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Xoxov > "CD값부터 내려놓으시죠"

 

"CD값부터 내려놓으시죠"
"음반업자들의 폭리관행이 더 문제다." 四四九

냅스터가 네트워크 창설 1년 만에 가입자 수 7천만이라는 수치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이제 겨우 2-3년 전의 일이다. 냅스터는 2001년에 법정에서 폐쇄 결정을 받은 뒤 한동안 잠수를 타다가 지난달에야 다시 컴백했다. 하지만 이번엔 유료 사이트라는 낯선 얼굴을 하고 온라인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의 파일공유 사이트 넵스터     ©네이버

 

냅스터는 쿠울한 이미지로 변신하여 짠~ 하고 등장했지만 지금의 냅스터 네트워크에는 썰렁한 기운만이 흘러 다닐 따름이다. 예전에는 냅스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냅스터가 없어도 그만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음악의 복제와 전파가 냅스터에 대한 제재를 통해 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드물었다.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냅스터가 유료화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즐겁게 MP3를 또 OGG를 저마다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복제하고 공유하면서 잘들 지내고 있다.

사실 이런 말 자체가 너무나도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현실이 변화하는 모습은 쾌속정 같기만 하다.


▲'카자미디어'      ©네이버

카자[KaZaa]라고 들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카자[KaZaa] 네트워크는 2003년 5월 현재 P2P를 구현해주는 카자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2억3000만회의 다운로드를 넘어섰다고 한다. 2억 3000만회...... 물론 여기에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중복 다운도 포함되어 있는 숫자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지금 이 원고를 쓰는 와중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카자를 통해 파일을 전파하고 있을까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려 400만 가까운 친구들이 접속되어 있다. 내가 뭘 달라면 군말없이 집어줄 그 친구들.

카자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이들 회사의 구성이다. 예컨대 법인의 등록은 태평양 남서부의 쪼그만 섬나라인 이름도 귀여운 바누아투(한국말로 하면 ‘우리들의 땅’이란 뜻이다.)에 해 두었고 프로그램의 개발자들은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게다가 서비스 서버는 덴마크에, 회사의 운영은 호주에서 하고 있다. 온라인과 카피레프트에 맞서 쌔가 빠지도록 싸돌아다니면서 시비를 걸고 다니는 미국의 음반 업자 협회[RIAA]는 이들을 두고 하루가 다르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중이다.

이미 음반의 매출액은 30% 가까이 하락하였으며 만일 재수가 좋아 이들을 법적으로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뜻대로의 해결점에 이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리바다가 죽어 없어질 줄 알았더니 소리바다2로 리로디드 되어 재등장했으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소리바다2가 다시 사라지더라도 소리바다3이 또다시 나타나 디지털 혁명을 완성시킨다는 후문이 있다. 썰렁했다면 유감이다. 쩜프.

사실 온라인상의 MP3 공유에 의해 음반 제조 산업은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에 비해 매출액이 거의 반토막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MP3를 나눔정신 하나로 공유해 오던 우리들이 이에 대해 무슨 책임의식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가끔씩 ‘음반이 안 팔리는 것은 표절 붕어 뷁 땐스뽕 저질 음악 때문이다, MP3를 듣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음반을 더 산다, MP3와 음반 판매와는 관련이 없다’며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 말이 사실일거라고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그런 말에서는 쓸데없는 도덕적 자책의 잔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오바해서 이야기하자면 MP3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천부인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예 타고난 권리란 말이다. 왜냐구?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음반 업자들한테 돌려받아야 할 빚이 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음반 제조업자들은 그동안 순진한 소비자들을 속여서 부당한 폭리를 취해 왔다. 요즘 공씨디 한 장에 얼마 하는가 말이다. 실제로 테이프와 씨디는 제작비용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업자들은 씨디라는 음악 껍데기에 영구성, 뭐 또 잡음 제로, 뭐 또 무슨 음질 해가면서 테이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높은 폭리를 취해 왔다.

▲    ©네이버

한마디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공정 거래를 해왔다는 뜻이다. 게다가 예전 가수들의 음반을 땡전 한 푼 들이지 않고 씨디로 재발매해서, 또, 만원 얼마, 뭐 이렇게 팔아먹는 것은 폭리중의 폭리였다. 그걸 쥬라기 공원 어쩌구 하면서 무등 태워주던 놈은 또 따로 있다.

