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기획/ 북리뷰를 리뷰한다

기획/ 북리뷰를 리뷰한다

車美禮(세계일보 논설위원)

신문마다 북 섹션을 만들고 있다. ‘북리뷰’는 문화일보의 북섹션 제목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가 본지와 합쇄된 제목이고, 다른 신문들도‘책마을’‘행복한 책읽기’‘책과 사람’‘책의 향기’‘Books’‘북월드’등 다양한 제목으로 북섹션을 내고 있다. 얼핏 보면 화려한 프런트 면에 새로 나온 책정보가 가득하고 무척 고급스러운 인상이다. 매주48면이나 되는 넉넉한 분량에 책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은 필수다. 그만큼 공들인 지면들이어서 참 잘도 만든다는 느낌도 준다. 깨알같은 신간정보를 가득 채운 페이지와 까다로운 주제의 무거운 책들을 200자 원고지 한두 장으로 요약 소개한 것들을 보면 기자들의 엄청난작업량의 무게와 그 정신적 노고에 마음이 안쓰러워질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일간지의 북섹션이 독서나 출판관련 기사를 다루는 방식으로 과연 적절한가. 결국 문화면으로부터 분화돼 나온 북섹션들의 구성과 취재방식—한마디로 책을 소개하는 방법과 출판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온당한가, 이런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점이 많다. 담당기자들은 업무량의 살인적 과부하(過負荷)로 크게 행복하지 않다.

출판계나 저자들도 책이 크게소개됐을 때 기분 좋아하긴 하지만 크게 행복하지는 않다.북섹션 전면에 크게 소개됐다고 해서 책이 꼭‘움직여’(서점에서 잘 팔려)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각적 편집을 중시하는 섹션표지의 특성상 글 반, 그림 반으로 컴퓨터 그래픽스 등을 이용해서 만든 첫 페이지에는‘화끈한’큰 제목이 달린다. 그렇게 소개된 책들은 시선은 끌지만 튀는 편집만큼은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기사만 대충 훑어보고 책은 사지 않는다는 출판인들의 불평도 나올정도다.

북리뷰가 단순히 책에 관한 홍보 차원을 넘어‘그 책을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도된다. 요약기사만 읽고 책을 다 읽은 척하는 인구를 양산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프런트 면이나 큰 기사로 다뤄지지 못한 책들을 낸 출판인과 저자들은좀더 불행하다. 자신들 책이 크게 소개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데 대한 불우의식, 신문지면이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여기는 데서 느끼는억울함 때문이다. 북섹션의 대상 독자층이라 할 수 있는 저술가와 독서가등 비교적 우호적인 독자들조차 그 면이 그 면 같다며‘차별화 부재=획일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개선책은 없는가. ‘북섹션’의 先史시대일간지 북섹션의 문제는 결국 섹션화 일반의 문제로, 더 위로 거슬러올라가면 문화면 출판뉴스 지면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간신문 전체의 지면이 8면이었던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방송 프로그램 지면을 제외한 문화면은 1일 1면 정도였고 모든 장르의 문화뉴스와 생활·여성·가정·건강정보가 함께 실렸다. 매일 데스크와 67명의 기자들이 회의를 해서 각차미례서울대 영문학과 졸업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중앙일보 문화부 기자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출판저널」편집주간문화일보 문화부장,‘북리뷰’편집장세계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저서:「미술 에세이」「강철군화」(역서) 외 부문의 정보를 교환한 다음 톱기사를 정하고 뉴스가치에 따라 지면을 배분할 때 곧잘 교육이 톱기사로 다뤄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봄나물 무치기, 육아기사와 교과서 문제, 음악연주회, 문학 인터뷰가 같은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당시엔 책에 관한 뉴스는 문화단신으로나 취급되었다. 비중 있는 작품을 낸 문인이나 원로학자들의 저술 소식이 가끔 톱이나 큰 기사로 다뤄졌을 뿐 여러 권의 책을 한 지면에 소개하는 것조차 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출판계와 출판물량이 그만큼 빈약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출판이 문화와 달리 띠제목을 달고 버젓이 한 면을 차지하게 된 것은신문의 증면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80년대부터였다. 신문이 증면되면독자서비스 차원에서, 그리고 인건비 부담없이 쉽게(?)지면을 채울 수있다는 발상에서 경영진이나 편집국장들은 간지(間紙)지면부터 늘려놓는다. 실제로 특집이나 외고(外稿)를 싣는 편이 정치·경제·사회 등 속보성 뉴스지면을 늘리는 것에 비하면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한정된인원의 문화부 기자들이 매일 23면의 문화면을 제작하게 되면서 엄청난 기사량을 비교적 편리하게 소화하기 위해 요일별로 담당분야 기사를 몰아주는 문화면의‘일간주간지’시대가 시작되었다.

