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2권 제8장의 소제목은 거인의 몰락이다.
스스로 해방자로 칭하는 23명의 인물들은 여전히 원로원 회의를 앞두고 각종 법안을 정리하는 서류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카이사르에게 다가가 그를 각자가 1번씩 칼로 찔러 살해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처참하여 어쩔 수 없이 카이사르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독자마저 부르르 떨게 하는데....
죽음을 맞은 카이사르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행동을 하는 데 그것은 <왼손으로 토가의 주름진 부분을 잡아 얼굴을 가림으로써 살인자 들 누구도 카이사르 자신이 죽음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도록,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토가 자락을 꽉 움켜쥐어 품위없이 자신의 시신의 다리의 맨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데 마지막 힘을 쏟는>것이다.
이 부분은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겠지만, 카이사르는 로마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무한히 자랑스러워했고,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으며, 동시에 무인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으니 자신의 최후의 존엄을 지키는데 마지막 힘을 저렇게 쏟았을거라는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카이사르의 6촌 루키우스는 카이사르 살인의 이유를 한마디로 압축한다.
질투는 가장 큰 악덕이라고......
카이사르는 미리 작성해 둔 유언장에 친척인 옥타비우스를 양자로 입적하여 후계자로 지정한다.
이 유언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면면들은 인간에 대한 회의를 심각하게 가지게 한다.
특히나 자신이 후계자가 될거라고 찰떡같이 확신하던 안토니우스(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의 안토니우스다)의 엽기적이고도 막돼먹은 행동들을 보면 이놈의 개시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여튼 이 책의 최대의 강점은 계속 강조하게 되는데 그 엄청나게 많은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선명하다는 것이다.
이 많은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그들의 고유성을 부여함으로써 마치 그들의 곁에 내가 서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가님의 필력의 위대하다는 말밖에는....
이제 어린 옥타비아누스의 시대가 시작된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유언에 의해 후계자로 지목된 그는 이제 막 성년이 된 18살이었고, 어떤 공식적인 경력도 가지지 못했으며 심지어 천식을 앓고 있기까지 했다. 천식은 군대 경력이 필수적인 로마에서 그가 군대복무를 할 수 없게 하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가 가진 것은 카이사르의 유언,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신의 불굴의 의지, 그리고 친구 아그리파(석고 소묘상으로 유명하며, 로마 판테온을 건설하여 로마에 유증한 그 아그리파, 앞으로 아그리파는 군사적 재능이라곤 없는 옥타비아누스의 보완인물로 어쩌면 이 두 사람이 각각 카이사르의 정치능력과 군사능력을 계승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시월의 말 2권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은
카이사르의 죽음을 알게 되자마자 어린 옥타비우스는 탐욕스러운 안토니우스를 피해 카이사르의 군자금을 빼돌리는 장면!
카이사르의 후계자는 떡잎부터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