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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라, 마이싱이다!

글 박민규_소설가. 1968년생. 소설 『지구 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

 

1. 도대체 마이싱이란

학창시절 학교를 주름잡던 1년 터울의 선배가 있었다. 그 형의 별명은 ‘마빈 헤글러’였다. 실제로 머리를 빡빡 깎은 그에겐 언제나 화려한 소문이 뒤따랐었다. 즉 3대 1이라든지, 칼을 든 2명이 포함된 4대 1이라든지. 그러나 그 소문에 비해 펀치는 한결 부드러운 것이어서(맞아봐서 안다) 나는 그가 마빈 헤글러라기 보다는, ‘마빡 헤글러’일 뿐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하루는, 그래서 넌지시, 담배를 피고 있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형, 지난 번에, 그러니까 4대 1 그거요 그거 어땠어요? 묵묵히 하늘을 응시한 채, 선배는 전혀 뜻밖의 대답을 건네왔다. 조까라, 마이싱이다. 북북, 꽁초를 담벼락에 부비며, 나는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우선 말의 뜻을 짐작조차 못하겠거니와, 묘하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과연 ‘마빈’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어쨌거나, 그런데 도대체 마이싱이란? 도대체 마이싱이, 뭐지? 나는 궁금했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나는 작가가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듯 그냥 어느 순간, 무작정 글이 쓰고 싶었다. 요약하자면, 나에겐 그것이 전부이다. 무작정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도 보름 전의 일이었다. 어디신가요? <대산문화>입니다. 요는, 젊은 작가의 변(辨)을, 듣고 싶다는 얘기였다. 평소, 이를테면 학술재단 같은 곳과 교류를 하면 작가로선 끝장이란 소신을 갖고 있었는데, 예, 예 잘도 대답을 하고, 쓰겠노라 동의를 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바로 그 순간 심하게 이 글을 쓰고 싶었고, 바로 그 순간 아무런 까닭도 없이 ‘조까라 마이싱’의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바로, 그래서다.  

2. 너가 당룡이냐

우선 나는, <대산문화>로부터 네 가지의 질문을 받았다. 해서, 짧게, 그것부터 답하고 보는 게 도리란 생각이다. 심사, 숙고 해보았지만, 4가지 질문 모두가 도무지 긴 대답을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내 무식(無識)의 소산이거나, 정답이거나. 정답은 늘, 짧고 간략한 것이기 마련이라고, 나는 언제나 생각해왔다. ①자신의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혹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답. 모른다. 내가 소설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이, 나를 쓰고(用)있다. 그래서다. ②기존의 소설과 자신의 소설이 다른 점은 무엇인지? 답. 마치 ‘인류와 자신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의 질문을 받은 느낌이다. 나(내가 쓴 소설)는 유전자의 리바이벌에 불과할 따름이다. 흘러, 가자. 흘러가서, 전달, 하자. ③독자나 평론가들이 자신의 소설에 대해 오해, 오독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답. 누구에게나, 꼴린 대로 생각할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④자신을 비롯한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대한 선배문인들의 평가(<대산문화> 2004년 봄호 기획특집 참고)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답. 수고하셨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도, 열심히 하겠다.

써놓고 보니, 마치 4대 1의 싸움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다. 그러니까 4대 1 그거요 그거 어땠어요? 묵묵히 하늘을 응시한 채, 나는 전혀 뜻밖의 대답을 건넨 건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대산의 질문들을, 나는 그런 분위기로 해석하고자 한다. 즉 70년대의, 이소룡 영화에서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너가 당룡이냐? 그렇다. 내가, 당룡이다.

3. 푸트웍 좀 해보자, 개새끼야

이른바 ‘등단’을 한 지, 이제 꼭 1년이 지났다. 소설이 무언지는 애당초 몰랐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다. 그것이 나란 인간이다. 그냥 쓰고 싶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시간이, 없다. 오로지 그럴, 따름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꼴린 대로 쓸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글을 쓰는 것인가? 그 이유를 나는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돌대가리. 이, 마빡만 헤글러!