대개 문학이나 학술기사와 맞물려 지면 한쪽을 갈라 책소개를 하거나‘출판화제’등 컷과 함께 간단히 소개되던 출판뉴스가 별도의 지면을 차지하게 된 것은 당시의 이런 언론환경 탓도 컸다. 더구나 80년대엔 언론탄압에 이어 출판탄압도 가장 극심해서 해직 언론인들이 내는 출판물이나‘이념서적’으로 분류된 사회과학서 소개는 어떤 신문에도 한 줄도 실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감시권 밖에 놓여 있던 경제신문에서 일하던 필자는 과도하게 여러 면을 혼자서 채워야 하는 업무량을 쉽게 해결할 겸, 끊임없이새책을 들고 오는 언론계 선배들을 도울 겸 양쪽 페이지에 걸친 널따란출판 페이지를 만들어서 그런 책들을 마음껏 소개하기 시작했다. 문화면과 경제면에서 모두‘왕따’당하는 경제학 이론서들을 비롯, 주로 신문에소개된 적이 없는 비대중적인 학술서와 인문교양서들을‘독서 다이제스트’란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비전공 분야 책을 며칠씩 밤을 새워 읽으며 요약해야 하는 작업과 엄청난 신간소개 기사 작성은 모두 나의 몫이었으니 자승자박 꼴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벌레가 아니었던들 살아남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일을 5년이나 계속했던 것은 암울했던 시대에 언론의 침묵을대신해서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진보적 세계관을 다룬 좋은 책들을 펴낸언론계 선배들 때문이었다. 특히 문학·인문과학·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기획력과 사명감을 가지고 꼭 필요하지만 아직 없었던 책, 남들이생각조차 못했던 창조적 기획물을 내놓던 단행본 출판인들의 열정 덕분에 나 스스로 출판면 제작을 마치 언론자유운동인 것처럼 착각했던 측면도 있다 .80년대 중반엔 314종의 책들이‘이념서적’이란 꼬리표를 달고 금서(禁書)가 됐다가 127종이 해금되는 등 엎치락뒤치락 난리가 났다. 출판인 수십 명의 구속도 잇따랐다. 에리히 프롬의「마르크스의 인간관」, 다렌돌프의「산업사회의 계급과 갈등」, 모리스돕의「자본주의 이행론」같은 마르크스주의 비판서나 오랜 대학교재들까지 금서로 찍혀 해방 이후 최대의책의 수난시대를 기록했던 시기다.

원로출판인 정진숙씨(을유문화사)등 출판계 원로들이‘출판의 자유는어떤 여건과 어려움 속에서도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출판인 17인 선언’을 발표할 정도로 탄압이 심했지만 신문의‘차별화’간판이 돼버린 독서 페이지는 계속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몇년 뒤 모든 중앙 일간지들이 12면, 16면, 24면으로 증면경쟁을 계속하면서 두 페이지짜리 독서·출판 페이지는 일간지 문화면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학술이나 문학면과 일부 중복되기는 했지만 책소개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출판뉴스는 문화면의 필수적인 띠제목이 되었다. 주간지나잡지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신문사를 떠나 출판인들의 권유로‘국내 최초의 서평지’「출판저널」창간을 준비했고‘책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소개하는 온갖 요리법’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민주화와 함께 사회과학출판사 대표들의 구속사태도 진정되었고 다시 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생각하면 출판탄압이 극에 달한 그 당시가 한국 출판계의 한 전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서의 책의 보편적 가치뿐만아니라 한 사회에 있어서 책이 던지는 메시지와 지식인들의 출판활동 자체의 의미가 극대화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출판담당 기자들은 출판인들과 동지적 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그런 전통은 일부 남아 있다. ‘대중성’과‘차별성’의 자가당착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의 정착으로 문화환경이 가히 혁명적 변화를 겪고 난 90년대 들어‘대중성’은 언론매체의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세계화와 개방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문화 증대, 정보의 홍수시대를 맞은 언론계는 광고의 호황으로 무한대 증면경쟁을 시작했다. 대중의 취향에 맞추어상업적 번영을 구가해보려는 대중화 경쟁도 치열해졌다. 섹션화도 그 하나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일간신문의 섹션화·잡지화 경향은 더욱 심화된반면, 신문마다 질적인 차별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대중화의 기치아래 그 어느 때보다도 비슷비슷한 지면의 획일화를 가져온 것이 현실이다. 고급문화와 저급한 대중문화의 이분법도 효력을 잃었다. 양자를 혼합한‘열린 음악회’류의 TV 프로그램과 대중적 뮤지컬, 팝아트 상품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탈장르 크로스오버적인 문화양태가 중심을 이루게되었다. 이런 문화적 환경 속에서‘일간주간지’형태의 문화면들은 한때 48면까지 늘어났던 비대한 신문의 몸집에 걸맞게 진짜 주간지(섹션)로 변하기시작했다. ‘대중화’에 대한 해석도 사주와 경영간부, 편집국장, 데스크,기자마다 다르게 마련이었다. 80년대 도입된 비판 커뮤니케이션 연구의패러다임은 대중문화를 단순한 미학적 관점이 아니라 좀더 구조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시각들을 소개했고 대중 자체에 대한 연구도 심도 있게 진행되었지만, 학계에 비해 신문 종사자들은 지적 수준이 낮은 다수를통칭하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에게 대중은 ▶되도록 많은 사람 ▶영어와 대중스타를 매우 좋아하는 1020대 젊은 독자층 ▶쉽고 재미있는 기사를 원하고 글의 내용보다는 시각 이미지에 끌리는 하향평준화된 다수였다. 이에 따라 섹션이든분리되지 않은 간지 타이틀이든 영어의 범람은 90년대 신문섹션의 가장두드러진 특징이 되었다. 특히 프런트 면은 뉴스나 정보와 별 관련이 없는 젊은 스타들의 사진이나 10대가 선호할 만한 합성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대중화로 손님을 끌려는 상업주의가 결국은 획일화를 낳은 것이다. 내용도 본지의 단신을 확대하거나 한번 보도된 뉴스를 다양하게 재구성한 리바이벌 기사로 소재발굴의 어려움 때문에 모두가 비슷한 내용을 중복 게재하는 획일화를 낳았다. 문화행사를 소개하는‘문화마당’, 여행정보를 실은‘Travel’, 재테크로 독자를 끌기 위한‘Money’섹션을 비롯,어느 신문에서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놓기가 무섭게 일제히 뒤따라가는바람에 모든 신문이 똑같아져 버리는 행태는 여전했다. 지금은 핑크빛 종이로 일간지 중‘유일하고 가장 확실하게’차별화를이룬 문화일보의‘북리뷰’는 그런 배경에서 1996년 최초로 탄생했다.

