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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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가나 사상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 장으로 자신의 숲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잖아. 그렇다면 우리 독자 쪽에서도 그 책 중 한 장으로 새로운 사원을 짓지 않으면......   -168쪽


  일본에서 괴테라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히로바 도이치에게 어느 날 어딘가에서 나뭇잎 한 장이 날아온다. 결혼 기념일 날 딸이 만든 식사 자리에서 디저트용 홍차에 달린 꼬리표에 새겨진 문장 하나가.....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의 말이라고 하는데 도이치는 이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아마 괴테 전문가로서 자존심도 있었을테니 도이치는 이 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많은 지인과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던져 물어도 괴테가 정말로 이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유학시절 독일 친구 요한의 농담대로 괴테가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독일인들은 잘 모르면 괴테가 말했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랄 정도다. 말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행은 첫 발화자를 찾아 독일로 여행을 떠나는 데까지 이어지지만, 사실 이미 도이치의 마음속에는 이 말이 괴테의 말이 분명하다는 추정적 확식에까지 이르러 자신의 저서에 공식적으로 인용해버리기까지에 이른다. 그러니까 괴테는 말이다. 모든 것을 말했으니까.....


  도이치의 행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왜 이렇게 이 말에 집착했을까이다. 적당히 찾다가 잘 안되면 잊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어딘가에서 알게 될거야라고 기억 한 켠에 묻어두는게 일반적일텐데 말이다. 실제로 명언이라는 것들은 앞뒤 맥락을 제거하면서 오인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 과정에서 그 위인이라는 이가 정말로 했는지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작가가 도이치의 행동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말의 힘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말은 우리 입에서 발화되는 순간 스스로 힘을 가지기 시작한다. 죽고싶어 죽고싶어를 끊임없이 되뇌는 순간 우울증은 어느덧 내게 오고, 무언가를 이루고싶을 때 난 할 수 있어를 끊임없이 되뇌이는 것도 말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의 힘이 실질적인 힘으로 전화되는 것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나을테니 말의 힘이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도이치가 모든 것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서로가 조화롭게 섞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국 괴테의 사랑의 정의에 집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만든 작은 정원에 관심을 가지고 같이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 아내가ㅏ <파우스트>를 읽어보는 것, 결국 누구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도이치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결국 가족으로 돌아가는 결론이 너무 빤할 수도 있고, 이런 결론을 위해 그렇게 많은 말들의 잔치를 벌여야 했나라는 어이없음도 있지만 그렇게 돌아가는 길들 속의 지적 유희가 나름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또한 책의 전개과정이 추리소설의 문법을 거의 따라가는 것이 이 심심한 소설을 흥미진진한 소설로 만들어주는데 이는 작가의 필력이라 할만하다 싶기도 했다.

 

 말이란 결국 누가 어떤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순간에 꼭 맞는 어떤 말이 내게로 박히는 순간이 있다. 그것을 깊이 생각하고 내가 왜 이 말이 이렇게 와닿지를 고민하는 시간에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중요하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 말의 힘은 사유의 힘이 되고, 삶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이 책일 수도 있고, 내 옆의 사람일 수도 있고, 또는 다른 콘텐츠일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내가 받아들이고 사유하는 것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장으로 작가는 숲을 만들어냈지만 아직 그 숲이 그리 거대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 장편 소설로 이만한 숲을 만들어 냈다면 앞으로 이 작가가 만들어 낼 숲이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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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6-03-09 0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도이치라니 그리고 괴테 전문가라니 흥미로운 설정이네요.

바람돌이 2026-03-09 08:48   좋아요 1 | URL
설정이나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이 흥미롭긴 한데 그 흥미가 그렇게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구요. 평소 감은빛님의 독서 스타일로 봐서 딱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호불호를 많이 탈 책이에요. 일단 저는 호쪽이 가깝긴합니다만 이건 이 책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므로 신인에게 주는 호감정도라고나 할까요? ㅎㅎ

유부만두 2026-03-09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불호쪽이에요;; 절반쯤 읽었는데 젊은 작가라 어쩐지? 라는 맘이 들기도하고요.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후반을 이어 읽는데 자꾸 덮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6-03-09 10:51   좋아요 1 | URL
저도 중간에 막 덮고싶었는데요. 그런데 마지막이 좀 좋았습니다. 온갖 거창한 잔치를 보다가 결국 마지막에 집에 와서 몇가지 찬이 놓인 집밥을 먹는 느낌이랄까? 시작하셨으니 분량도 얼마 안되는데 끝까지 읽으셔요. 의외로 마지막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호불호 강하게 갈리겠지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6-03-09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호기심이 무척 일곤 있습니다.
여기저기 홍보가 많아 계속 눈에 띄더라구요.
소설이군요? 음…
호불호가 많다니…음음.😀

바람돌이 2026-03-09 14:16   좋아요 0 | URL
나무님도 유부만두님이나 저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약간 불호쪽으로 가다가 결말에 가서는 음 이런 결론도 괜찮은걸 하는..... ㅎㅎ 딱히 심각하지 않고 분량도 적고, 읽어볼만은 해요.

다락방 2026-03-09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었어요? 저는 제목만 보고 자기계발서인줄 알았어요!!

바람돌이 2026-03-09 14:17   좋아요 0 | URL
자기 계발서 제목풍이기도 하네요. ㅎㅎ 이거 이동진씨덕분에 베스트셀러 오른거 같은데 이동진씨 취향은 저랑 안맞을때도 많다는걸 보여주네요. 나쁘지 않았지만 이달의 베스트북에 오를만한가에 대해서는 갸웃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