 쥬라기 공원 본다고 해서 관객이 부자되는 것도 아니다. 음반 제조업자들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우선 씨디값부터 반절쯤 후려놓고 다시 시작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세계 5대 메이저 음반사의 하나인 유니버설 레코드가 음반 가격 30%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에 대해 동정할 것 하나도 없다. 그들을 걱정하기엔 우리 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찬란함은 모두 우리들 덕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음반 업자들만 해도 2002년 10월, 씨디 가격 담합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폭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대략 1억 5천만 불에 이르는 돈을 토해내야 했던 것이다. “가격을 인제서야 내리다니, 이 나쁜...”이 더 정상적인 반응이다.

두 번째. 씨디는 사용이 영구적이라는 명목으로 높은 비용을 소비자로부터 징발해서 음반 제조업자들에게 갖다 바치기도 했는데, 일부 오디오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당혹스럽게도 씨디는 이미 수명이 다 했다는 것이다.

음반 업계는 이미 DVD나 SUPER AUDIO CD쪽으로 오디오 표준을 이동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차세대 표준을 위한 하드웨어를 목돈을 들여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과거의 씨디 플레이어는 ‘순돌이네 집’에서만 취급 가능한 품목이 되고 결국, 씨디롬 자체는 반영구적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의 수명은 그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씨디의 수명은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또 우릴 속여서 폭리를 취해 온 셈이다.

세 번째. 소비자들의 딱한 사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비평가들에 따르면 우리들은 이미 MP3와 같은 ‘공짜’ 물건들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인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온라인 접속 요금에 이미 비용이 간접적으로 다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통계 자료를 보면 정보검색, 이메일, 오락(음악), 쇼핑 서비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위의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상당한 비용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면서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음반 제조업자들은 온라인 서비스 회사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빼앗기고는 엉뚱하게도 힘없는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그 부족분을 메우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4000억 원대에서 2000억 원대로 음반 제조 산업이 반토막 났다고 울상을 짓는 그들 주머니 속에서는 매출 연 3000억원이라는 벨소리와 컬러링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금테 두른 빈 밥그릇은 또다시 소비자를 향해 내밀고 있다.

어쨌든 요즈음 음반 회사들은 다 문 닫는다고 난리도 아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한참 더 닫아야 한다. 뭔가 통계의 기준에 차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정부 통계에 의하면 등록된 음반 제작사의 숫자는 96년 98개에서 2002년에 이르면 무려 938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들은 IMF의 여파로 전국의 인민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표절 붕어 뷁 땐스뽕 저질 음악, 거기에 뇌물을 더해서 자신들의 윤택하고 고귀한 삶을 유지했으며 그러한 지난날에 대한 반성도 없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코를 더욱 집요하게 들이대고서 지금도 킁킁거리면서 뭐가 어떻고 또 뭐가 어떻고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다.

아, 싫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음반 제조업자들은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우선 그놈의 가증스런 씨디 값부터 절반쯤 후려놓고 말을 걸어올 일이다. 비록 씨디의 목숨마저도 이제는 가물가물 할 테지만 최소한 ‘유종의 미’는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영상미디어센터 이메일진 ACT 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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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Xoxov > ‘블록버스터’ 전시… 달리와 샤갈이 온다


‘초현실주의의 대명사’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와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1887~1985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미술전시회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막을 올린다. 양쪽 전시 모두 20억원 내외의 예산이 들어간 초대형 전시다.

#드로잉, 조각위주의 전시“내가 초현실주의 그 자체다”라고 공언했던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아트 스타’ 달리의 작품은 늘어진 시계, 서랍달린 여체,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사물로 보이는 ‘더블 이미지’의 회화작품으로 대표된다.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상상력의 천재-살바도르 달리’전은 서울뿐 아니라 대구와 부산에서도 순회전시를 계획중이다. 12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9월10일부터는 대구에서, 11월6일부터는 부산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모두 스위스에 본부를 둔 스트라튼 컬렉션 소장품으로 달리의 나이 60대 말에서 80대 초반이었을 때 제작된 작품들이다.