후발 신문기업으로서‘고급지’를 표방하다 보니 거기에 걸맞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고, 본격적인 서평 지면을 원하는 출판계와 고급스럽고 색다른지면을 원하는 경영진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북리뷰’는 타지에도북섹션이 줄줄이 생길 것을 염두에 두고 보통명사를 선점한 것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북리뷰는 아니다. 그것은 이 글이 모든 출판섹션을 다 읽고 통계적으로 비교분석한 리뷰가 아니어서 미안한 것과 마찬가지다. 「출판저널」이 그랬듯이 전문 서평가가 없고 전문 독서가나 애서가층도매우 얇은 우리네 풍토에서는 본격적인 서평지나 서평 지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북섹션의 태생적 한계였다. 필자가 북리뷰 섹션 편집장을 맡게 된 이유도「출판저널」창간의 노하우로 단 1주일만에 섹션을 창간할수 있었다는 점과 출판계의 희망이 반영된 것일 뿐이다. 다양한 책소개를 통해 독서층을 넓히고 책 선택에 도움을 주는 역할에그친다는 점에서 모든 신문이 북섹션을 발행한 것은 문화적으로는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차별화’전략과 마찬가지로 북섹션 역시 똑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다.

프런트 면의 선정성(?), 획일화와 공정성에 관련된 문제가 그것이다. ‘출판뉴스’와‘비평적 서평’의 공유를획일성과 공정성은 북섹션 편집에 있어서는 같은 얘기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이 제기한‘보도비평—신문의 북리뷰,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북리뷰 섹션이‘신간’위주의 속보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매체간 차별성이없고 획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참으로 옳다. 3개월간 4대중앙지 북리뷰 지면을 분석한 결과‘서평’으로 다뤄진 352종의 책 가운데74종이 2개 이상 신문사에서 중복 취급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당연히독자 입장에서는‘수상하게’볼 수 있다. 특히 인문교양서 중에서 똑같은출판사의 번역신간이 34개의 프런트 페이지를 차지할 경우는 출판계나독자들이 모두‘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뉴욕타임스 북리뷰’처럼 본격적인 서평도, 프랑스의 전설적 독서프로 진행자인 베르나르 피보처럼 26년간 장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철저한 책읽기도 지금 같은 북섹션 제작여건에서는 전혀 불가능하다.북리뷰는 그 성격상 애초부터 속보경쟁 대상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면의 권위를 담보할 수 있는 공정성과, 진지하고‘느린’지성적 성찰이 없는 북리뷰는 독자의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12명의 담당기자가 코피 나게 꾸려가고 있는 우리 북섹션의 내부사정에 가장 크게기인한다. 매주 46면의 북섹션을 꾸려간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가장나쁜 것이 프런트 면을 새로 나온 책으로 넣으려는 속보경쟁임은 물론이다. 격주간 서평전문지「출판저널」창간작업과 기자에게 전권이 주어졌던‘북리뷰’초기의 창간체험을 비교, 고백하면 프런트 면에 대한 욕심이 북리뷰 섹션 전체를 비틀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특히 출판인들과의 친소관계, 신문사 내외와 위로부터의 청탁, 다른 면에 대한 눈치보기가 작용하면 책 고르기는 기본부터 허물어진다. 한국사회의 특성상 그런 일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그래도 기본은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공정성을 우선하다 보면 책의 가치우위가 비틀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중심은 그렇게 가야 한다. 스스로 시행착오를거듭하며 20년 가까이 터득한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하면 이렇다.

①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프런트에서 끝 페이지까지의 균형, 한 페이지 안에서도 톱에서 한 줄짜리까지의 균형, 저자와 책의 무게의 균형(특히 전문학자가 오랜 세월 저술한역저를 아마추어가 쓴 같은 종류의 편집물보다 우대해서는 안됨). 시선을 끌기위한 연성(軟性)기사가 너무 많거나 별난 책, 특이한 책 위주로 프런트가제작되면 안된다. 통시적 균형도 중요하다. 지난주와 이번주 북리뷰 사이에도 가치의 어떤 일관성이 보여야 한다.

② 서평의 활성화기자가 쓰지 말고 그 책을 진정 평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원고료와 시간을 충분히 주어 시킨다. 그 자격(전공, 학위, 그 방면 저술과 논문)은 지면에 명기한다. 부실한 책의 서평게재 청탁이나 압력을 확실하게막을 수 있는 장치다.