이유는 짜증이다. 짜증, 이라기보다는 하소연이고, 하소연, 이기보다는 외로움, 같은 것이다. 이런 얘길 할 수 있는 지면이, 도대체 없었다. 그래서다. 그래서 이것은 젊은 작가의 변(辨)일수도 있고(참, 어지간히도 젊다!), 변(便)일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이제 겨우 2권의 책을 냈을 뿐인데, 그리고 구만 리의 앞길이 남아 있는데. 바로, 그래서다. 이 구만 리의 앞길을, 또 다른 누군가가 밟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선 길을 가야 할 이유가, 또 그들을 위해 길을 열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래서다. 문단인지 평단인지, 아니 세상이여! 우선 말하겠는데 제발 좀 문학의 위기, 소설의 위기라고 떠들지 마라. 호들갑 좀, 떨지 말아라. 나는 어디 핵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쉰 소리 하려면 집에서 쉬어라, 나오지 마라. 그것이 문학을, 또 우리를 도와주는 길이다. 단언컨대, 지금의 위기는 문학의 위기가 아니다. 문학의 위기를 떠드는 놈들의, 위기일 따름이다. 아이고 귀야. 귀에 슨 녹슨 못을 뽑아내며, 나는 중얼거린다. 너무 그러니까 니들이 마치 ‘문학’ 같잖아? 니들이 ‘문학’이냐?

두 번째, 궁상 좀 떨지 마라. 즉 그것이 이곳의 풍경인데, 마치 위기론에 이은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훈련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작가는 잡문으로 뺑이를 쳐야 하고, 또 그걸 당연한 걸로 생각한다(생각해야 한다). 안 팔려요. 안 팔리면 어쩌죠? 몇 푼의 계약금에도 손을 내밀기가 민망하고, 생활은 점점 좀스러워진다. 요는, 위기를 떠드는 놈들이 이 땅의 작가들을 자꾸만 작게 만든다는 것이다. 좀스럽고 비참하게 만들며, 왜소하고 말랑말랑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몇 푼의 선인세와 생활비에 손을 떨고 연연해야 하는 인간이, 과연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글이라면, 우선 나부터도 읽고 싶지가 않다.

세 번째, 근친상간 그만하자. 내가 볼 때 이 땅의 소설이 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각설하고 찢어지자. 그 동안 즐거웠다. 어찌나 문단속을 잘 했던지, 이곳에는 여지가 없다. SF도 추리도 공포소설도, 심지어 제대로 된 하이틴 로맨스도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아아 줄리엣, 우리 아버지들은 언제 죽을까? 오오 로미오, 오빠가 자꾸 나를 건드려요. 헤이 유! 근친상간이 바보를 만든다는 거, 꽤나 알려진 의학 상식 아닌가? 쪽 팔려, 박수 좀 치지 마. 어이, 저리 가! 접붙이지 마.

네 번째, 거 참 말 많네! 거 참, 말이 많다고 나는 생각했다. 정말이다. 말이 많은 건, 어쨌거나 말이 많은 것이다. 그뿐이다. 지금껏 나는 네 개의 질문을 받고, 네 개의 답변을 하고, 네 개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요는 무엇인가? 나는 당룡이고, 그냥 날 내버려두란 얘기다. 어떤 면(面)에서 세상은 분명히 달라졌다. 네가 당룡이냐? 끄덕끄덕. 삼가 한수를 배우겠소. 오호라 학익(鶴翼)의 품세를, 그렇다면 용호(龍虎)의 권세로! 쿵후라는 이름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죽이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좋은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다. 문학이라는 이름만으로, 또 소설이란 이름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죽이던 시절이 있었다. 좋은 시절이었지만,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과거의 문학을 동경해 작가가 된 인간이다. 눈물이 날만큼, 그때가 그립다. 누군들, 품세의 아름다움을 취하고 싶지 않으랴.