조각 33점, 회화 226점, 가구와 패션 17점 등 총 340점이 전시되는 달리 전은 아쉽게도 달리의 대표적 유화작품이 한 점도 들어오지 못하고 드로잉과 조각 등 유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재현한 듯한 아트 상품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익히 그의 작품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회화뿐 아니라 조각과 가구, 패션 등까지 뻗어있는 달리의 상상력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설치작가 최정화씨가 다양한 색상으로 연출한 공간의 전시구성은 ‘꿈과 환상’ ‘관능성과 여성성’ ‘종교와 신화’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달리의 주변이야기’ 등 5개 부분으로 나뉜다.



특히 초현실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봐야 할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가 전시중 상영되며, 설치작가 이한수씨가 애니메이션과 레이저, 3D기법을 사용해 불교적 시각으로 달리를 해석한 설치작품 ‘달리에 대한 경외’가 전시된다. (02)514-4137

#국내 전시사상 최고의 작품전7월15일부터 석달간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색채의 마술사-마르크 샤갈’ 전은 샤갈 전으로는 국내 전시사상 최고이자 최대의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트레티아코프 국립화랑 소장품인 ‘도시 위에서’와 모스크바 유대인 극장의 패널화 4점 등 샤갈의 대표작을 포함해 191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화 60여점을 포함해 과슈·석판화 등 모두 130여점이다.

특히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대표작 ‘도시 위에서’(1917년)는 연인들이 껴안고 날아다니는 환상적 내용과 색감으로 유명하며, 연극·무용·음악·문학 등을 주제로 4점의 연작으로 그려진 유대인 극장 패널화(1920년)도 95년에야 서구에 공개된 샤갈의 대표작이다. 지난해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샤갈 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전시회.

러시아 출신 유태인으로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한 샤갈의 이번 전시회는 모스크바 트레티아코프 국립화랑, 파리의 퐁피두 센터, 파리시립미술관,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 니스의 샤갈 성서박물관에서 가져온 작품들이다.

전시구성은 ‘연인’ ‘상상의 세계’ ‘파리’ ‘서커스와 유대인 극장’ ‘성서 이야기’ ‘호메루스의 오디세이 판화집’ ‘지중해와 샤갈’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의 커미셔너인 서순주 박사는 “샤갈의 전시회로는 규모로나 질적으로나 국내 최고이자 최대의 전시회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11월13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전시된다. (02)2124-8800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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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 2004-06-1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건 둘 다 꼭 가 봐야 되겠군요!!

balmas 2004-06-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꼭 가볼려고 ... ^^
그런데 서명 했어? 했겠지?
강요는 아니야, 학점에도 상관 없어 ...^^

MANN 2004-06-1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서명은 둘 다 했답니다~
과반 커뮤에 퍼나르기도 했지요~
 

출판동향 : 저자들이 본 오늘의 학술출판
안목 갖춘 편집자와 소통하고 싶다

2004년 06월 07일   강성민 기자 

▲ © 일러스트 김차준
저자와 출판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건 자명하지만 저자와 출판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는 의외로 공론화가 거의 없다. 학술출판일 경우 양측은 훨씬 밀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지만, 각박한 출판현실은 여러 가지로 이를 어렵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기초학문을 하는 지명도 없는 신진학자들이 엄청난 자비를 들여서 책을 내는 풍경을 보면 그 열악한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그럴수록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끊임없이 공론장으로 호출될 필요가 있다. 우리시대 저자들은 출판사들에게 어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絶版의 거대한 연쇄'를 주목해야 한다. 요즘 많은 중소형 학술출판사들이 '초판 6백부 시대'를 열고 있다. 고가정책을 써서 사볼 사람만 보게 하고 책의 생명을 끝내 버리는 것이다. 사회과학 서적에서 이름 있는 H 출판사는 제작단가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책인데 3만원 육박하는 가격을 붙여 시중에 내놓고 있다.


저자로서는 당연히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이 너무 비싸면 독자들에게 미안하고, 지식을 널리 퍼뜨리려는 지식인의 본심에 위반된다. 문제는 5백권이 1년 정도 후 다 팔리고 나면 그 후의 독자들은 책을 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저자에게 "혹시 보관용이 없냐"고 전화를 해도 무소용이다. 노성두 이화여대 강사는 지난 1997년부터 41권의 저·역서를 냈는데, 현재 10권이 살아있다. 그는 사계절출판사를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의 저서 '알베르티의 회화론'이란 어려운 미술이론 교재를 7년째 절판시키지 않고 꾸준하게 인쇄하기 때문이다. 노 씨에 따르면 출판사로서는 "책 담당자 왔다갔다하는 경비도 안나오는" 수입이지만, 출판사 측은 개의치 않아 감동적이라는 것.