③ 출판사의 보도자료에 되도록 의존하지 않는다.허위나 과장된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오는 것은 기자들이 폭주하는 작업량 때문에 보도자료를 베끼기 시작한 이후의 현상이다. 여러 번 중판된책이나 표지갈이를 한 책을‘최초’로 대서특필하는 실수는 출판사 책임도있지만 기자들의 책임도 크다. 원제목이나 책의 제원과 내용을 정확히 양심적으로 밝히는 출판풍토를 만들도록 언론과 출판계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④ 서평이나 기고문이 부실할 때는 필자의 명성과 관계없이 끈질기게 수정보완을 요구한다.내 기억으로는 서평 내용에 이런저런 논급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을 때화를 내거나 개고(改稿)를 거절한 분은 없었다. 고치면 서평이 한결 서평다워지고 지면의 품위도 생긴다. 북리뷰 편집자의 신뢰와 권위도 함께 자란다.

⑤ 내가 모르는 것은 남도 모르고, 내가 아는 것은 나만 아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기자의 속성이다.이를 탈피하지 못하고 수필 같은 기사나 서평을 마구 쓰는 기자는 장기적으로 지식인 사회의 신뢰를 잃게 된다. 자신의 독서량과 학식의 한계를드러내는 부적절한 개념어의 낭비와 논리의 비약을 자제해야 한다. 지면이나 책 고르기에 대한 변명조의 상자글도 지면낭비다. 담당기자가지면에서 뛰어다니는 것은 북리뷰가 아니다. 책소개와 독후감 청탁에 치중하다 보니 출판계 뉴스나 본격적인 서평이 점점 실종돼가는 것도 문제다. 정보의 정확성와 출판계 움직임의 현장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기대해본다.

관훈저널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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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7-2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서평란을 몇 번이나마 읽어본 사람들은 대개 공감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잘 지적해놓은 글이다. 문제의 해법도 설득력이 있다. 오히려 상식에 가까운 해법
들이다. 그런데 이게 실현 가능할까?
 
 전출처 : 딸기 > 자살폭탄테러의 역사

영국 런던 연쇄 폭탄테러 전모가 속속 밝혀지면서 유럽은 "서유럽에서 처음으로 자폭테러가 일어났다"며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자폭테러는 폭약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의 전유물도 아니다. 자폭테러는 인간이 스스로의 생명을 폭탄 운반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정규전보다도 잔인하고 처참한 공격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상이 자행되면서 21세기 `인류의 적'으로 부상했다.

십자군에서 알카에다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최근 몇 년 새 늘기는 했지만, 자폭테러는 이슬람 교리와는 상관없으며, 이슬람의 발명품도 아니다. 역사 상으로는 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을 침공한 유럽 성전기사단의 군함 자폭공격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2차 대전 때 일본의 `가미카제'가 원조로 꼽힌다. 이후 일본 적군파 등에게 사용되다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하마스와 지하드 등에 이르러 중동 분쟁의 고질적인 이슈가 됐다. 스리랑카 반군 `타밀 엘람 호랑이'와 러시아 체첸공화국 분리독립운동세력도 자폭테러를 자주 사용해왔다. 2003년 미군에 점령된 이라크에서는 자폭테러가 대규모화, 일상화됐다.

사자(死者)의 스위치

팔레스타인과 체첸 무장세력은 폭약다발을 허리에 두르는 `폭탄 벨트'를 많이 썼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는 검문검색이 심해지면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많아졌다. 자폭테러범의 폭탄을 서방에서는 `사자의 스위치(Dead man's switch)' 혹은 `사자의 손잡이(Dead man's handle)'라 부른다.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에서 폭발했을 경우 `사자의 브레이크(Dead man's brake)'라 하기도 한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범은 대형 항공기를 건물에 충돌시키는 상상을 초월한 방법을 동원했다. 2차 대전 때 일본 가미카제는 특수제작된 비행기에 `오카'라는 로켓탄을 싣고 자폭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범과 이번 런던 테러범들은 군용 폭탄을 배낭에 넣어 운반했다.

여성과 아이들까지 자폭 전선으로

자살폭탄테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과 어린이들을 동원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폭테러의 본거지 격인 중동과 체첸 등지에서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검문검색이 강화됐지만 자폭테러가 줄어드는 대신 검색을 피하기 쉬운 여성, 아동 테러범이 늘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여성 자폭테러범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1991년 인도의 라지브 간디 총리를 살해한 다누(본명 텐물리 라자라트남). 중동에서는 86년 레바논에서 처음으로 히야달리 사나라는 시리아계  여성 자폭테러범이 등장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의 경우 지금까지 일으킨 자폭테러 공격 중 200여건이 여성 테러범의 소행으로 드러났으며, 자폭테러범의 30~40%가 여성이라는 외신도 있었다. 지난 2002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을 일으킨 체첸 테러범들은 상당수가 여성이어서 언론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남편을 잃은 뒤 무장게릴라전에 뛰어든 체첸의 여성들은 `검은 과부단(블랙 위도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라크에서도 지난 2003년4월 여성테러범이 자살폭탄공격을 일으킨 바 있다.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팔레스타인에서는 12, 13, 14세 소년들이 자폭테러단을 구성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 세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지난 2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협정이 맺어지기 직전에도 15, 16세 소년들이 이스라엘 나블루스 부근 하와라에서 폭탄을 허리띠에 두르고 자폭테러를 일으켰다. 무장단체들은 투쟁전선에 자원해 나온 `어린 순교자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어린이들이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줄도 모른 채 시한폭탄 운반을 지시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왜 `자폭테러'인가

자살공격은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집단의 전투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막강한 정부군과 정면 승부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는 `무력 비대칭'과 그로 인한 좌절감, 패배감이 게릴라집단을 자폭테러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의 세계지배가 가시화된 199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자폭테러는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이 소련에 맞서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키워낸 무장요원 `아프가니스'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알제리, 파키스탄 등으로 돌아가 자국 정부와 미국으로 칼날을 돌렸다. 오사마 빈라덴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오만함과 세계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 무슬림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가 결합돼 뉴욕, 런던, 마드리드에서 터져 나온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자폭 공격을 `최대의 헌신'이라 여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서방 국가들에게는 `최대의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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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러님이 방명록에 질문을 하나 하셨는데,

같은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기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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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tempestif"는 보통은 "때를 잘못 맞춘"이나 "시의적절하지 않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데리다는 이처럼 보통의 시간의 흐름 또는 보통의 시간의식에서 볼 때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이 매우 시의적절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보죠.