마치 문학처럼, 언제부턴가 복싱도 시시해진지 오래이다. 때문에 나는 이종격투기를 관람한다. 얼마 전 열린 이종격투기 대회에서의 일이다. 종이 울리자마자, KO로 승부가 난 경기가 있었다. 복서 출신의 패자는 습관처럼 푸트웍을 밟아보려다 불의의 기습을 당했다. 선공을 하지 말란 법은 없었지만, 뭐랄까 그런 기분이었다. 즉 삼가 한수를 배우겠, 에서의 ‘퍼벅’의 느낌. 정신을 차린 그의 표정에서 나는 그런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푸트웍 좀 해보자, 개새끼야. 수건을 던지지 마라 안젤로 던디(수많은 세계 챔피언들을 길러낸 많은 저명한 복싱 트레이너)여. 나 역시 푸트웍 한 번 밟아보는 게 꿈이다.

4. 조까라 마이싱!

세상은 나의 문파와 나의 품세 따위에 관심을 접은 지 오래이다. 작가로서, 이제 나는 실제로 충격을 주고, 파괴하고, 저것을 쓰러트려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 이 싸움은 더욱 실질적이고(비록 폼은 없어도), 냉정한 것이 되었다. 약속대련과 근친상간을 벌일 여유가, 나에겐 없다. 나는 실제로 강해야만 하고, 또 강해지고 싶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세계의 룰은 이 땅의 문학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어디 농업만의 문제이겠는가? 이제 이 땅의 문학은 제조업인가 서비스업인가? 텍스트와 번역의 댐이 언제까지 이곳을 지켜줄 것인가? 수입인가 내수인가? 질문은 끝이 없고, 간략한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간략하게 - 나는 정말이지, 강해야 한다.

그래도 이 땅에 ‘작가’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 땅에 ‘소설’이 있었고, 나는 그 아름다웠던 싸움들을 가슴 속 깊이 저장하고 있다. 내게 힘을 주는 것은 바로 그들이고, 다름 아닌 그들의 소설이다. 경건하게, 나도 싸워나갈 것이다. 그 외의 문제라면, 몰라, 조까라 마이싱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느낌이지만, 어떤 면(面)에서의 세상은 또 분명히 좋아졌다. 지금 내가 쓰는 컴퓨터는 아폴로를 달에 착륙시켰던 컴퓨터보다 정확히 3배가 더, 뛰어난 것이다. 내 책상 밑으론 인터넷이 들어와 있고, 나는 더 이상 도서관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이런 환경에서 당신을 화성에라도 보내줄 만한 소설을 쓰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조까라 마이싱이다. 큐빅 퍼즐을 맞출 때의 요령으로, 어떻게든 그 좋은 면들을 나는 맞춰나가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사이 시인 구상이 이 별을 떠났다. 구상 선생님 편히 잠드세요. 당신의 싸움은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힘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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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까라 마이싱, 실로 오랜 만에 들어보는 욕이군요 ...
ㅋㅋㅋ(왜 웃음이 나오지? 비장한 글을 읽고^^)

조선인 2004-07-1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마이싱이 대체 무슨 뜻이에요?

balmas 2004-07-1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싱은 항생제를 가리키는 말인 것 같은데요. 특히 매독 같은 성병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항생제 ...
어릴 때는 뜻도 모르고 친구들끼리 서로 마치 노래가사의 후렴구처럼 주고받던 말인데 ...
ㅋㅋㅋ (또 웃음이 나오네)
 

 

“널 못 박다니” “저 땜에 불이익은”


△ 서울 대광고 류상태 교목실장은 예배를 거부하다 퇴학당한 제자 강의석군과 학교 밖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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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판] ‘퇴학’당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얼굴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힘든 결정을 내린 ‘어린 제자’에 대한 대견함이 번갈아 지나갔다. 제자 역시 학교를 상대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스승이 내민 손이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11일 저녁,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보게 하는 예배를 거부하다 제적당한 강의석(18·서울 대광고3)군과 강군의 스승인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가 한자리에 앉았다. 지난 9일 강군이 기말고사를 치르다 퇴교당한 뒤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자리다.