그많던 학술서들은 어디로 갔을까

열악한 대학출판부나 사장 혼자 편집하고 영업하는 '1인출판사'와 거래하는 저자들은 '독립군'처럼 뛴다. 출판사에 '전문 교열인력'이 없어 저자가 원고를 완벽하게 써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저자들은 원고를 초고 상태로 만들고 나면 지친다. 더 이상 원고를 쳐다보기 싫을 때도 있다. 이걸 극복하고 저자가 직접 교정을 보더라도 '자기 원고'이기 때문에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출판사가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아 책이 나오고 난 후에 사소한 오타부터 시작해 한 문단이 빠져버리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첫째, 영어 이외의 외국어와 기본적인 학술담론에 익숙한 편집진이 부족한 데서 발생한다. 둘째, 교정을 외부용역으로 넘기는 현재의 '외주시스템'이 많은 오타를 생산하고 있다. 미학이론가 강성원 씨는 "출판사에서는 문장이 어렵다고 쉽게 써달라 하는데, 문제는 출판사들이 '어렵지만 말이 되는 글'과 '어렵고 말도 안되는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시쳇말로 '고친다고 했는데 더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강 씨의 말을 토대로 국내 주요 학술출판의 교정실력을 평가하자면 한글맞춤법 같은 '형식교정'은 제법 꼼꼼한 편인데, '내용교정'은 부족한 듯 보여진다.


옛날에는 많은 저자들이 자기 문장을 손도 못 대게 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도 그런 학자들이 있지만, 경력 있고 전문성과 성실성을 갖춘 편집자와 일을 같이 해본 학자들은 출판사에서 꼼꼼히 원고를 이해한 뒤에 수정요구하면 즐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번역서일 경우 '문장'이란 게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는 법칙을 경험적으로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출판사는 민음사, 그린비출판사, 푸른역사, 책세상, 이제이북스 등이다. 철학전문 신생출판사인 이제이북스는 상당수 번역자와 문장과 개념의 '정확성'을 둔 '멱살잡이'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이를 갖고 타박하는 사람은 드물다. 네그리, 라이히, 가타리 등의 번역서를 내온 윤수종 전남대 교수는 "저자와 출판사간 교정본을 세차례 주고받으면 알맞은 것 같다"라고 경험담을 말한다. 그 정도는 해야 책이 깔끔해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고집센 저자'들에게도 넌지시 충고하는데, "학술지에 싣는 것이 아니라면, 독자를 위해 문장에 대한 출판사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라고 말이다.


저자들이 대표적 불만의 또 하나는 '지각 출판'이다. 원고를 넘긴지 3년이 넘어도 "밀린 일정이 많아서 출판이 안 되는" 경우는 이만저만한 지각이 아니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는 "머레이 북친 책을 출판사에 넘겼는데 몇 년이 있어도 출판이 안됐다. 다른 출판사로 옮기려 해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나키즘 관련 책도 몇 년을 묵히길래 집어치우라고 했다"라고 털어놓는다. 독자입장에서도 따끈따끈한 해외 학술 동향을 철 지나 읽게 되는 격이라 분명 문제가 있다.


출판사들의 상업성도 학자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박홍규 교수는 자신이 평전 저술가로 명성을 얻자 여기저기서 유명한 사람, 이를테면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씨 평전을 써달라는 요구들을 씁쓸하게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출판사들이 '돈 되는 책'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없어서는 안될 부분을 너무 전문적이라고 빼자고 압력을 넣는다든지, 책의 제목과 표지를 너무 대중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이탈리아문학)는 "이론적인 출사표를 던진다는 기분으로 묵직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는데, 표지를 너무 대중서로 만들어서 항의했다"라고 밝힌다. 이에 대해 출판사는 "속 알맹이나 썼으면 됐지 겉까지 참견하느냐"는 답변을 해왔다. 저자와 출판사간 밀고당기기 풍경이다.


