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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ㅣ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약간이 두려움으로 책을 들었다. 청소년기 학교교육의 영향으로 과학이라면 영 젬병인 내가 과학책이라니....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이해하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던 나에게는 과학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근데 이 책은 참 쉽다. 물론 중간 중간에 전문적인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화학의 배열식을 제외한다면 - 이건 무시하고 넘어간다 - 대체로 전문지식에 해당하는 내용도 참 쉽게 잘 풀어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고....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 별 부담없이 들고 읽을 수 있다.
주제 역시 대부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잡아놓았다. 항생제 문제, 유전자 조작식품, 시험관 아기, 장기이식, 비만문제, 환경 호르몬,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을 통한 영양학상의 문제들, 원자력 에너지 등 모두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고 이런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아는 게 없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갑갑함을 어느정도는 풀어주고 있다. 다만 8번째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이나 석유에너지에 대한 내용은 책의 전반적인 구성과는 좀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라면 과학을 과학적 사실 그 자체로서 한정하지 않고 그것이 국가나 기업들에 의해 어떤식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나 파장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하려 많이 노력했다는 것일게다. 사실 나같은 비전문가가 과학적 사실 하나를 아는게 뭐 중요하겠는가?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이 사회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고 그것이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아주 상식적인 수준이고 간략한 수준이어서 좀 더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장기이식의 내용을 예로 든다면 최근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추출 성공(이것도 맞는 말인지 모르겟다만)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 그리고 그것이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 등을 좀 더 풍부하게 설명해줬다면, 그리고 동시에 장기기증의 문제 등도 좀 더 깊이있게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사실상 이 책을 읽는데는 두시간 남짓이면 충분했다.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의 깊이를 충분히 살리는 것도 필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 한권에 두시간 남짓이라는건 좀 억울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쨌든 그럼에도 우리 나라 과학계에서도 이런 글을 통해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알려주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건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그녀의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고 깊이를 확보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