이렇게 나의 가장 희한한 여행이자 모험이 끝났다. 내가겪은 모든 고초에도 불구하고, 우주 악당들 탓에 심각하게훼손되었던 전자두뇌의 타고난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다시찾게 되어서 나는 기뻤다. 진정한 나쁜 놈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라는 진리가 썩 마음에 든다. - P139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모든 것을 창조했다. 그러니까 지구와, 다른 태양계의 체계와 메타은하계를 말이다. 사실 꽤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나의 창조물은 상당히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점은아무래도 재료 탓이겠지만,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생체 재료, 예컨대 인간이 가장 문제였다.  - P202

그냥 나는 교수와 의논하면서 이 새로운, 빛이 없는 우주의 근본 법칙, 즉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다른 모든 존재에게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고안해 냈을 따름이다. 또한 나는 미적으로 훨씬 훌륭한 몸, 더욱더 신비한성, 여러모로 개선한 육체도 만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기억해 내려면 가슴이 찢길 것만 같다.  - P214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이제 우리에겐 테오힙힙, 하이퍼퓨터 텔레크로니스틱 히스토리 옵티멀라이저가 있어.
이미 내가 말했잖아. 그러니 역사를 조정하고, 청소하고, 수리하고, 고르게 다듬고,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 해. 인본주의적 원칙과 이성주의와 일반적 미감에 따라서 말이지. 인간혈통에 학살과 전쟁의 증거가 남아 있으면, 우주의 고귀한문명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곤란하다고!" - P230

웃기는 일이다. 이른바 분화구를 만들어 낸 것은, 바로자덕의 책임자이자 시간 기술자 게스터너였다. 운석 충돌을일으킨 인물은, 30억년전 아테나를 겨냥했다가 공중분해시켜 버린 아스트로야니였다. 시간 충돌의 반동은 전 방향으로 퍼져서 남아 있던 금성의 자전을 멈추게 하고, 화성에는미치도록 빠르게 거꾸로 회전하는 두 개의 가짜 행성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진짜 멍청한 짓은, 이 전문가라는 작자가달 표면 위로 아테나의 조각들을 10억년 동안 떨어지게 해서 그 표면을 사격 연습장처럼 만든 것이었다. 한편 29억5000만 년 전의 폭발로 크로노트랙터의 단 한 조각이 선사 시대의 대양에 떨어져서 아틀란티스를 물속에 잠기게 했다. - P254

자리에서 쫓겨나 귀양을 간 이들은 실제로 창조하지 못하는 좌절감에 빠져서 대체 수단을 통해 창작에 돌입했던 것이었다. 보스가 무엇을 감추고 있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그의 그림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굉장한재능을 지니기는 했다. 당대의 흐름에 적응한 것만 보아도알 수 있다. 창작의 핑곗거리로 쓰인 그림 속의 종교적 주제들, 그 수많은 최후의 심판과 지옥들 말이다. 또한 보스는 비밀을 완전히 지키지도 못했다. 그의 「쾌락의 정원속 오른쪽, 음악 지옥의 한가운데에는 12인승 시간 여행 버스가 서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호메로스를 그의 창조물들이 있는 고대 그리스로 보내버린 일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린 그림은 없어졌으나 그의 글만큼은 남았다. 왜 아무도 그 글의 시대적착오를 알아채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연구소의 동료들과 똑같이 서로 물어뜯지 못해서 안달이 난 올림포스의신들을 그가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는 실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성질 더러운 제우스는, 나를 욕한 것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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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부터 빵빵 터지게 만들더니

겨우 두 개의 에피소드 읽었는데 장난 아니게 재밌다.

책 읽다가 나도 모르게 빵빵 터져서 웃는게 얼마만이냐?


이 작가가 <솔라리스>의 그 진지하기 이를데 없는 작가가 정녕 맞단 말입니까? 믿을 수 없어!!!!

아니, 사실 티히라는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티히의 작품이란 ‘렘‘이라 일컬어지는 기계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극단적인 주장에서는 ‘렘‘을 사람이라고까지 한다. 우주여행학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렘 (LEM)‘이란 Lunar Excursion Module, 그러니까 달에 처음 착륙했던) 미국 아폴로 계획의 달 탐사 모들의 약자임을 알 것이다. 이욘 티히는 작가로도, 여행가로도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말이 나왔으니 이 황당한 의견들에 대해서는 못을 박아 두고 싶다. 특히 ‘렘‘에는실제로 작은 (전자) 두뇌가 장착되어 있으나 그 두뇌는 운항이라는 제한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쓰이며, 단 한 줄도 제대로 된 문장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렘‘이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 P11

훗날 사람들은 내가 이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말하며, 오랜 우주여행 동안 지구에서 몰래 가져온 알코올에 의존한다는 등 악의 섞인 헛소문을 퍼뜨렸다. 이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소문이 돌았는지는 신만이 알 지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내가 여기에 털어놓은 신빙성 있는 사실보다 가장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기꺼이 믿는다. - P45