가령 데리다는 이런 예를 들고 있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차례로 몰락하고 난 다음인 1993년에 자신이 마르크스에 관한 책([마르크스의 유령들])을 낸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왜 이제서야 이런 책을 냈느냐, 왜 이런 때맞지 않는 짓을 했느냐고 힐난했지만, 데리다 자신이 보기에 그건 결코 시의적절하지 않은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죠. 데리다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죠.


우선,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나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출간된 것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현실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또는 마르크스의 사상이 동일하다는 생각, 그리고 더 나아가서 마르크스주의는 해방운동/변혁운동 전체와 동일하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죠. 하지만 데리다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나 마르크스 사상과 동일한 것도 아니고, 또 마르크스주의가 해방 운동/변혁 운동의 전부도 아니라는 거죠. 따라서 우리가 역사적 사회주의(또는 공산주의)의 한계와 실패를 딛고 변혁운동/해방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회주의와 마르크스/마르크스주의의 차이, 마르크스주의와 다른 해방운동의 차이,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와 해방운동의 보편적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비판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마르크스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로,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이 때로는 매우 시의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간의 구조, 역사의 구조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전제하고 있죠.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데리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나 다른 몇몇 저작에서 이처럼 때맞지 않는 시의적절함을 "정의의 시간" 또는 "정의의 순간"과 연결시키고 있죠.


데리다가 보기에 이런 "정의의 순간"은 보통의 규칙적인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거나 급격하게 동요하는 순간입니다. 가령 1917년 사회주의 혁명도 그런 순간일 것이고, 아니면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도 그런 순간일 테고, 또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라면 1980년 광주, 1987년의 시민, 노동자 투쟁의 순간이 그런 순간이겠죠. 그래서 데리다는 [햄릿]의 한 대사를 빌려와서 이런 정의의 시간, 정의의 순간을 "뒤틀리고 어긋난 시간"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데리다에 따르면 이런 정의의 시간, 정의의 순간은 매우 특이하고 일시적인 한 순간을 가리킨다기보다는 보편적 시간의 또다른 차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의의 시간은 보편적인 해방의 경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정도면 질문하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답변이 됐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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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7-1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933359

이시간에 벌써 축하드려요,,

전 그시간에 열심히 청소중이었습니다,


알고싶다 2005-07-1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은 방명록에 달았습니다. 퍼갑니다. 발마스님 사랑해요 ㅋㅋㅋ

balmas 2005-07-19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좀 징그러운 느낌이 ... ^^;;;

알고싶다 2005-07-19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이 사랑스럽다는 뜻이었어요. ㅋㅋㅋㅋㅋ

알고싶다 2005-07-19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마소서.

balmas 2005-07-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농담이었습니다.오해하고싶어요.^^;;;
 

영미권에서 나오는 책들하고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나오는 책들 사이에는  차이점이

몇 가지 있다.

 

1. 표지의 차이

영미권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개 표지가 화려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매우 세련된 것들이다.

가령 이런 놈 한번 봐라 ...

유작으로 출간된 들뢰즈 논문 모음집의 영어 번역본인데, 책 제목하고 풍경하고 맞춘 것 봐라 ... 

철학책 디자인이 이 정도니, 뭐 다른 책이야 더 볼 것 있나? 아쉽다구? 그럼 하나 더 볼까?

매우 실험적인 철학 논문들을 모아놓은 논문집인데, 표지 한번 봐라 ... 미술 화집인 줄 알겠다.  

 

 

 

그럼 프랑스에서 나온 책들 한 번 볼까?

프랑스에서 가장 유서깊은 철학 전문 출판사로는 브랭Vrin 출판사가 있다. 소르본 대학 정문 앞에 보면

서점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하얀색 벽으로 된 브랭 서점(대개 출판사들은 서점을 같이 한다)이고,

 맞은 편에는 프랑스 학술 서적 전문 출판사인 퓌프PUF

(이건 프랑스 대학 출판부(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의 약자다)의 서점이 있다.

브랭에서 나오는 책들 표지 한 번 봐라.

이게 제일 세련된 디자인이다. 미색 표지로 된.

브랭에서 나오는 책들 중 거의 50%는 이것과 똑같은 디자인이다. 책 제목하고 저자 이름, 소개글만 다를 뿐.

 

이건 몇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새 문고본 시리즈 표지다. 깔끔하죠? 지나치게 ... -_-a

물론 다른 책들도 똑같은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표지들은 정말 발전한 거다. 옛날에 나온 책 표지 한번 볼까?

1974년에 나온 말브랑슈 전집 중 한 권이다. 표지는 마분지 잘라서 만들었다. 70년대의 책들이

이러니 옛날 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책들은 정식으로 인쇄한 건데도, 글자를 읽기 힘들 정도로

인쇄상태가 조악한 것들이 있다.