저자들은 또한 대형 출판사들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공장 같다는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 큰 출판사라면 그 규모에 맞게 전문편집진용을 갖추고 일을 그럴싸하게 해야하는데, 관료집단처럼 의사소통과정도 느리고 답답하다는 지적이다. 저자와의 관계도 출판사의 주어진 틀 내에서 통보식으로 이뤄져 종종 "기분 나쁠 정도로 건방지다"라는 불만도 산다. 학술출판이 어렵다보니, 학술서를 내주는 출판사들은 이문을 적게 남기는 대신 저자에게 '유세'하는 일종의 암묵적 권위관계가 양자간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소형출판사에 오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서 나타난다. 큰 출판사는 그래도 브랜드 이미지도 있고 해서 책을 꼼꼼하게 만드는데, 소형은 책의 종수를 늘려서 시장에 깔아놓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편집체제가 깔끔하지 못하고, 오타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제작비의 일부분을 저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악풍'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새내기 강사 저자들은 IMF 이전만 해도 70만원 정도의 자기 책을 사주면 출판을 해줬는데, 요즘은 2∼3백만원어치 책을 구입해주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안 좋다. 중앙대 교수는 "교수가 되기 위해 책을 내고 집에다 2-3백부 쌓아놓은 후배강사들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세지급의 불투명성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학술출판은 갈수록 박해지고 있다. 가령 5백부의 책을 초판으로 찍어서 1백부가 팔리면, 그 1백부에 대해서만 인세를 지급하는 경우가 그렇다. 웬만한 양식있는 출판사라면 초판부수에 대해서는 발행후 곧바로 인세를 지급하는 게 불문율인데 말이다. 저자 입장에서는 '출판사가 겨우겨우 연명하는 걸' 보면서 인세를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껄끄러워 아쉬운 소리를 하기보다 출판사를 옮겨다니기 일쑤다.

출판사 찾아 배회하는 저자들의 운명

송병선 울산대 교수(스페인문학)는 보르헤스, 마르케스를 비롯한 스페인어권 소설을 꾸준히 번역해온 대표적 번역가다. 그가 출판사에 바라는 것은 '긴 안목'이다. 남미쪽 소설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출판사들이 "단발성으로 내려는지, 아니면 장기기획을 하려는지를 판단하고 출판사를 결정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영문학)는 '전문성'을 본다. 얼마 전 그의 환경문학서를 환경전문출판사인 '나무심는사람'과 작업을 같이 했는데 문학전문 출판사보다 편집자의 원고 해독력이 더 뛰어났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한 출판사와 자신의 '주치의'처럼 꾸준히 계약하는 걸 한번쯤은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이는 쉽지가 않다. 꾸준히 사세를 유지하는 출판사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고, 한 출판사에서 계속 내면 주위에서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색안경을 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자신에 맞는, 자신의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게 오늘날 저자들의 운명이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과학 학술출판사'에 대해 '체계적인 마케팅 능력의 부재'와 ' 원고의 평가, 교열, 편집, 디자인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역량 있는 에디터의 부재'를 대표적 문제로 꼽는다. 박 교수는 이것이 기본적으로 출판산업의 열악성에 그 원인이 있다며 "공공 도서관, 학술 업적 평가 시스템에 따른 공공 구매 제도 등이 발전"해야 하고, 그래야 출판사들이 단기적 업적 및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평가, 출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진 울산대 교수 또한 "학술업적 사후평가제를 도입해 학진의 논문지원을 줄이고, 저술지원을 대폭 늘려서 고만고만한 논문들의 대량양산을 줄이는 대신, 양질의 연구저술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한국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도움이 된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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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0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근무하는 분들 보면, 업무는 과중한 데 비해 보수가 너무 형편 없어서 딱한 생각이 들더군요. 작은 규모의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책을 내기 위해 애쓰는 사장님들도 마찬가지구요.
반면에 이런저런 학문을 전공하면서도 책을 거의 안 사는 분들 보면, 어이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을 안 사면 도대체 누가 책을 산다고 그 돈을 아끼시는지, 원 ...

sweetmagic 2004-06-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 봤습니다... 좀 퍼갈꼐요 `~^^

balmas 2004-06-0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얼마든지 퍼가세요.
출판사들하고 이렇게저렇게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까, 그쪽 문제에 늘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앞으로 좀더 사정이 나아지겠죠 ...

