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아 유치원 상담일인줄 알고 정말 허겁지겁 갔다.
근데 다음주란다.... (도대체 이놈의 정신머리는.....ㅠ.ㅠ)
그래도 다행히 맘씨좋은 선생님께서 이왕 오신김에 그냥 얘기하고 가세요라고 해주셔서 허탕은 면했다.
정말 빵쪼가리라도 사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얼마나 더 미안했을까?

해아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는데 그 내용이야 이미 새로울 것 없이 내가 짐작하는 정도다.
다만 선생님과 앉아서 얘기하면서 내가 해아에게 참 대책없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말씀이 유치원에서 글자놀이를 시작했는데 해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좀 힘들어한단다.
물론 이미 알고있던 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어서 대신에 해아는 만들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이들과 똑같이 만들기를 시켜도 너무 주저없이 뚝딱 뚝딱 잘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뭔가 독특한 한가지를 더 해낸단다.
그래서 공부방법도 좀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는데 여기서 내가 참 게을렀구나 그리고 해아에게 배려를 참 안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다 다르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해아같은 아이에게는 다른 방법을 쓸 수 있는데 나는 여태까지 정말 해아와 천지로 다른 예린이에게 썼던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었구나 싶은....

예린이는 공부하는 방법이나 놀이하는 방법이 어쩌면 딱 내 스타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쉬웠는지도...
그런데 해아에게도 언니 따라 하고싶어한다고 그냥 편한 학습지만 붙들고 있었으니 효과도 없고 요즘은 점점 싫증내서 딴청만 피우고 하는걸 가만히 놔뒀으니...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게 아니고 내 방법이 틀렸다는걸 오늘 다시 깨달았다.

해아는 학습지를 해도 쓰거나 읽는거 싫어하고 그저 스티커만 열심히 붙인다.
나도 해아에게 아직은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하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두고....
근데 이건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지름길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만한때는 공부가 놀이고 즐거운 무엇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오늘 급반성하면서 선생님에게 들은 방법을 먼저 시도해봤다.
방법은 별거 아니다.
해아가 좋아하는 가위질 풀칠을 맘껏 하면서 하는 것.
일단 집 문에 붙어있던 전단지를 가지고 들어와서 해아에게 스케치북에 가게 만들기 놀이를 하자고 했다.
열심히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거기에다 사과 딸기 통조림 같은 이름을 써넣게 하고...
물론 못쓰는 글자가 태반이니 써주고 따라쓰게 하는 것.
다 하고 나서는 예린이까지 가세해 시장놀이를 세판이나 하고...
해아가 너무 좋아하며 즐겁게 몰두한다.

지금까지 내가 싫어하고 못한다고 만들기를 같이 해준적이 거의 없다.
옆지기가 나보다는 훨씬 나으니 시간 나는대로 해줬을뿐...
근데 내가 못해도 재료는 이것저것 준비해두면 해아는 알아서 만들고 노니 이제부터 통 몇개를 준비해서 온갖 재활용품들을 모아 줄 생각이다.
그런 것들이 대부분 만들기 재료들이잖아 뭐....
해아는 요구르트 병이나 휴지 안쪽 심같은거 하나만 있으면 혼자서 뚝딱 뚝딱 만들어낸다.

아이에게 맞는 놀이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공부인데 너무 게을렀나보다.
당분간 기탄 한글 같이 하던건 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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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1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는 아무래도 크게 될 아이같아요 ^-^ (또 나오는 해아사랑!~)

바람돌이 2008-11-19 22:5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편애가 너무 심해요. ㅋㅋ

turnleft 2008-11-19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부모가 된다는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글 보면서 예습 철저히 해둬야지!!!

바람돌이 2008-11-19 22:52   좋아요 0 | URL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부지런함을 갖추고 버릴 것을 버릴줄 아는 마음까지 갖추면 된답니다. 교과서적 대답! 근데 여기서 뒤의 2개가 참 어렵다죠? ㅎㅎ

순오기 2008-11-19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물창고에서 나온 '낱말 수집가 맥스'가 해아에게 딱이겠네요.
낱말을 모아서 문장을 만드는 놀인데 정말 재미있는 글자놀이가 되지요~ 어여 리뷰 써서 바람돌이님의 땡스투를 받아야지.ㅋㅋㅋ

바람돌이 2008-11-19 22:52   좋아요 0 | URL
오늘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ㅎㅎ 근데 제가 땡스투는 실수로 다른 사람한테 하면 어쩌죠? ^^;;

조선인 2008-11-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정말 부러운 재능이에요. 마로는 기본적으로 예린이과에요. 아쉽기도 하고, 편하기도 한 대목이죠.

바람돌이 2008-11-19 22:53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걱정마세요. 해람이가 있어요. 해아동생 해람이는 당연히 해아과가 아닐까요? ^^

미설 2008-11-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얼마나 민망하셨을까? 저도 봄이 입학 설명회를 혼자서 들었답니다, 이유는 바람돌이님과 비슷;;;; 그런거 끄집어내면 말도 못하지요;;;;ㅋㅋㅋ(이거 웃을 일이 아닌데)
하기 싫으면 내버려 두다가 공부 싫어하는 경우 저도 가끔 본 거 같아요. 그러니까 하기 싫어하는 아이일수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놀아줘야 하니까, 소위 창의적인 아이라면 엄마가 그만큼 창의적인 엄마가 되어야 된다는거니까... 그런 아이 재능을 살려주는 것이 부모몫이 크기도 하고 또 참 힘든 일이기도 하고 그런거 같아요. 그래도 바람돌이님은 잘 하실듯^^ 또 해아도 그만큼 곧잘해낼거예요. 해아 화이팅~

바람돌이 2008-11-19 22:57   좋아요 0 | URL
음~~ 미설님은 저보다 좀 더 많이 민망하셨을듯.... ㅎㅎ
예린이가 워낙에 자신감 과잉인데다 또 뭐든지 좀 앞서가는 편이라 그 밑에서 크는 해아는 오히려 위축되는 듯도 해요. 심심하면 나는 못해 소리를 달고 사니... 요즘은 그게 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 못하는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러다가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의 기쁨이나 성취감 그런걸 배울 기회를 내가 뺏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에 창의성 하고는 관계없는 엄마인 저이다보니 좀 막막하긴 한데 그래도 노력해봐야죠.