요즘 책들이야 너무 잘 만드는 거지 ...

 

데리다가 자신의 거의 모든 책을 내던 갈릴레(Galilee) 출판사 책들은 어떤가 볼까?

이건 좀 옛날 디자인이다. (80년대)

 

 

여기에 상당한 변화를 준 90년대 디자인.

 

 

 

여기에 다시 변화를 준 2000년대 디자인.

 

색깔은 모두 미색이다. (그러고 보니까 브랭이나 갈릴레나 다 미색을 좋아하네 ...)

물론 갈릴레에서는 이런 검은색 표지로 된 책도 낸다.

 

진짜 징한 출판사가 하나 더 있다. 여기는 들뢰즈와 부르디외, 이리가레 같은 쟁쟁한 철학자, 이론가들이

책을 낸 출판사인데, 이름은 미뉘Minuit라고 한다(원래는 "자정", 곧 "밤 12시"라는 뜻이다).

이 출판사는 이 표지 하나로 수백권의 책을 냈다. 징한 넘들 ...

이건 들뢰즈 책(1969년).

이건 이리가레 책(1984년).

이건 데리다 책(1967년)

 

이 표지와 쌍벽을 이루는 이 표지도 있다. 이 표지로도 수백권을 냈다.

1989년에 나온 클로드 시몽의 소설.

 

2003년에 나온 들뢰즈 책.

 

그러다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에는 색을 넣어서 디자인을 바꿨다. 화려하지?

 

 

 

독일책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징한 놈들도 있다. 가령 이런 놈들 ...

펠릭스 마이너Felix Meiner라는 철학서적 전문 출판사 표지다. 얘들도 초록색 하나로 수백권의 책을

찍어냈다. 약간의 변화를 주긴 했지만 ...

이건 80년대 나온 책 ...

 

이건 90년대 나온 책. 디자인이 좀 달라졌지?

 

이건 2000년대에 나온 책.

약간 차이가 느껴지지?

 

어쨌든, 영미권에서 나온 책의 표지들을 보다 보면, 유럽에서 나오는 학술 서적의 책표지들은

너무 단조롭고 따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책표지들이

상당히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2. 영미권에는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이 함께 나오지만, 유럽의 책들 중에는 하드커버가 거의 없다.

대신 불어로는 "broché", 또는 독어로는 "broschiert"라고 부르는 책들과 문고판이 대종을 이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broché"다. 원래의 뜻에 따른다면 "가철"이나 "가제본"이 되겠지만,

영미식 용어법에 따르면 하드커버와 문고판 책이 아닌 것들은 모두 이   "broché"에 속한다. (우리말로는

정확히 어떤 용어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놈의  "broché"는 출판사마다 찍어내는 방식이 제각각 달라서, 어떤 출판사는 고급 양장본 못지 않게

실로 잘 꿰메서 튼튼하게 내는 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출판사는 그야말로 양심 저당 잡힌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데도 있다.

무슨 말이냐구? 주문한 책이 집에 도착하면 부푼 마음을 안고, 책을 펼쳐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책을 쫙 펼치는 순간, 투.드.드.득.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책이 단번에 두 동강이 나버린다.

벌어진 두 쪽 사이로는 노란색 본드가 묻어 있는 책의 겉표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흐이구~~ 본드나 쫌 두껍게 바르면 아무말도 안하지, 한번 슬쩍 칠한 다음 대충 말려서 붙인 듯하다.

그러니, 두 동강으로 그냥 갈라져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가만히 붙어 있겠는가? 처음에는 두 동강이었다가

나중에는 네 동강으로, 그 다음에는 7-8동강으로 갈라지고, 그 다음부터는

한 장, 두 장씩 투둑 떨어진다.

 

책값이나 싸면 아무말 안하지. 하드커버가 아닌 이런 종류의 책은 대개 20 유로 내외, 비싸면 30유로 이상,

좀 싼 경우는 15 유로 정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는 2만원에서 4만원 정도까지 한다. 이 정도의 책값을

받으면서 이렇게 허술하게 "뽄드"칠을 하는 놈들 ......

 

(새로 산 책 보는 데, 또 투두두둑 쩌~억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는 책 때문에 열 받아서 페이퍼 한 번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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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다 2005-07-1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뽀송뽀송 부엉이 발마스님의 절규 ... 표지는 뭐 미뉘 사도 깔끔하다고 봐줄만 하지만 본드는 -_-

사량 2005-07-1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미뉘 출판사의 별사탕-_- 표지 심플하고 깔끔해서 참 좋아하는데... PUF의 뻘갱이문고나 국내 동문선출판사가 따라하는 듯한 쇠이유의 포앵문고, 독일 주어캄프의 초록색문고도.. ^^ 영미권 책들은 표지가 끝내주지만, 정작 본문의 글씨가 너무 빽빽해서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MANN 2005-07-1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에 Desert Islands에서 섬을 거닐고 있는 인물이 들뢰즈라던데... 전혀 알아볼 수는 없지만요 ^^;;
깔끔한 표지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
새로 산 책이 툭툭 뜯어지다니 어느 출판사 책인지는 몰라도 심하네요 -_-

하이드 2005-07-1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난 왜 웃기지. 호호호
저는 미국책 옆에 보면 쥐뜯어놓은것처럼 잘라 놓은 것 보면, 황당하더라구요.