    류 목사는 강군이 제적된 지난 9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강군을 제적 처리한 것은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학교가 그토록 내세우는 설립 이념과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며 학교의 제적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터였다.

    강군은 스승을 보자마자, “이번 일로 학교에서 불이익은 없었는지” 걱정부터 하고 나섰다. 류 목사도 강군의 까칠해진 얼굴을 보고 제자의 건강이 걱정된 듯 “밥은 잘 먹느냐”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가르치는 류 목사는 강군이 자신과 상의 없이 ‘일을 터뜨린 것’을 못내 아쉬워 했지만, “의석이가 결코 경솔하게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절차와 방법은 잘못됐지만 종교의 자유라는 정당성은 의석이 손에 있다”며 강군의 태도를 옹호했다. 하지만 “학생 선택권이 없는 학교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며, “종교 학교라는 큰 틀 안에서 조금씩 개선점을 찾아보자”며 강군의 이해를 구했다.

    강군도 스승의 애정어린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헌법에서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강군은 “학교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원하지 않는 종교의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는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학생들의 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이 아닌 곳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는 서로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류 목사는 “내 제자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모른 척했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목사로서 “기독교라는 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만큼 ‘나서기’ 어려운 결정이었던 셈이다.

    류 목사는 대화 중간중간 “학교가 받아준다면 …”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학교가 품어주지 못한 제자에 대한 애정이 큰 탓이었다. 강군 역시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제적을 당한 처지이지만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강의석 군 제적 처리 잘못되었습니다

    강의석 군을 결국 제적처리한 것은 헌법의 정신을 위배한 것일 뿐 아니라 대광고등학교가 그토록 내세우는 대광고 설립 이념과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입니다.

    대광의 설립 이념과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참사람을 만드는 것이지, 기독교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에 근거하여 특정 종교의식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당국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존엄한 사랑과 우주적 구원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려 다시 한번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대광고등학교의 교목실장으로서,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 목사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습니다.

    학교 당국은 이 잘못된 처사를 즉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교목실장 류상태

    지금 교장님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아 이 곳에서 말씀드립니다.

    왜 이렇게 계속 악수를 두고 계십니까?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모르십니까?

    우리 학교와 한국 개신교 전체가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입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강의석 군을 품어주는 것입니다.

     

    “종교자유” 제적생 지원 확산

     

    시민단체 무효소 준비
    최순영의원 조사 나서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예배를 거부하다 제적된 강의석(18)군을 지원하고, 학교 현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0일 강군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대학로를 찾아 ‘청소년 종교자유를 위한 서명’에 동참하고, 학교의 종교 교육과 종교 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학생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라’는 성명을 내고, “종교계 사립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를 약속했다.

    최 의원은 “자율적인 종교 활동과 종교 과목 복수개설에 대한 지침이 있음에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당연한 듯’ 어기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과 함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종교 재단 학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미 서울시교육청에 종교 과목 편성 지침과 학교별 종교 활동 자료를 요구하고, 지침 위반 사례 조사에 들어갔다.