"그건 추천 사유가 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는 명백히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아니, 동굴에서 바로 나오신 것도 아니고! 당신네 학자들은 전 우주적 협력이 언제나 약탈과 헤게모니 쟁탈보다 더 이익이라는 점을 이미 옛날에 계산해 내지 못했나요?" - P51

훗날 별이끼 밀매로 모든 기록을 말소당한 두 명의 건달들, 그 은하계 악당들의 이름이 신(神)과 주(主)는 아니었습니까? 그 신과 주가 취한 상태로, 무방비의 빈 행성을 그냥 파괴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무려 범죄적이고벌받아 마땅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생물학적 진화를 불러일으키려고 했음은 사실이 아닙니까? 그 타라칸인 둘이 고의적이고 악의에 가득 찬 채로, 지구를 우주 전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생물들의 사육 장소, 우주의 서커스, 혼란의 도가니, 섬뜩한 존재들의 공간으로 만들어서 그 살아 있는 전시품들을 은하계 전체의 농거리로삼으려 했음이 아니었습니까? 상식에 의거하지 않고, 어떠한 도덕적 망설임도 없이 두 악한은 생명 없는 지구의 바위에 상해 버린 젤라틴 풀 여섯 통과 알부민 페이스트 두 통을쏟아붓고는, 그 혼합물 위에 발효한 인산, 오탄당, 과당, 그러고도 부족했는지 곰팡이가 핀 아미노산 세 병을 비우고는,
끈끈한 더미를 왼쪽으로 휜 석탄 삽과 역시 왼쪽으로 흰 부지깽이로 섞어서, 장래의 모든 지구상 생명체의 단백질을 왼쪽으로 휘어지게 하지 않았습니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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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추억들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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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들을 머릿속에서 정돈해보려 한다. 추억 하나하나가 각각의 퍼즐조각인 셈인데, 빠진 조각이 많아서 대부분이 따로 떨어진 채 있다. 때때로 서너 개를 연이어 한데 붙여볼 수 있지만 그뿐,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 p62



그러니까 50년쯤 뒤에 옛 추억들을 복원해보려고 하면 당연히 윗 글처럼 구멍이 듬성듬성 나 있는 퍼즐 조각이 될 수 밖에 없을텐데, 그 구멍을 그대로 드러낸 채 기억을 누더기 기우듯이 엉성하게 복원하고 있는게 이 소설이라고 할까?


딱 한 번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 - 장. D

하여튼 이 장. D라고 하는 남자가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주로 1960년대- 파리의 이길 저길 온갖 길을 헤매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 특히 그 중에서도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려고 하니 또 모호하고..

주인공의 부모의 직업이나 어릴 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먄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은데 또 딱잘라 그렇게 말하기도 모호하고....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냥 모호함의 끝장을 보여주겠다고 쓴듯한 느낌이다.

이 소설속 주인공을 비롯하여 어떤 인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서사를 보여주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오래된 기억속을 뒤지면 흐릿하고 단편적인 인상만 남아있듯이,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러하다.

일어나는 사건들 역시 왜 무엇때문에라고 물으면 대답할 게 하나도 없네.....

그냥 어쩌다 보니 일어났는데, 그 어쩌다보니에는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있네....


이 소설에서 명확한건 파리의 거리 이름 뿐이다.

모든 스쳐지나가는 곳, 머무른 곳, 사건이 일어난 곳, 이동경로까지 작가는 정확하게 파리의 거리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파리의 거리를 하나도 모르는 나같은 외국인에게는 이조차도 모호함이지만....

어쩌면 파리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글에 나오는 파리의 거리 이름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높여 줄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이 나의 몫은 아닐테고.


노벨 문학상의 이름에 기가 죽기라도 해보고싶은데, - 소설이 재미없는 것은 내가 무식해서야. 노벨 문학상을 탄 사람이잖아라면서 말이다.

그러기에도 재미가 너무 없고,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건지,

설마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모호한 것이란걸 알려주려고 쓴 소설은 아닐테고.

짧았기에 망정이지 좀 더 길었다면 읽다 그만뒀을 듯.....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도 다 이럴까요? 

혹시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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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5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 엄청 어렵나보군요. 전 이 작가 책은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라딘 우주점 가면 이 작가가 쓴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엄청나게 많더라구요. 이렇게 많으면 셋중 하나더라구요.

1. 많이 팔려서 중고로도 많이 나옴
2. 재미없음
3. 어려움

왠지 2번일듯 합니다 😅

바람돌이 2022-06-05 21:08   좋아요 4 | URL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고 이 책은 2번이 맞습니다. ㅎㅎ
파편적인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수습은 하나도 안하는 느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냥 작가한테 하고싶은 말은 딱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

파이버 2022-06-05 2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만 옛날에 읽었는데, 이 소설도 모호했어요ㅎㅎㅎ 이 소설도 기억 찾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6-05 21:09   좋아요 3 | URL
한번씩 프랑스 소설에서 확 실패할때가 이런 종류더라구요. 어쨌든 저와는 안맞는걸로..... ㅎㅎ

scott 2022-06-06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디아노는
오로지 한가지 주제로만 글을(과거의 흔적을 뒤쫒는 행방 불명자를 찾아 다니는)
쓰는 작가 인 것 같습니다
이분을 소개한 번역가 김화영 교수님 덕도 좀 본 작가님 ^ㅅ^

바람돌이 2022-06-06 16:17   좋아요 1 | URL
김화영샘이 이쪽 번역부분에서는 워낙 쟁쟁한 분이니... 이 책 번역이나 뒷부분의 해설 괜찮았어요. 하지만 책 자체가 취향이 아닌건 정망 어쩔수가 없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06-06 0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벨상 받았다고 해서
몇 번 읽은 것 같은데 취향
이 아닌 듯 해서 쟁여 둔
책들도 못 읽고 있답니다.