검둥개 2005-07-11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두꺼운 본드도 근데 굳으면 동강나는거 아시죠 ^^ ;;

딸기 2005-07-11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
유럽권 책표지들... 증말 단촐하군요

瑚璉 2005-07-1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위에서 두 번째 그림의 원화를 알아볼 수 있다는 데서 만족할랍니다(-.-;).

그런데 펠릭스 마이너 사의 90년대와 2000년대 표지에 무슨 차이가 있나요? 제가 보기는 똑같아 보이네요.

chika 2005-07-1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원서를 본 적이 없어서...(아니, 구경은 해봤지만 읽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분도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거의 저런 형태였지요. 색표지에 제목만 꼴랑!(전 그래도 맘에 들던데..ㅎㅎ)
근데 책이 쩌억 갈라지는건 정말 ... 그런 의미에서 추천 하나 해드립지요. ㅎ

로드무비 2005-07-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밌어요.
퍼다놓고 볼게요.^^

stella.K 2005-07-1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겨요!!! 근데 발마스님의 재치있는 설명 때문인 것 같아요. 진짜 영미권은 관능적이리만치 멋있는데 유럽은 촌스 그 자체로군요. 추천 안하면 미워하실 것 같아 하고 갑니다. ㅎㅎㅎ.

killjoy 2005-07-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두두둑 쩌~억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네요. ^_*

마냐 2005-07-1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걸 미니멀리즘이라 해야 하나요..ㅋㅋㅋ 정말 정서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런걸 포착한 발마스님께 박수~ ^^

숨은아이 2005-07-1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나 독일에선 책의 내용이 가장 값비싸기 때문에 껍데기에 해당하는 것에는 돈을 들이지 않나 보군요. ^^ 주로 로고로 승부하네요. 그래도 건축이나 미술 쪽 책들 디자인은 좋던데... 글고 보면 한국처럼 책 껍데기에 공 많이 들이는 곳도 없는 듯...

숨은아이 2005-07-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따우님, 국배판은 A4 용지만 한 책을 말합니다. 프랑스 책은 대개 국판(A5) 정도 하는 것 같던데요.

숨은아이 2005-07-1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 말한 김에... ^^ 발마스님, 따우님이 얘기한 무선(無線) 제책은 말 그대로 실을 사용하지 않은(실로 꿰매지 않은) 제책이란 뜻이지요. 실로 꿰매지 않으니 풀로 떡칠해 붙인다 해서 전문용어(^^)로는 "떡제본"이라고도 해요.

클리오 2005-07-1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한 놈들... ㅋㅋ~ 재밌었어요.. 글구 비싼 원서 주문해서 촥 갈라지면 피가 확 솟아오르겠어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책들은 또 너무나 비싸고 좋기만 하고... ^^

balmas 2005-07-1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이 페이퍼 써놓고 담배 한 대를 피웠는데, 갑자기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속이 울렁거려서

바로 쓰러져서 잠을 잤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도 계속 어지럽고 속이 거북해서 이비인후과에

다녀오는 길이랍니다.

 

리들러님/ 사량님/ 미뉘 출판사 표지는 나름대로 깔끔하죠. 그리고 문고본들도 각각 개성이

뚜렷하니까 괜찮죠.

MANN/ 문제는 그게 한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지 ... -_-a

유독 심한 것은 키메Kime라는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이지. 이 출판사 책들도 "지나치게" 깔끔하지. ㅎㅎ

이 출판사에서 90년대 이후 스피노자 관련 도서들을 많이 내서 책을 여러 권 갖고 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바로 "투드드득 쩌~억" 증세를 보이고 있어.

하이드님/ 웃긴 왜 웃어욧!!!!

쥐뜯어먹은 것처럼 잘라놓은 책들은 프랑스 책들 중에도 많아요. 사실은 페이지들이 붙은 채로 출판된 걸

보기좋게 뜯지 않았을 때, 그런 일이 생긴다죠 ...

검정개님/ 그, 그렇죠, 정말 ...

그래도 좀 두껍게 바르면 낫지 않을까요???

딸기님/ 단촐 그 자체죠. 그런데 요즘은 미국쪽을 나름대로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이더라구요. 표지들이

상당히 컬러풀해지고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있답니다. 그 대신 책값은 더 올랐죠 ... -_-a 

따우님/ 맞아요 ... 같이 꽂혀 있으면 헷갈리죠.

숨은아이님/ 그렇죠, 주로 색깔 하나하고 로고로 승부하죠, ㅋㅋㅋ.

그거에 비하면 우리나라 책들은 너무 하드커버가 많고 디자인도 화려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책의

경우에도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고시용 책들처럼 관공서 냄새가 풀풀 나는 그런 표지는 절대 사절~~~

숨은아이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broche>는 "무선제본"에 가까운 말인 듯하네요. 물론  <broche>도

제대로 잘 만든 책들은 다 실로 잘 꿰매서 제본했답니다. 브랭 출판사나 갈릴레 출판사 책들은 대개 다

그렇죠.

호정무진님/ 펠릭스 마이너에서 90년대에 나온 책과 2000년대 나오는 책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 실제

원본을 보면 색조나 표지 재질이 약간 다르답니다. :-)

치카님/ ㅋㅋ 예, 저도 분도출판사 책 몇 권 갖고 있어요. 저는 표지를 단순하게 해서 책값이 좀 싸진다면

그렇게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추천 감사~~

로드무비님/ ㅋㅋ 재미있게 봐주시니 고맙사옵니다.