    청소년공동체 ‘희망’,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강의석 학생 부당 징계 저지와 학내 종교 자유를 위한 연대회의’는 강군 제적처분 무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 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문제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강군은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는 진정을 내고, 17일에는 ‘청소년 인권과 종교 자유를 위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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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mas 2004-07-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의 해결에 그칠 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분청사기 깊이 사귀기


    △ (왼쪽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상감한 연꽃무늬뚜껑·꽃도장무늬(인화문)주전자·파초무늬병·박지태극무늬납작병

    문양·역사등 총망라 350여점 명품전
    “베일에 가린 궁금한 내용 해결하세요”

    텁텁한 담청색 자기 표면에 내키는대로 휘갈긴 추상적 선묘, 물고기·모란·풀 등의 소담한 무늬들. 한국인의 분방한 심성을 빼어나게 담아냈다는 조선초 분청사기를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이런 인상을 떠올리게 된다. 판박힌 이미지 탓인지 분청사기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만큼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호기심 동한 이들이라면 이런 물음들을 던질 법하다. 분청사기는 청자와 어떻게 다를까, 분청사기에는 청자, 백자에는 드문 추상무늬나 모란꽃무늬가 왜 그렇게 많을까. 왜 조선초에 반짝하고 나타났을까. 왜 생산된 지역별로 각기 문양이 다를까.

    9일 시작한 서울 신림동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의 ‘분청사기 명품전-분청사기, 자연으로의 회향, 하늘·땅·물’특별전은 이땅의 독창적 도자양식인 분청사기의 궁금증을 조목조목 풀어주는 전시마당이다. 기획전 사상 최대규모의 분청사기 컬렉션(350여 점)이 나온 이 기획전은 소품 연적, 잔부터 대형 항아리까지 분청사기의 온갖 형태가 상감, 박지, 인화문 등의 기법별로 총망라 되었다. 색다른 소주제 얼개로 분청사기 안에 깃든 선조들의 자연관과 미적 취향, 양식 변천사 따위를 이해하도록 한 노력도 느껴진다.


    전시는 분청사기 문양의 자연세계를 분석한 1부와 문화사적인 변천과정을 다룬 2부로 갈라진다. 1부인 1층 들머리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덤벙문항아리, 땅을 상징하는 풀잎 그려진 철화문 항아리, 물을 뜻하는 물고기 그려진 철화분청사기가 나란히 놓여 관객들을 맞는다. 분청사기의 문양을 하늘, 땅, 물로 갈라 하늘을 통해 자유로움을, 땅을 통해 생명의 다채로운 변화를, 물을 통해 여유로움을 탐구하려는 의도다. 백토물에 덤벙 담궈 백자인척 티를 낸 덤벙분청, 귀얄붓으로 백토를 입힌 귀얄분청 등은 칠한 부분과 칠하지 않은 부분이 대비되는 음양구도로 하늘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기품있는 모란꽃과 풀잎 무늬가 추상적 선묘로 새겨진 대형 항아리 명품들은 땅을 상징하는 볼거리들이다. 물을 상징하는 물고기, 연꽃 등을 담은 분청사기류에서는 보기드문 파도문양 항아리, 은은한 조명아래 왕관처럼 빛나는 상감연꽃잎무늬뚜껑이 잔잔한 감흥을 선사한다.

    2층 전시장은 문화·사상사적 맥락에서 분청사기의 변천사에 걸맞는 유물들을 한데 모았다. ‘상감청자의 여운’, ‘진정한 탄생’, ‘위대한 변신’, ‘예정된 종언’으로 전시장을 세분해 퇴락한 상감청자에서 출발해 지역별로 인화문, 박지기법 등으로 개성적 조형미를 뽐내다 사라진 분청사기의 일대기를 조망하고 있다. 고려말기 상감청자와 다를 바 없는 14세기 분청사기상감구름용무늬매병을 들머리에 배치한 뒤 인화문, 박지, 철화, 덤벙사기 등의 다양한 변용을 거쳐 마침내 백자로 흡수되는 과정을 전시장 말미의 순백자반합 명품 전시로 장식하는 동선의 흐름은 마치 연극적 구성과도 비슷하다. 주역의 음양사상과 연관된 태극무늬 편병, 귀얄붓으로 흰 백토를 칠한 뒤 위에 다시 상감을 한 파격적 기법의 연꽃버드나무무늬 항아리, 고대 토기처럼 굽다리가 달린 마상배(술잔), 정갈한 선으로 파초잎무늬를 올린 병 등 희귀한 문양과 기형들이 눈맛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도자사가인 강경숙 충북대 교수는 “화려한 컬렉션에 걸맞게 학문적으로도 갈무리가 잘 된 전시”라고 평했다. 10월31일까지. (02)858-2500, 3874.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호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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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mas 2004-07-1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받는 나날이 계속 되는데, 잠깐 열을 식힐 겸 광고 하나.
    무식해서(-.-;;;) 동네에 이런 박물관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런 좋은 전시회가 있다고 합니다. 시간되는 분들은 많이 가보시기를 ...
    수수께끼 님 덕분에 이제 이런 기사가 있으면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조선인 2004-07-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림동에 박물관이 있다니 저도 처음 알았네요. ^^