MANN 2004-06-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깝네요... 언제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는지...;
 

서울大 폐지논쟁 중단을 - 정운찬 서울대 총장

 동아일보[특별기고]  
 
한국사회는 지금 도약을 위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양적 팽창에서 질
적 성숙으로의 전환, 사회영역 전반에 걸친 민주역량의 제고, 국제경쟁력의 강
화, 효율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개혁의 열쇠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담당할 인적 자원 양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결국 창의력과 함께 폭넓은 식견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
한 교육혁신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서울대는 최근 이러
한 교육혁신을 구체화하려고 학사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정원축소등 뼈깎는 자기혁신중▼ 

서울대는 지난 2년간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기
울여 왔습니다. 몇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학생을 다양하게 뽑기 위한 ‘지역균
형선발제’를 이번 가을부터 시행합니다. 글쓰기 말하기 토론 훈련과 핵심 교양
강좌를 통해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하여 
2005학년도부터 학사과정 한 학년 입학정원을 3850명에서 3225명으로 625명이나 
줄이는 자기혁신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학 평준화론 등 대학 밖으로부터의 바람이 거셉니
다. 저는 오늘 서울대가 그리는 학사구조의 미래상을 소개하면서 아무런 국가적 
실익이 없는 저간의 논쟁을 중단할 것을 제의합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시점에 최근의 논쟁은 소모적일 따름
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입학정원 축소는 그 자체가 기초교육 강화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위한 최선
책이라는 판단에서 추진됐습니다. 또 정원 조정은 학사구조 선진화의 첫걸음일 
뿐 아니라 사회통합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추진될 서울대 
학사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첫째, 초기에는 교육단위, 그리고 여건이 성숙되면 모집단위로서의 학부대학
(university college)의 설치입니다. 학부대학 체제는 기초교양교육과 전공교육
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급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데 적
합한 제도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초학문의 발전과 이를 발판으로 한 응용 
또는 종합학문의 동반적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학부대학과 함께 전문영역
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는 기존의 단과대학들이 서울대의 학사과정을 구성하
게 될 것입니다. 

둘째,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원의 설립입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
원(law school)의 도입을 천명한 단계에 있습니다만 사법개혁안이 구체화되면 
뒤를 이어 출범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학사과정교육의 기초 위에 고도의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하는 분야들이 발전적 개편을 통해 전문대학원으로 정착될 것입
니다. 이는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물론 전문대학원 체제
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는 
전문대학원 도입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담당하는 일반대학원의 강화입니다. 서울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지식의 창출입니다. 이러한 기
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문에 매진하는 학문후속세
대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가발전 차원서 각계 협조해야▼ 

서울대가 세계 최일류 수준의 교육과 연구의 전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에
서 제시한 학사구조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개선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
됩니다. 국가 발전의 차원에서 서울대 미래상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시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2004. 6. 3
			서  울  대  학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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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0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정보광장>에 들어가면, 매일 뜨는 메시지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견해를 밝힐 처지는 아니지만,
위기 의식이 상당하구나 하는 건 분명히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6-1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라고 죽여야 한다면....이 세상은 사람들의 바램대로 조금은 균둥화 되겠지만, 1등을 죽인다면 또 다른 1등이 나오게 되고...북경대나 도쿄대 총장의 발언이 신문에 나오는데 그들의 사고는 우리만 못해서 북경대나 도쿄대를 더 키우게 되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가지, 학사구조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출처 : 수수께끼 > 이등박문은 우리 황태자의 스승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왜? 지금까지 이런 내용이 공개적으로 거론이 되지 않았었는지 ....

나중에 조선총독부의 총독까지 오른 이등박문이 일본에 유학중인 우리 황태자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은 정말로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내선일체를 위하여 일본에 볼모의 형식으로 유학을 갔던 우리 황태자의 모습은 비록 어린 황태자였지만 늠름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던것 같습니다.

 <소년> 창간호의 맨 앞을 장식하고 있는 이 사진이 주는 의미는 육당 최남선이 우리 나라 최초의 잡지를 발간하면서 우리의 독립을 추구하는 권두언을 쓴것을 보면 결코 친일파는 아니었던것 같고, 이 사진을 게제한것은 황태자가 볼모로 유학을 갔으니 정신 차리자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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