바람돌이 2022-06-06 16:18   좋아요 1 | URL
어떤 분들에게는 또 모디아노의 책이 너무 좋겠죠? 취향의 세계는 깊고듀 넓어요. ㅎㅎ

mini74 2022-06-06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뜨끔. 이 분 책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1/3쯤에 책갈피를 품은체 어딘가에 ㅎㅎㅎ 그런 책들이 있는거같아요. 잘 읽히지 않는 ㅠㅠ

바람돌이 2022-06-06 16:19   좋아요 1 | URL
이 책이 보통 책 분량이면 저도 3분의 1쯤에서 접었을듯요. 이 책은 해설 빼고 120쪽입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2-06-07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다른 책 딱 하나 읽었는데요, 음... 프랑스 예술 영화 같았어요;;;
슴슴하고 그래서 입가심으로 졸라를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6-07 19: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랑스 예술 영화. 얘도 그래요. 그래서 입가심이 필요해서 SF 인 이욘티히의 우주일지를 들었는데 입가심정도가 아니라 대박이라서 지금 신나고 있어요. ^^

희선 2022-06-10 0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가 소설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다른 분이 읽고 쓴 글을 보니 이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기억이 모호한... 거의 같은 걸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 한권도 안 읽었는데 이런 말을 했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11 23:27   좋아요 1 | URL
대부분 읽은 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요. 저도 겨우 요 책 1권 읽었는데 다른 분들 얘길 들으니 다른 책들 역시 제 취향은 아닐듯하네요. 알라딘 서재에서는 책에 대한 정보라면 어떤 정보도 다 얻을 수 있어 역시 좋습니다. ^^
 

어느 날, 센강변 헌책 노점상 거리에서 만남의 시간』이라는책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내게도 아주 먼 과거에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공허의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그런 어지럼증을 느끼던 것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그때 막 만나서 알게 된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였다.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명 저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는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런 인물들 중 몇몇은 정말이지 사람을 어느 지경까지 몰아갈지 도무지알 수가 없었다. 비탈이 미끄러웠다. - P7

나는 그 책들을 오십 년 전부터 계속 가지고 있는데, 왜 어떤 책들이나 물건들은 평생 어딜 가든 기어코 우리를 따라다니는가하면 다른 것들은 귀중한 것들인데도 그만 잃어버리고 없어지는것인지 알 수가 없다. - P49

그녀는 틀림없이 모든 것을 다 잊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모두 아득하게 먼 것으로 세월이 쌓일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것으로 여겼으리라. 그리하여 풍경이 마침내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를 살고 있었다. - P59

만약 우리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상황에서 과거에 이미 겪었던 일을 다시 겪으며 살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처음보다 실수도, 오점도, 공백도 없이 훨씬 더 잘살수 있다면………… 그건 마치 정정한 곳투성이의 육필원고를 깨끗하게 다시 베껴 쓰는 것 같을 거야.....…  - P60

추억들을 머릿속에서 정돈해보려 한다. 추억 하나하나가 각각의 퍼즐조각인 셈인데, 빠진 조각이 많아서 대부분이 따로 떨어진 채 있다. 때때로 서너 개를 연이어 한데 붙여볼 수 있지만 그뿐,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나는 머릿속에 뒤죽박죽으로되살아나는 단편들, 아주 간단한 이름들이나 문장들의 리스트를적어본다. 나는 그 이름들이 자석처럼 또다른 새로운 이름들을표면으로 끌어당겨 올리고 마침내 그 조각조각의 문장들이 서로이어져 문단과 챕터로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렇게 될 때까지, 나는 옛날 차고와 비슷한 이 커다란 헛간들 중 한 곳에서 잃어버린 사람들과 물건들을 추적하며 세월을 보낸다. - P62

우리는 생모르의 노르대로 35번지에서 출발해서 걸어왔는데 이십 년이 걸려서 세뤼리에대로 76번지에 이르렀다.
트렁크는 그전 것보다 훨씬 가벼운 것 같았다. 어찌나 가벼운지혹시 빈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등뒤에 달고 다니던 모든 무거운 것들을, 그리고 모든 회한들을 마침내 내려놓게 된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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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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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와 다양한 모습들을 내포하고 있어 생각은 많아지는데, 읽다가 보면 덜컥 덜컥 걸리는 곳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선이와 달마의 대화 같은 것. 좀 작위적인 것 같은 이런 장면들은 뭔가 좀 다르게 표현됐더라면 이 소설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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