    balmas 2004-07-1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동지 한 분 만났네요 ...(물귀신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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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측 "제작중단 지시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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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희 기자

     

    ▲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일부터 회사측의 단체협약 위반을 규탄하며 무기한 집행부 농성에 들어갔다.
    ⓒ2004 언론노조 MBC본부
    13일 방영을 앞두고 회사측 지시로 제작중단 위기를 겪었던 MBC < PD수첩>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에 대한 프로그램 간섭 파문이 계속 되고 있다.

    MBC 경영진은 지난 7일 현재 계류중인 '송두율 사건'을 방송할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중단 지시를 내렸다가 안팎의 거센 비판이 잇따르자 하루만에 결정을 철회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해당 프로그램 방영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법원행정처 공보관 명의의 공문을 MBC 제작본부장 앞으로 보내면서 논란이 재개됐다. 더욱이 MBC 경영진은 애초의 제작중단 지시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방송 시사과정에서 연기시킬 수도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경영진의 프로그램 간섭 제도화 시도"로 규정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지난 9일부터 회사측의 단체협상 위반을 규탄하며 무기한 집행부 농성에 들어갔다.

    현행 MBC 단체협약은 프로그램 제작의 실무책임과 권한을 해당 국실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시사교양국장이 해당 제작진과 협의한 뒤 자신의 권한으로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제작 결정을 내렸는데 경영진이 이를 뒤집은 것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경영진은 아예 이 기회에 일선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대한 사장과 본부장들의 간섭 시스템을 공식화하려고 한다"며 "모호한 사규를 앞세워 프로그램 제작간섭을 제도화하려는 경영진의 기도를 철저하게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시사교양국 조합원들은 지난 8일과 9일, '송두율' 편 제작중단 지시에 항의하는 긴급총회를 잇따라 열고 경영진의 부당한 제작간섭 문제를 따졌다. 이에 장덕수 시사교양국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프로그램을 완성하겠다고 본부장 및 사장에게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자에 따르면 장 국장은 "사장의 반대의견 속에서,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장이라는 판단 아래 사장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국장은 "국장으로서 책임을 다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동감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노조특보>는 덧붙였다.

    한편, 시사교양국장과 < PD수첩> 제작진은 12일 오후 5시 편집된 방송 테이프를 함께 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사교양국장이 "공정성에 심각한 편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보완을 위해 1주일 정도 연기시킬 수도 있다"고 경영진에게 약속, 노조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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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mas 2004-07-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겨울 송두율 교수 기소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너희가 6.25를 알아?"라면서 욕을 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며칠전 의문사위 논란을 보면서, 국가 보안법 폐지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국내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 전국 철학자 명의로 송두율 교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성명서 발표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PD 수첩]이 무사히 방영되고 성명서가 좀더 많은 철학도들의 동참 아래 발표되어서, 송 교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어제 보도된 강의석 학생을 위한 서명 사이트가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많이들 가셔서 서명하고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http://cafe.daum.net/whdrytkf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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