무스탕 2008-11-1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장단점을 알고,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겠구나.. 생각은 하는데 막상 실천에 옮기기가 쉬운게 아니죠.
이성보다 감성(이라고 적고 감정이라고 읽어도 별 무리가.. ;;)이 앞서버리고 성질이 뒤따르죠 -_-;;
정말이지 아이에게 맞는 좋은 여러가지를 맘껏 지원해 주고 같이 맞춰줄수 있는 실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8-11-19 22:58   좋아요 0 | URL
아 전 오랜동안의 선생경험으로 성질은 그나마 안내긴 합니다. 못하면 바로 내가 뭘 잘못 설명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학교 가면 솔직히 우리 애들보다 더 못알아듣는 애들 천지거든요. 다만 해아의 장점에 맞는 방법을 찾기에는 제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걱정은 좀 많이 들어요.

Arch 2008-11-1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랑 민이랑 약간 비슷하단 느낌이 들기도 해요. 앞으로 지민이도 한글 공부 해야할텐데 바람돌이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참고하면 놀이처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민인 낱말카드 보고선 유모차를 '아이가 타고 다니는거'이렇게 읽지만 먹는건 하나도 틀리는게 없죠^^

바람돌이 2008-11-19 23:00   좋아요 0 | URL
당분간 해아가 재밌어 할때까지는 가게놀이를...
그 이후에는 카드 붙이기 게임이란걸 한 번 해볼려구요. 근데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 아이들이 먹는걸 안틀리는건 당연하죠. 최대의 관심사잖아요. ㅎㅎ

마노아 2008-11-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맞춤형 교육이에요. 남다른 해아에게 남다른 방법을! 창의력이 샘솟는 해아의 행보가 참 기대되어요.

바람돌이 2008-11-19 23:00   좋아요 0 | URL
하루하고 기대를 주기에는 좀.... 갑자기 압박감이 새록새록입니다. ㅠ.ㅠ

울보 2008-11-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의력이 뛰어난 해아,,
그래요 해아는 정말 창의력이 큰 아이같아요
바람돌이님이 이제 방법을 알으셨으니 얼마나더 크게 성장할까요
기대기대,,
그전에도 잘하고 계셧잖아요,,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앞으로 더 잘해주면 좋죠뭐 바람돌이님,,화이팅,

바람돌이 2008-11-19 23:01   좋아요 0 | URL
성장보다는 그냥 자신감만 좀 가지고 공부란걸 즐거우하는 맘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08-11-1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재주가 좋은 아이로군요.부러워요.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죠.

바람돌이 2008-11-19 23:02   좋아요 0 | URL
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 아니라 아예 젬병입니다. ㅠ.ㅠ

sooninara 2008-11-1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좋은 분이네요. 해아는 크게 될 인물에 올인^^
바람돌이님이 앞으로 더 편해지시겠네요. 해아의 갈길을 찾으셨으니..

전 요즘 울아들이 공부 잘하는아이는 아니라는 것..공부쪽으로 특별한 재주가 없고..
그저 뒤쳐지지않게 따라가고..엄마덕에 턱걸이로 상쪽에 성적을 올린다는걸 인정하려고 합니다. 그전엔 울아들은 잘할 수 있는데 안해서 그런다고 했었는데..그덕에 아이를 엄청 다구쳤다죠. 이젠 안좋은 머리 가지고 공부하기 얼마나 힘드니라며 측은지심이 들어요.

바람돌이 2008-11-19 23:07   좋아요 0 | URL
유치원도 선생님도 정말 좋아요. 올해 한 결정 중 가장 잘했던게 해아 유치원 바꿔준거예요. ^^ 뭐 해아의 갈길을 찾았다고까지는... 아이들은 골백번도 더 바뀔테니 앞으로도 알수가 없는거겠죠?
수니나라님 댁 아이들도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아무도 알수없잖아요? 우리가 부모라 하더라도 말예요.

글샘 2008-11-1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이야 때가 되면 다 익히는 거죠. ^^
우리 교육의 문제가 기다려 주지 못하는 거 같아요.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해주는 것보다... 기다려 주기가 더 힘든 듯... ㅠㅜ
우리 자식을 믿어 봅시다. ㅎㅎㅎ(지금도 자고 있는 자식을 못믿는 1인 ㅠㅜ)

바람돌이 2008-11-19 23: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세종대왕을 존경해요. 때가 되면 다 익힐 수 있는 글자를 만들어주신 분이잖아요. ^^
아직은 어리니까 기다리는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앞으로는 그런 날이 많아지겠죠? ^^

어머 2008-11-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만한때는 공부가 놀이고 즐거운 무엇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말...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네요~ 흑흑.. 맘속에 밑줄짝~ 긋고 갑니다. 해아도 바람돌이님도 화이팅!!!

바람돌이 2008-11-26 23:26   좋아요 0 | URL
아직은 뭐든지 즐거워도 되는 나이니까요. 초등학교 들어간 우리집 큰 녀석은 벌써 학교 숙제를 싫어하기 시작하네요. 이렇게 빨리 억지로 해야 하는게 생기다니 에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