스텔라님/ 추천 감사.^^ 이러니 제가 스텔라님을 미워할 수 없죠. ㅎㅎ

그런데 요즘은 유럽 출판사들도 나름대로 표지에 신경을 쓰더라구요. 그래봤자 그게 그거지만 ... ^^;;

킬조이/ 오랜만이네. ㅎㅎ 새 책 받아서 펼쳤을 때 그 소리 들으면, 아, 정말 짜증난다구.

마냐님/ ㅋㅋ 박수까지야 ... ^^;;;

새벽별님/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책값을 그 정도 받는데, 제본을 그렇게 허술하게 해서 쩍쩍 갈라지게

만든다는 게 이해가 잘 안돼요. 한 두권도 아니고 말이죠.

클리오님/ ㅋㅋ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새 책 받아서 기분 좋은데, 펼치자마자 쩌~억 갈라지면, 그냥 ...

 

 


갈대 2005-07-1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책들이 그나마 가격대비 (껍데기)완성도가 좋은 거군요^^;

balmas 2005-07-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영미권에서 나오는 페이퍼백은 싼 경우에는 1만 2천원에서 2만원, 좀 비싸면 2만 5-6천원 정도 하는데, 종이질이나 표지 디자인이 좋거든요. 따라서 생활수준의 차이를 고려해본다면, 우리나라 책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더라구요.

싸이런스 2005-07-1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뽄드에 무한한 존경과 경외를!

릴케 현상 2005-07-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의 에로티즘이 문득 생각나네요 불끈!(저 민음사 세 번 가봤습니다)

balmas 2005-07-1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존경과 경외까지야, 그것도 "무한한"까지 ... ㅋㅋ
산책님/맞아요, [에로티즘]!!!!! 그것도 한 장 한 장 뜯어지는 책이죠.

philliee 2005-07-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다는거보니 좀 살만한가보네. 다나았냐? 글구 에로티즘...내책도 이미 낱장으로 분해. 다들 그렇구만 ㅎㅎ

balmas 2005-07-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응, 이제 괜찮아.
어제 밤에는 앉아 있을 수도 없을 만큼 어지럽더니 약먹고 낮잠 좀 자고 했더니
훨씬 가뿐해졌어.

천재뮤지션 2005-07-1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azzy102 였습니다.
별명을 개발했습니다.

balmas 2005-07-12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별명!! 천재님 ... ^^;;

stella.K 2005-07-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아니 제가 미워할데가 어디있다고 그러세용!

balmas 2005-07-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슬레이님/ 세 번씩이나 ...
따우님/ ㅋㅋ 알겠습니다, 절대 사지 않을게요.
스텔라님/ ㅎㅎ 제가 스텔라님을 미워하다뇨???

코마개 2005-07-2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 책들도 다 프랑스 책처럼 저렇던데...심지어 대학 학위논문도 저렇게 나오던데..
복사하려고 책을 쫙 펼치면 낱장이 되어버리는...

balmas 2005-07-2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그렇군요.
어떤책들은실로튼튼하게잘꿰멘반면,또어떤책들은낱낱이떨어지고...
그런데값은비슷하고...ㅎㅎㅎ
 
 전출처 : 딸기 > 알카에다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뒤 매카시즘을 방불케 하는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대적인 테러 용의자 검거작전을 벌였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서 수년째 계속된 알카에다 제거작전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빈라덴이 살아있다
2001년 아프간 공격 뒤 미군은 산악지대를 이잡듯 뒤지며 빈라덴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빈라덴이 미국의 광범한 추적 속에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성명을 내고 녹음테이프를 배포하고 테러를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은 전세계인들의 의문 거리다. 미군이 빈라덴을 비롯해 아이만 알 자와히리 등 알카에다 수뇌부를 체포하지 못했다는 것, 알카에다에 실질적,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은 대테러전쟁에서 결정적인 패인(敗因)이 되고 있다.

네트워크 테러조직
9.11 전초전이었던 1993년 미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범 람지 유세프는 파키스탄의 소규모 테러조직에 가입해있던 무슬림 청년으로, 알카에다에 포섭돼 범행을 저질렀다. 알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콜롬비아, 체첸공화국, 수단, 스페인 등지에서 현지 테러조직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 대리공격을 가해왔다. 이때문에 빈라덴은 테러범(terrorist)라기보다는 `테러의 지휘자(mastermind)'라 불린다. 이라크 테러는 `메소포타미아 성전재단'이 수행하고 있고,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는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 등이 저질렀다. 알카에다는 또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를 저지른 제마아 이슬라미야(JI)를 뒤에서 지원했다.
이런 현지조직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빈라덴과 알카에다 그룹을 수년간 연구한 사이먼 리브는 "상하 지도체계가 명확한 피라미드형 조직이 아닌 점조직들의 네트워크로 되어 있어 일망타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비호세력이 많다
또다른 요인은 알카에다가 곳곳에서 의외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사우디에서 출발한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범 인력 풀(pool)은 독재-부패정권에 실망한 무슬림 청년들이지만, 가난한 실업자들만이 알카에다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빈라덴만 해도 사우디 최대 재벌가문 출신이다. 사우디에는 부패한 세상을 이슬람 교의로 `정화'해야 한다고 믿는 극단주의자들이 많다. 미국은 사우디 왕족들 중에도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빈라덴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파키스탄의 성직자 그룹과 토호들이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지방 권력층의 비호와 좌절한 아랍 청년들의 분노가 결합돼 알카에다를 받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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